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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붓, 綠筆

공허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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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필(綠筆)
작품등록일 :
2013.07.09 20:23
최근연재일 :
2014.03.27 05:04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083
추천수 :
518
글자수 :
216,798

작성
13.08.20 11:44
조회
659
추천
20
글자
16쪽

2. 깨진 자물쇠 - 2

DUMMY

차마 한 번에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감정이 몰아치면, 사람은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다. 압도적인 크기의 감정에 직격당한 사람은 일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조차 주변의 모든 현실과 유리된 감각을 느끼며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 어떤 감정이라도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특히 부정적인 감정의 경우 그 효과는 치명적이다. 험악한 거한과 마주친 소녀는 두려움, 불타는 가게 앞에 선 상인은 허탈함, 그리고 죽은 장병들을 바라보는 장군은 참담함.


그러나 홀트 유적지에서 비슷한 상태에 봉착한 세 사람은 상황이 달랐다. 그들이 느끼는 감정도 충분히 거대했다. 하지만 그 감정은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가 아니라, 수십 개의 조그마한 감정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너무나, 너무나, 너무나 많은 생각이 자갈폭풍처럼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조그마한 동굴 안에서 일어난 사건은 막이 터진 시점에서 이미 카란, 사리아, 그리고 나르친의 인지능력을 아득히 벗어났다. 그리고 지금, 막에서 나온 무언가가 꿈틀대며 일어나자 세 사람은 뱀을 본 개구리가 되었다.

다행히 위협적인 크기는 아니었다. 잘해야 나르친의 가슴팍, 아니면 그 아래. 몸에는 두툼한 외투가 둘러져 있었고, 양 옆에는 팔도 달려있는 것 같았다. 털모자 사이로는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보였다. 철렁이는 갈색 머리칼이 햇빛을 튕기며 밝게 빛났다. 세 사람의 시야가 조금 더 확실해지자, 이제 그것을 부를 적절한 호칭이 '소녀'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정신적 혼잡도로 따지면 그녀 역시 카란이나 나르친, 사리아와 별 차이가 없어 보였다. 두 손으로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보려던 소녀는 갑자기 몸을 뒤로 돌렸다. 그러자 그녀가 거의 머리까지 오는 큼직한 가죽 가방을 매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방금 전에 터져버린 막이 있던 자리를 바라본 소녀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잠시 생겨난 고요함 덕분에 정면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일행은 아주 천천히 경직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나르친의 어깨에서는 힘이 죽 빠졌고, 사리아는 느리게 허리를 펴 앞을 바라 보았으며, 카란의 몸 앞쪽으로 나와 방어 태세를 갖추던 단검 역시 허리 아래로 되돌아갔다. 그러는 동안 소녀는 미동도 없이 계속 등을 돌린 채 막이 있던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뒤, 소녀는 크게 숨을 내쉬더니 곧 주위 환경에 걸맞지 않은 복장을 하나씩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원래 옷 부피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옷더미였다. 짧은 셔츠차림이 된 소녀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카란 일행과 소녀는 다시 부자연스러운 대치 상태에 들어갔다. 적의를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해 어느 것 하나도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사람이고, 다짜고짜 무기를 들고 달려들지 않은 이상, 서로 대화를 시도해야 작금의 상황을 타파할 수 있다는 것은 자명했다. 불운하게도 첫 말문을 트는 고역을 겪게 될 희생자는 위치적으로 소녀와 가장 가까운 카란이었다. 뒤를 잠시 돌아본 카란은 나르친과 사리아에게 '뭐라도 좋으니 말을 해봐라'라는 무언의 압력을 느끼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카란은 뜨거운 솥뚜껑을 잡는 기분으로 모래처럼 말라버린 입을 움직였다.


"저……"


그것이 카란의 최선이었다. 한 글자가 입 밖으로 새어나온 뒤에야 그는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구냐고 물어봐야 하나? 어디서 왔냐고? 왜 여기 있냐고? 아니, 그보다 아르문 사람이기는 할까? 카란은 입에서 새어 나온 글자를 주워담고 싶어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건너편의 소녀를 픽 웃게 만드는 신기한 결과를 불러왔다. 그녀의 얼굴에 살짝 피어난 미소는 끊어질 듯이 늘어난 긴장의 끈을 조금은 느슨하게 만들었다. 대화에 대해 호의를 보인 소녀는, 두 입술 사이에서 소리를 흘려 보냈다.


