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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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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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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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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 1

DUMMY

“드디어 작전이 시작되었네. 빠르면 한두 달, 늦어도 석 달이면 자네와 딸이 마교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거야.”

“정말, 확실한 겁니까?”

어잠양의 말에 유겸은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자신이 속한 천무회의 힘에 대해 아직도 실감을 못하고 있나보군.”

“물론 회주들의 정체를 알고 나서 저 역시 경악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단순히 힘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마 하오문이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을 거야.”

“하오문에서요?”

“그렇다네. 그리고 살수계 전체가 나선 것이나 다름없고. 게다가 뒤에는 대천군이 버티고 있지. 우리 사무련 역시 최대한 동참하게 될 것이고. 이 정도면 황조를 뒤엎는 일만 아니라면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자네 생각은 아닌가 보군.”

“살수계 전체라니요?”

“왕무린 회주가 나섰다면 살수계 전체가 나선 것이지.”

“아, 그분이라면.”

유겸도 어잠양을 통해 들은 바가 있다.

명실상부한 고금제일의 살수로서, 구양위를 제외하면 단연 주목해야할 인물이고, 회주들 사이에서는 사대천군들 보다 더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사실상 천무회의 수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자였다.

“이제 좀 확신이 생기나?”

“그저 얼떨떨할 뿐입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그나저나, 이제 슬슬 자네도 준비를 해야지?”

“예?”

“언제까지 그 아이에게 숨길 건가? 이제 그 아이에게도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지 않겠나?”

“휴, 그래야겠지요.”

어잠양의 처소를 나온 유겸은 곧바로 자신의 처소 즉, 본인과 유민경이 생활하는 별채로 돌아갔다.

하지만 별채 문 앞에서 유겸은 한참이나 서성거렸다. 출생에 관련된 것 말고도 한 가지 고민이 더 있었다.

‘천무회에 관련된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던 유겸이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생각해 보니, 말을 안 할 도리가 없겠구나. 우리가 여기에서 이렇게 귀빈 대우를 받고 있는 이유도 설명해야 할 테니.’

출생에 관한 것만 밝히게 되면, 유민경과 유겸에게 어잠양은 원수나 다름없는 인물이 된다. 그런 인물이 수장으로 있는 사무련에서 몇 달 동안이나 귀빈 대우를 받으며 생활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잠시 후, 유겸은 유민경을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하지만 막상 이야기를 꺼내려니 다시 한 번 막막해졌는지, 유민경을 마주한 채 굳을 표정으로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그런데 그 모습에 유민경이 오히려 반색을 한다.

“아버지? 지금 말해주시려는 거죠? 제가 그동안 궁금해 하던 것에 대해서.”

“······.”

“그런 거죠, 아버지?”

“그래. 지금 다 말해주마.”

“아!”

유민경은 거의 감격에 겨운 탄성을 내지르며 유겸을 향해 호기심과 기대가 반쯤 섞인 눈빛을 반짝였다.

둘은 탁자를 사이에 둔 상태였는데, 유민경은 의자를 최대한 앞으로 당기고 얼굴을 앞으로 쑥 내밀면서 유겸의 말을 경청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오늘 너에게 말해줄 것은 두 가지다. 먼저 천무신궁과 천무회에 대해 알려주겠다.”

유겸은 일단 충격이 덜 한 것부터 알려주기 시작했다.

“천무신궁은 약 오백 년 전에······.”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한다고 했는데도 유겸이 말을 끝마친 것은 그로부터 2각이나 흐른 후였다.

“와, 대단하네요. 사무련의 련주께서 고작 열여덟 아니, 열아홉 명 회주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고요? 그리고 아버지가 이번에 천무회의 열아홉 번째 회주가 되셨고요?”

“그렇단다.”

유민경은 놀랍다기보다는 굉장히 신기해하는 모습이었다.

“그럼 그 아저씨는? 그 아저씨도 회준가요?”

