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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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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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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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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 9

DUMMY

“화상을 입어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고 알고 있었는데, 헛소문이었구나.”

마치 그 옛날 그 당시로 돌아간 듯, 구양위를 향한 사도명의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구양위 역시 그런 기분으로 대화를 진행하는 것도 괜찮다고 여겼는지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완전히 헛소문은 아닙니다. 화상은 거짓이지만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은 사실이니까.”

상당히 호기심을 유발하는 발언이었지만 사도명은 뭔가 사연이 있겠거니 하며 그냥 넘기는 모습이다. 지금 상황에서 그 정도 일은 너무나 사소할 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상할 정도로 자네가 반갑군. 마치 죽은 줄 알았던 어렸을 적 친구를 다시 만난 것처럼. 하지만 지금 이 자리는 그 따위 되도 않는 감상에 젖어있을 수가 없겠지. 자, 말해 보게. 궁금한 것이야 너무나 많지만 일단 자네 말부터 듣는 것이 순서겠지.”

무림맹이 처한 상황을 잊기라도 한 것인지 사도명은 너무나 의연하고 당당했다.

구양위 역시 조금은 감탄하는 듯 했다.

‘예상은 당연히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만만한 상대는 아니로군. 물론,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구양위는 만족스러운 눈빛을 보이면서 말을 꺼냈다.

“원래는 이렇게 맹주님과 단둘이 밀담을 나눌 생각까지는 없었습니다. 법광대사가 이곳에 올 것은 충분히 예상되었고, 그분을 통해 내 뜻을 전하려 했습니다. 맹주님과의 만남은 정식으로 천무존에 오른 후에, 즉, 맹주께서 천무맹의 일원이 된 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제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긴박해져버렸습니다.”

“······?”

“저는 맹주님을 살리고자 합니다.”

“······.”

“그러기 위해 이렇게 만남을 청한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군. 설마 정말로 내 목숨을 말하는 건가?”

비유적인 표현으로 ‘살린다.’는 말을 사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습니다. 맹주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니, 대체 누가 나를 죽이려고 한단 말인가?”

사도명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죽이겠다는 마음을 먹는다고 자신이 어디 쉽게 죽을 사람인가? 물론 눈앞에 있는 인물은 그렇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게다가 천무맹에 의해 무림일통이 사실상 눈앞에 닥친 상황이다. 천무맹의 실질적 수장인 구양위가 원하지 않는데 누가 그런 일을 꿈이나 꿀 수 있단 말인가.

“천무제이존입니다.”


- 명분이야 만들면 그뿐 아니겠나? 그리고 도저히 명분이 없다면 내가 나서서 은밀하게 처리하면 그뿐이겠지.


“그 양반이 맹주님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왕무린, 그 자가 나를?”

천무제이존 왕무린.

무림인들 사이에서는 묘한 이유로 인해 유명한 이름이다. 유명하지 않은 것 때문에 유명하다고나 할까?

지금껏 발표된 천무존들 중, 유일하게 이름 석 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장막에 가려진 인물이기 때문이었다.

“그렇습니다.”

“그 자가 왜 나를? 아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나를 죽이는 것이, 그것도 자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를 죽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린가?”

“일단, 한두 번 정도는 제 뜻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제가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그 양반에게 신세를 진 것이 좀 많아서요.”

“아무리 신세를 진 것이 있다고 해도 그렇지, 주군까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네가 그 자의 상전이 아니란 말인가?”

“맹주께서 천무존의 자리를 수락하시게 되면 천무제일존인 저를 상전으로 모실 생각입니까?”

“······.”

“만약 저를 정말로 주군이나 상전으로 모셔야만 하는 것이라면 맹주께서는 당연히 죽음을 각오하고 대항하려 했겠지요. 법광대사 역시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천무존의 자리를 수락했을 리가 없겠고.”

“으음, 그거야···.”

사도명은 딱히 반박하지 못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의문 하나가 떠올랐다.

“그런데 왠지, 자네 말을 가만 듣고 있으니 그자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를 제거할 수 있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그렇습니다. 그 양반이 정말 죽이고자 한다면 그 누구도 무사할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그렇습니다.”

