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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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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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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작성
15.10.0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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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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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9쪽

11화. 고난의 행군

DUMMY

평화로운 일상. 중간고사도 끝났으니 당분간은 걱정이 없다. 리유도 데리고 오지 못한 채로 물 흐르듯 시간은 가고 있다. 리유, 데리고 오지 못한 것은 좀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어도 데리고 왔어야죠!! 주인공 자리 실격이에욧!!”

“뭐라는거야, 아침부터!!”

장난스럽게 내 뺨을 밀치듯 때리며 소리치는 미래. 뜨끔 해서 눈을 부라리며 맞대응한다. 뜨끔한 정도가 아니라 덜컥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 미래 이 녀석, 진짜 남의 생각을 읽는 능력 같은 거 가지고 있나?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우연이잖아. 내가 ‘어쩔 수 없었지’ 하는 생각 하는 이 타이밍에 ‘아무리 그래도 리유를 안 데리고 오다니!’ 하는 생각을 동시에 해서 이런 장난을 건다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거겠지. 기분 탓이겠지.

“거기선 딱! 패기있게, 안 된다고 해도 데리고 왔어야죠! 원래 여자의 마음은 안 된다고 해도 되는 거에요! 안 되요되요되요 되요♡ 얼른 해주세요♡”

“뭔 소리야. 아니면 아닌거지. 그런 식의 여자어는 해석하고 싶지 않거든.”

“하아. 그러니까 인기가 없지. 그러니까 그러지! 빼애애애액!!”

미래는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말한다. 리유를 데리고 오지 않은 게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뭐, 미래가 리유랑 엄청 친하거나 한 건 아닌데. 이 녀석은 그저 나를 놀려먹을 명분을 찾을 뿐이니까. 지금도 뒤에는 은근한 섹드립을 넣어 나를 당황하게 만들려 한다. 아서라, 그런 섹드립으로 나는 이제 당황할 레벨이 아니니까. 실전(?)이 가미된 선생님의 섹드립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는 난데.

미래는 어쨌든 마음에 들지 않은지 ‘빼애애액’ 하는 효과음을 입으로 소리를 내며 난동을 피운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미래를 보면, 미래랑 같이 있으면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다. 똥이 더러워서 피하나, 무서워서 피하지. 자리에서 일어난다. ……뭔가 바꿔 말한 것 같은데. 어쨌든 미래를 피해 자리를 이동한다.

“하아.”

“음? 무슨 고민 있어?”

“어, 웅도 안녕.”

“응. 근데 왠 한숨?”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

“후으. 히힛.”

마음을 치유받기 위해 민서가 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헌데 애들을 쳐다보며 한숨 쉬고 있는 민서.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물어보니 인사하고 고개를 젓는 민서. 아니라고 하지만 무언가 있는 것 같다. 민서는 표정에 감정이 잘 드러나는 타입인지라. 뭔가 안 좋은 일이나 안 좋은 생각 하고 있는 것 같은, 조금 우울한 느낌의 표정이다. 재촉하며 물어보니 피식 웃는 민서. 그러고도 또 한숨을 쉰다.

“그냥, 그…… 아니야.”

“뭔데. 나한테도 말 못할 고민이야? 친군데?”

“으응, 그런 건 아닌데…… 웅도는 남자잖아.”

“아, 뭐 그런 고민이라면야 뭐. 말 안 해도 돼.”

“아아니, 꼭 그런 건 아닌데…… 후우.”

말을 꺼내려다가도 입을 다무는 민서. 궁금해져서 우선은 다그치듯 계속 물어본다. 나를 힐긋 쳐다보며 대답하는 민서. ‘남자잖아’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대답한다. 여자애들끼리만 얘기할 수 있는 고민 같은 것이구나, 하고 지레짐작. 하지만 민서는 또 고개를 젓는다. 뭐 어쩌라는 거야?!

“그…… 다른 애들은, 날씬하고 예쁜데. 나는 너무, 뚱뚱한 것 같아서.”

“에이, 그게 고민이야?”

“응…….”

“뭐 그런 걸 고민이라고! 민서 너 하나도 안 뚱뚱해!”

“피. 거짓말.”

가만히 다른 여자애들을 둘러보며 말하는 민서. 확실한 고민의 기운이 목소리에서 묻어 나온다. 나는 대수롭지 않은 태도로 대답했다. 기운을 북돋아주기 위해, 민서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다. 쉽사리 믿지 않는 민서.

“민서가 뚱뚱한 게 아니라 다른 애들이 마른 거야!”

