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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조회수 :
553,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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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24
글자수 :
2,992,898

작성
15.10.08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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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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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8쪽

11화 - 3

DUMMY

“후우…… 흣.”

“긴장돼?”

“응……!”

“긴장할 거 없어, 처음엔 다 그러니까.”

“으읏…….”

양호실. 양호선생님 같은 거, 초등학교 이후로 본 적도 없다. 양호실이 있는 게 기적이지. 고등학교의 양호실은 뭐랄까, 이상한 이미지가 덧칠돼 있다. ……일반화시킬 건 아니고 나 혼자만의 이상한 이미지일지 모르겠지만.

불 꺼진 양호실, 남자애 여자애 둘이 들어와 있다. 잔뜩 긴장한 두 사람. 남자애가 여자애의 긴장을 풀어주고자 한 마디 꺼낸다. 그래도 여자애는 마냥 긴장한 모양이다. 여자애는 민서, 남자애는 나. 여기는 양호실. 와, 양호실 침대에서 뭘 할 거야? 뭐긴 뭐야 사랑의 ㄱ……

“그럼, 한다?”

“으, 응!”

‘위이이이이이잉 툭.’

‘삐익.’

“오. 아아. 흠.”

잔뜩 긴장한 표정의 민서. 내 말에 눈을 질끈 감고 발판에 올라선다. 사실 내가 할 건 아무것도 없다. 발판에 올라선 순간 알아서 눈금이 내려오니까. 특유의 기계 소리를 내며 내려오는 눈금. 민서의 머리에 톡 닿고 다시금 올라간다. 그와 동시에 측정되는 민서의 키, 몸무게, 비만도.

여자애의 몸무게를 알려고 하는 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다. 이미 그것 때문에 저번부터 자꾸 미래와 유진이에게 까였으니까. 하지만 민서는 이미 나한테 몸무게를 밝혔고, 무엇보다 내가 트레이너처럼 민서 다이어트를 주관하게 되었으니까. 계기판에 뜬 민서의 몸무게를 살핀다.

“어, 어때? 좀 빠졌어??”

“159.8cm, 66.2kg, 123%. 비만.”

“에에─?! 하나도 안 빠졌어?!”

여전히 눈을 질끈 감고 물어보는 민서.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일으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전혀 안 빠졌다. 하긴, 이제 겨우 다이어트 3일 했는데 빠질 리가. 겉으로 봐도 전혀 안 빠졌는걸. 민서는 화들짝 놀라 눈을 뜨고 몸을 숙여 결과를 지켜본다. 믿겨지지 않는다는 표정.

“다, 다시 재보면 빠져 있을까?”

“그럴 리 없잖아. 안 빠진거야, 그냥.”

“그, 그럴 리가. 그렇게나 운동하고 그렇게나 안 먹었는데!”

“3일동안. 겨우 3일 지났어, 민서야! 그렇게 쉽게 빠지면 누군들 살을 못 빼겠어.”

“히이이잉…….”

뭔가 미신에 사로잡힌 아주머니 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민서. 그럴 리가 없잖아. 단호한 내 대답에 잔뜩 풀이 죽은 민서. 잔뜩 시무룩해져서 제자리에 쪼그리고 앉는다. 뭐, 민서 딴에는 3일동안 정말 힘들었겠지만. 다이어트라는 게, 시간 싸움이잖아? 그렇게 쉽게 며칠만에 뚝딱뚝딱 살이 빠진다면 수천억에 이르는 다이어트 산업이 있을 리가 없겠지. 살을 에너지로 태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더 열심히 하자. 그럼 이번주 안에 1kg는 빠지지 않을까?”

“겨우 1kg?”

“겨우라니, 1주에 1kg 빼면 10주만에 10kg 빠지는 건데. 두달이면 네가 원하는 몸매가 되는 거라구!”

“그, 그렇네? 헤헷. 이, 이따 체육시간에 잔뜩 달려야지!”

“응, 그래야지.”

어떻게든 좋은 말로 회유해본다. 의외로 단순한 민서. ‘겨우’라고 시무룩하게 대답하다 내 이어지는 말에 금세 회복된다. 기운을 차린 민서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참, 어린애도 아니고. 묘하게 리유랑 대비되는 순수성이 있어 피식 미소가 걸린다.


“…….”

