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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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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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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31,965

작성
23.03.2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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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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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
12쪽

6- 2

DUMMY

“백호천군이 죽은 현무천군과 그렇게 친했었나?”

너무나 뜬금없는 구양위의 질문.

하지만 쓸데없는 반문 따윈 집어치운 채 위무량이 공손히 답했다.

“겉으로 드러난 것만 놓고 본다면 거의 친형제처럼 친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그 정도였어?”

무슨 이유인지 구양위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겉모습으로는 확실히 그래 보였습니다만, 왜 그러시는지요?”

“내가 구혈마존이란 사실을 영원히 비밀로 하긴 힘들지 않겠나? 언젠가 밝혀질 텐데, 그때 가서 백호천군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품을 것 같나?”

“대천군께 앙심을 품고 복수를 꿈꾸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럴 힘이 있을 리 없을 테니 일단 속으론 꾹 눌러 참겠지만.”

“그렇다면 청룡천군과 주작천군은 어떨 것 같은가? 그들 역시 나에 대한 복수를 꿈꿀 것 같기는 한데 말이야.”

구양위가 이렇게 자문을 구하다시피 하는 것은 위무량이 사대천군들에 대한 전문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철저히 연구를 했기 때문이다.

“그들 두 명은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입니다. 대천군님 앞에서 이런 표현 쓰기는 민망하지만, 어차피 그들 두 명은 대천군님의 제거 내지는 제압이 일생의 목표 아니겠습니까?”

“백호천군처럼 거기서 더 발전해 사적으로 반드시 복수하겠다는 마음가짐까지는 생기지 않을 것이란 소린가?”

“제 생각으론 그렇습니다. 물론 대천군님 손에 제거된 자가 현무천군이 아니라 둘 중의 하나였다면 나머지 한 명은 평생을 복수의 칼을 갈겠지만.”

“둘이 그토록 친한가?”

“주작천군이 어린 시절, 둘의 사이는 거의 부녀지간을 연상케 했다고 합니다. 주작천군이 소천군으로 확정되는 대에도 청룡천군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주작천군이 어린 시절, 청룡천군이 마치 딸처럼 예뻐하고 주작천군 역시 청룡천군을 아비처럼 잘 따랐었다는 소린가?”

“그렇습니다.”

“재미있군. 그런데 자네가 보기엔 지금은 어때 보이나?”

“지금은··· 어떻다니요?”

“그러니까··· 아니, 됐어.”

“······?”

‘하하. 어처구니가 없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그 따위 것은 물어서 뭐하겠다고.’

구양위는 내심 어이없는 실소를 지으며 질문을 중단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말도 안 되는 수준의 궁금증이 문득 떠올랐던 것이다.

그것은 지금 현재 청룡천군과 주작천군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이었다. 처음에야 당연히 부녀지간의 감정에 가까웠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혹시 다른 감정으로 변질(?)되지는 않았나 하는 그런 쓸데없는 궁금증.

“맹위를 오라고 해.”

이때 쯤 구양위는 맹위 앞에서도 이미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귀찮았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수시로 자신을 만나기 위해 들락거리는 맹위였다. 그때마다 장만춘으로 변신(?) 하는 것이 너무 성가셨던 것이다.

하지만 맹위에게 전모를 밝힌 것은 아니고 그럴 듯하게 둘러댄 것에 불과했다.


- 예전에 입은 상처가 완벽히 다 나았어. 그에 따라 절반 이상 잃었던 내공도 완전히 회복했고.

-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감축 드립니다. 대천군.

- 당분간 절대 비밀을 지켜야 될 것이야.

- 그리 하겠습니다.

- 만약 발설한다면, 넌 네 손에 죽는다.


“예? 공문 발송을 미루라고요?”

사마우가 마교로 떠나고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맹위가 대총사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원래는 내일 아침을 기해 동시다발적으로 발송할 예정이었지?”

“그렇습니다만.”