“……그게 더 비참한데. 나도 마르고 싶단 말야.”

장난섞인 내 궤변에 민서는 뾰로통한 표정이 되어 말한다. 자칫 잘못하다간 정말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 장난을 걸어놓고도 조금은 불안한 기분으로 민서를 바라본다. 다행히 성격 좋은 민서인지라 그렇게 크게 기분 나빠하진 않는 것 같다.

“에이, 지금이 딱 보기 좋아! 요즘 애들 너무 말라서, 무슨 뼈밖에 없잖아?”

“그, 그럼 웅도 너는 나 같은 애랑 사귈 수 있……! 아…….”

“아아, 그럼. 문제될 게 뭐 있겠어?”

“엣……!”

아저씨처럼 말하는 나. 어느 정도 실제 내 심미안을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마른 것보다는 통통한 게 좋아! 무, 물론 살 쪄야 할 곳(?)에 많이 있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거(??)라면 더더욱 좋아! 결국엔 나도 이중잣대구나. 좋은 쓰레기야, 하하.

민서는 아저씨 같은 내 말에 흥분해서 말하다 금세 얼굴이 빨개져서 말을 못 잇는다. 부끄러워하는 모습이 대번에 보인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귀엽네, 민서. 연애 쪽은 완전 쑥맥이라 말 꺼내는 것만으로 이렇게나 창피해 하는 구나.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놀려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고개를 끄덕이며 호언장담하는 대답을 하니 민서는 입을 가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한다. 하하핫. 귀여워.

“그그그 그치만! 어쨌든 뚱뚱한 건 사실인걸!”

“에이, 아닌데?”

“그, 그, 그럼! 우, 웅도 네가 생각할 때, 여자애의 적절한 몸무게가 몇kg인데?!”

“에? 그거야 뭐…….”

얼굴이 빨개진 채 몸을 일으키고 당황해하는 민서. 어떻게든 대화주제를 바꿔보려 노력한다. 빙긋이 웃으며 대답하니 더욱 당혹스러워하는 민서. 말을 더듬으며 질문한다. 음, 여자애의 적절한 몸무게라. 그야 당연히 45kg……가 아니라. 그건 키나 기타 상황에 따라 다르지.

“키에 따라 다르지, 아무래도.”

“내, 내 키가 160이야!”

“음…… 그러면, 어디보자.”

자기 키에 대서 어느 정도 몸무게가 적정 무게냐고 물어보는 거지. 그렇다면 여기서 대답을 잘 해야하는 거네. 뭐, 내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높게 잡으면 되겠지.

그러니까, 표준몸무게 잡는 게 키 ? 100 곱하기 0.9 였나? 그럼 (160 - 100) x 0.9니까. 54kg? 뭐, 그것도 좀 많은 게 아닐까 싶지만. 45kg는 솔직히 꿈의 몸무게고, 엄청 마른 애들이나 가능한 수치지. 그래도 50kg 초반 대는 되어야 좋은 게 아닐까 싶은데. 민서는 아무래도 조금 통통한 편이니까, 그대로 54kg로 해주는게 좋겠다.

“55kg 정도?”

“헉……!”

“왜, 왜??”

“……아니야. 그냥, 나 엎드려 있을게.”

“왜?!! 너무 낮게 불렀어?! 왜!”

내 대답에 눈이 휘둥그래지며 놀라는 민서. 그대로 신속하게 책상에 엎드리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당황한 건 나. 충분히 높여서 말한건데?! 1kg 더 붙여서 말했는데?! 근데 이런 반응이면 난 뭐 어떡하라는 거야! 어떻게든 민서를 달래려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엎드린 민서에게 말한다.

“하─ 듣자듣자 하니까, 정말 눈치 없기로는 세계 제일인 오빠네요. 여자애 몸무게를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내가 언제 말했다고! 그보다 언제 끼어들었어, 너 피해서 민서한테 온 건데.”

“너무해요! 그렇게 대놓고 ‘피한다’는 말을 하다닛!”

“피할만 하니까 피하지.”

이런 때에, 낄 데 안 낄 데 가리지 않고 끼어드는 건 미래의 특성이다. 얼굴 가득 웃음을 띠고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한다. 잠자코 대답하니 별 것 아닌 말에도 큰 리액션을 보이며 충격받은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전혀, 미안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미래는 그래도 된다.

“여자애 몸무게는 철저한 비밀이에요! 넘겨짚기도 안 되고, 범위로 재는 것도 안 되요! ‘50kg에서 55kg 사이야?’ 이런 것도!”