"… … …?"


나르친은 마호칸 사막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언어를 접해 보았지만, 샤넷의 입에서 떨어진 말은 그 중 어떤 것과도 달랐다. 섬세한 관점으로 따지고 들면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르친은 설령 매년 사막을 오가는 상인들도 이 소녀와 대화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만큼 소녀의 인사는 아르문어에 익숙한 세 사람에게 완전한 신비로 다가왔다. 소녀는 몇 마디 다른 말을 더 이었다.


"… … …"


"… … …"


"… … … …?"


무작위로 섞인 것처럼 들리는 음소의 나열을 이해의 영역으로 끌어내리려 노력한 카란은 그 말을 각각 '파란 불더미', '편지 주머니', '빠른 돌 이야기' 등으로 알아듣는데 성공했다. 잠시나마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한 카란은 곧 자신에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르친과 사리아의 해석도 카란과 흡사했기에 차마 그것을 말로 옮겨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려는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더 이상의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소녀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소녀는 낑낑대며 매고 있던 가방을 옆에 내려놓았다. 모두의 시선 아래 가방을 열고 그 안을 뒤적거리던 소녀는 새끼손톱만한 광석을 꺼내 들었다. 소녀는 그것을 손에 쥐고 지긋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돌은 푸른 광채를 내기 시작했다. 유적 탐사대는 그 빛이 이 굴에서 갑자기 나타난 막과 비슷한 빛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돌을 주시하던 나르친이 입을 쩍 벌렸다.


"마… 마법사?"


자리에 모인 네 사람 중에서 나르친이 얼빠진 소리를 했다고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한 사람은 뜻을 이해할 수 없었고, 남은 두 사람은 나르친의 의견에 부분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손에 빛나는 돌을 쥐더니 그것을 가루로 바꾸어 버릴 수 있는 소녀가 마법사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알알이 부서진 돌은 가루가 되어 소녀의 몸을 감쌌다. 이윽고 연기가 흩어지듯이 온 방향으로 퍼져나간 돌가루들은 조그마한 방 두어 개를 이어 붙인 것 같은 넓이의 굴을 꽉 채웠다. 카란은 주위로 퍼져나가는 알갱이들을 잡아보려 노력했지만, 그것은 몸을 통과하여 날아다녔다. 독을 지녔을 가능성을 대비해 손으로 입과 코를 막은 나르친은 곧 무의미한 헛수고를 그만두었다. 공기 중에 녹아들듯이 점멸하던 가루들은 점차 빛을 잃더니, 끝내 불똥처럼 사라졌다.

소녀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 말이 들리나요?]]


귀로 들렸다는 사실조차 애매한, 속삭임만큼이나 작은 소리였지만 카란은 그 말을 알아들었다. 소녀는 입술을 움직이지도 않은 채, 분명한 아르문어로 말했다. 그리고 문장의 뜻을 이해한 세 사람은 팽팽히 유지되던 긴장감을 거의 다 내려놓을 수 있었다. 소녀 역시 대화를 시도하려고 한 것이다. 이국에서 온 마법사인지, 그들에게 문제를 내고는 맞추지 못하면 목숨을 앗아가는 유령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러나 정상적인 의사소통에는 꽤 문제가 있는 방식이었다. 무엇보다 주변의 조그만 소리에도 금새 사라져버리는 미약한 크기가 문제였다. 사리아가 훌륭한 해결책을 내놓았다. 그녀는 말없이 귀에 손을 둥글게 말아 샤넷 쪽을 향했다. 다행히 소녀는 그 신호를 알아보았다.

