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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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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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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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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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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1쪽

6-14

DUMMY

“도무지 불안해서 잠을 잘 수조차 없는 지경이구나.”

“너무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고작 서문세가를 상대하면서 별 일이야 있겠어요?”

야심한 시각, 은은한 황촉 아래 두 남녀가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청룡천군과 주작천군이다.

“벌써 무슨 기별이 와도 와야지 않느냐? 사밀전의 보고대로라면, 백호천군이 정예들을 이끌고 출정한 것이 열흘이 훨씬 지났어. 그런데 지금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우리가 모르는 무슨 사정이 있겠지요.”

“그러니까 그 사정이 대체 뭐냔 말이다.”

“며칠 전에 다시 사밀전의 요원들을 급파했으니 내일 중으로는 무슨 소식이 있겠지요. 휴.”

두 명 모두 표정에서 불안함과 초조함이 역력하다.

도주의 기미가 보이는 서문세가를 향해, 삼백 명의 정예들을 이끌고 백호천군이 출정했다는 것을 끝으로 모든 소식이 끊겼다.

상식적으로 이럴 수는 없다. 도주 직전 도착해 서문세가를 섬멸했든, 이미 도주를 해버려 허탕을 쳤든, 무슨 기별이라도 와야 정상이다. 하지만 백호천문과 사밀전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든 소식이 끊겨버린 것이다.

물론, 허탕을 쳤다면 다시 문파로 복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있으니 백호천문을 통한 기별은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사밀전의 요원으로부터도 소식이 뚝 끊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서문세가에서 은밀히 결정한 도주에 관한 내용까지 파악한 사밀전이 아닌가.

백호천군이 서문세가에 도착한 이후의 상황에 대해 당연히 보고가 올라와야 마땅했다.

지금까지 아무런 보고가 없다는 것은 한 가지 경우 밖에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서문세가 주위에서 암약하던 사밀전의 요원들이 변을 당했다는 것.

“마음 편히 가지세요. 전서구가 말썽을 부릴 때도 가끔 있었으니까요.”

아주 가끔이긴 해도, 날아오는 도중 독수리나 매의 공격을 받아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는 전서구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기에 정말 중요하고 다급한 내용일 때는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전서구를 날리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백호천군이 허탕을 치고 다시 돌아갔다면 그렇게까지 중요하고 다급한 일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 마리의 전서구만 날렸을 터, 사밀전의 요원이 아니라 그들이 날려 보낸 비둘기가 변을 당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였다.

“그래. 그렇겠지. 당연히, 휴.”

충분히 일리가 있어 보이는 주작천군의 말에도 청룡천군의 입에서는 근심 섞인 한숨이 나왔다.

“제 말이 틀림없을 테니···.”

흠칫.

뭔가 위로의 말을 전하려던 주작천군이 말을 멈추고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문 쪽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청룡천군도 마찬가지였는데, 밖으로부터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뭔가 다급하게 보고할 것이 있다는 뜻일 터, 지금 상황에서 다급한 보고라면 하나밖에 없다.

역시나 문을 열고 들어온 수하의 표정과 음성 모두 다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지금 즉시 천무전으로 오시라는 긴급 전갈입니다. 백호천문과 서문세가에 관한 새로운 정보가 도착했다고 합니다.”

“정보가 왔으면 그 내용을 말해주면 그뿐이지, 천무전에는 왜?”

“사밀전의 간부 하나가 허겁지겁 달려와서 그 말만 전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뭐?”

“그자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대체 얼마나 안 좋은 소식이기에?’

주작천군과 함께 청룡천군이 천무전으로 황급히 달려가 보니 이미 세 명이 먼저 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단우경과 왕무린, 그리고 사밀전주 맹위였다.

단우경은 청룡천군과 주작천군을 보고도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허공만 응시하고 있었고, 왕무린은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침묵을 지키는 모습이다.

단지 맹위만이 반응을 보일 뿐이다.

“헉! 오, 오셨습니까?”

청룡천군과 주작천군의 등장에 그야말로 화들짝 놀라며 시선조차 마주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무슨··· 내용인가?”

맹위를 향한 청룡천군의 음성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그게··· 그러니까···.”

“무슨 내용이냐니까!”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맹위를 향해 청룡천군이 평소의 그답지 않게 악을 써댔다.

넙죽.

“죽여주십시오. 천군님.”

“······.”

“이게 다 소인의 불찰 때문입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크흑.”

난데없이 자신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는 맹위의 모습에 청룡천군은 다시 한 번 악을 써댔다.

“이 놈이 정말! 무슨 내용인지 알아야 너를 죽이든 살리든 할 것이 아니냐!”

“내가 대신 말하리다.”

왕무린이 눈을 번쩍 뜨며 입을 열었다.

청룡천군과 주작천군의 시선이 향하자 왕무린은 다시 눈을 감아버린 채 긴 한숨을 토한다.

“휴. 서문세가의 역정보에 당했소. 사밀전이 농락당한 꼴이 된 것이지요.”

“역정보··· 라니요?”

“서문세가는 도주를 하지 않았소. 애초에 그럴 마음도 전혀 없었겠고.”

“그러면···?”

“도주한다는 식으로 정보를 흘린 후, 함정을 파놓고 백호천군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오.”

“함정을 파놓고 기다렸다고요? 설마, 그 함정에 백호천군이 어떻게 되기라도···?”

“······.”

“어서 말씀해 보세요, 왕회주님!”

청룡천군의 말에 아무런 대답이 없자 주작천군이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왕무린이 탁자 위를 가리켰다.

