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 어세신 - 2002[디아블로2 패러디]
풋내기 어세신
레이첼은 사이틀러스 아이의 자매 교단의 교주인 아카라로부터, 레벨 9가 되었다는 인증을받았다. 레이첼은 한숨을 내쉬었다. 레벨 9 이하의 전사나 마법사를 죽이면 어떤 마을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이상의 레벨이라면 마을에서 허락을 받아 마을 밖의 어떤 장소에서건 죽일 수가 있다.
일명 어쎄신이라고도 불리는, 비자르타크 기사단에서는, 풋내기 어쎄신인 레이첼에게 카타르, 버클러, 타운포탈 스크롤, 아이템 확인 스크롤을 하나씩 주며 나가 싸우라고 했었다. 어찌 어찌 몇몇 몬스터들을 죽여서 레벨 9 인증을 받았지만 모르는 것 투성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여러 다른 이들에게 각종 장비와 금을 지원 받아 처음부터 부자로 시작하기도 한다. 하지만 레이첼은 거의 아무 것도 없이 시작해야만 했다.
레이첼이 바깥으로 나가자 어마어마한 몸집의 바바리안 한 사람이 그녀를 호들갑 떨며 맞이했다. 움바바라는 레벨 84의 칼바바였다. 움바바는 거대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띄우며 레이첼에게 다가갔다. 레이첼은 흠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움바바의 팔뚝은 레이첼의 허리보다도 굵었다. 키도 레이첼의 머리 2개 만큼은 크다. 레이첼로서는 종류도 알 수 없는 룬이 몇 개 박힌, 엄청나게 무겁고 에이션트 아머처럼 생긴 갑옷을 입고 있었다. 룬들 중 1개 만은 아는 것이다. 레이첼이 졸업한 비자르타크 기사단의 무도장 사부가 가지고 있던 에테리얼 수웨이자에 박혀 있던, 장비에 박아 넣으면 장비가 파괴되지 않는다는 조드 룬이다. 정말 구하기 어렵다는.... 움바바가 부자이며 강력한 동지들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였다.
"레이첼, 이제 레벨이 몇이지?"
"...9요..."
"호오~~ 이제 내가 널 죽일 수도 있겠구나"
레이첼은 덜컥 겁이 났다. 레이첼은 서둘러 작은 웅덩이 옆으로 향했다. 맑게 고여 있는 물을 통해 레이첼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데미지드 스컬캡 밑으로 짧게 커트 된 검은 머리카락에 둘러 싸인 귀여운 얼굴이 보인다. 크고 서글서글한 눈매, 오똑한 코는 도톰하게 망울져 있고, 입술은 아담하니 예뻣다. 퀄티드 아머는 가슴이 깊게 패여 있어 레이첼이 순백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섬세한 손가락에 낀, 링 오브 덱스터리티라는, 민첩성 지수를 2 올려주는 반지는 효과가 있는 지 알 수 없었다. 장갑, 벨트, 신발도 모두 금 500도 받기 힘든 싸구려들... 쪼그려 앉아 있던 레이첼이 일어난다. 퀄티드 아머는 갑옷이라고 할 수 가 없어... 순백색의 커다랗게 살오른 엉덩이는 단지 약간 두툼한 끈을 통해 가려져 있어 겨우 한가운데의 부끄러운 굴곡을 눈길로부터 차단하고 있을 뿐이다. 풍만한 엉덩이의 양쪽 부분과 시원스럽게 뻗은 늘씬한 허벅지는 모두 밝은 햇빛 아래 드러나 있었다.
레이첼이 무기를 가지러 사물함으로 가려는데 움바바가 가로막아선다.
"비켜주세요"
"사냥을 나서려는 거니?"
"네"
"그럼 내가 널 쫓아가서 휠윈드로 죽일지도 모르는데?"
