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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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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08.15 18:31
조회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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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7쪽

04화 - 2

DUMMY

“여보세요?”

『성빈이야? 헤헤헤헷.』

“리유야!”

오래간만에 걸려온 전화. 리유입니다. 반가운 목소리에 저도 마찬가지로 밝은 목소리로 화답합니다. 사실, 전화를 건다면 얼마든지 걸 수 있었지만 걸지 않은 저이기에 먼저 전화를 걸어준 리유에게 고맙기도 하고 겸연쩍기도 합니다. 어쨌든 반갑습니다. 저번에 잘 도착해서 잘 지낸다고, 유학 초창기의 전화 이후로 처음 얘기하는 것이니까요.

『잘 지내고 있어? 웅이한테 대강 듣는데 성빈이는 반이 달라서 제대로 소식을 못 들어서.』

“……웅도는 웅이라고 하면서 나는 비니라고 안 하네? 어른 됐어, 리유?”

『에헤헤! 예전에는 그거 창피하다고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젠 안 해도 뭐라고 하네?』

“그치만, 그래도 별명이었는데.”

『알았어, 그럼 비니라고 할게.』

싫지는 않은 별명이기에, 문득 ‘성빈이’라고 부르는 리유에게 조금 다른 점이 느껴집니다. 유학 가서 혼자 지내다보니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리유의 모습일까요. 동갑이지만 마냥 어린 모습을 보이던 리유인지라 걱정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는데 뭔가 뿌듯하면서도 서운합니다. 이번엔 제가 생떼를 부렸네요, 별명으로 불러달라고.

『다들 재미있게 지내고 있지? 아, 나도 다같이 놀고 싶다~ 저번에 웅이랑 히이랑 같이 놀이공원 갔었다는데! 둘만 가고, 치사하지?』

“엣…… 진짜?!”

『응! 진짜! 방학 때 가서 혼내줘야지, 어떻게 우리 둘 빼놓고 저들끼리만 갈 수 있어!』

“…….”

리유의 말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리유 말대로 두 사람만 놀아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희세와 웅도가 그 정도로 사이가 진전되었다는 게 놀라서 그렇습니다. 적극적으로 웅도에게 어필하겠다는 희세의 말은 단순한 허세만은 아니었나봅니다.

리유는 아무것도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자기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애랑 단 둘이 놀이공원에서 놀았는데도, 저렇게 순수할 수가. 여자친구라면 당연히 화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러면 정말 사귀고 있는 건지 어쩐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리유가 너무 착해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 걸까요?

“그…… 둘이 놀러갔으면 좀 그렇지 않아?”

『왜? 뭐가?』

“……리유 네가 여자친구잖아. 그런데 그러니까.”

『으응, 여자친구지만 다른 애들이랑 놀지 마! 하고 속박할 순 없잖아. 가뜩이나 우리 학교 여고라서 웅도는 친구 사귀는 때마다 다 여자애인데, 일일이 말할 수도 없구. 그리고, 웅도는 괜찮아. 예전부터 지금까지 괜찮아.』

“…….”

넌지시 말을 꺼내봅니다. 리유의 마음을 떠 보는 게 되었습니다. 리유는 굳건한 마음을 보여줍니다. 웅도에 대한 단단한 신뢰. 그리고 관대한 마음. 웅도를 구속하거나 그러지 않겠다는 착한 마음씨. 하지만 제가 리유에게 말한 ‘그렇지 않아?’ 라는 건 단순히 여자애랑 놀아서가 아닙니다. 희세는, 희세는…… 그렇다고 리유에게 희세의 진심을 말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저 혼자서 괴로울 따름입니다.

『왜에? 뭐 말 못하는 거 있는 것 같은데. 헤엣? 웅도, 히이랑 바람 피워?』

“아, 아니이! 전혀, 그럴 리가! 웅도 맨날 너 보고 싶다고 얼마나 말하는데! 희세도 예전하고 다를 거 없고!”

『아하하, 농담인데 되게 놀라네. 응, 알고 있어! 히이도 그럴 애 아니니까!』

“응, 그렇지 그렇지…….”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저는 희세가 한 말이 자꾸 떠올라 저도 모르게 강하게 부정하고 허둥대며 대답합니다. 평범한 애라면 충분히 의심이 갈 만한 제 대답. 하지만 순수한 리유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건 다행입니다.

『아, 너무 오래 통화했나? 이만 끊을게, 잘 지내구!』

“자, 잠깐만 리유야!”

