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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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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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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2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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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12

DUMMY

“어느 쪽입니까?”

적들이 몰려오는 낌새를 차렸느냐는 쓸데없는 질문은 생략한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장석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곳을 출입하려면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있는 커다란 문을 통과해야 한다.

담을 훌쩍 넘어 이곳에 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으로 보였다. 얼추 일장은 훨씬 넘어 보이는 담장의 높이다.

“동문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문을 통해 적들이 몰려들 것이다. 그 수는 각 방향별로 백에서 백오십 사이로 추정된다. 철저히 대비하도록 하라.”

문마다 각각 동서남북의 글자가 표시되어 있었는데, 세 개의 문들은 모두 닫혀 있었다. 하지만 잠긴 것은 아니라 그저 닫혀 있는 상태였다.

오직 동문만이 반쯤 열려 있다. 그곳을 통해 백호천문의 무사들이 들어왔고 음식도 그곳을 통해 들어왔다.

“사부님? 이쪽에서는···?”

백호천군을 바라보며 장석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이미 백호천군의 지시에 따라 모든 무사들은 동문을 제외한 나머지 세 개문 쪽을 향해 대열을 정비한 상태다.

그런데 정작 지시를 내린 백호천군 본인은 동문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석아.]

‘갑자기 왜 전음으로?’

순간 당황했지만 장석도 일단 전음으로 답한다.

[예. 사부님.]

[일단, 세 방향에서 몰려드는 적들의 기운이 정말 심상치 않구나.]

‘사부께서 저리 말씀할 정도라면? 가만, 그런데 일단? 헉. 맙소사!’

그제야 백호천군의 얼굴이 장석에게 확실히 들어왔다.

장석이 경악을 느낄 정도로 사부의 안색은 참혹하게 일그러져 있다. 게다가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저것은 설마 식은땀이란 말인가?

장석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사부님? 대체 동문 쪽에서 무슨 기운을 느끼신 겁니까?]

[한 명이다. 달랑 한 명이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다. 자신의 기운을 맘껏 발산하면서.]

‘말도 안 돼! 사부께서 몸까지 떨고 계시지 않는가.’

[사부님. 대체 느껴지는 기운이 어느 정도이기에? 설마, 사도명일 것이란 뜻입니까?]

장석에게는 그 한 명이 사도명이란 사실이 떠올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도명 본인의 능력을 떠나, 그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무림맹의 핵심전력이 이곳에 왔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의 정체가 무림맹 최강의 무력부대인 철혈단이란 소리가 된다. 대체 그들이 어떻게 이 시각에 여기 와 있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지만.

물론 그들뿐이라면 희생자야 상당히 발생하겠지만 백호천군이 직접 이끄는 최정예 무사 삼백이 패할 리는 없다.

하지만 여기는 서문세가 내부다. 서문세가의 무사들이 도주를 한 것이 아니란 것은 명백하다. 서문세가의 전력이 모두 가세할 것이 당연할 터,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된다면 전투의 승패가 문제가 아니라 장석은 자신의 목숨부터 장담할 수가 없다.

[무림맹주 사도명? 단언컨대, 절대 그 자는 아니다.]

[예? 그러면?]

장석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은 아닌 듯 했다. 그런데 사부의 안색은 왜 저리도 점점 굳어만 간단 말인가.

[지금도 느껴지고 있는 저 놈의 기운은··· 내가 아는, 그리고 천무맹이 파악하고 있는 사도명이라면··· 저토록 강렬할 수가 없다. 내 머리털이 솟구칠 정도로 이토록 강렬할 수가··· 절대로.]

‘맙소사! 대체 누가 있어, 단지 뿜어대는 기운만으로 사부님을 저토록 전율시킬 수 있단 말인가?’

장석이 경악을 느낌과 동시에 들려오는 고함소리.

“위치 확보!”

그것은 담장 너머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의 여운이 끝날 무렵 담장 위로 속속들이 누군가 모습들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수는 약 백 명 정도. 모두 활을 들고 있는 궁수들이다.

복장을 보니 서문세가의 무사들이었고, 담장 위로 오르는 모양새로 봐서는 최정예라고 봐야 할 것 같았다.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

궁수들의 등장에 움찔하는 무사들을 장석이 일단 진정시킨다. 진짜 위험한 적은 궁수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궁수들의 존재 역시 큰 문제인 것은 확실하다.

