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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베카 님의 서재입니다.

숫자버프 신입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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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라이베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3
최근연재일 :
2021.06.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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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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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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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욕심

DUMMY

금융 시장이라는 거대한 엔진. 그 엔진을 움직이는 것은 욕심이다.


더 값진 것을 가지고.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갈망.


자율경쟁의 원칙, 시장경제라는 클러치 덕에 이 엔진은 올바르게 작동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하지만 때때로 엔진은 과열된다.


탐욕에 눈이 멀어 바보같은 시도를 하는 건 부지기수. 그 아둔함 때문에 가진 것을 모두 빼앗길 위험에 처하는 것도 흔하다.


신투의 꼴이 딱 그렇다.


이상혁이 약속한 당장의 수익. 그리고 이상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초대형 사모펀드와의 커넥션.


후각을 자극하는 달콤한 향기에 신투는 스스로 눈을 가리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이상혁은 신투가 IP에셋에게 외가격 옵션 매도한 뒤에 움직일 거에요."


최지민은 내 설명을 경청 중이다.


"지금 조 전무님이나 박 팀장님이나 거래 계획서에 나온 내용 그대로 철석같이 믿고 있거든요."

"민성 씨가 보여주신 그 거래 계획서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요. 다들 IP에셋에 판매한 옵션 그대로 이스트 어드바이저 쪽에서 사올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이상혁의 거래 계획서 사본을 최지민에게 보여주며 설명을 계속했다.


"이 가정 하에서는 신투에게 오는 위험도가 전혀 없잖아요."

"그렇죠? 판매한 거 그대로 사 올 수 있으니까요?"

"제 생각이지만···. 그렇게 맹신하고 있는 점을 노리는 것 같아요."

"네? 노린다고요?"


상상해 봤다. 내가 이상혁이라면.


어떻게 손에 쥐고 있는 걸 최대한 휘둘러 볼 수 있을지.


신투에게 최대한 치명적인 상처를 낼 방법이 무엇일지.


"네. 이스트 어드바이저가 신투에 판매하기로 한 옵션거래를 갑자기 취소하는 거죠."

"아! 그러면 순식간에 거래 리스크가···."

"신투에게 넘어오겠죠."


최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볼펜을 들어 거래 계획서상의 요약도에 x자 표시를 했다.


[옵션 매수자 <-> 신서투자증권 <–x-> 옵션 매도자]


"어, 민성 씨. 그런데··· 이상한데요?"

"네?"

"거래할 파생 상품이 외가격 옵션이라면서요?"

"네. 맞아요."


최지민은 앞으로 쏠린 머리를 뒤로 넘기며 집중했다.


"신투가 매도하는 게 외가격 옵션이면··· 주가가 웬만큼 움직이지 않는 이상 우리한테 타격이 없을 텐데요?"


그녀의 말은 맞다. 짧은 시간 내에 외가격 옵션이 행사되려면 그만큼 주가가 많이 움직여야 한다.


보통의 경우에 신투가 손해를 볼 확률은 지극히 낮다는 뜻. 최지민이 저런 의문을 제기하는 건 타당하다.


"맞아요.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렇겠죠."

"흠··· 그러면 더 이상한데? 애초에 거래 구조가 무위험거래로 계획되었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생각했었던 구조 중 반쪽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 리스크 팀 쪽에서 후속 조처를 하지 않을까요?"

"맞아요. 며칠 안에 리스크 다 커버하겠죠."

"하루 이틀 내로 외가격 옵션이 행사될 만큼 주가가 움직일 리도 없고."


최지민이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 부분이 약점이라는 거에요."

"약점···이요?"

"방금 말씀하신 거요."

"네?"

"하루 이틀 내로 충분한 주가 변동이 있을 리 없다고 하셨잖아요."


아직도 아리송한 얼굴의 최지민.


"지민 씨가 찾아낸 이스트 어드바이저 이상준 대표요. 지금 거래하기로 한 외가격 옵션 주식 종목들 대주주잖아요."

"아···!"

"종목들 독점하고 있으니까 주가에 영향 미치는 건 식은 죽 먹기죠."

"그러면··· 신투가 위험을 떠안는 그 순간에?"

"네. 다들 '하루 정도야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그 점을 노리고 있는 것 같아요."


기업에 상처를 내는 데에는 하루면 충분하다.


이상혁은 양의 탈을 쓴 늑대. 절대 물지 않겠다는 늑대의 약속만 믿고, 그가 벌린 입에 머리를 들이미는 꼴이다.


