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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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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09.06 22:57
조회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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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
18쪽

07화. 말했을 텐데.

DUMMY

“…….”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옷매무새를 다듬고 집을 나섰습니다. 늘 같은 아침 공기이지만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바로, 웅도에 관한 얘기 때문에.

웅도가 리유를 두고 희세와 바람 피웠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여자애들 사이에서 꽤나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리유는 애들이 잘 모르지만, 희세나 웅도는 많은 애들이 알고 있는 유명 인사입니다. 소문은 금세 전교에 퍼졌고, 곧 학교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삽시간에 알려졌습니다.

아이들의 반응은 대게 부정적이었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군들 바람 피우는 사람이 좋게 보일 리는 없는 법. 아무리 그동안 이미지를 잘 쌓아온 웅도지만 엄연히 리유와 사귀는 중에 희세와 바람을 피웠다는 건 큰 타격입니다. 애들의 부정적인 반응엔 희세에 대한 질투 또한 섞여 있는 것 같습니다. 자존감 강하고 당당한 희세의 모습이, 다른 몇몇 애들에겐 건방지고 재수없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제 가장 친한 친구 두 명이 잔뜩 소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성빈아!”

“응응! 지선이 안녕~ 학교 같이 가는 건 오래간만이네? 성미는?”

“늦잠 자나봐. 짜증나서 먼저 왔어.”

“에이, 깨워주고 오지!”

“몰라, 제가 늦게 오는 거. 15분은 기다렸다구. 전화도 안 받고.”

중학교 때부터 친했던 지선이. 성미도 마찬가지인 소중한 친구입니다. 고등학교 와서는 웅도, 희세, 리유 등과 같이 밥 먹게 돼서 조금 덜 놀게 되었지만 그래도 마찬가지로 친한 사이입니다. 지선이의 불평에 저는 얼른 성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성미는 ‘지금 늦었으니까 전화 끊는다!’ 하고 끊습니다. 늦잠 잔 거 맞네요.

“그 얘기 들었어?”

“응? 무슨 얘기?”

“정웅도 소문.”

“엣…… 응.”

지선이의 말에 저는 살짝 어두운 표정이 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그 생각 하면서 혼자 걷고 있었는데. 친한 사람 외엔 낯가림이 심한 지선이는 웅도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조금 거북한지 입술을 깨물며 얘기를 계속합니다.

“……성빈이 네 친구니까, 별 말은 안 했는데. 되게 안 좋던데. 소문이.”

“응…….”

“바람 피웠다는둥, 리유에게 이별통보 했다는둥. 애들한테 알려진 게 너무 안 좋게 소문나서. 지금은 반에서 대놓고 왕따 시킨다던데.”

“……응.”

지선이는 제 눈치를 보며 말합니다. 아무래도 제 친구들 얘기이니 조금 말을 꺼내기 껄끄러운 모양이다. 그럼에도 말해주는 건 아마 제 걱정을 해주는 탓일 것입니다. 저는 잠자코 들으며 대답만 하다 지선이 손을 붙들고 말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려줘.’ 하고요. 안 좋은 소문이니 제대로 듣지 않아서 실상 제대로 된 소문의 실체는 잘 모르고 있거든요. 지선이는 얼떨떨해서 ‘어…… 응.’ 하고 대답합니다.


지선이의 입을 통해 들은 소문의 실체는 꽤나 심각했습니다. 대강 소문의 조각을 맞춰보면 이런 내용입니다.

─리유가 유학 간 사이 웅도는 많은 여자애들과 놀아났는데 그 중에 가장 적극적으로 꼬리를 친 것이 바로 희세. 원래도 희세에게 관심이 있던 웅도는 희세와 몰래 데이트를 하거나 자취방에 희세를 부르거나 해서 은밀하게 놀아나다가. 리유에 대한 관심은 점차 가시고 결국 헌신짝처럼 리유를 차 버린다.

그걸 주도한 게 희세. 웅도가 먼저 헤어지자고 말하면 모양새가 안 좋기에, 전쟁선포라도 하듯 희세가 리유에게 웅도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전송. 이어지는 웅도의 이별 통보에 리유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지금은 두 사람 모두, 안 좋은 소문 때문에 눈치를 보며 자숙하고 있다.


“그건 진짜 말도 안 돼!”

“……나도 좀 너무 심하다 싶은데. 다른 애들이, 리유한테 전화해보고 헤어진 거 얘기 들었다고 해서.”

“그럴 리가 없어! 웅도도, 희세도! 그거 진짜 웅도나 희세한테 얘기 듣고 하는 말이래?!”

“그건 나도 모르지.”