“뭐 그리 까다로워. 나 그냥 여자애들이랑 말 안 할래.”

“어허! 그런 식으로 살면 오빠 사회생활 하기 힘들어요?!”

“그냥 스님 되거나 게이가 될게, 여자애들이 그렇게 어렵게 말한다면.”

“아아앙! 뭐에요 그게! 리액션을 해달라구요 리액션! 개그 쳐도 정색하고 다큐로 받으면 전 무슨 재미에요!!”

“싫은 건 싫은 거야.”

민서가 엎드려 있는 사이 짐짓 훈계하듯 말하는 미래. 나는 쿨하게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간다. 미래는 나를 붙들고 늘어지며 징징대며 말한다. 결국엔 자기 드립에 반응해달라 그런 말이잖아. 해결책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문제다.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만든다.

“이런 사건에 레이다가 발동을 안 할 제가 아니죠! 살 빼는 거잖아요?!”

“아니, 그런 얘기는 아니었는데.”

“뭐가 문제야! 일어나 이 돼지년아! 살은 빼면 그만이잖아! 그렇게 엎드려 있으니까 네가 돼지가 되는 거야!”

“미친, 뭐라는 거야?!”

“……정말?”

“어, 정말!”

언제나 ‘자기가’ 즐거울만한 일이면 빼놓지 않고 끼어들고 참견하는 걸 좋아하는 미래. 민서의 고민을 듣고 그녀의 사건 레이더망이 작동한 모양이다. 일이 커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무표정한 얼굴로 무감각하게 대답하지만 이미 미래는 민서에게 다가가 폭언을 일삼고 있다. 잠깐, 말이 너무 심하잖아?! 민서 불쌍한 표정으로 일어나서 대답하잖아?!

“돼지라고 해서 미안. 나는 미친 또라이 병X년이라 그래.”

“으응, 돼지 맞는걸.”

“자기비하 하지 마! 괜찮다니까?!”

얼른 사과하는 미래. 사과라도 제대로 하니까 그나마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미래다. 서글픈 표정으로 대답하는 민서. 얼른 태클을 걸며 북돋아준다.

“그치만, 66kg인데. 웅도가 불러준 것보다 10kg 넘게 뚱뚱하잖아.”

“몸무게 함부로 밝히지 마, 여자애가!!”

“역시, 돼지가 된 건 꿈이 아니었구나.”

“너도 드립 작작 쳐!”

자연스럽게 자기 몸무게를 밝히는 민서. 민서 이 녀석도 의외의 면에서 천연스러운 면이 많아서 태클 걸 게 한가득이다. 66kg면…… 좀 나가긴 하는구나. 키는 나보다 15cm 이상 작은데 몸무게는 거의 동급이네. 내가 68kg니까. 미래는 이 와중에 드립을 친다. 민서가 돼지라고 해도 괜찮으니까 막 기어오르잖아, 미래 녀석.

“크흠 흠, 어쨌든. 뚱뚱한 거 아니니까! 정 신경 쓰이면, 미래 말대로 빼면 되잖아.”

“……그치만.”

괜히 내가 다 성을 내며 말한다. 민서는 서글픈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끝을 흐린다.

“─그치만. 열심히 빼 보려고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실패했는걸. 이제 나 같은 건 어떻게 살 빼도 안 될거야, 아마.”

“네 멋대로 속마음 더빙하지 마. 망상이잖아.”

“어, 어떻게 알았어?!”

“뭐?!”

“핳하! 그야 척 하면 척이지!”

민서의 말을 이어 제멋대로 감성적인 소녀 목소리로 민서 속마음을 말하는 미래. 이것 또한 제멋대로 붙이는 거겠지 하는데 민서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미래를 보며 말한다. 그 표정은 꼭, 아까 속마음을 읽혀서 흠칫 놀란 내 느낌과 비슷하다. 미래 얘…… 설마 진짜 능력자 같은 거야?! 어깨를 으쓱하며 당연하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는 미래.

“아 뭐, 나머진 이따 얘기해. 쉬는 시간 다 끝났으니까.”

“어, 응.”

“가요! 선생님 오시잖아요.”

“어어.”

선생님이 오셔서 더는 말하지 못하고 흐지부지해졌다. 제자리로 돌아가며, 조금 껄끄러운 느낌으로 미래를 쳐다본다.


“몸무게?”

“엉. 민서가, 좀 컴플랙스라고 해서.”

“컴플랙스를 그렇게 쉽게 말해도 돼?”

