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 패러디]원시랏자
볼프님이 쓰신 제 글에 대한 패러디입니다.
-------------
원시랏자
-이 글은 실존하는 인물, 집단, 사건과 어떠한 관계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우가가가!"
(껄껄걸)
지금으로부터 한참 전인 구석기 시대. 우리 이전의 원시인류 호모 에렉투스가 살던 그 시대의 어딘가. 가죽옷을 걸친 원시인 '살찐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번에 3번째로 자신을 받아 준 부족이 머무르는 동굴 벽에 동굴벽화를 그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다른 부족원들은 동요에 빠졌다. 하늘 위에 있는 한 사람은 사슴, 산딸기, 가죽옷 등 모든 좋은 것을 다 갖고 있었다. 그러나 하늘 아래 있는 사람들은 비쩍 야위고 고통에 가득찬 얼굴로 죽어가고 있다. 하늘 위에 있는 사람의 등에서 시커먼 관절과 끈이 덕지덕지 달린, 가재의 집게같은 손들이 튀어나와 하늘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 음식과 옷을 빼앗아가고 있었다.
"우가가가가가!!"
(이 이게 뭐야 누가 이런 끔찍한 그림을 그렸어)
"우가가! 우가우가!!"
(도대체 이게 뭐야)
"우가가가가! 우가가! 우가우가!"
(껄껄걸 어차피 우리 모두 다 죽는다)
살찐이가 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키170에 체중 77의 부족장 흑곰이 키 188에 체중 80인 멸치 난쟁이 살찐이에게 다가가 화를 냈다.
"우가가가가!!"
(도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우가! 우가우가 우가가!!"
(내가 할 수 있는 건 동굴벽화 뿐이다)
평균 키 160대인 부족의 다른 남자들과 흑곰의 아들 갈색곰과는 달리, 살찐이는 키도 작고 몸이 약하며 손도 느려 사슴을 잡을수 없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도 어려워서 흑곰의 부인인 백곰이 아기들과 열매를 모으러 나가는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가만히 앉아서 족장 가족과 다른 부족원들이 가져오는 식량을 먹는 것만 잘했다. 당연히 족장 가족이 항의했지만 그때마다 '우가가, 우가우가(그저 너희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결국 참다 못한 흑곰이 그럼 동굴벽화라도 그려보라고 했는데 그 결과가 이거다. 많은 사슴을 잡고 부족원들이 즐거워하는 내용을 원했던 흑곰으로써는 피가 거꾸로 솟을 노릇이었다.
"우가가가가가가가!!"
(도대체 넌 할줄 아는게 뭐야)
"우가우가 우가가가가가!!!"
(동굴벽화 잘 그렸잖나 왜 나한테 이러나)
"우가아아아아아아아아!!!"
(웃기지마 이게 동굴벽화냐)
"우가가가! 우가 우가 우가가!"
(미래의 사람들은 나를 바로 평가할 것이다)
자신의 '예술'마저 부정당한 살찐이는 이렇게 알지 못할 말을 내뱉으며 흑곰을 밀치고 동굴 밖을 뛰쳐나갔다. 부족의 누구도 살찐이를 말리거나 뒤따라가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그그 다음날도 살찐이를 본 흑곰 부족원들은 아무도 없었다. 몇 달 뒤 근처의 다른 부족 영토 경계에서 살찐이를 본거 같다는 말이 있던가 없던가 했지만, 하루 먹고 하루 사는 구석기 시대 원시인류의 숙명을 타고 난 흑곰 부족에게 그런건 아무래도 좋았다. 살찐이가 어떻게 됬냐는 정보보다 산딸기가 잘 자라는 곳의 정보가 훨씬 더 중요했으므로. 아주 먼 훗날 호모 사피엔스에 흡수당해 멸종되어 문명을 발전시킬수 없었던 호모 에렉투스는 그렇게 하루하루 사냥, 채집으로 자연과의 투쟁속에서 스러져갔다.
그리고 22xx년 지구의 어딘가. 한 고인류학자가 발견한 동굴벽화가 학계를 발칵 뒤집어놨다. 사슴이나 손바닥 자국, 사람 그림이나 있던 원시시대 동굴벽화와는 달리, 그 동굴 벽화에는 현대 공장에서나 볼 법한 '로봇 팔'이 무척이나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고인류학자가 소리쳤다.
"껄껄걸!! 부자와 인공지능이 에렉투스를 멸종시켰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