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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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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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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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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1쪽

6- 8

DUMMY

“귀찮게 해서 미안하네만, 다시 한 번 묻겠네, 맹주.”

무림맹주 집무실, 법광이 사도명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묻고 있다.

“정말로 서문세가와 아무 연관이 없는 건가?”

“제 선사(先師)를 두고 맹세컨대, 무림맹은 이번 일과 아무런 연관도 없습니다.”

“거참, 그렇다면 대체 무슨 연유로 그런 오해를 하게 된 건지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군.”

“단순한 오해가 아닐 겁니다.”

방안에는 제갈손도 있었다.

“오해가 아니라니?”

“구체적으로 예상은 안 되지만, 뭔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음, 다른 의도라.”

다른 사람도 아닌 총군사 제갈손의 의견이란 것을 떠나, 법광 역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있었다.

“그나저나, 왜 이리 소식이 없는지 모르겠군. 거리상으로는 벌써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법광이 이곳에 온 지는 꽤 여러 날이 흘렀지만 혈천단은 어제 밤이 돼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약 백 리 가량 떨어진 곳에 진을 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온 것은 어제 자정이 다 된 시각이었다. 당연히 무림맹 전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등호풍이 이끄는 철혈단 포함, 맹 내에 있는 모든 무사들에게 전투태세 대기령이 내려진 상태에서 사도명은 일단 혈천단이 있는 곳을 향해 정식으로 사자(使者)를 보냈다.

그것이 오늘 동이 트기도 훨씬 전의 일이었건만 점심때가 훨씬 지난 지금까지 사자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불안한 표정으로 법광이 묻자 제갈손이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대사. 그곳까지 왕복하려면 상당히 험한 지형을 거쳐야 합니다. 제 예상으로는 앞으로 반 시진 가까이는 더 기다려야 될 듯 싶습니다.”

“아, 그런가?”

제갈손의 설명에 법광의 얼굴에서 불안한 표정이 사라졌다.

제갈손의 예측대로 그로부터 약 반 시진 후, 추밀전주 장세옥이 웬 무사 한 명과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사자로 보낸 인물로서, 얼핏 평범한 무사로 보이지만 사실은 추밀전의 주요 간부들 중 한 명이었다. 단순한 사자뿐 아니라 일종의 염탐꾼 역할도 부여받은 셈이었다.

“수고 했네. 그쪽 분위기는 어떻던가?”

제갈손의 물음에 무사는 왠지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한 마디로 표현해, 거의··· 아니, 그냥 잔칫집 분위기입니다.”

“잔칫집 분위기라니?”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그들 진영에 들어서기 몇 리 전부터 고기 굽는 냄새와 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

“그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가보니 이미 왁자지껄, 모든 무사들이 이미 술판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방안은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보고를 받고 있는 세 명의 표정이 조금씩 달랐다.

법광은 어이없다는 표정, 사도명은 혼란스럽다는 표정, 그리고 제갈손은 뭔가 고심하는 표정.

“허허, 이거야 원, 이걸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나?”

법광의 말에 제갈손이 침착한 어조로 답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결코 나쁜 일은 아닙니다. 적진이 코앞인 상황에서 술판을, 그것도 대낮부터 술판을 벌이는 격인데, 그 말은 곧, 우리 무림맹을 ‘적진(敵陣)’이라고 여기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봐야할 겁니다.”

“듣고 보니, 확실히 그런 것 같군.”

법광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자 마치 그것이 신호인 양 무사의 보고가 다시 시작되었다.

“그들에게서 저에 대한 적개심이나 경계심은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당혹스러울 정도로 환대에 가까운 호의로 저를 대했습니다. 비록 천무제일존은 저를 상당히 딱딱하게 대하긴 했지만.”

“천무제일존을 직접 만났다고?”

사도명은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그것은 법광이나 제갈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습니다, 맹주님. 역시 소문대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처음 만난 사람은······.”


무사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 혈천단의 대원들은 그를 누군가의 앞으로 데리고 갔다.

“무림맹에서 오신 분이라고요? 반갑소이다. 나는 금검대의 대주 위무량이라 하오.”

“아, 예. 저는···.”

“자, 일단 식사를 준비할 터이니 배부터 채우시는 것이 어떻소? 아침도 제대로 못 먹고 백리 길을 달려오신 것이 분명할 텐데.”

“예? 아, 아닙니다. 성의는 고맙지만, 제가 그렇게 한가하지가 않아서.”

“이런, 고기가 아주 맛깔스럽게 구워졌건만. 하긴, 그대의 상관들께서 그대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테니.”

“그렇게 이해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대주님.”

“자, 나를 따라오시오.”

“예?”

“뭘 그리 놀라시오? 천무제일존께 안내할 테니 따라 오시오.”

위무량이 무사를 안내한 곳은 열 개 남짓 설치된 천막들 중 하나였다. 그 안에서 구양위는 복면을 한 채로 무사를 맞이했다.

“무림맹에서 보낸 사자라고?”

“그렇습니다. 천무제일존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무림맹이 처한 현실을 반영이라도 하듯, 무사는 비굴한 정도로 구양위를 향해 깊숙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구양위의 태도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아, 예.”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겠지만 그에 대해 일일이 답변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먼저 밝혀두지.”

“······.”

