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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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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작성
23.02.02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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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11

DUMMY

“사부님. 이제 다시 움직이시지요.”

“충분히 쉬었느냐?”

“예. 사부님.”

“그러면···.”

흠칫.

‘설마?’

천천히 몸을 일으키던 현무천군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러고는 마충이 궁금해 하고 말고 할 여유조차 주지 않은 채 재빨리 화살을 하나 꺼내들었다. 그와 동시에 현무천군은 전광석화 같은 동작으로 어딘가를 향해 활을 쏘아버렸다.

쌩.

화살은 약 오장 정도 떨어진 수풀을 향해서 날아갔다.

확실히 뭔가 반응이 왔다.

후다닥.

놀란 토끼눈(?)을 한 산토끼 한 마리가 수풀 속에서 튀어나오더니 황급히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이런, 쓸데없이 힘만 낭비했구나. 차라리 정조준이나 할 것을.”

토끼를 꿰뚫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만 남는 행동이었다. 기척을 느낀 순간 가장 빠른 동작으로 그곳을 향해 무작정 활을 날린 것이다.

좀 더 침착했더라면 토끼가 무사했을 리가 없다. 주린 배를 채워줄 식량 하나를 섣부른 행동으로 날려버린 셈이었다.

“제가 가져오겠습니다.”

마충이 황급히 달려가 수풀 속을 뒤져 화살을 회수했다. 식량보다 더 중요한, 그야말로 피 같은 화살이었다.

화살을 회수한 후, 현무천군과 마충은 다시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산토끼가 나왔던 수풀 속에서 묘한 움직임이 보인다.

들썩들썩.

땅이 움직이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웬 복면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복면인은 스스로를 자책했다.

“아무리 이틀 동안 굶고 쫓기느라 심신이 피곤해도 그렇지, 명색이 사대천군이거늘 이렇게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을 했다니.”

복면인이 수풀을 헤치고 나왔다.

‘만에 하나에 대비해 토끼 한 마리 안 들고 있었으면 골치 아플 뻔 했군. 그런데 계속 들고 다녀야 하나?’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며 복면인은 현무천군이 사라진 방향으로 재빨리 움직였다. 왠지 복면인의 등에 걸린 활 하나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복면인이 지나간 땅바닥.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지나갔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패여 있다.


“앗! 저기 동굴이 보입니다. 사부님.”

“오, 그렇구나.”

마교의 무사들에게 쫓긴 지 사흘째 되는 날, 마충의 얼굴은 마치 산삼 밭이라도 발견한 심마니의 표정이었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현무천군의 표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흘 동안 물만 먹고 연명한 두 사람에게 슬슬 한계가 오고 있는 시점이었다. 특히 마충은 다리가 후들거려 걷는 것조차 힘에 겨운 지경까지 온 상태였다.

결국, 현무천군이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바로 먹을 수가 없었다. 생으로 먹을 순 없으니 불을 피워 구어 먹어야겠지만, 그것은 우리가 여기 있다고 봉화를 피워 알리는 격이다.

그 와중에 절벽 밑에 있는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한 것이었으니 그 반가움을 어찌 이루 말로 표현하겠는가.

서둘러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보기보다 훨씬 더 깊고 컸다. 마음 놓고 토끼를 구어 먹어도 전혀 상관이 없을 정도였다.

지글지글.

곧바로 불을 피워 토끼를 구웠고, 토끼가 다 익자 모든 체면이나 가식 따윈 다 접어두고 현무천군조차 허겁지겁 고기를 먹어치웠다.

간만에 포식을 하자 자연스럽게 피곤이 몰려들었고, 피곤함은 졸음으로 바뀌었다.

“사부님. 잠시 여기서 힘을 비축하시는 것이 어떨는지요.”

“그러자꾸나. 여기서 나가게 되면 오늘은 하루 종일 이동을 해야겠구나.”

현무천군에게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첫날부터 모든 힘을 다해 도주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 했다면 추격을 완전히 따돌리는 것이 가능했을 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에 첫날은 모든 힘을 다해 도주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후에는 몸이 지쳐서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힘을 보충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더욱 힘을 보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연후,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도주를 한다면 지금까지 한 번에 이동한 거리의 세 배는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설마 그 정도인데도 추격을 따돌리지 못하겠는가.

