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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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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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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20

DUMMY

“천무제구존에 마교의 교주를 내정했습니다.”

“역시, 그런가? 다른 두 명은 누군가?”

추밀전주 장세옥의 보고를 들으며 사도명은 더 이상 놀랄 여력도 없어 보였다. 함께 있는 제갈손은 축 처진 모습으로 마치 나라 잃은 충신의 표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일단 한 명은, 소림사의 방장 혜량대사입니다.”

“누구··· 라고?”

“천무제십존에 혜량대사를 내정했다는 소리입니다.”

“미친놈들!”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소림사에 대한 일종의 구애라면 구애일 것이다. 상대의 의견을 구하지 않은 너무나 무례한 구애라서 그렇지.

제 아무리 막강한 천무맹이라도 소림사를 힘으로 제압하진 못한다. 물론 하려면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천무맹이 그 이후 상황에 대해 전혀 예상 못하는 바보천치들만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저 존재할 뿐, 무림을 통치하거나 무림에 군림하지는 않지만, 누가 뭐래도 중원 무림의 태산북두는 소림사다.

소림사는 언제나 속가제자를 희망하는 인원으로 넘쳐났는데, 그들은 전부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후계자급의 인물들이었다. 다시 문파로 돌아가서 언젠가는 문파의 수장이 될 인물이란 소리다.

이런 일들이 수백 년간 반복되면서, 자신이 속한 문파의 역대 수장들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소림사의 속가제자였던 인물이 존재하는 문파가, 그렇지 못한 문파보다도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그 문파의 문도들은 자신들이 소림의 후예라는 식으로 자랑스럽게 그런 것들을 밝히고 다녔다. 그들에게 소림사는 정신적인 사문(師門)이다.

만약 누군가 소림사를 피로 물들인다면 모든 정파 계열의 문파들 중 적어도 절반과는 철천지원수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천무맹에서 소림사를 힘으로 억압한다면 무림맹에 속한 문파들 중 최소 절반은 죽기를 각오하고서라도 천무맹과 맞서게 된다는 소리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전무에 가깝겠지만, 천무맹에서 소림사의 방장을 천무지존으로 영입만 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모르긴 해도 마교와 사무련을 동시에 영입한 것 이상은 될 것이다.

“그러면 십일존엔 누구를 내정했다던가?”

“그게, 아뢰옵기 민망하오나.”

“······?”

“맹주님입니다.”


- 천무십일존에 철혈검제 사도명을 내정한다.


‘나에게 투항을 권유하고 있군.’

그날 밤, 사도명은 홀로 술잔을 기울였다.

“그 아이가 나에게 전갈을 보낸 것이야. 자신의 수하가 되어 함께 천하를 질타하자고 말이야. 하하.”

이 순간, 사도명의 뇌리에 누군가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거의 사십 년이 흘렀건만 마치 어제 일처럼 너무나 생생하게.


- 잠깐. 내 이름은 사도명이다.

- 내 이름은 구양위이라고 합니다. 소개는 이쯤 해 두겠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만나게 되면 저절로 알게 될 테니까.

- 나중에 다시 만난다고?

- 그날이 오게 된다면 만나게 될 겁니다. 올지 안 올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 그날이라니? 대체 어떤 날을 말하는 것이냐?

- 내가 위대한 신검(神劍)의 주인이 되는 날,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위대한 신검의 주인이 되었다는 소리겠지?”

사도명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술 한 잔을 들이켰다.

연거푸 두 잔을 비운 사도명의 눈이 번뜩였다.

‘그래. 한 번 만나보자꾸나.’


* * *


천무신궁의 궁주이자 천무맹의 맹주 단우경의 처소다.

“뭔가 잘못 돼 간다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왕회주의 계략에 우리가 말려들었습니다.”

“뭐가 그리 잘못 됐다는 거요, 대총사. 그리고 왕회주의 계략이라니요?”

단우경을 앞에 두고 사마우가 침통한 표정으로 말하자 위무량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천무회의 권한이 막강해도 너무 막강합니다. 규정대로라면, 맹주란 자리는 거의 허수아비에 불과하고, 사실상 천무회에서 결정된 사안을 그대로 진행하는 실무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그거야 천무회가 우리와 반목할 때 소리가 아니오. 천무 제일존과 제이존이 우리 편인데 뭐가 문제란 말이오?”

“정말 요새 왜 이러시는 겁니까, 위대주님!”

“······.”

“장만춘이 천무제일존인 것이 뭐가 대수라고요? 그리고 왕회주가 진정으로 우리 편입니까? 왕회주가 맹주께 충성을 하는 인물입니까? 아니면 왕회주가 위대주의 주군이라도 된답니까?”

“아, 그거야 뭐, 어흠.”

위무량은 난감한 표정으로 헛기침만 연발할 뿐이었다.

‘또 실수를 했군. 앞으론 아예 입을 다물고 있든가 해야지,원.’

천무제일존이 진짜 구양위라면 당연히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니 위무량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마우와 단우경이 알고 있는 천무제일존은 가짜 구양위, 장만춘이었다.

“실질적으로 모든 권력이 왕회주에게 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때 쯤, 사마우는 얼마 전 맹위와 관련해 받은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난 상태였다.

그날 이후 맹위는 시간이 날 때마다 찾아와 귀찮을 정도로 사죄를 해왔고, 위무량 역시 기회가 될 때마다 그 날 일에 대해, 왕무린의 뜻이 워낙 완고해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사과의 말을 전해왔다.

“장만춘 그놈이야 앞으로 왕회주의 앵무새 역할을 할 것이 뻔한 이치. 굳이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도 왕회주에게 천무맹을 아니, 천하를 통치할 기반을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된 것이란 말입니다.”