"저도 정신을 집중시켜 버스트 오브 스피드를 쓸 수 있어요"
"아무리 높아야 3단계겠구나. 나는 속도가 증가되는 갖가지 참을 배낭에 잔뜩 넣고 다니지. 웬만한 어쎄신을 따라잡을 수가 있어. 니가 나에게 좀 더 소중한 사람이 된다면 이런 허술한 장비 보다는 좀 더 괜찮은 장비를 가질 수 있을 거야"
괜찮은 장비는 곧 강력한 사냥 능력을 뜻했다. 부정기적으로 모든 지형은 바뀌고 그때마다 수많은 몬스터들과 보스들이 부활하곤 했다. 끝없이 벌어지는 싸움은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또 강해지게 했다. 가끔씩 자신과 똑같이 생긴 시체를 줍는 이를 본 적이 있었다. 시체를 주우려는 이는 좀비처럼 아무 생명력이 없어 보였다. 말을 걸어도 본 체 만 체 했다. 그런 이가 시체를 주우면 시체는 사라져 버리고, 주운 이는 생명력을 얻어 조잘거리는 것이었다. 그리그 자신이 자신의 시체를 주웠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했다. 남들이 말하기에 그러려니 생각할 뿐이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을까?하고 의문을 가져 본 적도 없지 않았다.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어이, 움바바!"
움바바가 되돌아본다. 역시 뛰어난 장비를 갖춘 듯이 보이는 드루이드 한 사람이 빠르게 걸어왔다. 드루이드가 고개를 까닥거려 레이첼을 본다.
"이 어쎄신은 누구지?"
"레이첼이라고 이제 막 레벨 9가 된 신출내기야"
"난 레벨 90의 곰 드루이드인 메랑고라고 한다"
"예.. 메랑고 씨.."
움바바가 말한다.
"아마 처녀일걸? 그러니?"
"예..."
레이첼은 가슴이 뛰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 얼굴은 화끈화끈 달아올라 홍당무처럼 발개졌다. 지금 메랑고는 앞에 움바바는 뒤에 있다. 부끄럽게 드러난 가슴과 엉덩이도 발그스름해져 있을 게 틀림없다. 메랑고가 말한다.
"이 앨 우리 길드에 넣자"
"뭐에 쓰려고? 이런 어린애를"
"어쎄신에겐 열쇠가 필요없잖아. 어떤 상자든 개의치 않고 재꺽 재꺽 열 수가 있지"
"다른 노련한 어쎄신도 많잖니. 아직은 안 돼. 파티에 넣어 데리고 다니는 거면 모를까. 정식 길드원이 되기엔 모자라지"
"그럼 같이 다니는 거다. 괜찮니, 레이첼?"
"...네..."
"자, 그럼 같이 가볼까"
"누굴 잡으러 갈꺼지?"
"헬 바알"
"좋군!"
두 사람은 레이첼 양 옆에 섰다. 퓨리검과 모너크가 로그 캠프에 내려쬐이는 햇살을 받아 반짝거린다. 움바바의 가슴은 성벽과도 같이 단단해 보였고 거기에 엄청나게 무거운 갑옷마저도 걸쳐 빈틈이 없어 보인다. 움바바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거대한 헬슬을 든 메랑고가 씨익 웃음을 짓는다. 움바바가 묻는다.
"헬슬을 쓸 거냐?"
"말렛과 모너크 같은 강력한 장비를 헬 바알에게 쓸 일이 있겠어? 너도 웬만하면 모너크를 벗고 오지 그래"
"이 예쁜 아가씨를 지켜주려면 퓨리검과 할배검 보다는 퓨리검과 모너크가 어울리지. 할배검은 공속 주얼을 박아도 퓨리검 보다는 느리니까"
메랑고가 주문을 외우자 그의 몸이 황갈색 털로 덮인 거대한 곰으로 변신한다. 갑옷, 투구, 방패 같은 인간의 느낌을 전해주는 어떤 장비도 걸치지 않은 모습. 움바바 보다도 몇 배는 더 넓어 보이는 엄청난 어께와 두꺼운 목. 그 위에 얹혀진 사나운 곰의, 레이첼의 몸통 만큼이나 거대한 머리. 레이첼은 어딘가 어찔해져 오는 느낌을 받으며 쓰려지듯 움바바의 강력한 팔뚝에 몸을 의지한다. 움바바가 레이첼의 가느다란 허리를 감싸안는다.
