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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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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3.23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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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24

DUMMY

연무장 정 중앙, 구양위와 법광이 마주보며 섰다.

둘의 거리는 약 오장 정도, 아무리 두명 다 천하제일급 고수라지만 비무를 벌이기엔 상당히 멀어 보이는 거리였다.

“아무래도 내가 이길 일은 없을 것 같네만, 어차피 자네가 이길 것이라면 최대한 나를 압도해야 할 것일세.”

“조금이라도 어설픈 승리는 인정할 수 없단 겁니까?”

“솔직히, 나는 이미 천무맹이란 단체의 힘에는 굴복한 상태라네. 하지만 자네에겐 아직 아니야. 만약 무인 대 무인으로서 나를 굴복시키지 못한다면 자네의 비무 신청은 안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야.”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아듣겠습니다.”

챙.

구양위가 천무신검을 뽑아들었다.

“저는 단 두 번의 공격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그 자리에서 달랑 두 번?”

“그렇습니다. 만약 그 두 번의 공격을 대충이라도 막아내신다면 대사의 승리이자 나의 패배로 인정하겠습니다.”

잠시나마 법광의 말문이 막혔다. 오장의 거리를 둔 상태에서 단 두 번의 공격만으로 자신을 제압하겠다니?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뿐이었다.

“대체 얼마나 엄청난 이기어검이나 비검일 지는 몰라도, 나와 소림의 무공을 너무 얕잡아 보는 것 같군.”

소림사의 무공은 살상력이란 측면에서는 별것 아닐지 몰라도 수비력이란 측면에서는 가히 천하제일이다. 게다가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봉이 법광이 대성한 대반야신공이다.

더군다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초식 대결 양상으로 가게 되면 수비력이 좋은 무공은 더욱 빛을 발하는 법이다. 상대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터, 법광은 당연히 구양위가 자기와의 거리를 최대한 좁힌 채 검강 등을 구사하며 혼전 양상으로 유도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런데 오장의 거리를 두고 단 두 번의 공격이라니?

“이기어검도 비검도 아닙니다.”

“그러면 무슨 수로 이 정도 거리를 격하고 나를 공격할 수 있단 소린가?”

“총 아흔아홉 개의 검이 대사를 공격하게 될 겁니다.”

“······?”

“제가 공격을 펼치는 순간 무슨 뜻인지 바로 아시게 될 겁니다.”

구양위의 검이 천천히 하늘로 향했다.

법광도 내공을 끌어올리며 방어할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황금빛 서기에 휩싸였다.

그 모습을 보며 구양위가 천무신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휘잉.

그 순간 구양위를 중심으로 바람이 몰려들었다. 정확히 말해 천무신검을 중심으로 몰려든 바람이다.

천무신검이 춤추듯 몇 번 움직이자 바람이 법광을 향해 불어가기 시작했다.

당연히 평범한 바람이 아니다. 엄청난 예기(銳氣)를 동반한 바람이다.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법광의 눈이 커졌다.

‘맙소사! 아흔아홉 개의 검이란 것이 바로?’

무려 백 개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의 검이 바람을 타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물론 진짜 검은 아니다.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것의 정체는 검의 형체와 흡사한 검기(劍氣)!

풍천검의 최후초식이 펼쳐진 것이다.

이 순간 법정은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검기를 구사하는 아흔아홉 명의 고수에게 합공당하는 느낌.

하지만 이내 털어버리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우~!”

법광의 입에서 터져 나온 것은 낭랑한 기합성이 아닌 사자후.

법광의 몸을 감싸던 금빛 서기가 금빛 광채로 돌변했다. 그 광채가 얼마나 강렬했던지 구양위조차 순간 눈을 질끈 감아야 했다.

한 바탕 폭발하듯 작렬하던 광채가 약간 수그러들면서 금광(金光)이 하나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었다.

무려 이장 크기의 부처의 모습.

법광의 몸이 거대한 불상(佛像)으로 변한 것 같은 착각이 들면서 거대한 황금불상이 바람을, 아흔아홉 개의 검기를 막아섰다.