“왜 다 나한테만 뭐라 그래. 민서가 말해도 된댔어.”

“어, 응.”

점심시간. 잠자코 여자애들 사이에서 몸무게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성빈이의 되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 희세는 대번에 뾰족한 대답을 나에게 던진다. 억울한 투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대답하니 민서가 거들어준다.

비록 리유는 없지만, 원래 먹던 애들에 민서에 유진이까지 더해져 밥 패밀리는 물경 6명의 대인원을 자랑하게 되었다. 여름방학 이후 리유까지 돌아오면 7명 되겠다. 먼 미래의 일이지만. 애들이 많아졌으니 말을 할 때 시선들이 모이는 게 많아져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뭐, 여자애들 앞에서 말 못 하고 버벅대는 건 예전에 극복했지만.

“다들 몸무게가 어떻게 돼? 나는 68kg인데.”

잠자코 물어본다. 슬쩍 애들 눈치도 살피면서.

“……질문이라고 하는 거야, 그거 지금?”

“아, 아무리 웅도라도~ 몸무게는 좀, 그런데?”

“웅도 그런 나쁜 성격이구나…… 나는 웅도가 바란다면 얼마든지 몸무게 정도는……♡“

볼멘 목소리의 희세. 한 대 때릴 기세다. 좀 봐주세요. 미소를 띠면서도 묘한 언짢은 표정을 짓는 성빈이. 아, 그런 표정 지으면 정말 기분 상하게 한 것 같아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잖아. 묘하게 끝을 늘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하는 유진이.저기…… 유진아? 뭔가 되게 무서운데, 그 대답?!

“오빠, 이제는 컨셉이에요? 눈치 없고 뇌 없는 거?”

“뇌 없는 것까진 아니지!”

미래의 폭언 태클은 너무 익숙해서 일상이다. 여자애들 한 명 한 명의 반응을 살피며, 역시 몸무게에 대한 얘기는 여자애들 앞에서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닫는다. 민서는 잠자코 그런 나를 바라본다.

“알았어. 질문을 바꿀게. 그럼 보통 다이어트들 하고 그래?”

이번에는 질문의 의도를 다르게. 이러면 좀 괜찮으려나.

“그건…….”

“나는 조금, 의식하긴 하지? 밤에 먹을 거 안 먹는다던가, 너무 배부르게 안 먹는다던가.”

“필사적으로 다이어트 하지! 먹고 싶어도 못 먹고, 흐응. 그치만, 잘 보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지……♡”

말끝을 흐리는 희세. 말하기 껄끄러운가? 더 물어봤다간 혼날 수도 있으니, 다음. 성빈이. 솔직한 대답을 해주는 성빈이. 과연, 성빈이도 몸무게 조절하는구나. 유진이는 필사적으로. ……근데 그 묘하게 말끝부분 요염하게 올리는 것 좀 안 하면 안 되나?! 묘하게 무섭잖아!

“저는 먹어도 안찌는 체질이라. 밤에 애니 보면서 라면 먹고 자도 살 안 쪄요.”

“그, 그럴 리가 없잖아 사람이!”

“깜짝이야! 뭐야, 왜 갑자기. 그냥 그런 체질인데 뭘.”

“아니야! 사기야, 그건!”

당당하게 가슴을 쭉 펴고 말하는 미래. 축복받은 타입이구나. 뭐, 미래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그럭저럭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긴 하다만. 갑작스럽게, 미래의 말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민서.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란 것을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다. 민서답지 않게 생떼 부리듯 잔뜩 앙탈을 부린다. 하하. 적어도 살에 있어선 굉장히 민감한 민서구나.

“뭐야, 민서 살 빼게?”

“아, 아니, 그런 건 아니구.”

“조금 고민이래서. 너네는 어떻게 하나, 싶어서. 다들 살 안 쪘잖아?”

유진이는 장난스럽게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민서를 툭툭 건드리며 말한다. 민서는 펄쩍 뛰며 고개를 절레절레, 격하게 반응한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가. 누가 봐도 ‘살 빼고 싶어’ 라고 말하는 민서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잠자코 옆에서 부연설명을 해준다. 애들을 죽 둘러보면서.

”무, 무슨 소리야! 네가 어떻게 알아! 그…… 다들 조금씩은…… 있어.”

“응, 사실 여자애들은 다 살을 숨기고 있거든!”

“천진난만하게 그런 대답 하지 말아줘, 성빈아.”

“응? 왜??”

