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녹색의 붓, 綠筆

공허한 세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일반소설

녹필(綠筆)
작품등록일 :
2013.07.09 20:23
최근연재일 :
2014.03.27 05:04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20,081
추천수 :
518
글자수 :
216,798

작성
13.07.29 18:40
조회
575
추천
13
글자
16쪽

1. 흔한 전설 - 7 <여기까지 교정 완료>

DUMMY

"도-저-히 못해먹겠다."


고요하던 샤넷의 연구실 겸 거주지에서 마침내 인내심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났다. 곧이어 뭔가 딱딱한 물체 둘이 모서리로 충돌하는 듯한 둔탁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창문을 뛰쳐나왔다. 창가에 앉아 있던 애꿎은 새 몇 마리가 놀라 멀리 날아가는 소리가 그 뒤를 이었다.

이 모든 소란의 주범은 씩씩대며 서류철을 탁자에 집어 던진 뒤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흩어져 있는 종이들이 바닥에 양탄자처럼 깔려 있었기에 충격은 없었다. 그 사실은 로안 다미우스를 더욱 슬프게 했다. 이 난장판을 정리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닷새 동안 로안과 실에게 아담한 크기의 오두막은 감옥과도 같았다. 처음에는 그들 역시 지식의 홍수에 파묻힌 상황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다. 제 발로 걸어 들어와 자진해서 수감된 셈이다. 종이로 된 창살과 잉크로 그려진 자물쇠는 두 혼학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둘의 작업에서 육체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샤넷의 방이 점점 치워짐에 따라 속속들이 드러나는 숨겨진 공간들은 그들이 처음에 예상했던 문서의 양이 실제의 절반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책상 뒤나 의자 안쪽 같이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발견되는 종이쪽을 볼 때마다 이 오두막의 주인에 대한 분노도 깊어져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 수납장을 드러내자 차곡차곡 쌓여진 수십여 장의 새로운 종이뭉치가 나타난 시점에서 로안은 모든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실 역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선에서 서류를 분류하고 있던 참이라 로안의 절규에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일단 로안이 더 이상의 파괴행위를 벌이는 것은 막아야 했다. 실이 말했다.


"서류철 던진다고 그게 사라지냐. 샤넷이 이걸 전부 말소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해. 적어도 문서 선별 작업이 문서 복원 작업보다는 낫잖아."


로안이 실을 홱 째려봤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는 눈빛에 실은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로안의 입이 움찔거리면서 시동을 걸 준비를 하더니 이윽고 지금까지 참아왔던 한탄을 전부 털어놓기 시작했다,


"아니, 해도 해도 너무하잖아. 대체 이게 다 뭐야? 이게 고작 오 년 만에 모으고 써낸 거라고? 족히 오천 장을? 거기다가 일관성이나 있으면 몰라, 논문이랑 이면지랑 죄다 제멋대로 뒤섞여 있는데 이걸 어느 세월에 다 보고 분류를 해? 그래, 분량은 또 그렇다 치고, 웬 놈의 서랍장 뒤에서 종이가 이렇게 나와. 서랍장 안에 있는 것만 해도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그거야 진심으로 동감이다만."


"심지어 여긴 연구실도 아니고 침실이라고! 침실! 여자애, 그것도 초생 여자애 침실이 이래도 되는 거야?"


"음."


실은 할 말을 잃었다. 본인의 생활 태도에 별 자신이 없었기에 타인의 생활 태도에도 관대한 실조차 로안의 지적에 토를 달 수 없었다. 굳이 묘사하자면 샤넷 다미우스의 침실은 다른 혼학자들의 연구실 수준으로 난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샤넷 본인의 연구실보다야 백 배 나았지만. 꽤 오래 전에 이 참담한 상황을 예견한 나무꾼 하나가 있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로안은 그것 보라는 듯이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었다.


"어제까지 우리가 찾아낸 것만 가지고도 혼학자들 다 발칵 뒤집혔는데, 이거 보시면 아주 기절들 하시겠다."


"그러게. 이 많은 걸 지금까지 침실에 숨겨두고 있었다는 사실부터가 놀라워. 학회 연장을 조금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는데."