잠시 고개를 들어 골똘히 생각하던 소녀는 가방에서 색이 약간 다른 종류의 두 개의 돌을 꺼냈다. 크기는 여전히 손톱만 했다. 그 중 하나는 종전과 같이 푸른 계통의 광석이었지만, 다른 하나는 색이 조금 더 짙었다. 또 다시 그녀의 손에서 돌이 가루로 바뀌며 굴을 감쌌다. 눈을 감지 않고도 두 광석을 허공에 날려버린 소녀는 다시 세 사람으로 시선을 옮겼다.


{ 내-말-이-들-려-요-? }


순간 유적지 탐사자들 전원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귀와 심장을 동시에 바늘로 찌르는 감각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된 세 사람은 어디를 문질러야 할지 갈팡질팡하며 고통을 호소해야 했다. 특히 사리아는 가슴을 움켜쥐고 한동안 일어설 줄을 몰랐다. 나르친의 손이 다시 허리춤으로 다가가려 하자, 소녀는 공격의 의도가 아니었다는 뜻으로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인간적인 대응이었기에, 일행은 저 소녀를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충격에서 벗어난 일행은 다시 가방에 손을 집어넣고 허둥지둥 물건을 살피는 소녀를 응시했다. 일이 기묘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소녀가 자신만만하게 가방에서 꺼낸 것은 지금까지와 똑같은 광석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크기가 제법 컸다. 새끼손가락 정도의 길이를 가진 돌을 마찬가지로 흩뿌린 소녀는 주위를 한 번 슥 둘러보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제발 이번에는, 내 말이 들리나요?"


카란은 그녀의 말을 귀로 들었다고 생각했다. 아울러 카란은 그것이 소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귀로 들리는데 소리가 아니라고?' 양립할 수 없는 두 사실이 번갈아 떠오르며 카란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내 이름은 샤넷 다미우스. 내 말이 들리나요?]


다음에 이어진 대사는 카란의 혼란을 더욱 가증시켰다. 대답을 해야한다는 강한 압박감 속에서, 카란은 가까스로 한 마디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잘… 들리는데."


그리고 샤넷을 바라본 카란은 숨이 멎는 기분을 느꼈다.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더 이상 기쁠 수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희열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이 조금씩 벌어지는 입에 올라가는 눈꼬리는 그녀가 엄청난 행복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 수 있게 만들었다. 굴 안마저 밝아지는 착각을 줄 정도로 발랄한 웃음이 푸른 가루를 제치고 카란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 덕분에 카란은 한 마디를 더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아르문어를… 할 줄 아는 거야?"


소녀는 함박웃음을 지은 채로 말했다.


[아르문, 아르문이라고 하는구나. 사람이 살고 있었어, 마을도 있고! 내 생각이 맞았어!]


금방이라도 방방 동굴을 뛰어다닐 것 같은 신나는 목소리가 카란을 꿰뚫었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입을 거의 열지 않고도 말하는 사람은 아르문에도 있었지만, 최소한 그들은 의사를 전달하는데 소리를 사용했다. 하지만 샤넷이 말하는 데는 입이 필요하지 않았고, 카란이 듣는 데도 귀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샤넷의 말은 카란에게 거의 완벽한 아르문어로 들렸으며, 반대로 카란이 아르문어로 말하는 것을 샤넷은 바로 알아들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는 사실에 반대로 어색함을 느낄 정도였다. 카란은 단지 이 모든 것이 푸른 가루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추측만 해볼 따름이었다. 샤넷이 약간 주저하다가 말했다.


[음… 이런 상황은 생각을 못했는데. 여러분은 누군가요?]


아직 경계를 완전히 풀지 않은 나르친이 카란의 뒤쪽에서 대답했다.


"우리는 아르문국 왕령에 따라 이곳을 조사하러 온 탐사대다. 너는?"


[샤넷 다미우스. 마찬가지로 이곳을 탐사하러 온 학자예요. 여러분과 목적지는 조금 다르지만.]


카란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말이 통한다는 사실만으로 소녀는 기이함의 탈을 벗어 던졌다. 번쩍대던 푸른 빛과 동굴을 모조리 박살낼 기세의 울림이 전부 사라지자, 뜨겁고 건조한 모래냄새가 코를 스쳤다. 불과 몇 분 전에 있었던 모든 환상적인 장면이 전부 미적지근한 현실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상한 이름인데.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방금 학자라고 했어?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샤넷은 카란의 질문에 약간 심통이 난 듯 대꾸했다.