"자, 출발이다"
세 사람은 로그 캠프의 웨이 포인트에 발을 얹었다. 먼 옛날 호라드림의 마법사들이 세계를 여행할 때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 놓았다는, 강력한 마법이 걸려 있어 어디든 순식간에 사람들을 이동시키는 웨이 포인트.
단숨에 레이첼은 월드 스톤 성채 2층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몇 계단만 더 내려가면 세계 최강의 몬스터라는 헬바알의 성역이 있다... 후덥지근하게 덮여 오는 열기에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옆에 서 있는 또다른 낯선 두 남자. 메랑고의 용병인 마이트 타운가드와, 움바바의 용병인 바바. 바바리안 용병이 특별히 레이첼의 시선을 잡아 끌었다. 거대한 할배검을 양손으로 꼭 쥔 채 언제든지 주인인 움바바를 위해 상대를 뒤로 밀쳐 내고 기절시킬 준비가 되어 있는 충직하고 거대한 사내. 마이트 타운가드의 발 밑에 오오라가 번쩍거리자 레이첼을 포함해 이들 모두의 발 밑에 오오라가 번뜩인다. 레이첼이 든 슈페리어 카타르도 힘이 들어가면서 마이트 오오라 덕에 무기의 위력이 세어졌음을 알린다. 메랑고가 하트 오브 울버린이라는, 공중에 떠 번쩍거리는 유령 비슷한 것을 불러낸다... 그리고 그 자리 근처에 서 있는 한 여성. 엄청나게 커다란 순백의 엉덩이를 거의 생짜로, 월드 스톤 성채의 음울한 불빛 아래에 드러내놓고 있다. 차가운 듯한 인상의 금발 머리 아래 서클릿을 끼고, 금빛 찬란한 갑옷을 입었다. 그녀는 여성치고는 좀 낮은 음색으로 말했다.
"안녕, 메랑고, 움바바"
"안녕. 이쪽은 레이첼이라는 레벨 9 어쎄신이야. 레이첼, 저 아마존은 소피아라고 하는데 윈드 포스와 에테 타이탄을 잘 다루지. 레벨은 87이고"
아마존이 큼직한 활을 든 체로, 조금은 길고 갸름한 얼굴에 꼬리가 약간 올라간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다. 엉덩이를 조금 실룩거리는 것 같다. 갑자기 머리가 소이고 갑옷을 걸친 엄청나게 커다란 괴물 두 마리와, 땅딸막하고 벌거벗은 새빨간 괴물 1마리가 달려든다. 움바바가 레이첼 앞을 가로막고, 메랑고가 조금 앞으로 나서며 주문을 외워, 저 머나먼 드루이드의 고향으로부터 커다란 곰 1마리를 소환하는 한 순간에, 소피아가 순식간에 뒤를 돌아 보며 쏜 화살 3방이 괴물들 3마리 전부를 처참한 시체로 만들었다. 소피아가 쏜 활은 스스로의 눈과 뇌를 지닌 듯 허공에서 마음대로 방향을 비틀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괴물을 쓰러뜨렸다. 땅딸막한 괴물은 소피아가 쏜 활에 맞는 순간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순간의 화염은 천장을 태우고 강렬한 소리로 허공을 찟었다. 재와 같은 붉은 잔해가 남았고, 그때의 바람이 웨이 포인트 쪽으로 날아들었다. 소피아, 메랑고, 움바바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그들의 용병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레이첼은 바람이 다가드는 순간 허공에 붕 떠 벽에 가 부딪쳐 떨어졌다.
"어억..."
"괜찮니?"
움바바가 잽싸게 레이첼을 안아 일으킨다.
"네..."
웬지 이 강력한 바바리안의 품이 따쓰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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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어세신 돌려먹기' 블리자드는 2차 창작 정책상 19금을 인정하지 않으니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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