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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라이베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3
최근연재일 :
2021.06.16 15:5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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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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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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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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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이상혁 (6)

DUMMY

"아니 분명히 보셨잖아요!"

"뭐 우리가 잘못 봤을 수도 있지. 시스템에 주문이 이렇게 들어와 있는 걸 어떡하라고?"


이성을 완전히 잃은 이상혁. 배 팀장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분명히 천만 달러 어치였다고요!"

"어이, 이상혁 씨."


배 팀장은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자신의 앞에서 악을 쓰고 있는 이상혁. 배 팀장은 그가 못마땅한 모양이다.


조금 전까지 쓰던 반존대도 그만두었다.


"내가 정산 팀에서 일한 게 벌써 20년이야. 그중 8년은 팀장이었고."

"···."

"여태까지 운용팀이나 영업팀에서 실수해 놓고 우리한테 덮어씌우려 했던 적이 한둘인 줄 알아?"

"아니, 이건 실수가 아니라니까요?"

"그럼 증거를 가져와 보던가?"


배 팀장의 말에 이상혁은 그야말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억울할 테지···.'


이상혁이 기억하고 있을 거래액은 천만 달러. 애초에 3천만 달러어치로 계획했던 거래를 삼 분의 일로 축소한 규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내 능력으로 거래 규모를 바꿔놓았으니까.


[해외증권 정산 확인서]

[종목명 : ··· ]

[고객사 : 이스트 어드바이저]

[거래 종류 : 콜옵션 매도]

[통화 코드 (ISO 4217) : USD (코드 : 840)]

[거래액 : 60,001,127]


배 팀장이 검색한 이스트 어드바이저의 거래 내역.


내 능력으로 인해 6천만 달러가 결제됐다. 애초에 계획되었던 3천만 달러의 두 배.


"이거··· 잘못된 거 아시잖아요. 팀장님도 분명 천만 달러만 결제할 거라고 들으셨잖아요!"

"흠··· 뭐 그건 기억나는데···."

"잘못된 거면 고쳐야죠?"

"못 해."

"네? 왜요?"


배 팀장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거 자동 거래 시스템으로 체결한 거잖아."

"자동···거래 시스템이요?"

"그래. 그쪽이 직접 제안한, 자동 거래 시스템."


자승자박(自繩自縛).


이상혁은 복잡한 옵션거래에 자동화 체결을 도입하고자 애썼다.


신투가 거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해도 대응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자동화의 힘을 빌리려 했으니까.


그리고 그 노력 덕에, 이스트 어드바이저는 거래를 취소할 수 없게 되었다. 내 능력으로 바꾼 거래액 6천만 달러 모두 고스란히 체결되었다.


그야말로 제 꾀에 제가 넘어가는 꼴이다.


"허···."


이상혁은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서 있다.


"아무튼 바쁘니까 나는 이만 실례."


배 팀장은 다시 컴퓨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조용히 정산 업무를 계속했다.


"너지?"


얼빠진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려던 이상혁. 별안간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윽박질렀다.


"너지? 너가 전산 시스템에서 장난질했지?"

"네?"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다. 하지만 꾹꾹 눌러 담으며 최대한 순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다른 거래들은 멀쩡한데 왜 하필 이 두 거래에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데? 하필이면 너가 정산 팀에 있는 동안!"

"흠···. 이상혁 씨."

"왜?"

"미쳤어요?"

"뭐?"

"미쳤냐고요. 내가 무슨 마법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거래 내역을 맘대로 바꿔요?"


모니터를 쳐다보며 우리의 대화를 듣던 배 팀장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뭐 나랑 원수졌어요? 왜 가만히 있는 사람 잡고 그래요?"

"아니··· 이게···."


배 팀장이 때마침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기 싫다는 건지 계속 고개를 저으며.


이제 보는 눈도 없겠다. 연기는 여기까지 하고···.


이상혁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서며 속삭였다. 그에게만 들릴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작게.


"그러니까 깝치지 말지 그랬냐."


이상혁의 얼굴색이 곧 터지기라도 할 정도로 붉어졌다. 화를 주체할 수가 없는지 그는 부들부들 떨며 나를 노려봤다.


