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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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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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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7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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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16

DUMMY

“마교에선 천무맹의 요구에 응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교의··· 궁주님?”

왕무린의 입에서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 만한 내용이 흘러나왔지만 단우경은 듣고 있지 않았다. 갑자기 고개를 돌려 놀란 토끼눈을 한 채 구양위를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구양위는 멀뚱멀뚱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사마우나 단우경에게는 아주 익숙하고 당연한 모습이다. 구양위가 아니라 장만춘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구양위의 속내는 바짝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가?’

자기도 모르게 단우경에게 전음을 보내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예?”

구양위에겐 천만다행으로, 왕무린이 부르는 소리에 단우경이 시선을 거두었다.

“제 얘기, 듣고 계신 겁니까?”

“아, 그게··· 죄송합니다. 뭐라고 하셨는지.”

“마교에선 천무맹에 순순히 가입하실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왕무린의 심기가 더 불편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마우가 재빨리 대답해주는 모습이다.

“마교가 순순히 가입을?”

그제야 제정신이 돌아온 듯, 단우경이 휘둥그런 눈으로 왕무린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지요?”

말이 가입이지, 누구 봐도 굴복이다.

비록 구혈마존의 도움이 크긴 했지만 현무천문을 괴멸시킴으로서 사기 충만한 마교가 그렇게 쉽게 굴복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신임 교주인 독비혈검 유겸, 그자는 이 늙은이가 포섭한 천무회의 회원이오.”

“······.”

“이제 좀 안심이 되십니까, 궁주?”

“왕회주께서 거느린 회원이라고요? 다른 사람도 아닌 독비혈검이요?”

“거느렸다는 표현은 당치 않습니다. 어찌하다 보니 우연찮게 연이 닿았고, 천무신궁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판단되어 일단 제 회원으로 영입한 것입니다. 회주로 영입하는 것은 제 권한 밖이니까요.”

“대체 언제 어떻게 그를 영입하시게 된 겁니까?”

“그런 게 그렇게 중요합니까. 궁주?”

비록 음성이나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왕무린의 말은 단우경이나 사마우에게 일종의 경고로도 들렸다. 상관에게 보고하듯 상세히 말하기 귀찮으니 더 이상 캐묻지 말라는 경고.

“중요한 것은, 독비혈검이 천무회의 회원이란 것, 그리고 가장 먼저 천무맹에 소속될 문파가 마교라는 것이겠지요.”

“아, 그렇겠네요.”

단우경의 입에서 더 이상 자세히 묻지 않겠다는 답변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 궁주껜 송구합니다만, 당분간은 비밀로 해주십시오. 천군들이 알아서 우리에게 득 될 것이 별로 없지 않겠습니까.”

“아, 예. 그리 하지요.”

“어차피 일개 회원으로 둘 수도 없는 인물인데다가 마교의 수장으로 등극한 마당이니, 마교가 천무맹에 가입한 후에 정식 절차를 거쳐 열아홉 번째 회주로 맞아들여야 마땅할 터, 그때 밝히는 것이 수순이겠지요.”

“듣고 보니, 확실히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한편, 구양위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라도, 나만 남게 해서?’

왕무린의 말이 끝난 후, 평상시와는 달리 자신을 남게 해서 얼굴을 가린 붕대를 풀어보라고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환청(?) 따위를 신경 쓰기에는 왕무린이 한 말이 너무나도 엄청난 내용이었다.



“우리가 큰 실수를 범한 것이 아닐까, 그런 마음마저 생깁니다. 궁주님.”

왕무린이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자 천무실 안에는 단우경과 사마우 둘만 남게 되었다.

어느 때부턴가, 왕무린과 구양위 그리고 위무량, 이 세 명은 ‘일행’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거의 조(組)를 이루며 움직였다. 오늘도 역시 왕무린이 용무를 마치고 돌아가게 되자 구양위와 위무량도 행동을 함께 했다.

물론, 사마우나 단우경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자 의도 된 모습이나 다름없었다. 구양위를 장만춘이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왕무린과 장만춘 단둘만 있게 되는 상황 자체를 웬만해서는 만들고 싶을 리가 없다. 왕무린과 장만춘이 있는 자리에 의도적으로 위무량도 함께 있게 한다는 개념이었다.

“실수라니요?”

“늑대 네 마리를 상대하기 위해 호랑이 한 마리를 끌어들인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마저 들고 있습니다.”

“비약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물론, 이번 일은 나 역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깜짝 놀라긴 했지만.”

“단지, 독비혈검을 포섭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독비혈검이 다시 마교로 돌아오게 된 과정 때문입니다.”

“그게 어떻다는 거죠?”

단우경도 사밀전을 통해 일의 대략적인 전말에 대해 들은 바가 있다. 사인생에 얽힌 유훈과 그것이 조작되었음이 판명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니 단지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일에 설마 왕회주가 개입됐다는 말씀인가요?”

“제 생각으로는, 사인생에 관한 유훈이 조작임이 판명되었다는 것 자체가 조작일 가능성이 큽니다.”

“맙소사! 그렇다면 독비혈검을 마교로 복귀시키기 위해 왕회주가 꾸민 일이란 소린가요?”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 아니, 확신까지 듭니다. 잘 생각해 보십시오. 별다른 용무를 밝히지 않고 왕회주가 출타한 시기가 바로 딱 그 시기가 아니었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그렇다면 혹시, 독비혈검이 교주로 등극하는 대에도 개입을 한 것은 아닐까요?”