“아니다. 대천군이라고 불리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천무신궁의 수장이라고 보면 된다.”

“대천군? 와! 역시 대단한 분이셨군요. 하긴, 그런 태가 팍팍 나긴 했죠.”

다시 한 번 탄성을 내지른 후, 유민경의 표정이 돌변했다.

잔뜩 긴장어린 표정으로 유겸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두 번째 이야기 즉, 자신이 진짜 궁금했던 것에 대해 말해달라는 의미였다.

“휴.”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표정으로 유겸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일단, 너에게 예를 갖춰야겠구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지, 앞으로 계속 이렇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

“마교의 전임 천랑대 대주 유겸, 아가씨께 정식으로 인사 올립니다.”

“아버지?”

유겸이 난데없이 한쪽 무릎을 꿇더니 유민경을 향해 고개를 조아리고 있었다.

“아버지? 지금 뭐 하시···.”

“저는 아가씨의 친 아비가 아닙니다.”

“······.”

“아가씨는 제가 예전에 주군으로 모셨던 분의 따님이십니다.”

“제가··· 친딸이··· 아니라고요?”

“그렇습니다.”

“그러면··· 제··· 친 아버지는?”

반쯤 얼이 빠진 유민경의 입에서 꿈을 꾸듯 몽롱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만마의 지배자이시자 위대한 마교의 절대자, 철혈마제 유후천! 바로 그분이 아가씨의 친 아버지십니다.”


* * *


“커억. 윽.”

사내는 앉은 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숨이 턱턱 막혀온다.

저기 보이는 노인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방안에 그야말로 연기처럼 스며들어 모습을 드러낸 웬 낯선 노인.

그 노인의 눈빛과 마주한 순간 벌어진 일이었다.

“커억.”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목을 강하게 옥죄는 느낌을 받으며 사내는 공포어린 눈으로 괴로워할 뿐이었다.

노인이 무심한 눈으로 사내를 향해 손을 뻗었다.

둥실.

사내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허공에 떴다.

저벅저벅.

노인이 사내를 향해 걸어왔다. 사내의 목을 옥죄던 보이지 않는 힘의 기운이 더욱 거세졌다.

“크르르.”

사내의 입에서 거품 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푹.

사내의 목이 앞으로 꺾이면서 더 이상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노인은 슬쩍 천장을 한 번 살피더니 품에서 뭔가를 꺼내들었다. 밧줄이다.

노인은 밧줄을 천장에 매달고는 밧줄 끝을 원형의 고리모양으로 만들었다.

둥실.

이미 시체로 변한 사내의 몸이 밧줄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왔다.

노인은 사내의 목을 움켜잡더니 원형의 고리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고는 밧줄을 잡아당겨 사내의 몸을 위로 올라가게 만들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노인은 의자를 하나를 집어 사내의 발아래에 갖다 놓고는 슬쩍 넘어뜨렸다. 그리고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잘 펼쳐놓은 후 어디론가 사라졌다.



“끼악!”

동이 막 틀 무렵, 한 전각을 담당하던 시비의 비명소리가 마교에 울려 퍼졌다.

그 비명소리 이후, 마교에 한 바탕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목을 매단 채 시체로 발견된 자는 천마비고의 관리를 담당 하는 간부 중 하나였고, 십여 년 전에 사인생에 관한 새로운 유언을 처음으로 발견한 인물이기도 했다.

마교에서의 서열이나 위상이 결코 낮다고 볼 수는 없는 인물이었지만, 누군가 침입해 살해당한 것도 아니고 자결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마교 내부가 폭풍이라 표현해야 마땅할 정도로 한 바탕 난리법석을 치러야 했던 이유는 그의 죽음 자체가 아니라 그가 남긴 한 장의 유서 때문이었다.


< 교주님께 지은, 결코 용서받지 못할 죄의 대가를 죽음으로서 받겠나이다.