휘잉.

거칠 것 없이 불어가던 검풍(劒風)이 거대한 황금불상 앞에서 멈칫하며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텅. 텅.

절반에 달하는 검기가 황금불상에 부딪치자 튕겨져 나간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검기는 황금불상을 마치 난도질 하듯 베어버리며 통과했다.

‘이럴 수가?’

전력을 다한 법광의 방어막이 뚫린 것이다.

“타앗.”

법광이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황금불상을 뚫고 날아드는 검기를 향해 금빛 장력을 날렸다.

텅. 텅.

검기들은 생각보다 맥없이 튕겨져 나가며 사그라졌다. 황금불상을 뚫고 오느라 그 위력이 현저히 감소한 탓이었다.

잠시 후 바람이 완전히 사그라졌고 황금불상도 자취를 감추었다. 구양위와 법광은 서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채 그대로 서 있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분명히 있다. 구양위는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였지만 법광의 모습은 조금 전에 비해 사뭇 달라졌다.

“하아, 하아.”

일단 온몸이 온통 땀에 젖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장력을 날리기 위해 너무 무리를 했던 것이다.

그가 입고 있는 가사 역시 변해 있다. 황금불상을 뚫고 날아든 검기들을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한 탓에 여기 저기 베인 흔적들이 보였고, 그로 인해 너덜너덜 완전히 누더기로 변한 것이다.

“이제 두 번째 공격을 하시게나.”

거친 숨소리를 내며 힘겹게 말을 하는 법광이었다.

뭔가 한 마디 하려다 구양위는 그만 두고 만다.

‘운기조식 할 시간을 주고 싶지만, 아무래도 모독으로 받아들일 듯싶구나.’

운기조식 할 시간을 준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봐주는 행위나 다름없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법광 정도 되는 무인에게 그것은 모독이 된다.

“자, 준비하십시오.”

도움이 될 지는 의문이었지만, 구양위는 처음과는 달리 공격을 하기 전 미리 알려주는 배려를 하고 있었다.

구양위가 천무신검을 치켜드는 순간, 법광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듯 연방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끝에서 치솟는 광채.

검강이다.

난데없이 웬 쓸데없는 검강일까?

설마 5장 이상 높이까지 치솟는 검강을 구사하겠다는 의미일까? 그러지 않고서야 5장이나 떨어진 거리에 있는 법광을 그 자리에 선 채로 어찌 공격할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 검강은 고작 일장 정도 높이까지 치솟다가 금세 사그라졌다.

휘잉.

그러고는 조금 전과 같이 역시 바람이 휘몰아칠 뿐이다.

‘대체 검강은 왜?’

잔뜩 호기심이 생겼지만 이내 털어버리고 법광은 다시 한 번 모든 내공을 끌어올렸다.

휘잉.

다시 한 번 바람을 타고 검이 날아들었다.

의외로 이번에도 역시 아흔아홉 개의 검이다. 그 개수가 늘어나지 않을까 예상했건만.

‘헉!’

법광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지며 입도 쩍 벌어졌다. 아까와는 전혀 다른 검이었다.

물론 방금 전에도 진짜 검이 아닌 검의 형상을 한 검기가 날아든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날아드는 것은 검기가 아니다.

검강(劍罡)!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것은 무려 아흔아홉 개의 검강이다.

“타앗!”

법광의 입에서 거의 발악하는 듯한 기합성이 울려 퍼졌다.

거대한 황금불상이 다시 한 번 모습을 드러냈다.

‘저것은 그저 검강 모양새의 광채일 뿐, 정말로 검강일 리가 없다. 사람의 몸에서 한꺼번에 아흔아홉 개의 검강을 동시에 뿜어낸다는 것이 말이 된단 말인가.’

내심 희망사항으로 결의를 다지며 법광은 모든 내공을 전부 끌어올렸다.

결국, 황금불상이 검풍을 막아섰다. 검기가 아닌 검강을 동반한 검풍을 말이다.

