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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베카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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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트라이베카
작품등록일 :
2021.05.12 10:43
최근연재일 :
2021.06.16 15:52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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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589
추천수 :
2,851
글자수 :
288,618

작성
21.06.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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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이상혁 (7)

DUMMY

"이상혁 씨 사표 낸 거 같아요."

"네? 사표요?"


응? 갑자기?


"오전에 신사업 개발팀이랑 운용부서들 그룹 컨퍼런스 있었거든요. 거기서 한창 팀장님이 얘기하고 있는 중간에···."

"그런데요?"

"이상혁 씨 전화가 갑자기 울리더니 사색이 돼서 뛰쳐 나가더래요."


최지민은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덧붙였다.


"그런데 마침 동기 한 명이 화장실 다녀오면서 통화를 얼핏 들었대요."

"그때 이상혁 씨가 퇴사한다는 소리 들은 거고요?"

"네. 통화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얼마나 소리를 질러 댔으면 전화 너머 고함이 다 들릴 정도였대요. 이상혁 씨는 하얗게 질려서 계속 죄송하다는 말뿐이었고."


저렇게까지 이상혁을 코너로 몰 수 있는 인물···.


'정황상 이스트 어드바이저 이상준인 것 같은데.'


IP에셋 쪽 자금은 내가 능력을 쓰는 바람에 증발했다. 하지만 저쪽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리 없다.


이상혁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애매하고. 아마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전산 오류의 원인을 찾느라 바쁘겠지.


이스트 어드바이저 쪽은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내 능력에 의해서 저들의 계획이 실패한 건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 이스트 어드바이저가 손실을 보게 된 이유는 이상혁과 관련 있다.


그의 건의로 생긴 새 자동화 시스템 때문에 거래 취소를 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거기에다 이상혁의 배경을 생각해 보면···.'


이상혁은 가족의 후광을 내세우며 여기까지 올라왔다. 아마 가족 중에서도 영향력이 큰 사람에게 빌빌거릴 수밖에 없을 수도.


이를테면 이상준 같은 사람.


"어찌 됐든 이상혁 씨가 사표 낸 거 확실하면 우리가 1등 하는 데는 문제 없겠네요."


내 머릿속을 알 리 없는 최지민은 신나서 얘기를 계속한다.


**


-지난주, 여의도를 떠들썩하게 만든 IP에셋과 이스트 어드바이저 한국 지사의 파산 법정 보호 신청에 대한 금융당국의 공식 입장문이 발표되었습니다. 기자회견 현장에 있는···


띠릭-


가전기기 서비스센터 직원이 연결을 확인하기 위해 틀었던 TV의 전원을 껐다.


"TV 잘 나오네요. 혹시 문제 생기시면 여기 서비스 센터 번호로 연락해 주시면 됩니다."

"네 고생하셨어요, 기사님."

"그럼 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새 아파트로 이사하는 날. 때마침 주문한 가전제품 몇 개가 도착해 집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택배 박스들과 가전제품을 포장하고 있던 스티로폼이 방 안에 어수선하게 널브러져 있다.


박스의 숲을 헤치며 아버지가 부엌 쪽에서 걸어오셨다. 해맑은 표정으로.


"야, 잘난 아들 덕에 이렇게 큰 TV도 달아 보고. 내가 팔자가 피었네, 피었어!"

"이 정도로 좋아하면 어떡해요, 아버지.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는데."

"좀 전까지 곰팡이냄새 풀풀 나던 집에서 왔다 인석아. 너무 욕심부리는 것도 안 좋아."


아버지는 새로 산 벽걸이 TV가 썩 맘에 들었는지 리모컨으로 전원을 켰다.


-신서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한 외가격 옵션 거래는 과도한 위험도 전가를 고려하지 않고 진행되었는데요, 이에 금융당국은 외국발 자본에 대한 리스크관리 규제 도입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무차별적인 외국 자본의 거래로 인해 국내 금융 생태계가 위협받는 것을···


"흠, 저거 너희 회사 얘기 아니냐?"

"저 뉴스요?"

"응. 뭔 말 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저거 위험한 거 아니냐?"

"음··· 아무래도 큰돈 오가는 사업이니까 당연히 위험한 부분이 있겠죠?"

"너무 저런 거에 깊게 관여되면 안 된다. 사람이 가늘고 길게 가야지."

"하하, 알았어요, 아버지."