서찰이 보인다. 꼬깃꼬깃 접혀진 흔적이 여실한 한 장의 서찰.

“가장 먼저 도착한 보고 내용이라고 하오. 사실은 어제 저녁 무렵에 도착한 것인데, 너무나 믿기지 않는 내용이라 다시 한 번 확인절차를 거치느라 이제야 사밀전주가 우리에게 공개하는 것이라 하오. 그리고 거기 적힌 내용이 모두 사실이란 것이 확인 되었고.”

주작천군이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집어 들었다.

“어떻게··· 이런···.”

털썩.

내용을 확인한 주작천군은 허물어지듯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 - 엿새 전, 서문세가를 공격했던 삼백 여명 모두 전멸 당함.

- 백호천군, 사망 확인 됨.

- 오늘 새벽을 기해 서문철이 이끄는 서문세가의 무사들이 백호천문 급습.

- 백호천문을 지키던 육백 여 명의 무사들 중, 백 명도 채 안 되는 인원만이 도주에 성공한 것으로 파악 됨. >




“살아남은 자의 숫자는 예전 현무천문과 별 차이가 없지만, 현무천문과는 달리 백호천문은 사실상 멸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현무천문의 경우 후계자 포함 주요 간부들이 제법 살아남았지만, 백호천문의 경우는 후계자는 물론이고 간부급 인사들이 죄다 죽었습니다. 얼마 되지도 않지만 살아남은 자들은 모조리 하급 무사들뿐입니다.”

“······.”

“서문세가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았습니다. 전체 인원의 삼분지 일에 해당하는 무사들이 희생··· 저, 듣고 계십니까?”

무림맹의 추밀전주 장세옥, 그는 보고를 하다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보고를 하는 도중, 듣고 있느냐는 식의 이런 질문은 당연히 상관에 대한 결례였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천하 무림이 진동한 엄청난 사건에 대한 보고를 하고 있었건만, 제갈손과 사도명 모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겠지만, 혹시 두 명 모두 졸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의문마저 들 지경이었다.

“서문세가 무사들이 삼분지 일 정도가 희생되었다고?”

“예? 아, 그렇습니다.”

제갈손이 졸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결국, 서문세가에서 그 정도 희생을 치르고 백호천문을 멸문시켰다는 소리지? 도에 관해서는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을 지도 모를 절대고수인 백호천군이 서문세가의 가주 서문철에게 죽임을 당했고?”

“그렇습니다. 백호천군이 어떤 식으로 죽임을 당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됐어. 그만 나가봐.”

“예?”

“그리고 이에 관해 추가 정보가 입수되면 그때마다 바로 보고할 필요 없이 한데 묶어서 나중에 한꺼번에 보고하도록 해.”

“한데 묶어서 나중에 말입니까?”

“그래.”

장세옥은 자신의 귀가 의심될 지경이다. 이 정도면 당연히 정보가 입수되는 즉시 보고되어야 할 사안이 아닌가.

그런데 제갈손은 물론이고 사도명 역시 너무나 태평하다. 백호천군이 죽든 말든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로 보일 지경이었다.

물론 장세옥에게도 어렴풋이나마 느껴지는 것이 있긴 했다.

‘설마, 두 분께서는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고 계셨단 말인가?’

“더 보고할 내용이 있나?”

“예? 아,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장세옥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거의 쫓기듯 방을 나가려는데 사도명이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

“예, 맹주님.”

“혈천단의 동태에 대해서 잘 모르지?”

“그렇습니다만.”

모르고 있는 것이 자랑이 아니겠건만 장세옥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며 당당하게 대답했다.

혈천단이 백 리 밖에서 진을 치고 나서 바로 다음날부터 그들에 대한 그 어떤 감시나 염탐 행위도 중지했는데, 그런 지시를 내린 장본인이 바로 사도명이었다.

“오늘쯤 한 번 사람을 보내 알아봐. 염탐이 아니라 정식으로 사람을 보내란 소리야.”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맹주님.”


- 당분간은 우리가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져야 합니다, 맹주님. 협조 부탁드립니다.

- 무슨 말인지 알겠네. 그렇다면 언제쯤 돌아올 예정인가?

- 조만간 안휘로부터 무슨 소식이 들려올 겁니다. 그때쯤이면, 즉, 맹주께서 그 소식을 접할 때쯤이면 나와 혈천단은 이미 원래 있던 그곳에 도착해 있을 테니, 그 시간에 맞춰 사람을 하나 보내 우리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제 아우님의 선택만 남았군.”

장세옥이 나간 후 방안 분위기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무거워졌다.

“참 슬프군. 아우님이 인생일대의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가 그 어떤 조언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이 말이야.”

사도명은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제갈손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말해 줄 수 있다네. 아우님이 그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아우님의 뜻에 무조건 따를 것이네. 그럼 나는 이만.”

제갈손이 막 문을 열고 나가려는 순간 사도명이 눈을 번쩍 떴다.

“고맙습니다. 형님. 저에게 큰 용기를 주셔서.”

“방금 한 말이··· 용기가 되었나?”

“물론입니다.”

“그렇군.”

제갈손은 사도명의 선택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겠다는 눈빛이었다.

“앞으로 한 보름 정도, 내 인생에서 가장 바쁜 날이 될 것 같군. 하하하.”

제갈손은 묘한 여운이 느껴지는 웃음을 터뜨리며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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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5-25(5권 끝) +2 23.03.26 1,987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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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5-23 23.03.22 1,882 3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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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5-13 +2 23.02.04 2,430 4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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