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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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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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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작성
23.03.2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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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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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0쪽

5-22

DUMMY

“천무제일존과 만나게 해줄 생각이 없다니, 도통 그 이유를 모르겠구려.”

“만나게 해줄 생각이 없다니요? 지금 폐관수련중이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주인을 찾아온 객을 향해 하인이, 주인께선 낮잠을 주무시고 있으니 기다리라고 하는 격이 아닌가? 그게 주인을 만나게 해 줄 수가 없다는 것이 아니고 뭐란 말이오.”

맹주 집무실에서는 사마우와 단우경이 법광을 상대로 악전고투(?)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사마우 혼자서 고군분투(孤軍奮鬪)를 하는 모양새였다.

하인이란 표현이 충분히 기분 나쁠 법도 하겠지만 사마우는 그런 사소한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찌 무인된 입장으로서 폐관수련을 낮잠에 비유하십니까? 대사께서는 폐관수련의 중요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이 아닙니까.”

“으음.”

이번만은 법광도 마땅히 대꾸할 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문파의 수장들이 폐관수련에 들어가면서 유행처럼 하는 말이 있지 않은가.


- 외적의 침범에 준하는 일이 아닌 이상 나를 방해하지 말라.


굳이 이런 말을 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폐관수련을 방해할 수 있는 자는 그 누군가의 윗사람밖에는 없다고 봐야 한다. 법광 역시 천무제일존이 사실상 이곳의 최고 수장이란 것을 당연히 알고 왔다.

“그리 오래도 아닙니다. 지금까지 그분의 행태로 볼 때 열흘 정도면 폐관을 끝내실 듯하니, 그때까지만 기다려달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무작정 기다리라? 할 일없이 하늘만 바라보면서 말이오?”

“정 그러시다면 맹주님과 먼저 이야기를 나눠보심은 어떠신지요?”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조심스럽게 꺼내는 사마우였지만, 법광의 눈빛이 영 좋지 않다.

“저기 보이는 아리따운 소녀와 이야기를 나누라? 나, 법광이 말이오?”

흠칫.

단우경의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석이라면 칭찬이겠지만 공식석상이나 다름없는 자리다.

“저는 아리따운 소녀가 아니라 천무맹의 맹주입니다. 대사.”

“그래서요?”

“한 단체의 수장에게 무례한 언사라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법광도 바로 대꾸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당찬 구석이 있는 아이로군. 왠지 단순한 허수아비 맹주는 아닌 것도 같군.’

바로 이어진 법광의 음성은 확실히 조금 전보다는 부드러웠다.

“단지 말만 놓고 본다면 틀린 구석은 없겠지만, 맹주의 말에는 한 가지 오류가 있소.”

“오류라니요?”

“나는 물론이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천무맹의 수장을 맹주가 아니라 천무제일존으로 알고 있소만, 잘못 알고 있는 거요?”

“······.”

“그리고 진정한 수장이라면, 수하인 천무제일존의 폐관수련을 한 번 정도는 방해해도 될 것 같은데 말이오. 하하하.”

“······.”

“나는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소.”

법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디로 가신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히 소림사지요.”

단우경이 놀라 물었지만 법광은 무슨 그런 쓸데없는 질문을 하느냐는 투로 대답한 후, 등을 휙 돌려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쨌든, 내가 여기서 받은 대우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소이다.”

“대사?”

사마우가 법광을 향해 황급히 달려갔고 단우경도 그 뒤를 따랐다.

벌컥.

하지만 이미 문이 열려버린 후였다.

위풍당당하게 문을 박차고 나갈 것만 같던 법광의 동작이 어느 순간 딱 멈춰버렸다.

전혀 뜻밖의 광경이 법광을 그리 만들었다. 웬 다섯 명의 사내가 마치 법광을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마당에 서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에 정작 놀라는 것은 단우경과 사마우다.

단우경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황급히 사마우를 향해 전음을 날렸다.

[어떻게 된 거죠?]

[저도 도무지? 분명히 기별을 넣었습니다.]

다섯 명의 사내들의 정체는 구양위와 사대혈군들이다.

구양위가 선두에 서 있고 그 뒤에 사대혈군들이 시립한 모양새다. 물론 구양위는 장만춘으로 변장(?)한 상태였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대사.”

구양위가 공손히 포권을 취했다.

공손하지만 당당한 태도. 그리고 수하임이 확실한 네 명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롭기 그지없는 무형의 기운.

법광은 직감할 수 있었다. 저 네 명은 웬만한 대문파의 수장들보다 고수다.

그렇다면 그 네 명의 호위를 받든 서 있는 자가 누군지는 뻔하다. 얼굴을 온통 가린 것이 이채로웠지만 이 순간 그것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그대가 천무제일존이오?”

“그렇습니다. 제가 폐관수련 중이라서 이제야 연락을 받았습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대사를 기다리게 해드린 점, 정식으로 사죄를 드립니다.”