“설마 자네도?”

“글쎄요? 매 시각마다 한 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은 채 매일매일 피 말리는 하루를 보낸다면 무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흠칫.

사도명은 자신의 죽음에 대해 말할 때보다 더욱 놀라고 있었다. 물론 겸손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만, 천하의 천무제일존 구양위조차 감히 장담을 못하고 있지 않은가.

“왕무린, 그 자의 정체가 대체 뭔가?”

“살수입니다.”

“사, 살수?”

“사대살수들에 대해 대충은 알고 계실 겁니다. 동시대에 천하제일살수가 네 명이나 탄생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지요?”

“그런데?”

“그들 네 명의 사부이자 주군입니다. 아니, 모든 살수문 수장들의 사부이자 주군이 바로 천무제이존입니다.”

“맙소사! 그렇다면 그때 그 일이?”

과거의 일 하나가 떠오르며 사도명의 안색이 한없이 굳어졌다.


- 살수계 전체와 전면전(全面戰)을 벌일 수는 없지 않겠나?

-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전면전이라니요?

- 72명이 죽었지, 거의 한날한시에. 그리고 그 72명의 시신에서는 각기 다른 흔적들이 남았어. 단 하나도 같은 것이 없는 각기 다른 72개의 흔적들이. 그 흔적들만 놓고 본다면, 72명을 죽이는데 동원된 살수문파의 수가 72개라는 뜻이야. 72명을 죽이기 위해 72개의 살수문파가 움직였단 말일세. 그것도 한날한시에.


악몽 같던 그 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르며 사도명은 잠시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혹시, 그때 그 일이 자네의 소행이 아니라 왕무린 그 자의 소행이었단 말인가?”

밑도 끝도 없는 질문인 듯 했지만 구양위는 바로 알아듣는 모습이다.

“그렇습니다. 그 양반의 작품입니다. 물론, 제가 그리 해달라는 부탁을 하긴 했습니다만.”

‘그렇다면, 살수계를 완전히 장악한 것은 천무맹이 아니라?’

사도명은 왕무린이 마음먹기에 따라 자신의 목숨이 풍전등화 신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살수계 전체를 수족처럼 부리는 자다. 그 개인의 능력 역시 굳이 묻지 않아도 대충은 예상이 되었고.

그런데 지금 사도명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그 자가 왜 나를 죽이지 못해 안달이 났는지, 내가 살려면 어찌 해야 하는 지가 아니었다.

“자네는 대체 왜 나를 그렇게 살리려 하는가?”

“하하. 마치 불만이라도 있는 것 같군요.”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척 보아하니 구양위가 천무맹의 최고실권자라면 왕무린은 두 번째 실권자는 되는 듯 했다. 그런 거물과 굳이 대립각을 세우면서까지 자신을 살리려는 의도를 알 수가 없었다.

명분이나 없으면 모를까, 비록 누명이긴 하지만 대외적으로 무림맹의 맹주를 제거할 명분까지 만들어 놓은 상황이 아니던가.

“뭐가 그리 이해가 안 되시는 지 대충은 알 것 같습니다. 일단은.”

구양위는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한 후 말을 이었다.

“제가 판단컨대, 맹주께서는 영웅이기 때문입니다.”

“영웅? 내가? 일개 살수에게 목숨을 위협이나 받으면서 이리저리 치어 다니는 볼품없는 늙은이에 불과한 내가 말인가?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군. 하하.”

“최고나 최강이어야만 영웅은 아니겠지요. 영웅의 기상이란 말이 괜히 나왔겠습니까? 제가 기억하고 있는, 그리고 제가 알고 있는 맹주님은, 내가 아는 인물들 중 가장 영웅의 기상이 충만한 분입니다.”

“허허. 그리 봐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네만, 설마 그런 이유 하나 때문에?”

“솔직히 말씀드리지요. 맹주께서 천무존에 되어 즉, 천무맹이 정식으로 발족한 후에, 더 나아가 사상처음으로 무림의 완전일통을 이룬 후에 맹주께서 해주셔야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거창하군. 그래, 천무존으로서 내가 해줬으면 하는 일이 무엇인가?”