"잘못하면 고생만 하고 팍 삭아. 너 건강이 최우선이다. 알았지?"

"네, 걱정하지 마세요."


저거 내 작품인 거 알면 아버지가 까무러치시겠지?


알았다, 걱정하지 마시라, 안심시키는 말로 둘러댔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반지하 자취방에서 이곳 아파트 6층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여기는 충분하지 않다. 로열층 15층도, 심지어 펜트하우스도 마찬가지.


내가 원하는 성공은 저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으니까.


아버지와 나는 창가에 서서 아파트 단지 공원을 한참 내려보다 이삿짐이 도착했다는 소리를 듣고 현관을 나섰다.


**


"저희는 현 플랫폼의 문제점을 찾는 데에서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솔루션도 있을 테니까요. 자료 화면 보여드리겠습니다."

"고객사가 찾는 것은 단순 서비스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입니다."


내가 환 헤징 자동화 시스템을 화면에 띄우자, 최지민이 곧장 말을 이어받아 설명을 시작했다.


"저희가 담당한 두화자산운용은 플랫폼 개선이 적용되자마자 신투와의 거래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장했습니다."


[거래량 주간 상승률 : +132%]

[거래 마크업/커미션 수익 증가율 : +84%]


"이 방식은 비단 두화자산운용에만 적용될 수 있는 접근법이 아닙니다. 업데이트한 플랫폼을 모든 기존 고객사에 적용한다면 별다른 추가 비용 없이 거래량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환 헤징 자동화 수혜 대상 고객사 : 48개]

[연간 거래량 상승 예상치 : +45%]

[연간 수익 개선 예상치 : +21%]


"이상으로 조별 과제 결산 보고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김민성, 최지민 사원. 다음으로는 최종점수 2위···."


짝-짝-짝-


발표를 끝내고 강단에서 내려오는 나와 최지민을 향해 박수 소리가 들린다.


앞을 보니 조창훈 전무가 보인다. 우리를 쳐다보는 흡족한 표정. 그는 천천히 손뼉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전무님."

"발표 잘 들었어."

"감사합니다."


조창훈 전무는 나와 최지민을 향해 손짓했다. 따라 나오라는 제스쳐.


우리는 군말 없이 그를 따라 세미나실 밖으로 나갔다.


"음··· 내가 두화자산운용 CIO를 잘 알거든."


조창훈 전무는 문 옆에 선 채로 말을 시작했다.


"그 친구랑 나랑 서광증권 시절일 때 같이 근무했었어. 입사 동기고. 두화로 넘어간 이후에는 비즈니스가 바쁘다고 자주 얘기하진 않았는데."


뭔가 재밌다는 듯 미소 짓는 조 전무.


"며칠 전에 점심 먹으러 국밥집 갔다가 옆 테이블에 있길래 인사하고 같이 밥 먹었어. 그 친구가 저 밑에 같이 일한다는 젊은 친구 한 명을 데려왔는데 말이야."


'설마?'


"이름이 서태진 과장이던가? 아무튼 그렇대. 그런데 서 과장이라는 사람이 자네들 얘기를 꺼내더라고. 거래에서 항상 골치 아팠던 문제를 순식간에 해결했다고."

"네, 저희 담당 고객사에서 거래 맡고 계신 분입니다."

"그래, 그래. 우리 같은 증권쟁이들한테 가장 중요한 자산이 뭔지 알아?"


나와 최지민 둘 다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 전무가 스스로 답했다.


"고객사로부터 받는 신뢰야. 뭐 아무리 뛰어난 거래 능력을 가지고 시장을 잘 읽어도, 결국에 고객사가 있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으니까."

"아···."

"아무튼, 내가 말이 길어졌는데. 1등 한 거 축하하고. 김민성 사원 자네는 계약직이라면서?"

"네 전무님."

"자네 같은 인재가 그런 거로 고민하면 안 되지. 아마 인사부에서 곧 연락 갈 거야."

"네?"

"자네도 이제 정직원이라고. 축하하네."


조창훈 전무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박창섭 팀장이 지난주 회의실에서 말했던 '소식'이라는 게 이거였구나.'


"아, 그리고 박창섭 팀장이 하도 신신당부해서 말인데···."


조 전무는 조심스러운 말이라도 꺼내야 한다는 듯 말꼬리를 늘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해외자산팀으로 배정되는 조건으로 정직원 전환하는 거야. 다른 팀 갈 생각이거든 일찍 접어 둬."

