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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베카 님의 서재입니다.

숫자버프 신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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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라이베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3
최근연재일 :
2021.06.16 15:5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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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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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8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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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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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이상혁 (5)

DUMMY

-3층입니다.


야심한 시각, 조용한 사무실. 엘리베이터 도착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복도와 자리를 통틀어 아무도 없는 걸 재차 확인하며 정산 팀 데스크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11:50:02 PM]


'나이스 타이밍.'


내 계획을 실행하기에 최적의 시각.


이번에 구상해 둔 작전은 다소 복잡했다.


IP에셋과 이스트 어드바이저.

매수자와 매도자.

이상혁과 결탁한 두 세력.


두 방향에서 동시에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내야 한다.


Number 어플을 이용해 사용할 수 있는 내 능력은 일일 일회로 한정되어 있다. 이 제한 때문에 능력을 사용해 양쪽을 동시에 무너뜨리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한쪽을 견제하려 능력을 사용한다면 다른 쪽이 알아채고 대응할 수 있다. 그래서 내린 결론.


'타이밍을 꼬아 볼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내가 능력을 연속해서 두 번 사용할 수 있는 시간. 그 골든 타임을 이용하기 위해서.


[11:56:37 PM]


자정이 되기 직전 능력을 한 번 사용할 예정이다. 그렇게 한 번.


그 직후 날짜가 바뀌는 순간 능력 카운트는 리셋된다.연속해서 능력을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다.


저들에겐 예상치 못한 기습이 될 거다. 아마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닫기도 전에 일은 마무리되겠지.


이상혁은 나를 견제하기 위해 내가 정산 팀으로 강제 배정 당하도록 손을 썼다. 하지만 그건 큰 실수였다.


'그 술수가 니 목을 칠 거다.'


아무리 강력한 무기와 뛰어난 전략을 가졌더라도 시야가 차단되면 무용지물. 상대의 위치를 파악해 공격하려면 시야는 필수다.


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맵핵만 있으면 실력이 몇 단계나 높은 상대와도 해볼 만한 것과 같은 이치다.


증권사의 모든 거래가 흘러들어오는 곳은 바로 정산 팀.


비록 보조 업무 투성이에 인센티브도 없어서 신입들에게 기피 1순위지만··· 정산 팀이야말로 모든 거래 정보의 종착지다.


어떤 거래를 하건 돈과 증권을 전달하는 정산 과정은 필수니까.


이상혁과 그가 업은 세력의 거래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에 나를 이곳으로 보낸 건 치명적인 실수. 그들의 거래 정보는 속속들이 공개되어 내 앞에 펼쳐져 있다.


[11:58:43 PM]


정산 시스템에 접속했다. 첫 목표는 옵션 매수자, IP에셋.


역시나 IP에셋의 거래가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다.


[해외증권 정산 확인서]

[종목명 : ··· ]

[고객사 : IP에셋]

[거래 종류 : 콜옵션 매수]

[통화 코드 (ISO 4217) : USD (코드 : 840)]

[거래액 : 30,182,311]


3천만 달러어치의 옵션 매수 주문.


핸드폰에서 Number 어플을 켜 화면을 촬영하고, 핸드폰을 터치해 숫자를 바꿨다.


[11:59:15 PM]


하나, 둘, 셋.


최대한 자정에 가까운 시간에 맞춰 능력을 사용했다.


[정말 이 숫자를 선택하시겠습니까? 한 번 선택하면 변경이나 취소가 불가능합니다]

-Yes


화악-


능력이 적용되는 동안 밝아진 화면. 그 빛이 꺼지기가 무섭게 나는 다시 Number 어플을 켰다. 재빨리 움직여야 한다. 이 작전은 속도와 타이밍이 생명.


[해외증권 정산 확인서]

[종목명 : ··· ]

[고객사 : 이스트 어드바이저]

[거래 종류 : 콜옵션 매도]

[통화 코드 (ISO 4217) : USD (코드 : 840)]

[거래액 : 10,001,127]


이번에는 이스트 어드바이져의 거래를 찾아서 화면에 띄웠다. 눈에 띄는 것은 거래 규모.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3천만 달러였어야 했지만···. 이상혁 패거리의 술수로 1천만 달러로 예상치 못하게 축소되었다.


결과적으로 신투는 예상치도 못하게 2천만 달러어치의 위험도를 떠안았다.


