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벽을 쌓다가 - 2017[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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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벽을 쌓다가
그는 작고 마른 사내였다.
그는 군주라는 부자의 명에 따라 성벽을 쌓는 일에 동원되어 이곳에 왔다.
그는 돌을 쌓아올리고 나무를 날랐다. 손톱이 나가고 손금이 닳았으며 발바닥에 피멍이 들었다.
군주의 마름들은 새벽에만 잠깐 그를 재웠고 돈은커녕 밥도 주지 않고 일을 시켰다.
비와도 일을 시켜 누더기 옷이 젖어 찢어졌다. 다른 일꾼들이 그가 고자인 걸 알고 실컷 비웃었다. 그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부끄러움은 약점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그는 부끄럽다는 것 자체가 지는 것이라 생각하고 데면데면하게 굴었다.
그와 일꾼들은 새벽에 마름과 그 권속들에게 성욕 처리 도구가 되는 대가로 받는 죽을 먹고 버텼다.
그는 힘은 없는 반골 기질 있는 자였다.
성을 다 지으면 그는 병사가 되어 군주의 전쟁에 동원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왜 어미가 자신을 낳았는지 생각했다. 쓸모가 있으리라 보고 낳았을 것이고 이미 그의 가족은 모두 죽었다.
그러하다면 결국 부자들이 부려먹기 위해 인류를 지속시킨다고 보면 될 터였다.
그러하다면 인류를 억지로 존속시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자들인 부자들만이 일을 해야 올바른 세상인 것이었다.
그는 일 안 하다고 버티다가 본보기로 맞아죽었다.
[2017.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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