“왜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쉬는 시간. 쉬는 시간에도, 나는 민서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가만히 지켜보니 민서는 쉬는 시간에 곧잘 자더라고. 움직이기는커녕 엎드려 자니까 살이 붙을 수밖에 없지. 쉬는 시간 10분 동안 과한 운동을 하기엔 시간이 모자라니까, 간단한 스트레칭 같은 것을 시킨다. 잠도 못 자고, 적절하게 운동 비슷하게 몸도 풀어주니까 일석이조.

그런 스트레칭을 시켜주면서 나도 같이 하고 있는데, 민서는 멍 때리며 몸을 움직이지 않는다. 공허한, 저 심우주 성간물질과도 같은 눈빛. 뭐라는 거야, 그게 뭔데. 어쨌든 뭐랄까, 그런 표정을 하고성 멍 때리고 있는 민서다.

“……화장실, 갔다올게.”

“어어. 매점 가면 안 돼?”

“……응.”

늘 둥글둥글 웃거나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의 민서인데, 이렇게 무표정·무감각한 얼굴을 하니 묘하게 무섭다. 천천히 일어나 그 멍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보며, 정확히 말하면 내 쪽 허공을 보며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신신당부를 한다. 민서는 영혼이 나간 것처럼 살짝 ‘흐흥.’ 하고 웃으며 대답한다. 너무 지나친 다이어트로 정말 혼이 빠져나간 것일까. 좀, 단기간에 너무 무리하기는 했지. 이게 확실히 맞다고 생각했는데. 좀, 줄여줘야 할까. 운동량이나 먹는 거.

“음…….”

나는 가만히 휴대폰의 시간을 지켜본다. 민서가 간지 벌써 7분. 쉬는 시간은 거의 끝나간다. 화장실을 그렇게나 오래 갈까? 아니 뭐, 대변을 본다거나 하면 충분히 그만큼 걸리겠지만, 또 여자애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나의 제 6의 감각, ‘촉’은 그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잠자코 자리에 일어나 복도로 나왔다.

“아 유진아. 잠깐 화장실 좀 들어가서.”

“어머. 변태 같은 취미? 여자 화장실 들어가서 뭐하게? 변태 씨 맞구나, 웅도?”

“아아니, 그런 게 아니라!”

막 화장실에서 나오는 유진이. 대뜸 붙들고 부탁을 하려니 유진이는 깔깔 웃으며 나를 놀려댄다. 미래와 어울리다보니 어느새 나를 놀려먹는 정도가 미래 못지 않게 된 유진이. 미래와는 달리 아직 제대로 된 대처법이 없어 이렇게 장난을 치면 조금 당황하게 된다. 그래도 일단은 뚝심으로 밀어 붙인다.

“민서 때문에 그런데, 화장실에 혹시 민서 있나 봐줄 수 있어?”

“왜에? 민서가 꼭 화장실에 있어야 해?”

“그…… 혹시라도, 화장실 간다고 하고 매점 갔나 싶어서.”

“헤에~ 웅도, 여자애 못 믿는구나? 실망이야~”

“그런 게 아니라.”

얼른 부탁하니 유진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곧이곧대로 말하니 유진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비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그래, 민서를 못 믿는 거겠지만.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다이어트’가 걸린 일이니까. ‘어쨌든 얼른.’ 하고 말했다. 쉬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유진이는 ‘알았어’ 하고 화장실에 들어간다.

“아무도 없는데? 칸마다 다 열려 있어.”

“그렇다면…….”

“헤에. 폭식하고 있는 거 아니야? 매점에서?”

“고마워, 유진아!”

“흐흥, 재미있게 노네.”

금세 나와 말하는 유진이. 아무도 없으니 금방 나왔겠지? 나는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입술을 깨물었다. 화장실에 간다고 했는데 화장실에 없다면…… 결국, 그 곳 뿐인가. 내가 생각한 것을 유진이가 말로 해준다. 얼른, 자리를 뜬다. 유진이는 웃으며 그런 나를 바라보며 한 마디 던진다.


“아줌마! 혹시 여기 좀 통통한 여자애 한 명 오지 않았어요?!”

“응? 어, 왔었는데. 빵 잔뜩 사서 어디로 가던데?”

“에?! 어디로 갔어요?!”

“저쪽으로.”