『응? 왜?』

꽤 오래 통화했다고 생각됐는지 리유는 황급히 대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으려 합니다. 저는 다급하게 리유를 부릅니다. 아직 할 말이, 아직 묻고 싶은 말이 남아 있습니다. 복잡한 마음 속 이야기. 희세에게 말을 듣고, 리유의 반응을 보고, 저는 더욱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웅도를 좋아하는 걸까요? 좋아해도 되는 걸까요? 안 되나요? 그럼 그만 둬야 하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고민 상담 하고 싶은데…….”

『고민 상담?』

“응…….”

답답한 심사를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그나마 위안을 받을 수 있는 한 방법입니다. 그걸 꼭 리유에게 말해야하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지만…… 다급하고 부족한 제 마음 때문입니다.

웅도에게 제 고민을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당사자가 웅도인걸요. 희세에게 말하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말입니다. 대놓고 당당하게 웅도를 가지겠다고 공언한 희세인데. 미래는 너무 장난스럽고, 진지한 대답을 해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래저래 남는 건 리유 뿐입니다.

물론 예전의 리유라면, 마냥 어린애 같아 이런 것을 물어볼 생각도 못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리유는 뭔가 의지가 되고, 무엇보다 저 멀리 외국에 있으니까. 멀리 있으니까 오히려 의지가 된다니, 이상하죠. 게다가 ‘웅도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갈팡질팡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웅도 여자친구인 리유에게 한다는 것도 참 모순되고 괴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기에, 마음을 굳게 먹고 리유에게 말을 꺼냅니다.

“정말 좋아하는 게 있는데. 하고 싶고, 꼭 하고 싶은데 주위 환경 때문에 못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못 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야, 이미 물어보는데 다 답이 나와 있잖아. 하면 되잖아!』

“…….”

다 말할 수는 없습니다. 웅도에 관련된 문제이기에. 진지한 목소리로 차분하게 리유에게 묻습니다. 리유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합니다. 밝게 웃는 목소리로, 너무 당연하다는 듯. 저는 잠자코 리유의 말을 듣습니다.

『음, 좀 이상하네, 비니가 나한테 이런 거 물어보니까. 응! 유학 오니까, 조금은 알 것 같애. 하고 싶은 건,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나중에 정말정말 후회할 수도 있으니까! 나도 유학 와서 웅도랑 다른 애들이랑 같이 지내지 못하는 건 후회하고 있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좋으니까! 비니 너는 하고 싶은 거 하는 게 좋을 것 같애!』

“……응.”

『조금 상담이 됐으려나? 헤헷.』

리유는 자신의 유학에 빗대 설명합니다. 유학보다는 애들과의 추억이 더 좋다고 생각한 리유. 하지만 어쩔 도리 없이 주위 등쌀에 떠밀려 유학을 간 것 같습니다. 조금은 죄책감이 듭니다. 그 때 좀 더 완강하게 말릴 걸. 리유는 여전히 웃는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저는 잠자코 대답합니다. 리유는 ‘이제 됐지? 끊을게! 잘 지내!’ 하고 전화를 그만합니다. 한참을, 전화가 끊어진 그대로 휴대폰을 바라보며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거……

“후우…… 후흣.”

한숨을 쉬다 문득 웃음이 나옵니다. 너무 이상하잖아요. 웅도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제 마음, 리유의 조언으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다는 게. 리유가 웅도 여자친구인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럼 리유가 제 기운을 북돋아준 셈이 되는 거잖아요? 여러모로 더 복잡하고 이상합니다. 고개를 내저으며 침대에 쭉 누워요. 복잡해, 복잡합니다.


“…….”

쉬는 시간에, 웅도와 얘기하고 싶어 교실로 찾아갔지만 저는 또 문 앞에서 멈칫 하게 되요. 다른 여자애들과 얘기하고 있는 웅도. 저번에 희세하고 금세 사이가 안 좋아졌던, 유진이라는 애와, 다른 한 명은 잘 모르는 애입니다. 아마 반에서 사귄 웅도의 새 친구들이겠죠. 웅도와 대화하고 있는 두 명의 여자애들을 보니 마음이 더 착찹해집니다. 발걸음을 돌려요.

‘꿀꺽 꿀꺽.’

“후우.”

정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한숨을 쉽니다.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 여자애들을 질투한다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웅도랑 같은 반이 아닌 게 서글플 따름이죠. ……왜? 왜 서글프죠? 웅도가 누구랑 얘기하던 말던, 상관없는 일일 텐데. 이미 여자친구도 있고, 그런데 왜. 뭣 때문에 동요하는 걸까요, 저는. 이제는 제 마음도 잘 모르겠습니다.

“…….”

“……저, 선생님.”

