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와 싸워야 한다면 2019[판타지]
![DUMMY](http://cdn1.munpia.com/blank.png)
오크와 싸워야 한다면
마지막 오크 남녀로 기록 될 호문쿨루스를 태워 죽이면서 닥터 리는 야만의 일부가 종지부를 찍었다는 걸 혼자서 포도주와 스테이크로 기념했다.
리는 그의 가문이 부자가 아니었다면 은둔형 외톨이로 나서기 싫어서 도움을 구하지도 못 한 체 어딘가의 골방이나 거리에서 굶어 죽었을 그런 유형의 인간이었다. 전적으로 가문 덕에 리는 국립대학의 연구실에 틀어 박혀 몇 가지 주요한 업무에 개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가문이 태초부터의 무한한 영향이라는 운 덕분에 자신을 출세시킬 수 있었다는 것을 리는 잘 알고 있었다.
오크는 인간과의 사이에서 자손을 남길 수 없었고, 10대 초중반의 청소년 인간이 극단적으로 공격적인 환경에 노출되었을 경우의 마음을 평생 소유했다.
지금이야 꽤 불행한 종류의 인간이라도 지하철이나 타고 다니면서 냉소나 뿌리며 커피를 홀짝일 수 있을 정도로 인간 세상은 부유했다. 노숙자에게도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는 먹이는 무료 급식소는 있었고 겨울에 추위를 피할 수용소는 있었으며 의료원도 존재했다.
리는 그와 같은 업적을 쌓아 올린 인간 세상을 경멸하는 자들을 경멸했다.
임산부의 배를 갈라 태아를 꺼내 남녀인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도박하는 자들은 과거의 전쟁들과 살인 행위들에 넘쳐흘렀다. 그들에게 있어서도 오크들에 있어서도 인간의 아기라는 건 식인과 윤간과 매매의 대상일 뿐이었다. 전장에서 인간 여자들은 오크들에겐 도시락이었고, 인간들에겐 노예였다. 그런데도 지금의 권리에 불평만 하는 여자들이 리는 가소로웠다.
마법사왕들이 메테오의 극의를 알아냄으로서 이룩한 평화가 리에겐 너무나 소중했다. 마법사왕들을 근거리에서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는 엘프들과 총사들의 존재도 평화엔 빼놓을 수 없었다.
어떤 식으로든 존재한다는 부정할 수 없고, 존재한다는 건 억지로 존재하는 것이고, 따라서 존재의 궁극엔 스스로 존재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했으며 이는 무한 세계일 수도 절대자일 수도 있고 두 가지가 양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태초엔 말씀이 있었고 말씀은 존재하라는 명령인 것이다.
개선되어 왔고 개선될 여지가 있는 세상이라고 리는 믿었다.
오크가 될 수도 있는 호문쿨루스가 세상에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리가 영향 미칠 수 있는 범위 내에선 이제 없었다.
[2019.10.16.]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