매점의 아주머니는 철저하게 NPC(?)이다. 딱히 아주머니와 얘기할 일이 없으니까. 그래도 나는 혈기왕성한 남고생인지라 매점에 자주 와 매점 아주머니의 주머니를 흡족하게 해주는 VIP 손님 중 한 명이다. 그렇기에 아주머니는 내 얼굴을 외우고 있다. 애초에 여고에서 남자애 한 명인데, 못 외우는 게 이상하잖아.

아주머니는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 쪽을 가리키신다. 더욱 다급한 마음으로 뛰기 시작한다. 일단 매점 아주머니의 확정적인 ‘빵 잔뜩 사서’라는 말. 민서 이 녀석……! 결국에는 일을 냈잖아!

‘부스럭.’

“…….”

“…….”

마음만은 학교 전체를 뒤져서라도 민서를 찾아내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아주머니가 가리킨 쪽을 달려간 나. 하지만 허무하게,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민서를 찾았다. 매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구석 계단에서 불쌍하게 빵을 뜯어 먹고 있는 민서. 다른 손에는 살포시, 아직 뜯지 않은 빵이 두 개 안겨 있다.

멍하니 나를 쳐다보는 민서.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민서를 바라본다. 민서는 멍하니 나를 쳐다보면서도 입은 바삐 움직이고 있다. 우적우적 빵을 꿀꺽 삼키고 다음 행동을 하지 못하는 민서. 빵을 들고 있는 오른손이 멈춰 있다.

“빵…….”

“……아.”

“아!? ‘아’가 아니잖아 ‘아’가! 미쳤어?!!”

“히이이익!”

‘빵’ 하고 입을 땠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잠깐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민서는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아’ 하고 말한다. 그 ‘아’를 기점으로, 나는 폭발하듯 민서에게 다가가 몰아붙였다. 깜짝 놀라 움찔, 왼손으로 안고 있던 빵들을 떨어뜨리는 민서. 그러면서도 오른손에 들고 있는 빵은 초인적인 의지로 붙들고 있다. 과연.

“이걸 이렇게 먹으면 어떡해! 빵 하나가 칼로리가 몇인데! 세 개? 이 전에 더 먹었어?! 몇 개를 먹은 거야!”

“그, 그…… 세 개.”

“세 개?! 이것까지 합쳐서?”

“이, 이거 전에…….”

“그럼 네 개?! 안 먹은 것까지 합치면 6개?! 야 진짜 너무하잖아!”

“……응, 흣, 으우우…….”

민서에게 가까이 다가가 심각한 목소리로 묻는다. 민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얼버무리듯 말한다. 다이어트에 철저한 금기사항인 빵을 먹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다그치니 민서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실토한다. 4개?! 4개는 너무 심하잖아! 나라도 빵 4개 먹으면 배부를 것 같은데! 거기다 욕심껏 두 개 남아있는 빵은 뭔데?! 아무리 배고팠어도 너무 심하잖아!

“……흑! 흐윽, 미안, 으으.”

“아아…… 그, 어. 미안.”

“아, 아니야! 흣! 흑. 너무, 너무 배가 고파서……!”

“…….”

민서는 눈물을 뚝뚝 흘린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훌쩍거리며 미안하다 말한다. 경위야 어찌됐든 여자애를 울린 꼴이 됐으니 나는 순식간에 떨떠름한 기분이 되었다. 어쩔 줄 몰라하다 우선은 사과했다. 민서는 더욱 서럽게 울며 구슬같은 눈물을 뚝뚝 흘린다. 둥글둥글한 민서가 그렇게 울어버리니까 더욱 죄책감이 든다. ……어째 저번에, 화장실에서 울던 것보다 더 서럽게 우는 것 같은데. 유진이한테 폭언을 들은 것보다 먹을 걸 먹다 들킨 게 더 슬픈 건가.

“너무, 흑! 정신력이, 약해서 흑! 웅도가, 시간 내서 도와주는데도 흑! 이렇게, 실망시켜버렸 흑! 어, 흐으, 미안해, 미안해! 흑!”

“어어, 괜찮아 괜찮아. 실망하지 않았어. 그럴 수 있지. 빵 먹을까? 하나 먹어도 돼?”

“흑! 응? 빵?”

“어. 얼른 먹어. 어차피 먹던 건 먹던 거니까. 자, 아. 먹어.”

“우읍. 웁. 으헝.”

