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지망생의 컴퓨터 도깨비 - 2017[일반]
살인자 지망생의 컴퓨터 도깨비
이 전우주의 모든 것이 시시하다고 한 사내가 생각했다.
그 사내는 겉보기에는 그저 얌전한 인간일 뿐이었다.
사내는 휴일에 자신의 방에서 한 착상을 떠올렸다.
사내에게 모든 것은 지루했다. 삶에 활력을 찾기 위해 사내는 사람을 죽이고 싶어졌다. 사람을 죽이는 수준도 사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을 정도로 저지르고 싶었다. 사내는 그런 뜻에서 집 근처에 사는 미취학 여자 아동을 죽이기로 했다. 한국은 실질적인 사형 폐지 국가이니 그렇게 해서 교도소에 들어가 살면 인생에 아무 노고 없이 날로 먹을 수 있는 유영철과 같이 살 수 있었다.
사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만약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사내의 손맛에 길들여진 한 컴퓨터는 일종의 도깨비일 것이다.
사내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묘사할 수 있는 컴퓨터 속의 워드프로세서를 켜서 살인 계획을 짜려고 했다.
한 순간 사내는 그럴 필요가 없음을 느꼈다.
신이 있다면 그분에겐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을 수 있었다.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가 이 세상의 체계 너머에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무엇이 실존함을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파스칼의 도박 논리가 신을 믿고 신이 원하는 바인 선을 행해야 이익을 낼 수 있음과, 악당은 악당을 봐주지 않기에 악당인 신을 따름은 무익함을 논증하고 있지 않은가.
즉 신은 인간에게 의미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처럼 조용히 살아감이 옳을 것이라고 사내는 뇌까렸다.
순간 컴퓨터의 전기 잡음이 미묘하게 변했다. 우연일 수 있지만 만약 세상의 이치가 범신론이라면 컴퓨터가 곧 도깨비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신비주의에 따르면 세상에 나타나서 이상한 것은 없다.
[2017.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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