물론 내 능력을 이용하면 주가를 움직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주가를 바꿔야 할 종목이 하나가 아니라는 것.


'하루에 여러 번 능력을 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플을 사용해 한 종목의 주가를 방어한다고 한들, 다른 종목에서 터져 나오는 손실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거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내 침묵을 깨고 최지민이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런데 이스트 쪽에서 옵션 대량으로 판매하겠다고 했을 때부터 의심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의심이요?"

"신투는 옵션을 되사올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 치고···."


최지민은 거래 계획서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스트 어드바이저가 신투한테 옵션을 대량으로 매도하면 결국 위험도 다 떠안겠다는 거잖아요. 그 점은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명분이 없으면 그렇겠죠."

"명분이라뇨?"

"주식을 들고 있잖아요."


손을 뻗어 최지민이 들고 있는 거래 계획서를 받아왔다. 페이지를 넘기자 내가 미리 표기해둔 메모가 보인다.


"여기··· 콜 옵션 판매하는 경우 보세요."

"네."

"보유한 주식에 콜 옵션을 판매해서 추가 수익을 올리는 건 워낙 자주 쓰이는 기법이고요."

"커버드 콜 말씀하시는 거죠?"

"정확해요."


커버드 콜 (Covered Call).


주식을 특정 가격에 구매할 권리인 '콜 옵션'을 판매하며 추가 수익을 올리는 기법.


특이점은,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만 한정하여 옵션 판매를 진행한다는 것.


옵션이 행사되지 않는다면, 옵션 판매를 통해 벌어들인 추가 수익을 지킬 수 있다.


반대로 옵션이 행사되더라도 보유 중인 주식을 넘기면 되기에 손실을 제한시킬 수 있는 전략.


"하긴, 이스트 어드바이저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커버드 콜 사용하는 건 당연해 보이겠네요."

"네. 딱히 의심을 살 만한 구석이 없어요."


최지민은 다시 한번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여기 엑셀에 예상수익 모델링 해 뒀어요."


[주가 +20% 상승 시나리오]

[외가격 옵션 $15 기준가 거래액 : $25MM]

[외가격 옵션 $16 기준가 거래액 : $25MM]

[···]


엑셀 계산식을 유심히 살피던 최지민. 질문을 던졌다.


"20퍼센트요? 주가 상승 폭을 너무 크게 잡으신 거 아니에요?"

"유통 주식 대부분을 잡고 있잖아요. 유동성을 잠가둔 상태니까 20퍼센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해요."

"음, 뭐 자금력도 자금력이니까 그렇겠네요."


엑셀 창 위 수식에 몇 가지 변수를 입력했다. 계산을 누르자, 손실 예상액이 계산됐다. 신투가 단 하루 만에 보게 될 손실.


[예상 손실 : -802,379,102,321 원]


8천억 원.


"8천억? 거래 계획서상 예상 수익이 50억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맞아요."

"위험도 대비 수익이 너무 적게 잡힌 거 아니에요?"

"옵션 매도 전략이 다 그렇죠 뭐. 이 경우엔 특히 누군가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이상 손실 날 위험이 거의 없으니까요."

"후, 그런가요? 아무튼 8천억 원 손실이면···."

"자금 지급력에 대해 문제 제기 받기 충분한 규모겠죠."


기업 파산이란 건 생각보다 단순하다.


단 한 번이라도 지급 기한일을 놓치면 그걸로 끝.


증권사는 단기자금을 일 단위로 대차해야 한다. 자금 지급력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건 증권사에겐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물론 법적 절차와 최소 자본 확보가 있기에 진짜 파산할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것은 피할 수 없겠지.


그것이 바로 이상혁이 원하는 결과. 아마 신투의 주가가 폭락하는 순간···.


'돈 싸들고 기다리고 있겠지.'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보해 두면, 그 이후부터는 쉽다. 이사회 장악하고, 서서히 회사를 잠식하면 게임 끝.


간단한 기업사냥의 방법의 하나다.


"기업사냥이라니···. 영화에서나 보던 상황인데."

"저도 믿기 힘들어요. 도대체 금수저 정도나 되는 사람이 왜 이런 일을···."

"그나저나, 민성 씨."

"네?"

"이제부터 계획이 어떻게 돼요?"


조심스럽게 묻는 최지민.


"리스크 관리팀에 직접 연락을 넣어야겠죠?"