"학회 연장을? 실, 지금 레품에서 제일 추운 혹한기잖아. 그 나무꾼, 길더라고 했던가? 오늘이 마지막인 줄 알고 나무 놓으러 왔다가 학회 이틀 더 늘어났다는 말 듣고 그야말로 벌레 씹는 얼굴로 내려갔어. 또 연장된다면 난 이제 그 사람 얼굴 못 봐."


"그래도 어쩌겠어? 당장 우리도 이 장작들 없으면 여기서 얼어 죽을 판이야. 나무꾼도 나무를 베겠지만 우리도 지금 종이광산을 캐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아으으... 샤넷 이 녀석, 돌아오기만 해봐라. 서류 정리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한 수 가르쳐 줘야겠다."


"돌아온다면 말이지."


둘은 다시 지루한 서류발굴과 정리에 돌입했다.

샤넷의 허락 없이 그녀의 침실을 조사할 수 있는 사람은 협회 전체를 통틀어 여성이자 같은 부서 소속인 로안과 실뿐이었기 때문에, 다른 도움은 애당초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 둘마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샤넷의 침실까지 조사할 생각은 없었다. 이미 연구실은 싹 뒤집어엎은 뒤였지만, 타인의 침실까지 뒤지는 것은 아무리 동성이라 해도 심리적 저항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구실에서 발견된 노트들에 대한 학회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계절을 바꿔놓을 지경이었고, 닫힌 세계에 관련된 물건이라면 낙서 한 조각까지 전부 찾아달라는 협회 전체의 강력한 요청은 결국 열여섯 먹은 소녀의 침실까지 열어젖히고 말았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침실을 샅샅이 파헤치고 있는 로안과 실에게는 일말의 주저도 없었다. 오히려 진작 침실을 '해치우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침실의 광경은 로안과 실에게서 모든 죄책감을 날려버린 지 오래였다.


"아우, 점심이나 먹고 하자. 실, 구분한 거나 좀 보여줘. 내가 지금까지 발견한 게 몇 장이야?"


로안이 삼십 분 만에 다시 인내심을 전부 소모한 듯했다. 실은 탁자 위에 네 덩어리로 나뉜 종이뭉치를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그 장수를 세어보았다.


"음, 대충 다 합쳐서 백칠십 장쯤 되는데. 그 중에서 이번 일과 아무 상관없는 문서가 백 장 정도."


"그럼 관련 있는 게 칠십 장이나 된다고? 연구실에서는 한 백 장 찾으면 스무 장이나 나올까 말까 했는데, 비율이 왜 이렇게 높아졌지?"


"여기 침실에 있는 문서들, 날짜를 보니까 대부분 최근에 작성된 것들이야. 특히 닫힌 세계에 대해 연구한 문서는 남김없이 2년 안쪽. 그 전에도 튜넌 공리에 대해 의심을 품고 있기는 했지만,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한 건 상당히 최근인 것 같아."


"공리? 그러고 보니 튜넌 공리, 엊그저께 그냥 학설로 격하되지 않았어? 한참 시끄러웠잖아."


"그거 샤넷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일단 공리로 유지한대. 아직 걔가 남기고 간 이론적 해석을 다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그것 역시 샤넷 본인이 돌아와서 깔끔하게 해설해주기 전까지는 불완전한 반증이라나."


"까다롭네. 통혼문을 건너간 뒤로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만으로는 부족한가 보지?"


"그래도 족히 백오십 년 가까이 내려온 공리니까, 주저하는 것도 당연하지. 너나 나는 이번에 혼학자가 처음이지만, 협회에는 세 번 연속으로 혼학자를 하고 있는 노인들도 있다고. 가노피 부학장 같은 경우에는 눈앞에서 튜넌이 공리 세우는 걸 지켜본 당사자인데, 충격이 오죽하랴."


로안은 학회장에서 쓰러진 뒤 꼬박 하루 만에 깨어난 가노피 부학장을 떠올렸다. 직터 다미우스의 선언이 날카로운 창살처럼 노학자의 가슴을 꿰뚫은 그 순간, 아마 가노피 부학장은 학자로서 한 번 죽었다. 그가 다시 일어날지, 아니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지나간 세월에 몸을 맡길 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사실 로안이 가노피 같은 노학자들에게 가지는 감정은 양분되어 있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지켜온 모든 상식을 갈아치우고 새로운 세계에 뛰어든다는 것은 로안 같은 젊은 학자들보다 수십 배의 고통을 감내하고도 혼학자라는 직업을 유지하겠다는 신념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로안에게 없는 선택지가 있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자기 자신에게 주는 합리화를 연금 삼아 이곳에서 혼학자로서의 자신을 접는다는 선택지가 로안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항구에 매인 배는 바다가 험난하면 출항을 포기할 수 있지만, 아직 바다에 나가 있는 배는 어떻게든 궂은 날씨를 버틸 수밖에 없는 것과 같다.