너무나 어이없는 소문의 내용에 저는 퍼뜩 놀라 말했습니다. 지선이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저 애들이 얘기하는 걸 듣고 저한테 알려주는 것일 뿐. 소문을 낸 당사자가 아닐 테니까요. 그래도 너무 어이가 없어 지선이에게 닦달하듯 말했습니다. 지선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요. 확실히, 무언가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도, 이것과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작년 이 맘 때 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소한 오해로, 웅도에 대해 소문이 퍼졌고 소문은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커졌습니다. 결국 웅도는 따돌림을 당하게 되었고, 저는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했습니다. 중간에 모든 것을 지켜봤는데도.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거야.”

“응? 뭔 소리야?”

“아아니, 그냥 혼잣말.”

다짐하듯 혼자 말하니 지선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습니다. 조금 무안하게 웃으며 얼버무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저번에는 명백하게 오해라는 걸 제 눈으로 지켜봤는데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웅도를 가만히 두었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웅도를 믿고, 따돌림 당하지 않게 노력할 것입니다. 그동안은 사태를 지켜보느라 가만히 있었지만, 지선이를 통해 소문의 진상을 파악하니 더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선이와 함께 학교에 들어갑니다.


“웅도야!”

“…….”

“……?”

가방을 놓자마자 얼른, 웅도네 반으로 갑니다. 꽤나 이른 시간에 등교해서 다른 애들이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웅도는 학교에 등교해 있습니다. 엎드려 있어요. 평소라면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진 않을 텐데.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니 작년의 일이 생각나 또 마음이 따가워집니다. 얼른, 웅도 이름을 부르며 깨웁니다.

“저기…… 그…….”

“…….”

“응? 응?”

“……됐어.”

천천히 고개를 드는 웅도. 멍하니 저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젓습니다.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저는 멍청하게 ‘응? 응?’ 하며 웅도를 쳐다봅니다. 웅도는 작게 말하고 다시금 고개를 책상에 파묻습니다. 어떻게 이야기를 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잠깐만, 성빈아.”

“응? 뭐?”

“잠깐만…… 얘기 좀.”

“응?”

조금 당혹스럽지만, 얼른 웅도에게 ‘웅도야아!’ 하고 다시금 말을 합니다. 웅도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문득 제 팔을 검지로 꾹 찌르며 유진이가 말합니다. 유진이는 주위를 쳐다보며 조금 진지한 낮은 목소리로 말합니다. 주위 애들이 저와 웅도 쪽을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입술을 깨물다 일단 유진이를 따라 나섰습니다.

“소문은 들었어?”

“어. 그래서 지금 웅도 저렇게 시무룩하게 엎드려 있는 거잖아.”

“지금은 조금…… 말을 걸 때가 아닌 것 같아.”

“그런 게 어디 있어! 전부 헛소문인데! 웅도가 시무룩해져 있을 이유가 없잖아!”

“……성빈이 너, 웅도 되게 신뢰하나보네?”

“어?”

복도로 나와 대뜸 먼저 말하는 유진이. 저는 조금 불쾌한 투로 대답했습니다. 유진이, 웅도하고 나름대로 반에서 친한 친구인 줄 알았는데. 제가 교실에 왔을 때, 다른 여자애들과 다름없는 눈빛으로 저와 웅도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저도 저번에는 그랬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유진이는 제 단호한 대답에 눈을 빛내며 저에게 묻습니다. 몇 번 보던 유진이와는 분위기부터 조금 다른 것 같아 조금 얼떨떨하게 대답했습니다.

“나도 당연히 믿지 않았지. 그치만, 다른 애들 쪽에서 시선이 그렇게 되니까. ‘휩쓸린다’고 해야 하나. 웅도한테 계속 말하니까, 웅도가 그러더라고. 자기한테 말 걸면 나까지 피해 입으니까, 지금은 말하지 말라고.”

“그, 그런 건…… 그런 건 상관없잖아! 진짜 친구라면!”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어쨌든, 웅도 말은 들어보고 얘기하는 게 좋지 않을까. 다른 방법 많잖아. 전화라던가, 톡이라던가.”

“…….”

“나름대로 조언해주는 거야? 나는?”

유진이의 말에 저는 더욱 가슴이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그 얘기는, 저번에도 똑같이 했던 말이잖아요. 그 때 그 말 듣고 전혀 말 걸지 않아서 웅도가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옆에서 똑똑히 쳐다봐야 했는걸요. 굳이 그 때 일을 유진이에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얼버무리다 힘 있게 대답했습니다. 유진이는 못 당하겠다는 듯 눈을 찡긋 하며 말하고 교실로 돌아갑니다. 떨떠름한 표정으로 교실로 돌아가는 유진이를 바라봅니다.