“왜.”

쿨하고 터프한 모습으로 개인 컵에 뜨거운 물을 따르는 사감 선생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사감 선생님에게 말을 걸어요. 대뜸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선생님. 웅도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여자애들을 별로 안 좋아하시는 선생님이니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응입니다.

“고, 고민 상담 같은 거 할 수 있을까요.”

“……꼬꼬마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네?! 아, 그, 그게 아니라……!”

조금 무섭지만 그래도 얘기를 꺼내봅니다. 짜증도 많이 내고 화도 많이 내시지만 그래도 귀감이 될 만한 멋진 분이니까. 선생님은 잠자코 저를 내려다보시더니 말을 꺼냅니다. 마음이 코옥, 꼬집힌 것 같은 기분입니다. 화들짝 놀라 말까지 더듬게 됩니다. 제 반응을 보며 선생님은 마음에 드는 미소를 짓습니다. 너무 한순간에 마음을 꿰뚫으셨습니다.

“너희도 참 웃기게 노는구나. 꼬꼬마가 그리 좋을까.”

“그, 그런 게 아니라……!”

“아니면. 상담하려는 내용이 뭔데.”

“…….”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합니다. 선생님이 웅도를 ‘꼬꼬마’라 칭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웅도에게까지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부정했습니다. 하지만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에 저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습니다. 리유에게 했던 것처럼 잘 돌려 말하지도 못 하겠습니다. 너무 기습적으로 마음을 읽혀서. 부끄러워서 얼굴이 확확 달아오릅니다. 선생님은 녹차 티백을 흔들며 가만히 저를 바라보십니다.

“좋아는 하는데, 이미 꼬꼬마는 꼬맹이랑 사귀고 있고. 2학년 올라오니까 다른 여자애들도 속속들이 붙고. 마침 꼬맹이는 유학 갔고. 그래서 더 싱숭생숭 마음이 어떻게 못 하겠다 그런 거야?”

“…….”

“흐흥. 재미있어. 애기들은 애기들이네.”

선생님은 더더욱 상세하게 제 마음을 꿰뚫습니다. 저는 더욱 말을 잃었습니다. 식은땀까지 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띱니다. 정확하게는 희세의 말 때문에 불안한 마음에 불을 당긴 꼴이지만, 선생님은 제 마음을 그대로 읽은 듯 정확하게 파악하고 계십니다.

“권장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네 마음 정도는 표해보고 포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네?”

“지레 포기하는 건 건강에 안 좋지. 실제로. 심리적으로.”

선생님은 가만히 저를 쳐다보며 말씀하십니다. 상황을 말씀드리지도, 고민을 말씀드리지도 않았는데 조언이 먼저 나와 당황스러운 저. 하지만 경청합니다. 어쨌든 제 마음을 순식간에 다 읽어버리신 선생님이기에.

“그렇잖아. 너네 연애라는 게 결국 여자친구 남자친구 정도고, 무슨 조선시대 열녀처럼 의리 지킬 건 없잖아. 남녀관계에 그런 건 결국 헛된 이미지고. 결혼했던 사람들도 마음 안 맞으면 이혼하는데. 여자친구 있다고 말도 못 하고 마음 접는 건 너무 바보 같은 생각이지.”

“…….”

저는 말없이 선생님의 말을 듣습니다. 자신 있게 웅도에게 어필하겠다는 희세의 말이 더욱 생각나는 대목입니다. 선생님의 말은 물론 일리는 있습니다. 그치만, 아무리 그래도 그 여자친구가 저하고도 웅도하고도 희세하고도 모두하고 친한 리유인데, 그런 짓을 하면…… 그것 때문에 애써 마음 속 브레이크를 잡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대충 보면 너무 배려하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배려도 좋지만. 너를 챙기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적어도 연애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 배려할 때가 아니라 네 몫 챙길 거잖아, 연애는.”

“……!”

“그렇게 배려할 거 다 배려해주고 남 기분 생각해주다 결국엔 남자 뺏긴다. 말 한 마디 못 해보고. 그저 그런 착한 여자애로 남기 싫으면, 어떻게든 서툴러도 대시 해 봐.”

“…….”

“……경험에서 조언해주는 거니까. 나도 어릴 때엔 그랬다가 남자 한 놈 버젓히 친구녀석한테 뺏겼으니까.

