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와."
"전무님."
[전무이사 : 조창훈]
조 전무의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명패. 한때는 저 명패가 참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구닥다리 폰트, 검정 바탕에 자개 글씨라니. 저 명패야말로 구세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회사 생활 짬밥이 조금 차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저 단순한 명패를 책상에 올리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눈물을 흘렸을 지 알게 되었다. 그 무게 아래 깔렸을 경쟁과 자기성찰의 시간을 감히 타인이 헤아릴 수 있는 걸까?
그래서 명패는 묵직할 수 밖에 없다.
"가져왔어?"
"네. 제법 무게가 있네요."
"인턴 시키지 그랬어?"
"중요한 건데요. 직접 날라야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조 전무의 앞에 종이 상자 하나를 내려놓았다.
"내가 신입이었을 땐 말야."
'저 양반, 또 시작이네?"
아마 내 말 중 무언가가 그의 향수를 자극한 것 같다.
한숨이 나오지만 표정 관리 철저하게 하며 잠자코 조 전무의 말을 들었다. 그의 연설은 자그마치 5분을 넘겼다. 중간에 목 고른다고 헛기침 한 찰나의 순간을 제외하고, 조 전무는 끊임없이 말을 이었다.
"아무튼."
드디어 그의 일장연설이 갈무리되는 순간.
"고마운 분들 잘 챙겨. 이름의 무게는 가볍지 않으니까."
이럴때 필요한 건 적당히 진지해 보이는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이다. 그가 하는 말은 다소 정석적이지만 사실이다.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상자에 손을 집어 넣어 명패를 하나 하나 꺼내 책상에 늘어 놓았다.
[후원자 : 고대지식돌님]
"이분들이 우리 신투가 존재하는 데 힘을 보태주신 분들이니까 잊지 말고."
"네, 전무님."
"돌아가 봐."
두 발걸음 뒤로. 허리를 살짝 굽힌 뒤 등을 돌려 문고리를 잡는 찰나.
눈에 들어온 숫자가 있었다.
'저건?'
조 전무는 내가 상자와 함께 건넨 서류철을 검토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었다.
기회다.
그리고 나는 기회를 놓치는 법을 잊어버린지 오래다.
조 전무의 눈치를 한 번 살핀 뒤, 핸드폰을 꺼내 Number 어플을 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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