[12:00:26 AM]


자정이 지났다.


[숫자 변경 잔여 횟수 : 1회]


역시나 예상대로.


Number 어플의 숫자 변경 횟수는 1회로 리셋 되었다. 더 기다릴 것 없이 컴퓨터 화면을 촬영한 뒤, 어플로 능력을 사용했다.


'휴··· 다 됐다.'


덫을 놓았다. 아무리 강한 맹수라도 일단 함정에 빠져 체력을 다 소모하면 게임 끝.


나는 그저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사냥감이 내 덫으로 걸어들어와 자멸할 때까지.


**


"안녕하세요, 민성 씨?"

"네."


오전 일찍 이상혁이 정산 팀을 찾아왔다.


옥상에서 멱살 잡으며 반말 던질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존댓말?


사무실이라고 신경 쓰는 걸까, 아니면 빈정댈 때 존댓말이 더 약오른다는 걸 아는 걸까.


"후회하지 않으세요?"

"뭘요?"

"주제 모르고 설친 거요."


아, 난 또 뭐라고.


저렇게 자신만만한 거 보니까 아직 간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나 보다.


보아하니 잔치판 벌이려고 여기까지 납신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여긴 잔치판이 아니라 니 무덤이 될 자리인데?


"일찍부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표면적으로는 어제 한 거래들이 정산이 잘 되있는지를 보려고 왔고요."


이상혁은 뭐가 그리 좋은지 미소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는 민성 씨 일그러진 표정 보려고 왔죠."

"그래요?"

"그렇게 내 일에 훼방 놓으려 노력했는데··· 하나도 원하는 대로 안 돼서 어떡해요?"

"흠···."


심드렁한 내 반응. 이상혁은 내가 안간힘을 쓰며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보다.


"애써서 괜찮은 척하는 것도 잠깐이죠. 일단 신투가 우리한테 넘어오는 순간 민성 씨부터 자를 예정이에요."

"···."

"그리고서 민성 씨 업무 감사 쭉 들어가서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면 구상권 청구 소송도 걸 예정이구요."

"친절하시네요. 별걸 다 알려주시고."

"제가 민성 씨 인생 나락으로 떨어트려 주겠다고 했잖아요."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그의 말을 들었다.


"우리가 만지는 돈 액수가 액수인지라 구상권 청구되면··· 참 볼만 하겠네요."

"진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민성 씨 순진하네요. 대형 로펌 변호사 몇 명 붙으면 그 정도야 정말 아무것도 아니죠."

"영 갈피를 못 잡으시네? 구상권 얘기하는 거 아닌데."


이건 또 무슨 소리지, 하는 듯한 이상혁의 의문 가득한 눈빛.


"무슨 말이에요?"

"상혁 씨가 신투 가질 수 있겠냐고요."

"하, 지금 상황 파악 안 돼요? 어제 거래 체결되는 자리에 있으셨잖아요?"

"그래서요?"


이상혁은 어이없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었다.


"지금 주가 위로 튀면 신투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몰라요?"


이상혁이 의도한 대로라면 신투는 쓰러지겠지. 콜옵션을 잔뜩 매도한 상황에서 주가가 뛰면 거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까.


"마치 신투가 이 거래에서 반드시 손실을 볼 거라고 확신하는 눈치네요.'

"아, 알겠다, 알겠어. 민성 씨···."


이상혁은 이제야 알겠다는 듯 크게 웃어 제낀다.


"뭐 녹음이라도 하고 있나 봐요? 내가 말실수하면 녹음해서 어디 찔러보기라도 하려고요?"

"그런 건 아니고요."

"해볼 수 있는 거 다 하면서 발버둥 쳐 봐요. 재밌네."


맘대로 생각하라는 뜻을 담아 침묵으로 답했다. 이상혁은 다시 실실 웃더니 등을 돌려 배 팀장 쪽으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어, 왔어요?"

"거래 잘 진행되고 있나 정산 단계 확인차 들렀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봐요."


배 팀장은 정산 시스템에 접속해 이상혁이 부탁한 거래 정보를 불러왔다.


"응? 이게 왜···."


무언가 이상하다는 듯 눈을 찡그리는 배 팀장. 그의 말에 이상혁은 얼굴에서 미소를 거뒀다.


"잠깐만··· 이거 좀 이상한데?"

"네? 뭐가 이상해요?"

