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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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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863
추천수 :
7,853
글자수 :
731,965

작성
23.04.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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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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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6-11

DUMMY

꽝!

거대한 문 하나가 박살났다. 다섯 명이 무사들이 뿜어낸 도기(刀氣)에 의해서다.

박살난 문을 통해 도를 든 무사들이 신속히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수는 약 삼백 정도였다.

박살난 문은 서문세가의 정문이고, 그곳을 통해 안으로 진입하는 자들은 백호천문의 최정예 무사들이었다.

그들 삼백 명이 표정이나 안색이 크게 세 가지로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이채로웠다.

삼분지 일 정도 즉, 백 명 정도는 지친 기색이 아주 역력했고 다른 백 명 정도는 그런 기색이 약간 보였다. 그리고 나머지 백 명은 그런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친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는 백 명이야말로 백호천문이 자랑하는 정예 중의 정예들이다.

사실, 이들 백 명만 있어도 서문세가 전체를 상대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나 전투가 벌어질 경우 사방팔방으로 도주할 것이 뻔한 서문세가다. 나머지 이백 명은 도주하는 자들을 처리하기 위해 데리고 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삼백 명이나 되는 인원이었지만 그들이 서문세가 안으로 모습을 감추는 것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였다.

두 명만은 안으로 진입하지 않고 박살난 정문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백호천군과 그의 제자 장석이다.

“한 발 늦은 것 같구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사부님.”

정문이 박살났는데도 아무런 반응도 없다는 것을 떠나, 평상시라면 거의 천 명에 가까운 인원이 북적대야할 서문세가다. 하지만 문을 부수기 훨씬 이전부터 이미 세가 내에서 사람의 기운을 거의 느낄 수 없었다.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음, 그러자꾸나.”

허탈한 표정으로 백호천군이 앞장섰고 장석이 천천히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세가 내에 사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란 것이 확인 되었다. 그것도 몇 십 명이나.

물론 무사들은 당연히 아니었고 백호천문의 서슬 푸른 도에도 안전이 보장될 만한 사람들이었다.

“이곳엔 너희들뿐이냐?”

“예. 그렇습니다.”

한 곳에 모아진 이십 여 명의 시비들 중 한 명이 장석의 질문에 부들부들 떨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너희 가주와 무사들은 언제 어디로 사라졌느냐?”

“이틀 전에 모든 사람들이 이곳을 떠났습니다. 어디로 가신 건지 소인들을 모릅니다.”

“이틀 전이라고?”

“예. 무사님.”

장석은 대충 방향이라도 물어보려는 마음조차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오늘 아침에 떠났다고 해도 추격이 힘들 판에 어제도 아니고 이틀 전이라니.

장석의 마음속에 있던 긴장감이 완전히 풀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묘한 냄새가 그의 코를 자극했다.

“킁. 킁. 이게··· 무슨 냄새지?”

주위를 둘러보니 본인만 이상한(?) 냄새를 맡고 있는 것이 아닌 듯 했다. 특히, 백 명의 최정예들 즉, 며칠 동안 그 강행군을 하고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있는 그들의 안색이 괴로움(?)으로 인해 일그러지는 모습이었다.

냄새가 역겹거나 해서가 전혀 아니었다.

“어머, 송구합니다.”

시비가 자신의 옷 냄새를 한 번 맡아보더니 황급히 그 냄새의 정체를 밝히기 시작했다.

“여기 계셨던 무사 분들이 떠나고 나서, 매끼니 마다 고기 요리를 해먹었더니 그 냄새가 우리들 옷에 밴 것 같습니다.”

“매 끼니마다 고기를?”

비로 이틀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긴 해도, 끼니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천하에 몇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비천한 시비의 신분이라면 상전들이 남긴 고기 몇 점 부엌에서 집어먹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무사 분들이 갑자기 떠나면서 음식재료가 불필요하게 많이 남았습니다. 상하기 쉬운 음식부터 빨리 먹어 없애라는 지시도 있고 해서.”

시비의 얼굴에서는 왠지 쑥스러움의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장석은 그 이유에 대해 쉽게 예상이 되었다.

‘하긴, 이게 웬 떡이냐 싶었겠군.’

상하기 쉬운 음식 재료들이 어디 고기뿐이겠는가. 하지만 남아 있는 시비들은 핑계 김에 잘 됐다는 식으로 평소에 구경이나 가능했던 고기부터 먹어치우기 시작한 것이리라.

‘음, 갑자기 배가.’

장석에게 허기가 갑자기 밀려들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며칠 간 음식을 제대로 먹은 적이 없었다. 이곳에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모든 무사들의 배는 어느 정도 굶주려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고기 얘기만 나와도 배가 고플 판에 간접적이나마 고개 냄새를 맡았으니.

“사부님, 아무래도···.”

장석이 백호천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끝은 흐렸지만 백호천군은 바로 알아듣는 모습이다.

“그렇게 해야겠구나.”

백호천군도 사람이다. 그라고 해서 허기기 느껴지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어흠, 얘야.”

“예, 무사님.”

왠지 시비를 향한 장석의 표정이나 말투가 방금 전과 비할 박 없이 부드러워졌다.

“고기가 얼마나 남았느냐?”

“예? 얼마나··· 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모두 잡숴도 충분한 양입니다.”


- 삼백 명이나 되는 사람이 먹으려면··· 적당한 장소가 있겠느냐?