이번에는 양상이 달랐다

휘잉.

조금 전에는 황금불상 앞에서 전진하지 못하던 검풍이었건만, 이번에는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냥 통과해 버렸다.

아까는 절반의 검기만이 황금불상을 베어버리며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아흔아홉 개의 검강 모두가 황금불상을 완전히 난도질 하며 베어버린 것이다.

결국, 아흔아홉 개의 검강이 황금불상을 완전히 무력화 시키며 통과하는 순간.

“우엑!”

법광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고, 황금불상의 형상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털썩.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법광이 한쪽 무릎을 땅바닥에 대며 쓰러졌다.

법광을 향해 날아가던 아흔아홉 개의 검강도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좀 괜찮으십니까?”

반 시진 가까이 운기조식을 한 후였지만 법광은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다. 그나마 피를 토한 직후와 비하면 많이 좋아진 편이긴 했다.

“무공 이름이 뭔가?”

“첫번째는 소천무삼천검(小天武三天劍)이란 무공 중 하나인 풍천검(風天劍)입니다.”

“풍천검이라, 잘 어울리는 이름이로군. 그러면 두 번째는?”

“태황천무삼천검(太皇天武三天劍)이란 무공 중 하나인데, 아직 이름을 짓지 못했습니다.”

“허어, 삼천검이라? 그런 수준의 무공이 세 개나 있다는 소린가?”

“그런 셈이지요.”

“당연히 세 개 다 익혔겠지?”

“그렇습니다.”

“허허. 사람들은 구혈마존과 자네를 거의 동급으로 놓던데, 조금 자존심이 상했겠군.”

“아닙니다. 사람들의 판단은 결과적으론 아주 정확한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론?”

“구혈마존과 저는 거의가 아니라 완벽하게 동급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고 말입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완벽하게 동급일 수밖에 없다니?”

“제가 바로 구혈마존이니까요.”


* * *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맹주님.”

사도명 앞에 선 추밀전주 장세옥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니?”

사도명의 가슴이 벌써부터 두근거렸다.

충격으로 인해 상기된 장세옥의 얼굴, 처음 본다. 사대천문에 의해 장로문파가 괴멸 당했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오늘 아침 천무맹에서 발표된 자문단의 인사발표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자문단?”

“무림인이 아닌 인물들로 구성되었는데, 말이 자문단이지 실상은 천무맹의 일원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보이는데···.”

“대체 어떤 인물들이기에 그렇게 뜸을 들이나? 어서 말해봐.”

“총 네 명인데, 사대전장이라고 들어보셨지요.”

“당연히 들어··· 설마?”

“사대전장의 장주들 네 명입니다.”

“······.”

“내정도 아니고 그냥 임명한다는 발표 내용이었습니다.”

말문이 막힌 채 사도명은 한 동안 충격을 다스려야 했다.하지만 어느 정도 정신을 수습한 후 사도명의 안색이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

“이봐 장전주, 아까 ‘일단’이라는 표현을 쓴 것 같은데, 설마··· 더 있는 건가?”

장세옥의 얼굴이 벌겋게 상기된 이유가 이것이 아니란 생각이 사도명에게 불현듯 들었다. 그렇다면 진짜 충격적인 소식은 따로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너무나 침통한 표정으로 장세옥이 품에서 꼬깃꼬깃한 서찰 하나를 꺼내들었다.

“천무맹에서 새롭게 천무존을 임명했는데, 그 발표 내용을 그대로 적어 놓은 것입니다.”

서찰로 향하는 사도명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대체 얼마나 충격적인 인물이기에 장세옥이 차마 말을 못 꺼내겠다는 듯 이런 식으로 보고를 한단 말인가.

사도명이 서찰을 펼쳐 읽었다.

그리고 사십년 전 사부의 죽음 이후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천무 제십존에 소림사 방장 혜량를 내정했던 것을 취소한다. 대신, 천무 제십존에 소림사 전대 방장 법광을 임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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