"이제 어떡하냐? 주가 움직이는 순간 이스트 어드바이저는 파산할 텐데?"

"···."


'IP에셋과의 거래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되었고···.'


현재 유일하게 체결된 거래는 이스트 어드바이저의 6천만 달러 어치 외가격 옵션 매도 주문.


다시 말해, 신투는 이스트 어드바이저에게 막대한 규모의 '보험 계약'을 구매한 셈이다. 주가가 오르면 보험금이 나오는 계약.


애초에 이상혁과 그 뒤의 세력이 짜 놓은 계획의 정반대.


그들이 생각했던 그림은, 신투가 보험 계약을 판매만 하고 재구매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 후 주가를 올리는 '사고'를 통해 보험금을 타 먹기 위해서.


"후··· 너 생각엔 주가가 움직이기라도 할 것 같아?"

"왜? 안 움직인다는 확신이라도 있어?"


물론, 이상혁의 바람대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신투는 손해를 보게 된다. 보험 계약을 구매하고서 보험금을 타지 못하는 거니까.


"절대 안 움직여."

"왜, 이상준 대표가 그 주식들 다 들고 있어서?"


이상혁은 놀라는 듯 움찔하더니 대답 없이 침묵으로 일관했다.


"후, 대답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조사 좀 한 것 같은데. 그럼 잘 알겠네. 주가 안 움직일 거라는 거."


이상혁은 약간이나마 여유를 되찾은 듯 보인다.


"대주주가 주식 유통량 다 꽉 틀어쥐고 있는데 움직일 리가 없지. 이대로 옵션 만기일까지만 버티면···."

"6천만 달러 옵션 매도한 데서 나오는 수익 챙기고 손 털면 된다?"


나는 이상혁의 말을 자르며 그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꺼냈다.


"그래. 그리고 내가 이 회사에 남아 있는 한 시도야 다시 하면 되는 거고."

"흠···."

"6천만 달러가 다 수익으로 확정되면 자금력도 더 확보되고, 내가 신투 먹는 건 시간 문제야."

"그래?"

"그때 되면 너가 시스템 어떻게 조작했는지 감사 열어서 조사해 줄게. 만약 조금이라도 불법적인 거라도 나오면 넌 바로 감방행이야 이 새끼야."

"그래··· 알았다. 잘 해봐라."


이상혁은 무언가 말을 꺼내려는 듯하였으나,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삼켰다.


그리고 잠시 나를 노려보다 이내 등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민성 씨.

"네 대리님."

-빨리 팀 데스크로 와. 팀장님이랑 과장님이 급하게 찾으신다.

"지금 하던 정산만 마무리 짓고 바로 갈게요."

-응, 최대한 빨리! 바로 회의 들어가야 해. 자세한 건 오면 설명해 줄게.


하기훈 대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언뜻 들으면 다급하다고 느껴질 목소리. 하지만, 나는 하 대리가 다급하다기보단 들뜬 쪽에 가깝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왜 전화했는지도 알 만한데.'


-7층입니다.


하던 업무를 갈무리하고 해외자산팀으로 향했다.


"대리님."

"어, 민성 씨 왔어?"


하 대리는 내가 데스크에 완전히 도착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오랜만에 한 방문이라 그런지 반가운 눈치.


"팀장님이랑 과장님 기다리고 계셔. 얼른 들어가자."

"넵."


우리는 곧장 유리문을 열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박 팀장과 주 과장이 반겼다.


"민성아, 왜 불렀는지 알아?"

"뉴스 봤어요."

"그래."


박창섭 팀장은 보고서 한 장을 건넸다.


[거래 손익 보고서]

[고객사 : 이스트 어드바이저]

[최종 손익 : +30,201,288,122 원]


이스트 어드바이저와 한 거래의 최종 손익 보고서였다. 신투의 최종 수익은 3백억 원. 엄청난 수익이지만··· 나는 놀라지 않았다.


"이게 주식이 이렇게 움직일 줄 누가 알았겠냐?"

"그러게요."


주가를 움직인 건 나였으니까.


이상혁이 정산팀을 방문한 다음 날, Number 어플에 숫자 변경 횟수가 리필되자마자 행동을 개시했다.