그들이 잠에서 깨어난 것은 그로부터 약 한 시진 후였다.

“확실히 몸의 느낌부터 다릅니다. 사부님.”

“그래. 이제부터는 내공이 다 소진될 때까지 달려야 할 것이다.”

내공이 만능은 아니다. 특히, 굶주림으로 인해 힘을 잃은 육체는 내공으로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는 내공은 남아 있어도 다리가 말을 안 들어 제대로 된 경신술을 구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제대로 된 경신술을 맘껏 구사해 추격자들을 완전히 따돌릴 수가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동굴 입구를 나서는 순간, 그들의 얼굴은 참혹한 절망감으로 변할 수밖에 없었다.

“헉!”

“이런, 젠장!”

약 십장 정도 떨어진 거리.

동굴입구를 향해 50여 명의 무사들이 검을 겨눈 채 유후천의 명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현무천군이 어딘가를 응시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 놈만 없다면.’

마교의 무사들과 조금 떨어진 거리에 있는 복면인의 모습.

빙그르르.

마치 곡예사가 쟁반을 돌리 듯, 복면을 한 구양위가 혈마반 하나를 손가락으로 돌려대고 있었다.

현무천군이 판단컨대, 구혈마존이 날리는 원반은 비슷한 거리에서 자신이 날리는 화살 못지않은 위력이 있다.

결국, 자신에 못지않은 궁술의 고수를 상대하면서 동시에 철혈마제 유후천이 포함된 마교의 고수들을 상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다. 설령 화살이 넉넉히 있다 해도 무조건 패하는 싸움이다.

현무천군이 비장한 표정으로 마충에게 전음을 보냈다.

[너라도 여기를 빠져나가야 한다. 내가 구혈마존을 상대하는 동안 절벽 위로 올라가거라.]

현무천군과 마충은 절벽을 등진 채 막다른 골목에 갇힌 형국이었다.

[그게 어인 말씀이십니까? 제가 이곳에 있을 테니 사부님이 절벽 위로 몸을 피하십시오.]

[이 멍청한 놈. 둘 다 죽자는 말이더냐? 네가 무슨 수로 구혈마존을 상대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절벽의 높이는 오장에서 육장정도.

현무천군도 단숨에 한 번의 도약으로 뛰어오르는 것은 불가능한 높이였고, 징검다리를 건너 듯 중간에 있는 툭 튀어나온 바위 같은 것을 발판삼아 다시 뛰어올라야 했다.

마충이라면 그런 과정을 두세 번은 거쳐야 할 높이다.

그러기 위해서 예상되는 시간은 결코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갈 만큼 빠른 시간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 시간 동안 구혈마존이 원반을 날린다면, 그것을 피하거나 막아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이었다.

누구 하나가 구혈마존의 행동을 제지시키고 있어야 나머지 한 명이라도 무사히 절벽을 뛰어오를 수 있다는 뜻인데, 마충의 능력으로 그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너를 내 목숨보다 중히 여겨 이런 판단을 내렸겠느냐? 너를 방패삼아 내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리 했을 것이야.]

정말 진심인지 사부를 버리고 도주를 해야 할 제자의 마음을 편히 해주려는 배려인지는 현무천군 본인만이 알겠지만, 어쨌든 마충은 더 이상 반박을 못한 채 결심을 굳히는 모습이다.

[사부님 부디.]

마충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사말을 끝맺지 못한 채 온몸의 내공을 끌어올렸다.

“타앗!”

마충이 절벽 위를 향해 힘껏 뛰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현무천군이 활시위를 힘껏 당기며 구혈마존을 향해 겨누었다. 제자를 향해 원반을 날리는 순간 나의 화살이 너를 꿰뚫을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

현무천군으로서는 천만다행으로 구혈마존의 손에 들려 있는 원반은 하나뿐이었다. 아무리 빠른 동작으로 품속에 있는 원반을 꺼내든다고 해도, 그것들을 둘로 나눠 자신과 제자를 동시에 상대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것이다. 그때쯤 되면 이미 마충은 절벽 위에 오른 후일 테니.