"어제 거래, 매수랑 매도 각각 규모가 어떻게 됐는지 기억해요?"


이상혁이 들고 온 거래 확인서를 책상에 펼쳤다. 손가락으로 종이를 훑더니 배 팀장의 질문에 답했다.


"매수 쪽은 3천만 달러였고요, 매도 쪽은 천만 달러요."

"음? 제대로 본 거 맞나?"

"네. 왜··· 그러세요?"

"액수 단위가 너무 차이 나는데? 잠시만요. 자세히 좀 살펴보자···."


이상혁의 얼굴에는 더 이상 여유란 찾아볼 수 없다. 지금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테니까.


"아! 이거 뭐지?"

"뭐 찾으셨어요?"

"혹시 IP에셋 쪽에서 돈 이미 보냈대요?"

"네, 오늘 바로 정산일이라 조금 전에 결제 대금 보냈다는데요."

"이거 한번 봐요."


[해외증권 정산 확인서]

[종목명 : ··· ]

[고객사 : IP에셋]

[거래 종류 : 콜옵션 매수]

[통화 코드 (ISO 4217) : UZS (코드 : 860)]

[거래액 : 30,182,311]


배 팀장의 화면에 띄워진 정산 확인서를 한참 쳐다본 이상혁. 고개를 갸우뚱했다.


"뭐가 잘못됐다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 통화 코드."


배 팀장은 손가락으로 통화 코드 부분을 가리켰다. 이상혁은 얼굴을 화면으로 더 가까이 가져갔다.


"통화 코드··· UZS··· 860? UZS? 이게 무슨 코드죠?"

"그거 우즈베키스탄 숨 인데. 미국 달러가 아니고."

"네?"

"IP에셋 측에서 돈 잘못 보낸 거 같은데? 전화 걸어서 확인해 봐요."


이상혁은 급하게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미친 듯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지도 않고 배 팀장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팀장님. 고객사 쪽에서는 분명 달러 보냈다고 하는데요?"

"응? 아닌데. 방금 전화 거는 동안 한 번 더 확인해봤는데 확실히 달러가 아니라 우즈벡 통화 들어왔어요."

"우즈벡··· 통화요?"

"응. 숨. 우즈벡 숨."


순식간에 이상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럴 만도 하지. 내가 어젯밤 능력을 사용한 첫 번째 숫자. 바로 매수자 주문의 통화 코드였다.


미국 달러의 국제 통화 코드 840을, 우즈베키스탄 숨의 국제 통화 코드 860으로. 간단하게 둔갑시켰다.


그렇게 IP에셋이 보낸 3천만 달러는, 3천만 숨이 되었다.


대략 1만 5백 숨 정도가 1달러와 맞먹으니까···. 3천만 숨이면 미국 달러로 채 3천 달러도 안 되는 규모.


한화로 따지자면, 3천억 원이 넘던 돈이 3백만 원이 된 거다. 그렇게 IP에셋의 돈은 공중분해 됐다.


"아니, 그게 말이 되나요? IP에셋 측에서는 분명 3천만 달러 보냈다고 했어요!"

"몇 번을 말해야 알아요? 우리가 받은 건 3천만 숨 이라니까?"

"그게 말이 되냐고요!"

"당연히 안 되지."


배 팀장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참 재주도 좋아? 내가 정산 경력 20년 만에 우즈벡 숨 보내는 고객사는 또 처음 보네."

"아니, 오류인 게 확실하잖아요! 빨리 원인이나 찾아요!"

"찾긴 뭘 찾아? 저쪽이 보냈다고 여기 떡하니 나와 있는데. 수탁사 은행에서도 확인 메일 보냈고."


이상혁은 다시 전화에 대고 소리를 질러 보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게 돼서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IP에셋에게 남은 건 3천만 숨. 부정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다.


"저기··· 그렇다면···."


안 그래도 핏기 말랐던 얼굴이 더 하얗게 질린 이상혁. 떨리는 목소리로 배 팀장에게 물었다.


"혹시 매도··· 매도 거래는 어떻게 됐어요? 그건 정산 끝났어요?"

"잠깐만, 확인해 봅시다."


배 팀장이 마우스를 클릭해 시스템에서 검색을 했다. 이번 검색 대상은 이스트 어드바이저 측의 옵션 매도 거래.


"어라? 이건 또 왜 이래?"


배 팀장의 말에 이상혁은 다시 한번 모니터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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