우선은 민서를 진정시키는 게 우선이다. 민서는 잔뜩 격앙된 상태로 울먹이며 자신의 죄목을 낱낱이 밝힌다. 지금 잘잘못을 따지는 게 우선이 아니다. 울음을 그쳐야만 한다. 여자애의 울음은 굉장한 무기임이 틀림없다. 남자애를 이렇게나 어쩔 줄 모르게, 패닉상태로 만들어 버리니.

황급히, 쪼그리고 앉아 민서와 눈높이를 맞췄다. 한 손에 들고 있는 민서의 빵을 뜯어 민서의 입에 들이민다. 웁웁거리며 급작스러운 빵 세례(?)를 받는 민서. 나는 얼른, 땅에 떨어져 있는 민서의 빵을 들어 봉지를 뜯었다. 나도 한 입 먹고 민서도 한 입 먹였다. 좋아, 빵 먹은 것 때문에 화가 안 났다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괜찮겠지.

“괜찮아졌어?”

“흑! 응…… 맛있어.”

“하핳. 먹는 걸로 스트레스 풀리면 살찔 확률 높다는데.”

“히잇, 진짜?”

“어어, 괜찮아 괜찮아. 어차피 먹을 건 먹어야지.”

잔뜩 우물거리며 대답하는 민서. 눈물 고인 채로 볼이 빵빵해서 대답하는 게 어째 귀엽다. 피식 웃으며 말하니 민서는 다시금 식겁한다. 또 울어버릴까 두려워 얼른 달랜다.

“지금은 먹고, 운동해서 빼자. 응?”

“응, 열심히 할게.”

“먹은 건 어차피 먹은 거니까.”

“응, 고마워. 나, 진짜 열심히 할게.”

결국 남은 빵 2개도 마저 먹어치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쉬는 시간 끝나는 종소리는 아까 친 지 오래. 수업시간까지 넘겨버렸네. 하지만 뭐, 어쩔 도리가 없잖아. 여자애가 그렇게 우는데, 당황하지 않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 겨우 민서의 울음을 그치고 교실로 간다.

빵 하나에 칼로리가 200-300칼로리 정도 되니까, 민서가 5개 먹었으니까…… 1000-1500칼로리…… 하…… 심각하네.


“하아…… 하아……!”

“잘 달리네?”

“어. 요즈음은 되게 열심히 하거든.”

이제는 혼자 달리는 민서. 시키지 않아도 점심시간에 혼자 체육복으로 갈아 입고 운동장을 달린다. 체육시간에는 나도 같이 뛰지만. 저번 매점 빵 탈주 사건(?)이 오히려 더욱 철저하게 살을 빼는 계기가 되었다. 지도하는 대로 묵묵히 밥 반절씩 먹기, 매점 안 가고 쉬는 시간마다 스트레칭까지 잘 실행하고 있는 민서.

희세는 창가에 서서 민서를 쳐다보며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나. 괜히 내가 다 뿌듯한 기분이다. 아무렴, 지도하는데 잘 따른다면 기분이 안 좋을 리 없잖아?

“와─ 이러다 민서, 살 엄청 빼서 초미소녀 돼서 오는 거 아니야? 그럼 희세 너도 위치가 간당간당 해요? 오빠 그런 스타일 좋아하니까?”

“무, 무슨 소리야.”

잔뜩 비웃는 듯한 눈을 하고 놀리는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미래. 희세는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렇잖아? 오빠, 마른 것보다는 육덕진 스타일 좋아하는데. 민서가 기적적으로 살 빼서 적절히 통통한 미소녀가 돼서 온다면! 민서 살 때문에 그렇지 예쁘장하게 생겼잖아!”

“그,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살 빠지면 좋은 거잖아? 저렇게 열심히 운동하는데?”

“에에~ 애써 괜찮은 척~ 지금 후달리지~?”

계속해서 희세를 도발하는 미래. 얘는 누구 맘대로 내 이상형 스타일을 정하는 건데. ……물론 틀린 말은 하나도 없지만. 굳이 사족을 붙이자면 지금 희세에서 조금만 통통해진 그런 스타일? 희세의 새침한 대답에 미래는 더욱 좋아 죽을 것처럼 신나하며 도발을 계속한다.