물론 평상시라면 고작 백 명 남짓한 궁수들이 대단한 위협이 될 리 없다. 게다가 서문세가는 따로 궁수들을 키우지 않는다. 담장 위에서 백호천문의 무사들을 향해 시위를 당기고 있는 자들은 전문적인 궁수들도 아니란 소리다.

그러나 문제는 궁수들이 주(主)가 아니라 보(保)라는 점이다.

조만간 사방에서 들이닥칠 수백의 적들.

만약 그들과 혼전을 벌이게 될 경우, 궁수들의 화살은 백호천문의 무사들에게는 너무나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다.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장석의 몸에서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승패가 문제가 아니라 백호천문의 무사들이 몇 명이나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지가 문제로 보일 정도로 완벽한 함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부님, 탈출을 감행해야 합니다.]

“으음.”

장석의 전음에 백호천군은 참혹한 표정으로 신음성만 흘릴 뿐이었다.

바로 그때, 백호천군의 표정을 더욱 참혹하게 만드는 장면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휙. 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동문 쪽을 제외한 세 방향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백호천문 입장에서는 진짜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담장 위에 백 명의 궁수들이 대연무장 주변을 빙 둘러싼 형국으로 서 있었지만, 연무장 주변이 워낙 넓었기에 궁수들 사이의 거리는 상당히 멀었다. 백호천문의 진짜 적들은 바로 그 사이 공간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수는 백호천군의 예상대로 대략 사백 명 정도였고, 검을 들고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모두 복면을 하고 있다.

“맙소사! 어찌 저럴 수가?”

그들의 등장에 백호천문 무사들은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복면인들이 담을 뛰어넘으면서 보여준 신법 때문이었다.

너무나 손쉽게 뛰어넘었다. 신법만으로 따진다면 백호천문의 최정예 백 명과 맞먹는다는 의미였다. 사백 명의 복면인 모두가 말이다.

복면인들은 세 방향에서 각각 백에서 백오십 명 정도의 무리를 이루어 대열을 정렬한 채 중앙을 바라볼 뿐이다.

그들과 백호천문 무사들과의 거리는 약 십오 장 정도.

활이 아닌 이상 당장 위협을 줄 만한 거리는 아니다. 게다가 지금 당장 전투를 벌일 생각은 없는 지, 그들 모두 검을 아직 뽑지도 않은 상태였다.

백호천문의 무사들 역시 약 백 명 씩 정렬해서 각기 세 방향에서 자신들을 향해 진격을 준비하고 있을 복면인들과 대치중인 모양새였다.

‘철혈단의 수준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가만, 그런데?’

잠시 경악에 물들었던 장석에게 강한 의혹이 생겨났다. 가장 먼저 철혈단이 떠올랐지만 왠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일단, 철혈단의 무사들은 이렇게 많지 않다. 원래는 이 정도 인원이었지만 얼마 전, 약 백 명 정도가 구혈마존에게 몰살당했다.

게다가 살수들처럼 복면이라니? 철혈단의 무사들이 구태여 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단 말인가.

물론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려는 얄팍한 의도일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의 얼굴을 백호천문에서 알고 있을 때 소리다.

철혈단의 무사들은커녕, 단주인 등호풍의 얼굴도 모르고 있건만 대체 무슨 이유로 거추장스럽게 전투에 방해를 줄 수도 있는 복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인지.

장석은 다시 한 번 찬찬히 복면인들을 둘러보았다.

‘대체 복면은 왜? 설마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자들일 리는··· 가만,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부들부들

무엇을 느꼈음일까? 장석의 온몸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미 얼굴을 알고 있으면서, 이 정도 능력을 보유한 사백 명 정도의 무사들이라면?’

“말도 안 돼!”

“석아?”

백호천군도 깜짝 놀랄 정도로, 울부짖음에 가까운 음성이 장석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사부님. 이놈들의 정체를 알 것 같습니다.”

“이놈들의 정체를?”

“그렇습니다. 사부님. 이놈들은 바로···.”

장석이 경악에 찬 눈빛과 덜덜 떨리는 음성으로 뭔가를 말하려는 바로 그 순간.

쇄액!

반쯤 열린 동쪽 문틈으로 날아드는 세 개의 물체.