새침하게 짜증스런 대답을 하는 희세. 희세의 말 속에 불편한 희세의 심기가 담겨있는 것 같다. 조금, 있구나 희세. 살. 성빈이는 천연덕스럽게 방실방실 웃으며 말한다. 그런 말을 하는 성빈이 본인도…… 그렇다는 말인가. 아무리 친하다지만 그런 식으로 천진난만하게 말하면 뭔가 기분이 묘하다.

“그럼, 목표는 정해졌네. 민서 살 빼는 걸로?”

“본인은 말도 안 꺼냈는데 왜 멋대로 정하는데.”

“아니이~ 이미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요, 온 몸으로! 그치?”

“아, 아니, 그…….”

예능 진행하는 MC처럼, 미래는 애들을 두루 살펴보며 말한다. 잠자코 태클을 걸어주는 건 내 사명 같은 건가. 미래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모두의 동의를 구하는 투로 말한다. 민서는 당혹스러운 투로 얼버무리듯 대답한다.

“그냥 이렇게 말해! 정 선생님……! 살이 빼고 싶어요…….”

“포기하면 편해. 하지 마.”

“끄학! 정의가 땅으로 떨어졌어! 나의 안 선생님은 그러지 않아! 뭐에요, 이런 드립만 칼 같이 대답하고!”

자연스럽게 미래의 드립 의지를 꺾어놓는다. 앙탈 부리듯 나에게 쏘아 붙이는 미래. 부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미래를 쳐다본다. 나머지 애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듣는 표정. 못 알아듣는 게 다행이지.

“……나, 살 빼고 싶어.”

“……오오.”

“어…… 그래, 좋은 생각이네. 음. 뭐. 왜. 뭐.”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곧게 쳐다보며 말을 꺼내는 민서. 성빈이가 ‘오오’ 하며 잠자코 대단하다는 투로 민서를 바라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미래와 희세의 눈총이 따갑다. 뭐, 왜. 내가 뭘 해야 하는데.

“아 진짜! 눈치 더럽게 없네! 오빠가 지도해줘야 할 거 아니에요!”

“내가 왜! 내가 뭐 다이어트 지도사야?! 헬스 트레이너야?! 내 한 몸 건사 못 하는데!”

“그럼 민서가 오빠한테 자기 살 빼겠다는 걸 왜 말해요!”

“그러게나 말이다!”

“미, 미안.”

“아니, 화내는 게 아니라.”

짜증스럽게 팍 말하는 미래. 적어도 미래의 말에는 한 마디도 지지 않아야 하는 사명이 있는 나다. 얼른 짜증스럽게 되받아치니 미래는 더욱 불같이 화를 낸다. 나도 마찬가지로 짜증. 민서가 미안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한다. 괜히 민서까지 휘말리게 했네. 성질을 가라앉히고 대답했다.

“응, 알았어. 그럼, 잘 할 줄은 모르지만. 한 번 같이 살 빼보자. 다들 같이 협조해주고, 그럼 되잖아?”

“응, 그러자! 다같이 살 빼면 훨씬 좋겠지?”

“고, 고마워 웅도야.”

“아니 뭐, 별 거 없잖아 살 빼는 건.”

미래의 성화에 못 이겨, 또 민서의 불쌍한 표정에 못 이겨 대답했다. 내 말 그대로, 살 빼는 게 별 게 있어. 그냥 먹을 거 줄이고 운동 열심히 하면 되잖아. 어려운 말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한다고 하지. 성빈이는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역시, 착한 성빈이.

“좋아좋아! 『민서 살빼기 프로젝트』, 현 시간부로, 실시!”

“뭔데 그건.”

“그냥 그런 타이틀 있으면 좋잖아요!”

“응, 살 빼는 거, 힘들 텐데……?”

“시작부터 기 죽이기 없기! 흥흥!”

이런 일에 나서는 거 좋아하는 미래가 큰 소리로 외친다. 제멋대로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타이틀까지 다는건가. 유진이는 잠자코 입맛을 다시며 지그시 말한다. 비꼰다기보다는 뭔가 아는 사람이 넌지시 정보를 흘리는 듯한 말. 미래는 ‘흥흥’ 하며 귀여운 척을 하며 유진이의 말에 태클을 건다.

뭐, 어떻게 어떻게, 휘말리듯 『민서 살빼기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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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05화 - 2 +8 15.08.20 942 27 19쪽
162 05화. 너를 내 것으로 하겠어 +12 15.08.18 1,173 16 19쪽
161 04화 - 2 +10 15.08.15 917 27 17쪽
160 04화. 마음만큼은 나도. +10 15.08.11 1,120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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