현무천군의 의도는 성공으로 보인다.

마충의 움직임에 구혈마존은 원반을 돌려대는 동작을 멈추었지만 자신을 향한 화살을 보고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못했다.

유후천 역시 이기어검이나 비검 등, 뭔가 행동에 돌입하려했지만 현무천군이 신경 쓰여 행동에 옮길 수가 없었다.

현무천군의 화살은 구양위만 향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구양위와 유후천을 상대로 바쁘게 이리저리 움직이며 활을 겨누는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다.

결국, 그 틈을 이용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마충은 절벽 위에 무사히 오를 수 있었다.

“사부님. 부디 몸 보중하소서. 이날의 치욕은 제가 반드시 갚겠나이다.”

한바탕 처절한 외침소리와 함께 마충의 모습이 완전히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제야 현무천군은 당겼던 시위를 느슨하게 풀었다.

“이봐, 유후천. 일대일 결투를 통해 나를 죽일 생각은 없나? 그러면 자네의 위명은 더욱 올라갈 것이 아닌가? 아니면 구혈마존이 직접 나서든가. 하하하.”

죽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의 일대일 결투 신청.

그 옛날 항우가 수백의 군졸들에게 난도질당하며 최후를 맞이했듯이, 들개 떼에게 뜯어 먹히는 식으로 생을 마감할 수는 없다는 최후의 자존심의 발로였다.

하지만 진짜 의도는 다른 데 있었다. 아직도 실낱같은 희망 하나를 버리지 않은 것이었다.

도주!

만약 구혈마존과의 일대일 대결이 성사된다면, 그래서 구혈마존을 이길 수만 있다면,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있다.

하지만 유후천이 나선다면 결과에 상관없이 최후를 맞이할 것이다. 물론 그래도 마도의 절대자를 상대로 자신의 위용을 한껏 뽐내고 죽을 수 있으니 그나마 덜 억울할 수는 있다.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 지 판단이 서지 않은 유후천은 구양위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구양위가 전음으로 뜻을 전한다.

[제가 상대하지요.]

[하지만 대협, 저 자의 의도가 뻔히 보이는 상황 아닙니까.]

의도를 확실히 간파 했다기 보다는 결과에 대한 우려였다. 만에 하나라도 구양위가 잘못되는 날이면 상대의 도주를 막기가 힘들어진다.

[저를 못 믿는 겁니까?]

[그럴 리가요. 하지만 쉽게 잡을 수 있는 고기입니다. 구태여.]

[저자가 이렇게 나오지 않았어도 어차피 이런 방식을 택하려 했습니다. 비록 합공이긴 하지만 제 사부님은 암습이 아닌 무인간의 결투에 의해 돌아가신 것이 확실합니다. 저 역시 그런 방식으로 돌려주려 합니다. 저와 원수지간이란 것을 떠나, 저자는 그 정도 대우는 받아야 마땅한 무인입니다. 교주님.]

[대협의 뜻대로 하십시오.]

유후천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구양위가 이번에는 유겸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더니 몇 마디 전음을 나누었다.

잠시 후, 유겸이 현무천군을 향해 소리쳤다.

“구혈마존께서 그대의 제의를 수락하셨소.”

‘됐다!’

현무천군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스쳤다.

구혈마존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도주에 관한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생긴 것이었다.

“하하. 아주 현명한 판단이로군.”

“그대에게 운기조식 할 시간을 줄 것이오. 지난 며칠 제대로 먹지도 못한 상태에서 쫓겨 다니느라 심신이 아주 피곤할 터, 지금 당장 대결을 벌이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는 것이 구혈마존의 생각이시오. 또한, 대결 도중 화살이 다 떨어지면 다시 추스를 시간도 주겠다고 하셨소.”

“구혈마존. 그대의 판단에 경의를 보내겠소. 그대의 손에 이승을 하직한다하더라도 절대 그대를 원망치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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