그 속도는 최고의 궁수가 전력을 다해 쏜 화살만큼이나 빨랐다.

세 개의 원반.

그것들은 백호천군과 장석이 있는 곳을 향해 맹렬히 날아들었다.

“피해!”

심상치 않은 거력을 직감한 백호천군이 다급하게 장석을 밀쳐내며 날아드는 원반들을 향해 도를 휘둘렀다.

깡! 깡!

‘윽!’

두 개를 막아냈다. 하지만 너끈히 막아낸 것이 아니라 간신히 막아낸 형국이다.

백호천군이 손목의 통증을 느끼며 이맛살을 살짝 찌푸렸고, 그의 도와 부딪친 원반 두 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양 공중을 선회하고 있다.

바로 그때, 백호천군의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

“아악!”

“석아!”

백호천군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니 장석은 몸에서 피분수를 뿌리며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세 개의 원반 중 백호천군이 미처 막아내지 못한 원반 하나가 장석의 몸을 아예 양단 내다시피 한 것이었다.

장석 역시 도를 움켜쥔 상태에서 원반에 대항한 듯 했지만, 그의 도 역시 몸과 함께 양단된 상태로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이 순간, 백호천군에게는 제자의 죽음보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구혈마존?!’

쾅.

반쯤 열려 있는 동문을 누군가 거칠게 열며 모습을 드러냈다.

구양위다.

하지만 복면을 하고 있었기에 백호천군은 알아볼 수가 없었다. 물론 백호천군 나름대로는 상대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구혈마존! 네 놈이 어찌하여!”

백호천군이 터뜨린 분노의 일갈!

그것은 백호천문의 무사들 귀에도 생생히 들렸다.

“맙소사! 구혈마존이라고?”

“우리를 함정에 몰아넣은 것이 구혈마존이란 소리잖아.”

무사들이 술렁거렸고 그들의 눈에서는 절망과 두려움의 빛이 스쳤다.

자신들보다 결코 아래가 아님이 확실한 사백 명의 복면인들과 서문세가의 최정예 백 명. 이들만 해도 버거울 판에 구혈마존이 가세한 것이 아닌가.

무사들은 전의마저 상실할 지경이었지만 백호천군에게는 수하들의 동요를 막을 여력이 없었다. 아니, 구양위가 그럴 여유조차 주지 않는다.

“한 방에 끝냅시다.”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 백호천군이 구양위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담장 위에 서 있는 궁수들 중 한 명이다.

자세히 살피니 다른 궁수들과는 달리 활을 들고는 있었지만 화살을 시위에 걸고 있지 않는 모습이다. 그리고 몸에서 풍기는 기도가 다른 궁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백호천군은 단번에 그가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

“서문철 이 놈! 어이가 없구나. 나를 죽이기 위해 무림맹 최고 공적인 구혈마존을 끌어들여?”

백호천군은 오히려 구혈마존보다 서문철에게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웬 개가 짖느냐는 식으로 서문철은 자신의 향해 분노에 찬 고함을 지르는 백호천군에겐 아예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알겠습니다.”

서문철은 구양위를 향해 짤막하게 대답한 후, 우렁찬 목소리를 내뱉었다.

“전원, 백호천군을 향해 발사 대기!”

모든 궁수들의 시위가 단 한 명, 백호천군에게 향하는 순간이었다. 그에 맞춰 구양위가 아홉 개의 혈마반 즉, 구혈만월을 모조리 꺼내들었다.

‘이런, 제기랄!’

백호천군은 당황하여 어찌해야 할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예전 현무천문의 궁수들 수준이라면 몰라도 서문세가의 궁수들이 날리는 화살이 백호천군을 위협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바로 눈앞에 구혈마존이 버티는 상황이다. 궁수들과 구혈마존이 합공을 해온다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런 개념을 백호천문의 인물들도 모를 리가 없다.

“문주님 주위로···.”

장로급 간부 하나가 수하들에게 뭔가 지시를 내리려 했지만 말을 끝까지 잇지도 못하는 상황이 바로 발생했다.

챙!

검을 뽑는 소리가 우렁차게 들릴 정도로 사백 개에 달하는 검들이 일제히 뽑히는 순간이었다. 복면인들이 백호천문의 무사들 삼백을 향해 드디어 검을 뽑아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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