“그럴 리가 없잖아. 저렇게 열심히 운동하면, 빠지라는 뱃살은 안 빠지고 가슴이 빠질걸. 경험자가 여기 있으니까.”

“아아~ 안타까워~ 그럼 희세 못 이기지, 저 거대한 게 버티고 있는데~!”

“무, 무슨 소리야 진짜!”

옆에서 심드렁한 말투로 끼어드는 유진이. 뭔가 해탈한 것 같은 표정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민서를 멀거니 쳐다보며 혼잣말하듯 말한다. 미래는 의미심장하게 말하며 희세의 특정 부위를 잔뜩 티나게 쳐다본다. 희세는 얼굴이 빨개져서 얼른, 뒷걸음질 치며 대답한다.

“……뭘 보는데 변태새꺄!”

“안 봤어! 쇄골 봤다 쇄골! 왜 단추 하나 풀고 있는데!”

“뭐, 뭘 봐 미친 변태새꺄!”

희세는 괜히 나에게 시비를 건다. 이런 때엔 드립력이 꿈틀거려 나도 모르게 더한 말을 해버렸다. 가슴은 안 보고 쇄골을 봤다. 너의 섹시한 쇄골이 내 말초신경을 건드렸다. 내 잘못은 아니다. 네 잘못이다. 그러니까 왜 그 쇄골이 보이게 단추를 하나 풀고 있나. 이래서 여자애들이 문제라니까. 그런~ 복장을~ 하고 다니니까~ 그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거지~

……뭔가 50대 꼰대 아저씨가 된 기분인데. 미래는 깔깔 웃으며 ‘역시 오빠! 『변태 씨』 칭호는 2학년 되도 건재하네요!’ 하고 칭송한다. 그런 우러름, 굉장히 떨떠름한데. 희세는 성희롱이라도 당한 여자애처럼 잔뜩 움츠러들어서 오른팔로 가슴을 가리고 나에게서 2m 정도 떨어져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본다.


“요즘 열심히네, 민서?”

“응, 저번에 그런 모습 보였으니까, 더 열심히 해야지.”

“오오. 뿌듯한데.”

달리기를 하고 돌아오는 민서를 보고 한 마디 해준다. 사소해보여도 이렇게 이르집어주면 기분 좋잖아. 민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싱긋 웃는다. 어째 얼굴이 조금 덜 동글동글 한 것 같은데.

“한 번 몸무게 재볼까?”

“어……? 얼마 안 됐는데, 또 똑같겠지.”

“에이, 그래도 1kg라도 줄어들었으면 기분 좋지 않을까? 지금 흘린 땀만 500g은 될 거야. 가보자!”

“으, 응.”

민서가 운동한 지 2주 정도. 뭐, 솔직히 2주 동안 1kg 정도면 충분히 빼지 않을까? 저번의 빵 폭식이 좀 크긴 하지만, 그걸 상쇄할만큼 충분히 열심히 달린 민서니까. 내 쪽에서 도리어 재촉해서 민서를 데리고 양호실에 갔다.

‘위이이이잉 툭.’

“어…… 어때?”

“헐 대박!”

“어어? 어? 왜에?”

이제는 비장한 느낌으로 내려오는 눈금. 민서는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저번처럼 몸무게가 같을까 두려운 걸까.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계기판을 쳐다본다. 이어지는 내 탄성에 민서는 눈을 뜨지 못하고 물어본다.

“161.1cm, 64.9kg, 118%! 살이 1kg 넘게 빠졌는데 키가 1cm 더 컸어!”

“에에?! 진짜?! 한 번 더 재 봐!”

살이 1.x kg정도 빠진 건 납득이 가는데, 키까지 1cm 커버렸다?! 민서는 흥분해서 계기판을 쳐다보다 다시 한 번 재본다. 별다를 게 없는 측정결과. 어쩔 줄 몰라하며 좋아하는 민서. 운동하니까 살 빠지는 건 물론 키까지 커버린 모양이다. 2주만에 1cm가 클 수 있어?! 게다가 여자앤데, 고2인데? 모르겠다.

“진짜, 진짜진짜 고마워, 웅도야.”

“뭐, 별것도 아닌데.”

“아니야, 진짜! 나, 열심히 운동할게!”

“그래, 이 기세로 쭉쭉 빼자!”

“응!”

뭔가 굉장히 훈훈한 마무리.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업을 들으러 교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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