“장만춘이 왕회주의 앵무새 역할을 못하게 우리가 통제하면 되지 않소?”

바로 조금 전 마음속으로 했던 맹세(?)를 잊은 듯, 위무량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단우경의 면박에 가까운 대답이었다.

“위대주께서 아주 좋은 말을 하셨군요. 그런데 대체 무슨 방법으로 통제를 한단 말입니까?”

“무슨··· 방법이라니요?”

“장만춘이 가장 두려워하는 자가 위대주일 텐데, 그런 위대주가 왕회주의 충복 노릇을 하니, 나와 대총사가 무슨 수로 왕회주와 반대되는 의견을 말하라는 식으로 장만춘에게 지시를 내릴 것이며, 또한 그런 지시를 내린다고 장만춘이 지시에 따를 수가 있는지가 의문일 뿐입니다.”

“맹주님? 제가 왕회주의 충복이라니요?”

“아니었나요? 아니면 다행이지만, 요 몇 달, 내 눈에는 그리 보였습니다만.”

“······.”

“그 동안 위대주께서 왕회주의 의견에 반하는 말을 단 한 번이라도 하신 적이 있나요? 내 머리가 워낙 나빠서 그런지 당장 기억나는 것은 없군요.”

그 동안 왕무린과 단우경 간에 작은 의견충돌 같은 것이 전혀 없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위무량이 왕무린의 편을 들어주는 바람에 모든 것들이 왕무린의 의견대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물론, 실상은 왕무린의 편을 든 것이 아니라 구양위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단우경의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비치는 것이 당연했다.

‘휴, 앞으론 아예 이곳 출입도 자제하든가 해야지.’

위무량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지만,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고, 나름대로 변명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오해십니다. 맹주님. 충복이라니요? 저는 다만 맹주님과 왕회주 간에 쓸데없는 충돌을 막고자 하는 마음에서 그리 한 것입니다. 그것이 맹주님의 심기를 이토록 거스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앞으론 주의하겠습니다. 맹주님.”

진심어린 사과로 보였는지 단우경은 더 이상 그에 관해 언급하지 않고 화제를 돌렸다.

“앞으로 몇 달이 정말 우리로선 고비가 될 것 같은데, 대총사의 생각은 어떤가요?”

“잘 보셨습니다, 맹주님. 천무회와 천무제일존의 권한을 너무 막강하게 설정해 놓는 바람에 이제 우리는 다른 걸 다 떠나, 장만춘의 정체가 발각 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안고 살게 돼 버렸습니다.”



“하하. 왕회주가 스스로 제 무덤을 판 격이 될 것이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청룡천군?”

백호천군의 물음에 주작천군이 대신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천무회를 통해 천무맹을 장악할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만들긴 했지만, 그러기 위해서 천무회와 천무제일존의 권한을 너무 막강하게 만들었지요. 이제는 누가 봐도 천무맹의 수장은 맹주가 아니라 천무제일존이 되버린 겁니다.”

“그런데요?”

“구양위에게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 순간 당연히 천무제일존이 다시 선출돼야겠지요. 그리 되면 천무제일존의 자리는 당연히 청룡천군께 돌아갈 수밖에 없는 이치 아니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이제야 백호천군도 확실히 깨닫는 모습이었다.

천무맹을 장악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 혈천단과의 무력충돌까지 염두에 뒀던 천군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천무제일존의 자리만 차지하게 되면 저절로 천무맹을 장악할 수가 있다. 그런 상황을 단우경 측에서 스스로 법률로서 규정지어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구양위가 건재하다면 천무제일존의 자리를 빼앗는 것이 무력을 통해 천무맹을 장악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겠지만, 지금 구양위는 백면서생에 불과한 자였다.

“설마, 왕회주가 천무제일존에 오르는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요?”

“호호. 장인태감 왕진이 황제가 되는 것 보다는 조금 수월하겠군요.”

살수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에 왕무린은 천무제일존을 막후에서 조종하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직접 천무제일존이 될 수는 없다고 봐두 무방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구양위의 실체를 까발리느냐가 문제일 텐데.”

“굳이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이 조만간 저절로 들통 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을 거요.”

“아니, 어떻게 말입니까?”

이번에도 역시 백호천군의 궁금증을 주작천군이 청룡천군을 대신해 풀어주기 시작했다.

“몇 달 후 거행될 단우경의 맹주 즉위식을 기점으로 수많은 군웅들이 이곳을 찾게 될 것은 자명한 일. 그들이 과연 누구를 만나고 싶어 하겠습니까?”

“하하. 당연히 구양위겠구려. 나라도 허수아비 맹주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별로 들지 않을 테니.”

수많은 문파의 수장들과 직접 대면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었다. 몸과 마음이 완전히 망가진 것이 확실한 구양위가 말이다.

“물론, 웬만한 자들이야 사마우나 단우경 선에서 대처하는 것이 가능할 겁니다. 그리고 당연히 단독 만남을 주선하지 않은 채 단우경이나 사마우가 동참한 자리만을 고집하겠지요.”

“그때마다 예전처럼 맹주의 뜻이 곧 내 뜻이라며 앵무새 노릇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겠구려. 하하.”

“그 정도라면 구양위의 실체가 들통 난다고 볼 수가 없을 것이오.”

“그러면 더 확실한 뭔가가 있단 말씀입니까?”

“물론, 단지 내 예감에 불과하긴 하오만. 왠지 조만간, 사마우와 단우경의 능력으로는 감당이 안 될 정도의 거물급 인사 한 명이 이곳을 방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려. 그리고 그자는 당연히 천무제일존과의 단독 만남을 원할 테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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