“일단, 제가 천하 무림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십시오.”

“입에 발린 말은 그만하고 진짜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보게.”

날이 잔뜩 서 있는 사도명의 말에 구양위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정말로 방금 말한 것이 진짜 원하는 것입니다. 물론 진짜로 원하는 것이 또 하나 있긴 있습니다. 아마 그것을 듣고 싶은 것 같으신데 무림일통 후, 제가 꿈꾸는 혹은 상상하는 세상이 있습니다. 굉장히 많은 여러 개의 세상입니다.”

“······?”

“하지만 그중에 살수들이 판을 치는 세상은 없습니다.”

흠칫.

뭔가 느껴졌음인지 사도명의 안색이 굳어졌다.

“천무 제이존을 견제해주십시오. 천무맹이 정식으로 발족하게 되면, 내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천무 제이존의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오직 맹주님만이 가능합니다. 물론 법광대사의 존재를 등에 업으셔야 하겠지만.”

간접적이나마 왕무린이 왜 그토록 사도명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지에 대한 이유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기분이 상하실지는 몰라도, 제가 법광대사와 맹주께 바라는 역할은 천무제이존의 대항마입니다.”

“······.”

“물론 세월이 좀 흐른 후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그 와중에 천무제이존의 제거에 대한 명분을 만들어주신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을 일이 되겠지요.”

사도명은 잠시 멍한 표정으로 구양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자네, 정말이지 소름이 끼치는 사람이군. 얼핏 들어보니, 그 자에게 신세를 진 것을 떠나, 지금까지 훌륭한 조력자였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원래 맹주께 바라던 역할은 사대천군의 대항마였습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일단, 천군들은 더 이상 제 적수가 못됩니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는 더더욱.”

“무슨 말인지는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단지 그런 이유로 생각을 바꾸었단 말인가?”

“당연히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나를 질타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내 곁에 둘 수 있지만, 결코 내 주위에 둘 수 없는 유형의 인물이 있습니다.”

“어떤 유형의···?”

구양위는 바로 답하지 않고 잠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뭔가 회상했다.


- 설마 내가 자네 의견을 무시하고 독단으로 사도명을 처리하겠는가? 나는 다만 자네가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야.

- 무엇을 말입니까?

- 사도명의 천무맹 입성을 내가 극구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일세.


“아주 간단하면서 단순합니다.”

흠칫.

다시 눈을 뜬 구양위의 모습에 사도명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어야했다.

지금 구양위의 눈빛.

그야말로 소름끼치는 안광이 폭사되고 있다.

“조금이라도, 내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 자입니다.”



터벅터벅.

홀로 밤길을 걷고 있는 사도명의 뒷모습이 왠지 너무나 처량했다.

“휴. 아마도 이런 감정을 두고 사람들은 공포라 칭하는 것이겠군.”


- 자, 이것을.

- 이 봉투는 뭔가?

- 그 안에 적힌 대로 해주십시오. 그러면 적어도 천무제이존으로부터는 안전하실 수 있을 겁니다.

- 허허.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구차하군. 살수의 손에 의해 죽는 것이 두려워서라도 여기 적힌 대로 따라야 한다는 소린가?

- 아닙니다.

- 아니라니?

- 저와 만나고 그 봉투를 받아든 순간, 적어도 천무제이존 즉, 살수들의 손에 변을 당하는 일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

- 봉투에 적힌 대로 하지 않는다 해도 천무제이존이 나설 일은 없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 전에···.

- 그 전에···?

- 천무제이존이 아닌 천무제일존이 직접 나설 테니까요.

- 엄청난··· 협박이로군.

- 협박이 아니라 배려입니다.

- 배려라니?

- 맹주께서는 제가 인정하는 유일한 이 시대의 영웅이십니다. 그런 분을 허망하게 한갓 살수의 칼날 아래 스러지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겠지요.

- 그러면··· 어찌 하겠다는 건가?

- 맹주님은 물론이고, 내가 인정하는 진정한 무인 등호풍, 그리고 그가 이끄는 최고의 무력부대 철혈단. 이들 모두가 제대로 된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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