십칠 년 전, 새롭게 발견된 사인생에 관한 유훈은 조작된 것이었습니다. 애당초 천마조사께서는 그런 유훈을 남기지 않았던 것입니다.

모든 내막을 상세히 밝히는 것도 생각해 보았으나, 어차피 이번 일에 관련된 사람은 저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천으로 떠나버린 지금, 그것을 밝히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라 사료되어 그저 진실만을 밝히고 이승을 떠나렵니다.

다시 한 번 교주님께 용서를 빌며, 부디 행방불명된 따님을 찾으시어 부녀상봉을 이루시기를 저승에서나마 기원 드리겠습니다.>


“유서의 필체는?”

“일치합니다.”

“흔적은?”

“침입한 흔적도 없고, 손톱만큼이라도 반항한 흔적도 찾을 수 없습니다.”

“사인(死因)은?”

“몸속에서 그 어떤 약물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인 역시 목을 매달고 죽은 사람들의 사인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휴, 그렇다면 정말 자결이 확실하다는 뜻인데.”

수하의 보고를 들으며 마교의 대총사 장현목은 인상을 찌푸렸다.

마교의 간부 하나가 목매단 시체로 발견된 것이 이틀 전의 일이었다. 유후천은 유서를 읽자마자 길길이 날뛰며 당장 유겸의 행방을 수소문하라고 했지만 장현목이 강력히 만류했다.


- 그게 무슨 소린가? 자결에 대해 의구심이 들다니?

- 일단 죽은 자에 대해 제가 나름 파악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엄청난 일을 벌일 만큼 간이 큰 자가 아니었습니다.

- 유서의 내용으로 보면 어잠양이 사주한 것이 아닌가? 아니면 협박이라도 당했거나.

- 그렇다면 십년 전 함께 사천으로 떠났어야 마땅합니다. 그런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자를 어잠양이 여기에 놔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 일종의 첩자로 남긴 것이겠지.

- 죄책감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끓을 정도로 나약한 심성을 지닌 자를 첩자로 남길 리가 있겠습니까?

- ······.

- 그리고 자결을 하는 자들은 죽기 직전, 적어도 며칠 동안은 공통적으로 보이는 징후들이 있습니다. 알아본 바, 그런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자결한 당일에도 아니, 자결을 시도했다고 추정되는 시각 바로 반 시전 전까지도 사람들과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며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고 합니다.

- 으음, 확실히 석연찮은 구석이 있긴 하군.

- 며칠만 시간을 주십시오. 일단 자결인니 아닌지 여부부터 판단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후천 앞에서 말은 안 했지만 장현목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은 또 있었다.

‘정말로 죄책감을 느껴 자결을 결심할 정도였다면, 차라리 살아있는 상태에서 생생하게 밝혀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죽더라도 그러고 나서 죽어도 늦지 않다.

설령 나름대로 고민을 하다가 죽음을 택했다 하더라도 이 따위로 밑도 끝도 없이 ‘조작된 것이다.’ 한 마디만 남기고 죽을 리가 없다.

뭐가 어떤 식으로 조작된 것인지 대충이라도 밝혀야 마땅하다. 죽음까지 결심한 자가 이토록 무성의하다는 것이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틀에 걸쳐 수백 명을 동원해 조사했지만 자결에 대한 티끌만큼의 의혹도 찾아내지 못했다.

혹시 누군가 몰래 잠입해 자결인 것으로 꾸민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 수밖에 없었다. 죽은 자가 발견된 곳은 마교의 외곽에 위치한 장소가 아니었다. 마교 전각의 정중앙에 해당되는 곳이었고, 외부에서 그곳으로 잠입하려면 적어도 백 명에 달하는 경비무사들을 몰래 뚫고 들어와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천하제일 고수라도 그것은 불가능이었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한 것인지.”

자결이 확실한 것으로 판명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유후천은 물론이고 본인에게도 굉장히 기쁜 소식이었건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장현목의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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