“내가 그대에게 하고자 하는 말은 딱 두 가지야. 먼저, 법광대사가 무림맹에 오셨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오신지 며칠 되었습니다.”

“그분께 내 말을 전해주게. 비록 내 본의는 아니었지만, 귀찮게 여기까지 거동하게 만든 것에 대해 내가 아주 송구해하고 있다고 말이야. 알겠나?”

“예,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무림맹의 맹주께 전해 주게.”

구양위가 무사에게 전한 것은 밀봉된 서찰 하나였다.

“끝으로, 맹주께 이 말도 전해주게. 오직 맹주 한 분만 보았으면 하는 것이 나의 강력한 바람이라고 말이야.”



“그것뿐이란 말인가? 달랑, 나에 대한 사과의 말과 맹주에게 보내는 서찰 하나뿐인가?”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묻는 법광에게 무사는 약간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혹시나 해서 그곳을 떠나기 전 위무량이란 자에게 몇 가지 묻긴 했습니다만.”

“그런데?”

“제대로 된 답변은 하지 않은 채, 그저 묘한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습니다.

“묘한 말이라니?”

법광이 물었건만 무사는 사도명을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모든 것이 무림맹주, 그분의 판단 혹은 결단에 따라 결정될 것만은 확실하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사도명과 그의 앞에 놓인 밀봉된 서찰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 안에는 얼마나 엄청난 내용이 들어 있을까?

호기심이 동할 법도 하겠건만 정작 사도명은 난감한 표정으로 선뜻 서찰에 손을 대지 못하는 모습이다.

물론 그 이유를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었다.

“어흠, 잠시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군.”

법광이 어색한 헛기침을 내뱉으며 자리를 피해주고 있었다. 그러자 제갈손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고, 결국 사도명을 제외하고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이 밖으로 나가버렸다.

완전히 밀봉은 한 것은 물론이고 사도명 혼자서만 봐달라는 뜻까지 확실히 전한 서찰이다. 그것을 읽으려는데, 아무리 함께 읽지는 않는다고 해도, 그 자리에 동석한다는 것은 서찰을 전한 자와 받는 자 모두에게 예의가 아니다.

사도명이 제갈손과 법광에게 자리를 피해달라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하는 것을 눈치 채고 그들이 알아서 밖으로 나가준 것이다.

찌익.

홀로 남은 사도명이 결국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안에 있는 서찰을 내용을 확인했다.

“하하. 나도 참 멍청하군.”

서찰을 다 잃고 나서 허탈한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하긴, 이 따위 종이쪼가리로 무슨 말을 전할 수 있겠나? 하하.”

서찰에는 ‘엄청난 내용’이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엄청난 내용으로 가는 방법 혹은 수단이 적혀 있을 뿐.


* * *


‘왕무린 선배. 설마 초심을 잃은 겁니까?’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 구양위는 객점의 방안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천무맹을 떠나기 직전 왕무린과 나눈 대화를 떠올리며 구양위는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이다.


- 나까지 속이다니, 몹쓸 친구로군.

- 죄송합니다. 하지만 선배께서 미리 알았다면 천군들을 그토록 감쪽같이 속이실 수 있었겠습니까?

- 그 말도 일리가 있군. 그나저나, 사도명을 어찌 처리할 생각인가?

- 어찌··· 처리를 하다니요? 그거야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닙니까.

- 물론 알고 있네. 혹시라도 마음이 변하지 않았을까 해서 묻는 것이네.

- 왠지 사도명을 제거해야 한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 그리 들렸다면··· 맞아. 내 생각은 그렇다네.

- 왜 그런 생각을 하신 겁니까?

- 일단은, 굳이 천무존으로 영입할 이유가 없어지지 않았나? 사대천군이 건재하다면야 그들의 대항마로서 가치가 있겠지만 말일세.

- 단지 그 이유 때문입니까?

- 그리고 너무 위험한 자야.

- 잘 이해가 안 됩니다만.

- 물론 혼자라면 큰 위협이 안 되겠지만, 법광이 이미 천무존이 아닌가? 천무맹이 정식으로 발족된 후 그들 두 명이 힘을 합쳐 사사건건 자네의 행보에 제동을 걸 것이 너무나 자명하지 않겠나?

- 제 걱정을 해주시는 것은 고맙지만, 천하를 경영하면서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도명은 제가 인정하는 몇 안 되는 무인입니다. 게다가 그를 제거할 명분도 전혀 없고.

- 명분이야 만들면 그뿐 아니겠나?


“대천군, 위무량입니다.”

문밖에서 들리는 음성이 구양위의 상념을 깨트렸다.

‘벌써?’

구양위의 눈빛이 번뜩였다.

“왔는가?”

“그렇습니다.”

“최대한 정중하게 모시도록.”

잠시 후, 문밖으로부터 발소리가 들려왔다.

구양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누군가 맞을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구양위가 일어서는 것과 거의 동시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사도명이다.

그의 표정은 잔뜩 긴장돼 있었는데, 구양위의 얼굴을 확인하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소 얼떨떨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사도명을 향해 구양위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오랜만에 뵙습니다. 거의 사십년 만이로군요.”


- 그 날이 오게 된다면 만나게 될 겁니다. 올지 안 올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 그 날이라니? 대체 어떤 날을 말하는 것이냐?

- 내가 위대한 신검(神劍)의 주인이 되는 날,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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