신투가 이스트 어드바이저를 상대로 구매한 콜옵션. 내 능력에 의해 주가가 상승하자, 신투는 콜옵션을 행사하여 수익을 확정지었다.


옵션거래는 제로섬 게임이다. 우리의 수익은 곧 상대의 손실.


그렇기에 신투가 수익을 올린 만큼, 이스트 어드바이저는 손실을 봤다. 3백억 원의 손실을.


이상혁이 이 자리에 없는 것이 이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표정 볼만 할 텐데···.'


사실, 이상혁의 논리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상혁의 친척 이스트 어드바이저 대표 이상준. 그는 이번 옵션거래와 관련된 주식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상방이건 하방이건 움직임을 방어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는 뜻.


하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보통'의 경우에 한해서일 뿐. 내 능력을 상대하기엔 계란으로 바위 치기였을 거다.


"아무튼 이거 정산팀에서 잘 케어해 줘야 해."

"네, 알겠습니다."

"이스트 어드바이저쪽에 이미 마진콜 들어갔을 텐데, 끝까지 마무리 지원 잘 받을 수 있도록 하자."


신신당부하는 박 팀장.


"아, 맞다. 조 전무님이···."


박 팀장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


"음, 아니다. 이건 직접 듣는 게 낫겠다. 조별 과제 종료가 2주 정도 남았던가?"

"네. 다음 주 목요일입니다."

"오케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주 과장이 옆에서 눈을 찡긋하는 것을 보니 나쁜 소식은 아닌 것 같다.


회의실을 나와 팀원들에게 인사하고 돌아가는 길.


"민성 씨!"

"아, 지민 씨. 7층에서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그러게요, 해외자산팀이랑 미팅 있었어요?"

"네. 방금 끝나서 내려가려고요."

"잠깐 여유 있으면, 저한테도 시간 잠깐 내주세요. 5분이면 돼요."


최지민의 손에 이끌려 찾은 옥상.


'여기 같이 올라온 건 두 번째인가?'


그녀도 같은 생각을 했나 보다.


"저번에 여기 왔을 땐 민성 씨한테 완전 민폐였는데··· 흐흐."

"지금은 아니고요?"

"아 뭐에요."


웃으면서 이렇게 농담할 수 있는 게 다행이다.


내가 정산 팀에 차출되어 조별 과제 수행에서 열외된 동안 최지민은 혼자서 분투 했다.


최지민. 한 달 반 전만 해도 이렇게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가 될 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이거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아직 정산팀 계셔서 실적 시스템 조회 안 되잖아요."


[고객사 별 수익 (두화자산운용) : +3,152,425,700 원]


최지민이 핸드폰을 꺼내 보여준 실적 시스템 화면. 애초에 우리가 예상했던 실적을 훌쩍 상회하는 결과였다.


"이대로 다음 주 목요일까지 유지한다면, 이번에야말로 진짜 1등은 문제 없을걸요? 민성 씨 없는 동안 나름 혼자서 많이 노력했어요."

"열심히 하신 거 알아요. 고마워요, 지민 씨. 그래도··· 우리 저번에 김칫국 마시다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죠?"

"흐흐, 잘 알죠. 징크스 안 생기게 조심해야 하는데."

"다른 조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좀 모니터링 하셨어요?"


'다른 조'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상 우리가 신경 써야만 하는 상대는 이상혁의 조.


뭐, 그 조는 어차피 이상혁 혼자서 원맨쇼 중이다. 엄밀히 말해 이상혁만 견제하면 된다는 뜻.


일단 신투를 꿀꺽하겠다는 이상혁의 계획은 저지했지만···. 그가 조별 과제에서 우승해 내 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은 아직 존재한다.


"다른 조 뭐 신경 쓸 거 있나요. 민성 씨가 궁금하신 건 이상혁 씨 쪽이잖아요."

"맞아요."

"사실 제가 옥상으로 불러내면서까지 말씀드리려고 한 게 그거에요.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얘기하기 좀 그래서···."

"네?"


최지민은 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봤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뒤에 말을 꺼냈다.


"이상혁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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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7층 +2 21.05.15 1,903 6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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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행운은 용감한 자를 돕는다 21.05.14 2,014 59 12쪽
9 참교육 +2 21.05.14 2,038 6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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