로안은 이제 샤넷 다미우스라는 폭풍이 몰아치는 혼학계에서 어떻게든 물고기를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조그마한 침실에서 나온 서류의 분량을 보아하니 그 폭풍은 쉽사리 그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실, 점심 먹으러 내려가기 전에 우리끼리 내용이나 좀 보자고. 이건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공개되지 않았잖아. 이런 귀중한 노트들을 그냥 보낼 수야 없지."


"우리끼리 다 살펴봐도 되나? 대충 분류만 해서 최대한 빨리 넘겨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런 중노동을 시켜놓고 염치도 없지, 괜찮아. 이걸 살펴볼 정도의 권리는 있을 거라 생각해."


"하긴 그것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지금 다른 세계 학파에서는 아무 것도 모르고 있겠지?"


로안이 한쪽 입꼬리를 과장되게 들어올리며 씩 미소 지었다.


"평소에는 유명무실하던 대외비 정책이 지금은 아주 철통같이 지켜지고 있어. 종이 찢어진 거 하나도 함부로 못 버리고 전부 태운 뒤에 묻어버리고 있잖아. 학회 끝나고 다미우스 혼학자협회 명의로 회지 내기 전까지는 아마 다른 세계는커녕 체렐 학파도 눈치조차 못 챌 걸."


"크으, 그래. 한참 이것저것 바빠서 체렐 학파를 생각도 못 하고 있었네."


"그 녀석들, 샤넷을 놓친 게 이렇게 뼈저릴 줄은 아마 몰랐겠지?"


"암. 협회장의 공이 컸지. 이번 사태를 봤을 때 진짜 대단한 안목이야. 한 눈에 보고는 바로 딸로 삼았으니까."


"공주님, 공주님 하더니, 이제 혼자서 여왕이 다 되었구나. 이 망할 방만 좀 치워놓고 갔으면 얼마나 좋아..."


우수 어린 눈빛으로 잠시 과거를 회상하려던 둘 앞에 펼쳐진 참상은 로안과 실을 다시 현실로 잡아끌었다. 벌써 해가 중천에 이르렀으니, 이대로 우물쭈물하다가는 저녁을 먹게 될 판이었다. 둘은 빠르게 칠십여 장에 달하는 샤넷의 연구노트와 메모들을 훑어보려고 했다.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두 사람의 독해능력에 심각한 결함은 없었다. 다만 로안과 실이 처음 손에 쥔 것을 한참 뒤에도 내려놓을 수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로안이 입을 채 다물지도 못한 채 집게로 묶인 종이 몇 장을 넘기며 말했다.


"이거 미치겠는데. 요 조그만 쪽지 하나가 논문 감이야. 닫힌 세계로 건너가는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닫힌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까지 하나하나 예측을 해놨어. 그런데 놀라운 건 이게 전부 논리적으로 말이 된다는 거야.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신차려, 로안. 말이 앞뒤가 안 맞는다. 이쪽 메모는 한술 더 뜬다고. 샤넷이 대충 끄적여놓은 것 같은데, 고립된 세계에서의 언어 소통 순서도가 세워져 있어. 만약 진짜 닫힌 세계가 있다고 하면 우리와 말이 안 통할 테니까."


"그게 순서도를 세울 수 있는 종류의 문제인가? 어차피 모르는 언어일 거 아니야. 뭘 어떻게 한다고 되어 있는데?"


"먼저 일반적인 대화를 시도해본 다음, 혼석(魂石)을 사용해보고, 마지막으로 손짓과 발짓을 동원해보란다. 만약 이들 중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다면 의사소통을 포기하고 우선 원래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 안전할 것이라고 되어 있네."