조금 껄끄러운 기분이지만 어쨌든 유진이는 제 생각을 해준 것입니다. 아까 웅도에게 말 걸었을 때, 반의 다른 애들 표정이 장난이 아니었거든요. 조금만 잘못하면 저까지 도매금으로 소문 퍼질 것 같은 기세. 유진이의 조언대로 우선 웅도에게 톡을 보내봅니다.

「웅도야!」

「ㅇㅇ」

「그 그 그…… 얘기 하고 싶은데! 이따 점심 시간에!」

「ㅇㅇ」

「점심시간 되자마자 별관 뒤편으로」

「응! 알았어!」

엎드려서 다른 애들 몰래 휴대폰을 하는지 웅도의 말은 지극히 짧습니다. 어쨌든 바로바로 대답이 오고, 제 제안에 흔쾌히 응하는 걸 보니 확실히, 아까 전 시큰둥한 태도는 꾸며낸 것 같습니다. 새삼 조언해준 유진이에게 조금은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웅도에 대한 생각과 걱정 때문에 수업도 집중이 잘 안 됩니다.


“어! 아까 나 무시한 정웅도다!”

“아하하…… 미안. 애들 보는 눈 있어서.”

“으응, 괜찮아.”

약속시간인 점심시간. 교사 뒤편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금방 웅도가 찾아옵니다. 얼른 손가락질 하며 장난스럽게 말했습니다. 웅도가 어색하지 않도록 저답지 않은 장난을 쳐봤습니다. 웅도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습니다. 며칠만에, 웃고 있는 웅도의 얼굴이 조금 수척해진 것 같습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일까요. 안쓰러운 기분이 듭니다.

“어떻게 된 거야.”

“음─ 소문의 진상 같은 거?”

“응…… 어.”

“그렇게 어색해하지 않아도 돼. 한 번 겪어보니까 이젠 아무것도 아니게 돼서. 하하하.”

“……쓸데없는 데에서 긍정적이네, 웅도는.”

막상 말을 꺼내기가 참 어색하고 민감합니다. 웅도는 먼저 웃으며 제 어색한 기분을 풀어줍니다. 웅도가 먼저 말해주니 조금은 얼굴의 긴장이 풀립니다.

“악의적으로 소문이 나긴 했는데. 맞는 말은 맞는 말이야. 리유하고 헤어졌고, 희세하고 바람피운 것도 맞고. 중간에 좀 석연찮은 게 있긴 한데.”

“……석연찮은 거?”

“뭐, 어디까지나 넘겨짚기지만. 어쨌든 소문 자체가 사실이라 딱히 내가 대답할 말이 없어. 저번처럼 희세라는 주동자가 있다거나, 진실과는 다르게 오해이고 왜곡되었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쓰레기짓 했지, 내가. 리유도 잔뜩 울리고. 하아아.”

“…….”

웅도는 참회하듯 허심탄회한 목소리로 말합니다.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요. 이제는 체념하는 표정입니다. 저는 말없이 웅도를 쳐다봅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아낍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도 웅도가 헤어졌다는 말에 조금은 무엇이가 말할 수 없는 기대를 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리유가 슬퍼할 것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이번 싸움은 어째 끝이 보이질 않아. 저번처럼 확실하게 끝낼 주동자도, 증거 같은 것도 없으니까. 어쩌면 인과응보지. 정당한 소문이란 건 없겠지만, 어쨌든.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어.”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그러니까, 성빈이 너도 나한테 말 걸지 말아줘. 미래는 끝끝내 고집 부리는데. 희세한테는…… 좀, 다른 사정이 있고. 유진이나 민서한테도 말 해놓았으니까.”

“……응.”

웅도가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막 거부하고 그럴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웅도의 슬픈 감정이 가득 묻어 나오는 심유한 눈동자를 보니 제 고집을 지키려 웅도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웅도도 웅도 나름대로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섣불리 제가 나선다고 될 일도 아니고, 웅도 본인이 인정을 해서 제 기분도 마찬가지로 진퇴양난이 되었습니다.

“밥 패밀리도, 당분간은 해산이네. 뭐, 미래랑 같이 편의점 도시락 먹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점심 정도는 같이 먹어도 되지 않을까? 어차피 애들 안 보이는 데서 먹을 텐데?”