[처음 태어난 열 여섯. 나이로 시비 걸린 횟수는 그것보다는 좀 더 많아요.]


카란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처음 태어난?"


샤넷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런, 처음 태어났다는 말이 처음 태어났다고 들리나 보군요.]


지당한 말이었다. 물론 옳은 문장이 항상 필요한 문장은 아니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대답을 들은 카란 일행은 샤넷이 일단 열여섯이라고 알아두면 된다는 타협안을 내놓기 전까지 미궁을 헤메는 기분을 느껴야했다.


[그러고보니 카란, 여기는 대체 어디죠? 도시는 아닌 것 같고.]


카란은 이 장소를 묘사할 적절한 단어를 생각하다가, 간단한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동굴…. 아니, 사막 한가운데야. 복장을 보니 사막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듯 싶은데?"


[사막이라고요? 음, 가본 적은 없지만 들어본 적은 있어요. 습기가 거의 없고, 온도는 매우 높고, 해는 하루 종일 내리쬐고… 이런, 여기가 맞군요.]


샤넷의 지식 하나가 경험으로 바뀌는 동안, 카란은 물어볼까 말까를 한참 고심하던 질문을 꺼냈다.


"하나만 물어보자. 너, 원래 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어?"


샤넷의 밝은 얼굴에 한순간 먹구름이 드리웠다. 카란은 괜히 죄를 지은 기분이 되었다. 샤넷이 난처한 표정으로 물었다.


[카란, 내가 오기 전에, 여기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해줄 수 있나요?]


"어, 그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는데, 여하튼 이 굴 중앙에 커다랗고 푸른 막 같은 것이 생겨나다가, 갑자기 펑 터지고 네가 떨어져 나왔어."


[음… 아마 그렇다면 못해도 한 달은 있어야 돌아갈 수 있겠군요.]


카란의 무의식은 익숙한 위화감을 느꼈다. '카란?' 자신의 이름이었다. '내가 언제 이름을 말했지?' 말한 적은 없었다. 소녀는 조금 전부터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어떻게?' 아르문이라는 단어도 모르는 소녀가 아르문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 카란의 질문은 사소해 보였다. 하지만 이름을 알고 있는 것과 말을 알고 있는 것은 사뭇 다른 문제였다. 의식의 수면에 걸친 물음표가 마침내 떠오르려는 찰나, 뒤에서 튀어나온 나르친의 목소리가 그것을 다시 무의식 깊숙한 곳으로 밀어넣었다.

나르친은 가방에 겨울옷을 구겨 넣고 있는 샤넷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이봐, 샤넷이라고 했지? 내 이름은 나르친 모제다. 우리 탐사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여기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까지 데려다주지. 동의하나?"


샤넷은 짧게 고민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선택지가 없군요. 여러분은 이 황량한 곳에 무엇을 찾으러 온 건가요?]


너는 이 황량한 곳에 막까지 뚫어서 뭘 찾으러 왔냐는 소리가 턱 끝까지 올라왔지만, 나르친은 침착해지기로 했다. 먼저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르친이 샤넷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던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녀의 대답에 따라서는 이대로 유적지 탐사를 끝마치고 빠르게 자레트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르친은 샤넷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영생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이 동굴에 들어왔다. 여기 이름은 홀트 유적지고. 혹시 짐작가는 것 없나?'


샤넷은 나르친의 눈동자를 그대로 바라보는 것으로 응수했다. 십 초도 지나지 않아 나르친이 고개를 돌리자, 샤넷은 싱긋 웃었다.


[여기가 왜 유적지인지 알겠군요. 아마 여러분의… 누구의 요청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요청에 대한 단서는 아마 저일 거예요.]


"너 자신이 단서라고?"


[네.]


짧게 단언한 샤넷은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여러분의 관점에서, 우리는 영생을 누리는 사람일지도 모르겠군요.]