이번만은 사마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마, 그 정도까지 가능했겠습니까? 그런 능력까지 갖췄다면 천군들과 비교해서 정말로 호랑이와 늑대 차이겠지요.”


천무실을 나선 사마우는 곧바로 사밀전주 맹위를 자신의 처소로 불렀다.

‘갑자기 무슨 일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마우의 호출에 맹위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법이다. 구양위의 지시에 의한 것이긴 했지만, 지난 몇 달간 맹위는 사마우를 속인 것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여러 번 했다.

“구혈마존에 대한 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갑자기 웬 구혈마존?’

사마우의 물음에 맹위는 난감한 표정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습니다.”

사실상 구혈마존에 대한 조사는 몇 달 전에 이미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거기에 투입된 인원을 마교에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투입했고, 다시 그 인원을 제자리로 돌려놓은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었다.

“전혀 없단 말입니까?”

“송구스럽습니다. 대총사.”

구양위에 의해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였으니, 내막을 밝힐 수도 없었다.

“사밀전의 능력이 고작 그 정도였단 말이오? 인원을 추가로 투입해서라도 반드시 알아내야 할 것이오.”

“알겠습니다. 대총사.”

가슴 속 깊이 뭔가 발끈하며 올라왔지만 맹위는 일단 순순히 대답했다.

“그리고 혹시, 얼마 전 왕회주가 출타를 하면서 맹전주께 뭔가 부탁 같은 것 하지 않았소?”

흠칫.

‘난데없이 그건 왜?’

없을 리가 있겠는가. 물론 왕무린의 부탁이 아니라 구양위의 지시나 다름없는 일이긴 했다.

“있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맹위가 생각하기에 굳이 말을 안 해줄 이유가 없었다.

“있었다고요? 어떤 부탁이었소?”

“십사회주에게 기별을 넣어달라고 했습니다.”

“십사회주면, 하오문 말이오?”

“그렇습니다. 사적인 일로 만나···.”

“아니, 그걸 왜 지금에야 말하는 거요? 그런 중요한 일을 여태껏 보고조차 하지 않았단 말이오!”

맹위의 입장에서는 난데없는 호통이겠지만 사마우 나름대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긴 했다.

사마우는 이제야 독비혈검의 복귀가 왕무린이 꾸며낸 짓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오문을 동원했다면 사인생의 유훈에 관한 문건을 조작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보고를 하지 않은 맹위에게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른 것이다.

“그냥 사적인 일로 만나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를 올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왕회주와 관련된 것을 어찌 그리 처리한단 말이오? 사밀전의 수장이란 자가 그 따위 안일한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구혈마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질 리가 있겠나!”

“······.”

‘이런, 내가 좀 과했군.’

사마우도 후회의 감정이 밀려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로 화를 낼 일은 아니었다. 아마도 요 며칠 워낙 과민하게 신경을 썼는지라 신경이 너무 날카로워진 탓이리라.

“내가 너무···.”

“말씀 참 희한하게 하시는구려. 대총사.”

“······.”

“내가 대총사의 수하입니까? 아니면 총관부가 우리 사밀전의 상부조직이라도 됩니까? 내 상관은 오직 두 분, 궁주님과 대천군 뿐이오. 도대체 대총사가 뭐라고 나에게 이런 질책을 한단 말이오?”

호궁령 선포 이후 지금까지, 사마우와 맹위는 사실상 상전과 수하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확실한 상하관계였다. 그런데 지금 맹위의 모습은 사마우의 눈에는 너무나도 명백한 하극상이었다.

“이봐! 당신 미쳤어?”

“미쳐? 말조심 하시오. 미치긴 누가 미쳐?”

“······.”

“더 할 말 없으면 난 이만 일어나겠소.”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기에 그저 멍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마우를 향해 맹위가 한 마디 더 던졌다.

“그리고 앞으론 할 말 있으면 사밀전으로 직접 찾아오시오.”

문을 향해 돌아선 맹위의 얼굴에서도 방금 전 사마우가 했던 것과 비슷한 후회의 감정이 보이고 있다.

‘너무 과했나?’

맹위가 이렇게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대에는 나름 충분한 이유가 있다.

구양위의 등장 이후, 천무신궁 내에서 권력의 척도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구양위의 신임을 얼마나 얻느냐고, 두 번째는 사대혈군들과 얼마나 돈독한 친분을 쌓느냐다. 물론 첫 번째가 선행되면 두 번째는 무조건 저절로 따라오게 돼 있고, 두 번째가 선행되더라도 웬만하면 첫 번째도 따라오게 돼 있다.

지난 몇 달간, 맹위는 두 가지를 모두 얻은 셈이었다. 게다가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마우가 구양위의 눈 밖에 난 것만은 확실했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맹위가 나간 후 한참동안이나 넋 빠진 얼굴을 하고 있던 사마우에게 기이한 생각이 떠올랐다.

조금 전 맹위처럼 드러내놓고는 아니었지만, 왕무린이 이곳에 오고 나서 어느 순간부터인가, 주변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나 눈빛이 확연히 달라졌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위무량을 포함한 사대혈군들이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보라면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확실했다. 예전에 자신을 대하던 태도나 눈빛과는, 미묘하지만 분명히 달라졌다는 것이 이 순간 확실히 느껴졌다.

‘맞아. 따돌림. 마치 따돌림 당하는 것 같은 그런.’

사마우는 왠지, 자신이 외톨이가 되어버린 느낌마저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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