"리스크 관리팀에요?"

"네. 최소한 이스트 어드바이저가 옵션 매도 취소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요."


이스트 어드바이저가 현 계획서상에 명시된 대로 옵션 매도를 진행하게 되면 이상혁의 계획은 실패한다.


신투가 옵션거래의 위험도를 떠안게 되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상혁이 신투 내에 남아 있는 건 변함없지만···.'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정식 감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박창섭 팀장에게 우리가 발견된 사실을 알려 감사팀에 압박을 넣을 수도 있고.


이스트 어드바이저와 이상혁의 상관관계가 밝혀지면? 그때는 제아무리 이상혁이라고 해도 쫓겨나는 걸 피할 수 없을 거다.


'감사 팀이 빨리 움직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정식 조사는 두어 달은 족히 걸릴 거다.


지금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으면, 조사가 시작될 때 즈음에는 이미 이상혁 측 지분 확대가 다 끝난 뒤겠지.


행동부터 취하자.


"그럼 제가 리스크 관리팀에 보낼 이메일 초안 작성할게요. 지민 씨는 자료 정리 좀 도와주세요."

"네, 알겠어요."


최지민과 함께 현 거래 구조의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을 요약했다.


마음 같아서야 내가 유추한 이상혁의 계획도 이메일에 포함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일단은 참고 거래 구조의 위험성만을 강조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물증이 없으니까.


강력한 증거 없이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 아니, 성급하게 행동하면 반드시 일을 그르칠 거다.


나야 이상혁이 어떤 흑심을 품고 있는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니까.


'감사팀 팀장도 그랬지.'


처음 감사팀에 이상혁의 말을 꺼냈을 때, 의심의 눈초리를 받은 건 오히려 나였다.


나는 이상혁과 직접적인 경쟁 중이니까. 이상혁이 신투를 노리고 있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면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저 허무맹랑한 음해 공작 정도로 치부될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박 팀장을 끼고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거고.


[이메일 전송 완료.]


"리스크 팀에 알렸으니까 해결 된거죠?"

"음, 일단 한시름 놓긴 했죠."

"우리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이제부터 차근차근 절차 밟으면서 이상혁을 쳐 내야죠. 박 팀장님 통해서 정식 내부 감사 신청해서요."


이상혁이 신투에 심어 놓은 시한폭탄.


방금 보낸 이메일로 일단 폭탄의 타이머를 멈춰 놓을 수는 있겠지.


이제 덮개를 열어 복잡하게 꼬여 있는 전선 중 뇌관으로 향하는 선만 끊어 내면 된다.


**


"민성 씨. 잠깐 저 좀 보실래요?"


하마터면 마시던 커피를 쏟을 뻔했다.


뒤를 돌아보니 서 있는 이상혁. 오전 업무에 한창 집중하느라 누가 와 있는 줄도 몰랐다.


"무슨 일인데요?"

"여기 말고요. 옥상으로 잠시 가시죠."

"옥상···이요?"


때마침 내 책상 옆을 지나치던 박 팀장이 나를 쳐다보며 한마디 거들었다.


"다녀 와. 이 프로젝트 협업해서 성공시키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저 놈은 프로젝트 성공에 관심 하나도 없어요, 팀장님.'


내 마음속의 외침을 들었을 리 없는 박 팀장. 나와 이상혁의 어깨를 한 번씩 툭툭 치고 지나갔다.


어쩔 수 없이 재킷을 집어 들고 핸드폰을 챙기려는 찰나. 나한테만 겨우 들릴 정도로 작게 말을 건네는 이상혁.


"핸드폰은 두고요."

"네?"

"오래 안 걸려요. 약속할게요."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혁과 오래 얘기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일단 옥상으로 향했다.


"민성 씨."


이상혁은 옥상 문을 열고 나가 빌딩 숲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까지 알고 있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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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냄새가 난다 +1 21.06.07 1,024 53 12쪽
39 트로이 목마 +2 21.06.06 1,046 47 12쪽
38 잠입자 +1 21.06.05 1,075 46 14쪽
37 해결책 +1 21.06.04 1,106 59 13쪽
36 탐색전 +2 21.06.03 1,129 56 13쪽
35 선전 포고 +4 21.06.02 1,180 5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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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외환 팀 백 대리 21.05.16 1,818 56 11쪽
12 7층 +2 21.05.15 1,899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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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운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 21.05.14 2,011 5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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