나르친을 비롯한 유적지 탐사대는 표정공동체가 되었다. 어리둥절함을 감추지 못하고 샤넷에게 뭔가를 더 물어보려던 나르친은, 무리하게 구겨 넣은 외투가 가방 단추를 부수고 튀어나오는 바람에 꺅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서 넘어진 샤넷을 보고는 잠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작가의말


- 쓰는 데 많이 고생한 장입니다. 아주 중요하고, 반쯤은 실험적이고, 이계물을 쓰면서 꼭 해결하고 싶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야기가 조금씩,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습니다 :D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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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84 커티스오웬
    작성일
    13.08.20 14:51
    No. 1

    오오 기다렸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08.20 17:43
    No. 2

    기다려주시는 분들 덕에, 느리지만 꾸준히 작품에 손이 갑니다.
    즐겁게 읽어주시고, 좋은 하루 되시기를 :D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3 Nomadj
    작성일
    13.08.21 02:47
    No. 3

    오오오 이야기가 흥미롭게 돌아가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08.21 11:54
    No. 4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D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쿠리오
    작성일
    13.08.21 20:06
    No. 5

    살짝 뻔한 전개지만 역시 두근두근 하는군요.

    잘 읽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08.21 20:36
    No. 6

    감사합니다!

    * 아마 3챕터 정도까지는 이계물의 왕도라고 불리는 길을 따라가게 될 것 같습니다. 처음 시놉시스를 쓸 때, 0챕터부터 2챕터까지는 단 한 줄, "샤넷과 카란이 만난다" 였으니까요 :D
    이제부터 그 계괴와 과정이, 1챕터 내내 깔아놓은 것들과 어떻게 엮여 돌아가는지를 즐겁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D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자견(自遣)
    작성일
    13.08.27 20:03
    No. 7

    드디어 시작인가요?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08.27 23:24
    No. 8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D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수면선인
    작성일
    13.10.09 18:29
    No. 9

    공주가 귀환해서 일행에 합류해서 스토리가 시작될 준비를 마쳤군요. 역시 지금까지는 프롤로그였던 것입니다? 일단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어찌 일행이 되는데 성공했으니.. 탄탄대로군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10.09 20:14
    No. 10

    실제로는 약 2챕터 끝까지 프롤로그입ㄴ...

    기초를 다쳐야 건물이 올라서는 법이거늘, 책이 아닌 연재본의 형태로는 기초공사만 독자들에게 보여드리려니 저도 양심에 찔립니다 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통금시간
    작성일
    14.03.01 17:42
    No. 11

    2.부터 빠져들어가네요...추천도 안누르고 다음을 누르게 되네요ㅎㅎ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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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 차갑게, 빠르게 - 2 +2 13.11.09 287 9 12쪽
25 3. 차갑게, 빠르게 - 1 +2 13.11.05 352 11 8쪽
24 2. 깨진 자물쇠 - 11 (終) +2 13.10.16 397 9 11쪽
23 2. 깨진 자물쇠 - 10 +4 13.10.12 356 20 12쪽
22 2. 깨진 자물쇠 - 9 +8 13.10.07 449 9 15쪽
21 2. 깨진 자물쇠 - 8 +4 13.10.04 967 19 14쪽
20 2. 깨진 자물쇠 - 7 +4 13.09.22 353 11 12쪽
19 2. 깨진 자물쇠 - 6 +2 13.09.17 540 11 15쪽
18 2. 깨진 자물쇠 - 5 +4 13.09.09 477 13 17쪽
17 2. 깨진 자물쇠 - 4 +7 13.09.01 524 24 10쪽
16 2. 깨진 자물쇠 - 3 +8 13.08.27 645 14 19쪽
» 2. 깨진 자물쇠 - 2 +11 13.08.20 660 2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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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 흔한 전설 - 9 +5 13.08.07 431 20 12쪽
11 1. 흔한 전설 - 8 +4 13.08.03 821 32 19쪽
10 1. 흔한 전설 - 7 <여기까지 교정 완료> +7 13.07.29 576 13 16쪽
9 1. 흔한 전설 - 6 +4 13.07.25 562 1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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