"아, 아닙니다, 전무님. 해외자산팀이 제가 제일 배정받고 싶은 팀입니다."

"그래? 잘됐네, 그거."


옆에서 최지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기뻐하고 있다. 내 정직원 전환을 나만큼이나 기뻐해 주는 것이 고맙다.


최지민에게로 시선을 돌리는 조창훈 전무.


"자네도 고생 많았어."

"감사합니다, 전무님."

"자네는 원래 정직원이었으니까 뭐 딱히 더 해줄 건 없고. 부서 최종 배정은 어디 받고 싶어? 지금 있는 곳에서 남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아, 저는···."


곰곰이 생각하는 최지민. 이미 많이 고민해봤던 문제인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답했다.


"신사업개발부에 가고 싶습니다."

"신사업개발부?"

"네. 이번에 거래 시스템 개선하면서 개발팀과 다른 부서 협업 과정이 발전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서요."


조창훈 전무는 최지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정을 통해 신투에서 다루어지지 않고 있는 비효율을 하나씩 바꿔나가고 싶습니다."

"그래, 마침 그쪽에 신입 사원 한 명 사표 내서 어차피 일손도 필요하던 참인데 잘됐네."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를 하는 우리의 어깨를 한 번씩 툭툭 치고, 조 전무는 다시 세미나실로 들어갔다.


"와··· 전무님이랑 직접 일대일로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에요.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최지민은 아직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한 모양이다. 그녀가 신나서 한참을 더 떠든 후에야 우리는 다시 세미나실로 들어갔다.


**


"민성 씨, 돌아온 거 축하해!"

"웰컴 백."


하기훈 대리와 제임스 과장이 나를 반겼다.


내 자리에 그새 쌓인 먼지를 대충 털어내고 책상 위 소지품을 원위치에 돌려놓았다.


"어, 민성이 왔냐?"

"네, 팀장님."


박창섭 팀장도 자리에서 일어나 내 자리로 다가왔다. 그는 어깨를 한 번 툭 치고는 별말 없이 돌아갔다.


"아, 팀장님! 민성 씨 이제 정식으로 우리 식구잖아요."

"응? 그래서?"

"그럼 회식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야, 또 술이야? 너 어제도 마셨다며."

"회식한다고 꼭 술 마실 필요는 없잖아요."


하 대리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자리로 돌아가는 박 팀장을 불러 세웠다.


"흠? 그럼 술 없이 회식하자는 거야?"

"아··· 하하, 그런 건 아니고요."

"허, 참 웃기는 놈일세."

"시간도 적당한데 모처럼 다 같이 조금 일찍 퇴근하는 건 어때요?"

"그래, 그러자. 간단히 딱 한 잔만 하자고. 내일부터 또 바빠질 예정이니까."


박창섭 팀장은 벽에 붙은 화이트보드를 가리켰다. 화이트보드 위에는 앞으로 2주간의 고객사 미팅 일정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환 헤징 자동화 논의 대상 고객사 미팅]

월 – XX에셋

화 – XX인베스트먼트

···


"넵. 어디 갈까요?"

"알아서 정해라."

"오케이- 알겠습니다!"


하 대리는 나한테 슬쩍 가까이 오더니, 귓속말로 속삭였다.


"민성 씨, 빨리 소고기 먹자고 해, 소고기."


"야 하기훈이, 너 소고기 먹자고 민성이한테 말하는 거 다 안다. 돼지 이하로 골라라."


그걸 또 어떻게 알았는지 끼어드는 박창섭 팀장.


메뉴는 나가면서 결정하기로 하고 다들 퇴근 준비를 서두른다. 나도 책상 정리는 내일로 미루고 짐을 챙겨서 일어서려는 찰나.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이 울린다.


[알 수 없는 발신자]


'음? 알 수 없는 발신자···? 광고 전화인가?'


"민성 씨, 어서 가자."

"야, 민성아. 업무는 내일 해라. 급한 거 아니면."

"네, 금방 갈게요! 잠시만요!"


이미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팀원들에게 소리치며 전화를 무시했다.


띠리링- 띠리링-


또다시 핸드폰이 울린다. 이번에도 '알 수 없는 발신자'.


'누구지? 부동산 관련된 전환가?'


별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민성 씨.

"네, 누구시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중저음의 목소리.


-이상준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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