“아니, 뭐, 어흠.”

순간적이나마 법광이 당혹해 할 정도로 정중한 사과였다. 구양위의 허리가 거의 직각으로 꺾였던 것이다.

“이제라도 대화는 나눌 수 있으니 다행이구려.”

“그 전에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대사.”

흠칫.

‘춥다!’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구양위의 태도가 차갑게 돌변했다. 음성은 물론이고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마치 빙공을 연마한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차갑다.

“일단 그 전에 한 가지 사과를 더 드리지요. 본의 아니게 안에서 하는 말들을 엿듣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대사께서 한 가지 실수를 범하셨더군요.”

“실수라니?”

“맹주께 감히 천무맹의 수장이 아니란 식으로 말씀을 하시더군요.”

‘감히?’

순간 울컥했지만 법광은 바로 감정을 다스렸다.

“그게 어찌 실수란 말이오? 세상 사람들이 다 그리 알고 있는데, 잘못 알려진 것이었소?”

“황제가 나이가 어리면 누군가 섭정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러면 나이 어린 황제는 황제가 아닌 겁니까? 대사의 말씀대로라면, 섭정을 하는 자가 진정한 황제가 되는 것이겠군요.”

“······.”

“대사께서는 어린 황제를 향해, ‘진정한 황제는 섭정을 하고 있는 자다.’ 라는 식으로 말씀을 하는 우를 범하셨습니다. 그 점에 대해 맹주님께 정식으로 사과하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으음.”

딱히 반박을 못하고 인상만 찌푸리고 있는 법광이었고, 사마우와 단우경은 ‘저 놈이 미쳤나?’ 라는 눈빛으로 구양위를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법광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내가 사과를 하지 않으면 어찌 되는 것이오?”

사과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왠지 그냥 한 번 물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대사께선 지금 당장 떠나셔야 합니다.”

“사과를 하지 않으면 나를 쫓아내겠다는 뜻인가?”

“굳이 그런 의미로 받아들이시겠다면 그리 하십시오.”

“······.”

“제가 모시는 분에게 무례한 자와는 말을 섞지 않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잠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가 싶더니 법광의 입에서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그대에게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는지는 곧 알게 되겠지.”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법광이 몸을 돌려 단우경을 바라보며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조금 전 맹주께 큰 결례를 범한 것 같습니다.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부디 노망난 늙은이의 망언이라 생각하시고 웃어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이 순간, 무슨 이유인지 단우경 본인도 알 수 없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궁주님. 너무 심려 마십시오. 왕회주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장만춘에게 저렇게··· 궁주님?”

구양위와 법광이 어디론가 사라진 후, 단우경을 안심 시켜려던 사마우는 말을 끝맺지 못 했다.

단우경은 자신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구양우이와 법광이 사라진 방향을 넋이라도 나간 표정으로 그저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궁주님?”

“예?”

한 번 더 부르고서야 단우경은 정신을 차린 모습이다.

“아, 너무 심려하실 필요 없다는 말씀을 드리려고요.”

“예, 그래야죠. 이번에도 왕회주를 믿는 수밖에 도리가 있나요? 나 같은 허수아비가. 호호.”

단우경의 쓴웃음 소리에 사마유는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아까 장만춘 말이에요. 대단하지 않았나요?”

“아, 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연기를 정말 기가 막히게 하더군요.”

“진짜 구양위라면 진짜로 저런 식으로 했겠죠?”

“······.”

“아니, 애초에 내가 그런 수모를 당하는 상황 자체가 생길 리도 없었겠죠?”

“궁주님? 어인 말씀을···?”

“사대천군들도 나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겠고, 그의 제자들은 나를 향해 깔보는 눈빛 따윈 엄두도 못 내고, 감히 내 얼굴도 똑바로 못 쳐다봤게죠? 왕회주의 눈치나 살피면서 매일매일 전전긍긍 할 일도 없었겠죠?”

“그만 하십시오. 민망해서 더는 못 듣겠습니다. 차라리 저의 무능력을 질책해 주십시오, 궁주님.”

“미안합니다, 대총사.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요.”

“미안하다니요? 다 제가 못나서 그런 것을요.”

“휴!”

사마유에게 위로의 답변 한 마디 정도 해줄 만도 하건만, 단우경은 그저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쉴 뿐이다.

그 모습에 사마우의 심정은 비참할 뿐이었다.

특히, 왕무린이 오기도 전에 자신 앞에서 했던, 처절하다면 처절했던 단우경의 외침이 귓등을 때리면서 더욱 비참함을 느껴야 했다.


- 차라리 구양위가 살아 돌아오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물론 그놈이 살아 돌아온다면 나는 복수심과 분노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겠지요. 하지만 지금도 불안과 초조로 잠 못 이루는 것은 매한가지가 아닌가요? 적어도, 다른 자들의 눈치 따윈 전혀 살필 필요 없이, 오로지 구양위 하나만 미워하면 되는 것 아니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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