- 저, 실내가 아니어도 상관없으시다면.

- 이런 화창한 날씨라면 바깥에서 먹는 것도 좋겠지.

- 그러면 대연무장이 좋을 듯 싶습니다.

- 대연무장?

- 여기 계신 분들 전부 수용하고도 남음이 있는 넓이입니다. 그리고 부엌과도 가깝습니다.

- 그래?

- 그곳에서 기다리시면 저희가 성심성의껏 요리를 해다 바치겠습니다.


“꺽. 간만에 고기를 배를 채우니 좋기 하지만.”

“무슨 불만이라고 있나?”

커다란 담으로 빙 둘러싸인 서문세가의 대연무장.

그야말로 고기 냄새가 진동하고 있었고, 수십 개의 상들이 놓여 있다. 백호천문의 무사들은 삼삼오오 상들 주위에 모여 한창 식사 중이었다.

이곳은 삼백 명이나 되는 인원이 밀집하지 않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음에도 절반도 훨씬 채우지 못할 정도로 넓었다.

“포식이나 하자고 그렇게 죽을힘을 다해 달려온 것이 아니지 않나?”

“하긴, 나도 허탈하긴 하지만, 그래도 쫄쫄 굶으면서 허탕 치는 것보다야 백 배 낫지 않나?”

“그거야 그렇지만.”

“서문철이 작전을 잘 세운 것이지.”

“작전이라니?”

“시비들만 남겨둔 이유가 뭐겠나? 이렇게 음식 대접이라도 해야 문주님의 진노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겠나?”

“하긴, 이렇게 포식이라도 못했으면 문주님 성격에 당장 전각에 불을 지르라고 지시를 내렸을 지도 모르겠군.”

어느덧 식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을 무렵.

“조용!”

난데없이 들리는 장석의 음성.

왁자지껄,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던 무사들의 입이 모두 닫히며 그들이 시선이 일제히 장석에게 쏠렸다.

“왜 그러느냐?”

함께 식사를 하던 백호천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위를 한 번 살펴보십시오. 사부님.”

고개를 한 번 갸웃하며 백호천군이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뭐가 이상하다는 것이냐?”

“시비들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습니다.”

“······.”

“제 기억으로는, 일각? 아니, 반각 전만 해도 시비들이 이곳에 북적댔습니다.”

처음 상을 차리기 시작할 때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내는 시비들을 제외하고 모두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식사 중간에도 이것저것 무사들의 잔시중을 드느라 역시 열 명이 넘는 시비들이 북적댔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나둘씩 모습을 감추는가 싶더니 지금은 단 한 명의 시비도 이곳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이다.

한창 식사를 하는 도중에 시비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무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장석조차 전혀 눈치 못 채다가 식사가 거의 끝나가는 지금에서야, 사부에게 숭늉을 올리라는 지시를 내리기 위해 시비를 찾다가 발견할 수 있었다.

“부엌에 가서 시비들을 확인하라.”

장석의 명이 떨어지자 무사 두 명이 부리나케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무사 두 명이 돌아왔다.

“아무도 없습니다. 단 한 명도.”

보고가 끝나기 무섭게 장석의 다급한 음성이 메아리쳤다.

“모두 내공을 운기하라.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는 자는 즉시 보고하라.”

음식을 준비한 자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당연히 음식에 독 따위를 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아무 이상 없습니다.”

“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다행히 몸에 이상이 있는 무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휴. 음식에 장난을 친 것은 아니란 소린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장석에게 장로급 간부 하나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굳이 이렇게 호들갑 떨 일은 아닌 것 같소만.”

“어째서요? 시비들이 모두 작정을 하고 도주를 하지 않았습니까.”

“시비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란 뜻이오.”

“뭔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조직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란 뜻입니까?”

“그렇소. 식사를 다 마친 후, 우리들이 어찌 돌변할지 그 아이들은 굉장히 불안했을 거요. 게다가···.”

간부는 왠지 백호천군의 눈치를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 문파와 문주님의 인품에 대해 잘 몰라서 그 아이들이 그런 오해를 했겠지만, 설령 우리들에게 죽임을 당하지는 않더라도 자신들이 노리개로 전락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아마 가장 컸을 것이라 생각되오.”

전쟁을 벌이는 도중, 승리한 병사들에 의해 여인들이 겁탈을 당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장석도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눈빛으로 백호천군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백호천군의 안색은 심각했다.

“한번, 확인해봐야겠군.”

백호천이 벌떡 일어섰다.

“모두 조용하라!”

수하들에게 일갈을 내지른 후, 백호천군은 눈을 지그시 감고 양손을 머리 쪽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공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영문을 몰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른바, 천리지청술.

내공을 이용해 주변의 소리와 기운을 감지하는 수법이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숨 쉬는 소리까지 크게 들릴 정도로 정적이 흘렀다.

그런데 그 정적을 깨는 백호천군의 거친 음성!

“이런, 제기랄!”

와장창!

앞에 놓인 상을 냅다 걷어차며 백호천군의 입에서 다급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전원, 전투 준비!”

무사들 모두 잠깐 흠칫거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에 불과했다.

와장창! 와장창!

방금 들린 것과 흡사한 소리들이 연무장 여기저기에 울려 퍼졌다. 모든 무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서며 도를 집어 들었고, 그 와중에 거치적거리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앞에 놓인 상들을 최대한 멀리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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