대답이 없는 저에게 선생님은 계속 조언해주십니다. 그리고 그 조언이 너무 확실하게 제 마음을 찌릅니다. 전부 제가 브레이크를 걸던 이유들. 마지막에, 선생님이 저에게 조언해주신 이유가 드러납니다. 아, 그래서 조언해주신 거구나. 선생님은 ‘뭐, 이 정도 했는데 못 알아들으면 네가 바보인 거겠지.’ 하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얼른 꾸벅, ‘고맙습니다!’ 하고 선생님에게 인사하며 말합니다. 손을 척 뒤로 들어보이고 교무실로 돌아가시는 선생님. 굉장히 멋지게 보입니다, 그런 선생님이.


“오늘은 점심 밖에서 먹자! 분식집!”

“그래. 뭐 좋은 일 있어? 되게 밝아 보이는데.”

“응, 기분 좋아!”

“헤에. 뭔데, 무슨 일인데.”

“비밀─ 히히히.”

점심시간. 밝은 목소리로 웅도에게 말합니다. 웅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합니다.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하니 웅도는 제가 무슨 좋은 일이 있는 줄 알고 궁금해하는 눈치입니다. 더욱 밝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대답합니다. 웅도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미래도 희세도 의외라는 눈치로 저를 바라봅니다. 복도를 나와 밖으로 나갑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더는, 우유부단하게 생각한 것 또 생각하고, 바보처럼 반복하지 않겠다고. 제가 웅도에게 신경 쓰이고 리유를 생각하는 건, 한 가지 사실밖에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웅도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

저는 결심했습니다. 남의 시선이나 의견에 휘둘리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겠다고. 희세가 당당하게 웅도를 좋아하겠다고 해도, 저와는 관계 없습니다. 웅도 주위에 새로 사귄 여자애들이 있어도 그것 또한 저와는 관계없습니다. 저는 저의 길을 걸으면 됩니다.

“……!”

“……아~ 오늘 날씨 좋다! 히히히.”

“어, 그…… 어.”

흠칫 놀라는 웅도. 눈이 커져서 저를 쳐다봅니다. 저는 딴청을 피우며 애써 밝은 표정으로 말합니다. 웅도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대답합니다. 길을 걷는 사이, 웅도 옆에서 걷던 저. 눈치 보지 않고 얼른 웅도의 손을 잡았습니다. 따뜻하고 기분 좋은 웅도의 손. 손을 잡고 걸으니 저 또한 창피해서 얼굴이 확확 달아오릅니다.

희세는 엄청 놀란 눈치입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저를 쳐다봅니다. 저는 애써 희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그대로 걷습니다. 웅도는 말없이 가만히 걷습니다. 손을 뿌리치거나 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따뜻한 웅도의 손을 잡고 계속 걷습니다. 기쁜 감정이 마음속에서 마구 생겨나는 것 같아요.

“……오오~ 뭐랄까, 되게 좋네요. 좋은 게 좋은 건데.”

“응, 좋아!”

“…….”

미래가 제 옆에서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놀리는 것처럼 말합니다. 그런 미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저는 웅도의 손을 더욱 꼬옥 잡고 대답합니다. 미래는 더욱 환히 웃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웃습니다. 웅도는 굳은 표정. 희세는 더욱 얼굴이 흙빛이 돼 갑니다. 그러면 안 되는데, 희세 얼굴이 흙빛으로 굳어가는 걸 보니 더욱 기쁜 마음이 샘솟습니다. 저, 나쁜 애인 것 같아요.

“……그러게, 날씨 한 번 좋네!”

“……!”

“응, 진짜 좋아.”

“나도 좋은데.”

“응, 상관없어. 네가 좋은 거랑 내가 좋은 거랑 다른 거잖아?”

“……헤에.”

희세는 머리를 흔들어 머리카락을 정리하더니 금세 웅도 옆으로 붙습니다. 그러더니 웅도의 반대쪽 손을 잡습니다. 흠칫 놀라는 웅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희세를 바라봅니다. 저는 바로 대답합니다. 주어 없이 ‘좋다’는 대답. 희세는 ‘나도’에 힘주어 말합니다. 결심한 바를 말합니다. 희세는 입술을 깨물며 대답하지 않습니다. 옆에서 미래가 ‘어허허, 날씨 두 번 좋았다간 오빠 손 없어지겠네!’ 하며 말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와 희세는 각각 웅도의 손을 꼬옥 잡고 걷습니다. 꼭 웅도를 연행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지지 않아요. 희세가 적극적으로 웅도에게 어필한다 해도, 웅도가 다른 여자애들과 같이 논다 해도. ……리유가 있다 해도. 제 감정까지 속이면서 착한 척 연기하고 싶진 않아요. 저는, 웅도를 좋아해요. 아주아주 많이!


작가의말

요 며칠, 잘 연재하다 수렁에 빠져버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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