혼석.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 그 자체를 물질에 가두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영혼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입자인 편혼은 '혼석'이라 불리는 형태로 결정화할 수 있다.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마음을 가만히 가다듬기만 하면 누구나 공기 중의 혼석을 정제할 수 있다. 그러나 구 할 이상의 사람들은 한참 동안 집중해봐야 간신히 몸 주변에 몇 알갱이의 가루를 만드는 수준에 그치며, 소질을 가진 사람들 중에서도 주먹만 한 혼석 덩어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들은 상당히 드물다. 이런 고도의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미우스 협회와 같은 혼학자협회와 거래하고 있기 때문에, 혼석 공급은 사실상 독점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인적 자원을 독점하고 있으니 독점 중에서도 꽤 악독한 축에 속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거래에는 한 치의 도덕적 하자도 없다. 혼석 시장에는 혼학자협회 이외의 수요자가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혼학의 발달로 인해 혼석이 편혼의 결정상태라는 사실은 대중들에게조차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혼석의 용도를 밝혀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혼석을 먹는다고 하여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혼석을 대량으로 만들어서 병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혼학과 연이 없는 사람들에게 혼석이 어디에 쓰이냐고 물어보면, 고대 사람들은 그걸 약재인줄 알고 달여먹었다는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만약 피질문자가 친절한 사람이라면 지금은 더 이상 그런 바보들이 없다는 말까지 같이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쓸모없는 것을 좋아하는 바보들의 다른 이름은 학자라 했던가. 통혼문 발견 이후의 근대 혼학자들에게 있어 편혼과 혼석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탐구와 의문의 대상이 되었다.

편혼이 하나도 없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혼석을 대량으로 승화시키면 편혼의 밀도는 어떻게 되는가? 사람의 영혼은 그 공간에서 어떤 영향을 받는가? 편혼은 어떤 방식으로 영혼의 이동을 매개하는가? 모든 혼석은 동일한가? 왜 혼석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선대 혼학자들의 경이로운 노력을 통하여, 이 질문들 중 마지막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해결이 된 지 오래다. 마지막 질문이 학문의 범위를 초과하였다는 지적을 받아들인다면, 전부 해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많은 사실들을 이미 알고 있는 로안에게도 실의 말은 이해불능이었다. 무엇보다 혼석을 의사소통에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가 가당치도 않았다. 책을 읽는 데 빗자루를 사용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펼쳐질 혼란을 생각한다면 로안의 정신상태를 꽤 비슷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떠오르는 모든 가능성을 배제한 뒤 남는 해답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로안은 결국 질렸다는 음색으로 실에게 물었다.


"혼석을? 그걸 어떻게 의사소통에 쓴다는 거야?"


하지만 실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참혹했다.


"그게, 이 쪽지에는 혼석을 사용하라고만 되어 있고,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안 적혀 있어."


"크으윽..."


로안이 주먹을 불끈 쥐며 입가에서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가엾은 쪽지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구겨졌다. 실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쪽지를 다시 읽어보았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자제심에 이어 이성의 끈마저 놓아 버릴 뻔한 위기에서 간신히 자신을 추스른 로안은 콧김을 뿜어낼 듯 화를 억누르며 외쳤다.


"젠장, 사람을 궁금하게 만들었다 이거지? 좋았어, 어디 한 번 해보자고. 실, 거기 네 앞에서 그 쪽지랑 비슷한 거 전부 골라내 봐. 내가 점심 전에 그거랑 이어지는 쪽지는 찾고 내려간다!"


"아니, 미안한데 당장 내려와야 할 것 같아. 너희 둘 다."


외침에 대답한 것은 실이 아니었다. 들릴 리가 없는 굵은 남자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로안과 실은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고, 그곳에는 언제 열렸는지 알 수 없는 문간에 비스듬히 몸을 기대고 있는 네즈 다미우스가 있었다. 실이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며 네즈에게 물었다.


"네즈? 갑자기 연락도 없이 여긴 웬 일이야? 일단 문 좀 닫아봐. 바람 들어온다."


"옷 챙겨 입어. 너희 이대로 지금 보관실로 따라와야겠어."


"무슨 일이야?"


"이 난장판에서 고된 작업을 하고 있는 너희들에게 미안하지만, 안 좋은 소식을 하나 들고 왔다."


네즈가 혀를 차며 말했다.


"우리 부서가 소유하고 있던 혼석들이 닷새 전에 죄다 인출되었다고 한다. 굳이 범인을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로안의 손에 들려있던 쪽지가 또다시 비명을 질렀다.