“뭐, 그렇다면…… 아니, 아니야. 성빈이 너는 다른 친한 애들도 많으니까. 그 애들이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하게. 그 애들도 뻔히 알 텐데. ‘웅도랑 밥 먹었데’ 하고 소문났다간…… 나는 그 꼴은 못 보겠어. 지금도 조금은 위험하니까. 내가 따돌림 당하는 건 상관없지만, 다른 애들까지 휘말려서 같이 도매금으로 까이는 거, 그건 못 참겠으니까. 부탁할게.”

“응…… 미안해.”

“내가 미안하지. 먼저 갈게.”

“응!”

잔잔한 말투로 말하는 웅도. 미래와는 같이 점심을 먹는다는 말에 저도 같이 동참하고자 하지만 웅도는 선선히 대답하다 곧 정색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정말 진지한 태도에 저는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웅도는 먼저 가겠다고 하고 뒤돌아 뛰어갑니다. 저도 천천히 교사 뒤편을 나섭니다.


“……!”

“…….”

마악 교사 바깥으로 나오는 모퉁이, 인기척도 없이 누군가 스윽 나옵니다. 흠칫 놀라 눈이 커졌습니다. 유진이. 너무 갑자기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귀신도 아니고, 왜 이런 데에서 나오는 걸까요. 저야 웅도와 얘기하느라 이런 후미진 곳에 있었던 것인데. 유진이는 빤히 저를 쳐다봅니다.

“웅도랑 무슨 얘기 했어?”

“……엿들었어?”

“그런 건 아니고. 이런 데에서 무슨 얘기하나 궁금해서.”

“이런 데까지 쫓아온 네가 더 이상한 거 아니야?”

“후후. 그렇네.”

묘하게 경계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게, 미묘하게 상황이 오해하기 딱 좋은 상황이잖아요. 웅도랑 저랑 단 둘이 교사 뒤편에서 얘기했는데, 웅도는 지금 안 좋은 소문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황. 유진이가 이 상황을 적절하게 왜곡해서 말 한 마디만 한다면 저까지 같이 당하기 딱 좋은, 그런 상황입니다. 유진이는 의미모를 미소를 짓습니다.

“웅도, 그럴 줄은 몰랐는데. 바람피우고 여자친구 차 버리다니. 그것도 여자친구는 유학 가 있는데. 들어보니까, 바람피운 애랑 사진 찍어서 그거 보냈다는데. 와, 완전 멘탈 파괴하는 거 아니야 전 여친?”

“……아니야!”

제 앞을 천천히 거닐며 말하는 유진이. 소문 그대로의 말이지만 저는 감정이 상하는 걸 느꼈습니다. 아직 정확한 건 아니지만, 제대로 들어보진 않았지만 웅도가 ‘꺼림칙한 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는 건 웅도가 느끼기에도 분명 과장되고 부자연스런 소문이라는데 그걸 그대로 믿고 저한테 말하는 저의가 무엇일까요. 저는 냅다 소리쳤습니다. 유진이는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쳐다봅니다.

“웅도한테 그 말 직접 들었어? 희세한테 직접 물어봤어? 전부 그렇잖아! 직접 듣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소문만 점점 크게 부풀릴 뿐이잖아! 정작 당하는 당사자들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도 못 하고! 설령 그게 맞다고 한들, 그건 그 당사자들 얘기인데 왜 다른 애들이 웅도를 따돌려야 하는데? 그게 맞는 일이야?! 유진이 너 웅도 친구 아니었어?! 근데 왜 그래!”

“……그럼, 그게 사실이 아니야? 웅도가 바람피웠다는 사실이.”

“그건 맞지만! 어쨌든, 아닌 건 아닌 거야. 그런 걸로 웅도한테 쓰레기라고 하고 따돌리는 거, 절대 맞지 않아.”

“……그렇구나. 응, 그런 거 같아. 확실히.”

“……?”

저는 약간 감정이 폭발해서 유진이에게 몰아치듯 말했습니다. 다소 두서없지만 제가 생각한 바가 말에 전부 들어있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친구를 따돌리는 건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 다들 자연스럽게 아무 죄의식 없이 행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두 번째로. 웅도는 지금, 두 번째로 따돌림 당하는 거잖아요?

웅도가 바람피운 것은 분명 잘못한 일입니다. 자세한 사실여부는 모르겠지만, 정황 상 리유랑 사귀고 있을 때 바람피우고 헤어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따돌림을 당해야 할 이유인가요. 웅도는 연예인이나 공인이 아닙니다. 그건 철저하게 개인들의 문제잖아요. 설령 연예인이나 공인이라 해도, 그네들의 스캔들은 철저하게 그들의 일일 뿐입니다. 도덕적 문제가 있을지언정, 그걸 명분으로 다른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하물며 같은 반 친구이고 다 같은 친구인 웅도에게 이런 짓은, 너무 가혹합니다. 분명하게 말해야겠습니다.

유진이는 제 말에 눈이 동그래져서 저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러더니 피식, 아까 보인 의미모를 미소를 지으며 대답합니다. 미소라기보단 묘한 느낌의 웃음. 말은 제 말에 긍정하지만 표정은 무엇인가 비꼬는 듯 마음에 들지 않는 듯한 느낌의 웃음입니다.

“정말 웅도랑 친하구나, 성빈이는. 응, 알았어. 충분히 알아들었어.”

“……어, 저기.”

“걱정마세요─ 그런 이상한 소문 같은 거 안 내니까. 지금 웅도 상황 민감한데, 너랑 같이 있었다고 얘기하면 너까지 같이 까이잖아? 그런 건 안 좋으니까.”

“어…… 고마워.”

의미심장한 말을 하고 유진이는 몸을 홱 돌려 자리를 뜹니다. 조금 싱거운 느낌입니다. 무엇인가 반박할 줄 알았는데. 저는 꺼림칙한 기분에 얼른 유진이를 불러 세웠습니다. 하지만 유진이는 제가 하려는 말을 대신 해주곤 고개를 돌려 저를 보고 싱긋 웃습니다. 다시금 가던 길을 가는 유진이. 저는 얼떨떨해서 우선은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유진이는, 여기 왜 있었던 걸까요. 정말 우연히 지나가다 본 걸까요. 기분이 영 좋지 않습니다. 아, 성미랑 지선이가 오래 기다리겠어요. 점심시간 다 지나기 전에 얼른 가야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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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97 연필유령
    작성일
    15.09.07 01:35
    No. 1

    유진이는 착실하게 플래그를 세워가고 있습니다. 여러모로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9.08 21:53
    No. 2

    ......유진이가 핵심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Kestrel
    작성일
    15.09.07 05:48
    No. 3

    연필유령님이 말씀하신게 사망 플래그였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9.08 21:54
    No. 4

    그- 그 정도 인가요?! 죽어야 하나요, 이 한을 풀기 위해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6 비행병아리
    작성일
    15.09.07 09:41
    No. 5

    나이스보트를 다함께 타는 플레그를.... 아..아...아닙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9.08 21:54
    No. 6

    nice boat. 정웅도...... 너를 가질 수 없다면, 차라리, 차라리......!

    아, 그런 전개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후훗.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5 널그리워해
    작성일
    15.09.21 00:25
    No. 7

    흐음....남의 일에 저리 참견하는...
    뭐 내가 못가지니 너도 갖지마라
    만인의 연인으로라....는건 이해를 합니다만...방법이 좀 거시기하네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09.21 22:33
    No. 8

    좀 개연성이 없는 것은 저도 숙지하고 있습니다.
    어쭙잖게 막장드라마의 기법을 도입해보려다 이런 사단이...... 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진주곰탱이
    작성일
    15.09.29 12:47
    No. 9

    유진이가 핵심이라면 이런 방법은...
    방송국 삼류드라마 막장 시나리오~
    주인공들은 영문도 모르는채 당하기만 하고 악역들은 뒤에서 팔짱 끼고 키득거리고 있는 바로 그것!!!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7 김태신
    작성일
    15.10.01 20:58
    No. 10

    네, 그렇습니다. 방학동안 엄마 따라 아침드라마 보다 보니...... 이렇게...... 돼 버렸습니다 ㅠㅠㅠ 죄송합니다 ㅠㅠ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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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08화 - 3 +10 15.09.15 1,063 19 21쪽
174 08화 - 2 +12 15.09.13 1,004 20 19쪽
173 08화.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 +16 15.09.11 959 20 19쪽
172 07화 - 3 +10 15.09.09 1,097 17 20쪽
171 07화 - 2 +16 15.09.08 936 17 19쪽
» 07화. 말했을 텐데. +10 15.09.06 1,036 20 18쪽
169 06화 - 4 +6 15.09.04 998 18 23쪽
168 06화 - 3 +10 15.09.01 1,046 20 21쪽
167 06화 - 2 +8 15.08.30 1,005 19 19쪽
166 06화. 일장춘몽 +12 15.08.27 1,220 68 20쪽
165 05화 - 4 +18 15.08.24 1,213 25 18쪽
164 05화 - 3 +14 15.08.22 1,104 21 19쪽
163 05화 - 2 +8 15.08.20 943 27 19쪽
162 05화. 너를 내 것으로 하겠어 +12 15.08.18 1,173 16 19쪽
161 04화 - 2 +10 15.08.15 918 27 17쪽
160 04화. 마음만큼은 나도. +10 15.08.11 1,120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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