작가의말

- 평소에는 글머리에서 나온 로안의 한탄처럼 글을 쓰다가 좌절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분은 쓰다보니 재밌어서 금방 술술 써진 구간입니다. 


 1챕터도 앞으로 세 장 남았군요. 독자 여러분들로부터의 아무런 피드백이 없어서 조금 슬픕니다 ㅜ 재밌게들 읽고 계신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 작성자
    Lv.15 감감소
    작성일
    13.08.12 21:5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08.12 23:11
    No. 2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30 자견(自遣)
    작성일
    13.08.27 19:41
    No. 3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08.27 23:22
    No. 4

    저도 댓글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수면선인
    작성일
    13.10.09 18:12
    No. 5

    마치 오래전에 본 영화 스타게이트에서 게이트 너머의 세상을 이론적으로만 예측해보고 긴장(?)하는 지구인들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예측이 가능하고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며, 인지가 된다면 그곳은 이미 이계가 아니라 이 세계의 일부로 생각됩니다. 대항해시대 이전에 유럽인들에게 대서양을 가로질러 인도!!로 가는 길도 원래는 무지의 영역이었지만, 충분한 지식과 정보가 축적되면서 무지의 영역이 그들의 생활권에 편입되버렸으니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녹필(綠筆)
    작성일
    13.10.09 20:05
    No. 6

    정확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해서 이계인 것이겠죠? :D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통금시간
    작성일
    14.02.27 13:46
    No. 7

    귀한거라매 왤케 구겨싸...
    잘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공허한 세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혹시나 이 글에 남아계신 분들을 위해. +2 16.06.11 140 0 -
공지 당분간 수요일 연재에 돌입합니다. +1 14.03.25 394 0 -
공지 <수정기록> * 13/11/09 업데이트 * : 1-7까지 문단 구성 조정 +2 13.09.06 283 0 -
공지 [필독] 공지사항 +6 13.07.14 635 0 -
34 3. 차갑게, 빠르게 - 10 +5 14.03.27 320 9 10쪽
33 3. 차갑게, 빠르게 - 9 +3 14.02.25 253 9 14쪽
32 3. 차갑게, 빠르게 - 8 +6 14.02.11 263 10 14쪽
31 3. 차갑게, 빠르게 - 7 +8 14.01.29 299 5 11쪽
30 3. 차갑게, 빠르게 - 6 +6 14.01.15 522 7 13쪽
29 3. 차갑게, 빠르게 - 5 +8 14.01.08 284 10 14쪽
28 3. 차갑게, 빠르게 - 4 +6 13.12.17 352 8 9쪽
27 3. 차갑게, 빠르게 - 3 +6 13.11.12 289 9 11쪽
26 3. 차갑게, 빠르게 - 2 +2 13.11.09 287 9 12쪽
25 3. 차갑게, 빠르게 - 1 +2 13.11.05 352 11 8쪽
24 2. 깨진 자물쇠 - 11 (終) +2 13.10.16 397 9 11쪽
23 2. 깨진 자물쇠 - 10 +4 13.10.12 356 20 12쪽
22 2. 깨진 자물쇠 - 9 +8 13.10.07 449 9 15쪽
21 2. 깨진 자물쇠 - 8 +4 13.10.04 967 19 14쪽
20 2. 깨진 자물쇠 - 7 +4 13.09.22 353 11 12쪽
19 2. 깨진 자물쇠 - 6 +2 13.09.17 540 11 15쪽
18 2. 깨진 자물쇠 - 5 +4 13.09.09 477 13 17쪽
17 2. 깨진 자물쇠 - 4 +7 13.09.01 524 24 10쪽
16 2. 깨진 자물쇠 - 3 +8 13.08.27 645 14 19쪽
15 2. 깨진 자물쇠 - 2 +11 13.08.20 659 20 16쪽
14 2. 깨진 자물쇠 - 1 +12 13.08.16 542 18 10쪽
13 1. 흔한 전설 - 10 (終) +13 13.08.10 563 15 9쪽
12 1. 흔한 전설 - 9 +5 13.08.07 431 20 12쪽
11 1. 흔한 전설 - 8 +4 13.08.03 821 32 19쪽
» 1. 흔한 전설 - 7 <여기까지 교정 완료> +7 13.07.29 576 13 16쪽
9 1. 흔한 전설 - 6 +4 13.07.25 562 19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