공문발송이란, 전령을 보내 천무맹에 가입하라는 내용을 담은 서류를 각 문파에 전달하는 것이다.

그 대상은 소림사와 어느 정도 인연을 맺은 문파들 중 대문파급 규모를 지닌 문파들이었다. 당연히 무림맹 소속의 문파들이고 그 수는 대략 백오십 개 정도였다.

그 모든 문파가 거의 같은 시기에 공문을 받게 하기 위한 준비도 이미 끝마친 상태였다.

“닷새만 뒤로 미뤄. 맹주께는 대충 둘러대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

“내가 밖에 나가 처리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 자세한 것은 갔다 와서 말해주겠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오늘 중으로 서문세가에 관한 자료 좀 모아서 갖다 주게.”


* * *


무림맹과 정파 무림 입장에서는 천지개벽이나 다름없는 날벼락이 떨어졌다.

소림사 전대방장 법광에 대한 천무제십존 임명!

얼마 후, 헛소문이려니 하는 무림인들의 간절한 바람을 비웃기라도 하듯, 무림맹을 탈퇴하겠다는 소림사의 공식발표가 있었다.

그로부터 약 열흘 후.

무림맹에 속한 약 백오십 개 문파에 천무맹으로부터 공문서가 날아들었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 천무맹에 가입할 것을 요청함.

- 본 천무맹의 요청을 수락할 시, 즉시 공식적으로 무림맹 탈퇴를 선언하기 바람.

- 본 천무맹의 요청을 받은 후 보름 이내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 거절한 것으로 받아들이겠음.

- 조만간 있을 예정인 본 천무맹 맹주의 즉위식 기간에 정식절차를 밟아 본 천무맹 가입을 승인할 예정이니, 수장급 혹은 그에 준하는 인사들로 축하사절단을 꾸려 기간에 맞춰 방문하기 바람.

- 축하사절단 인원 중 본 천무맹 내에 기거하는 것이 가능한 인원은 다음과 같으니 참고하기 바람.

- 수장이 직접 방문할 경우 오십 명 이내, 후계자가 방문할 경우 삼십 명 이내, 그 외에는 다섯 명 이내로 제한을 둘 예정임. 단, 특별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 후계자의 방문 시에도 오십 명까지 허용함.


“어떻게 해야겠는가?”

서문세가의 가주 서문철.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서문세가(西門世家)!

숱한 무림의 세가들 중 무조건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강성한 문파였지만 같은 지역에 있는 남궁세가로 인해 이인자의 인상이 짙은 문파다. 그리고 충분한 자격을 갖췄음에도 역시 같은 지역에 있는 남궁세가에 밀려 무림맹 장로문파에서 밀려난 비운의 문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남궁세가에 이은 이인자라는 것이 오히려 천운이나 다름없게 되었다. 만약 서문세가가 안휘 무림의 이인자가 아닌 일인자였다면, 몇 달 전 멸문에 가까운 화를 당한 것은 남궁세가가 아니라 서문세가였을 테니 말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가주님.”

서문철의 말에 답하는 청년의 표정은 의외로 평온했다.

곽무라는 자로서, 서문철의 책사다. 별다른 직책이 없음에도 서문세가의 이인자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무조건 그들의 요구에 따라야 된다는 뜻인가?”

“천무맹은 한 마디로 전무후무한 완벽한 괴물입니다.”

“완벽한 괴물이라.”

“사대전장의 장주들이 모조리 그들 편입니다. 절대금력까지 갖춘 것입니다. 무력이야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고, 지금 천무맹의 사절단이 마교로 향하고 있습니다. 장담컨대, 그나마 마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사절단이 마교에 도착하고 며칠 안 돼, 틀림없이 마교에서는 천무맹 가입을 수락한다는 발표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 되면 마교를 따르는 수백 개 문파가 앞 다퉈 천무맹 가입을 발표하게 될 테지요.”

“휴.”

“무력은 물론이고 금력과 세력에서까지 무림맹을 압도하는 형국입니다. 아니, 정파무림 전체를 압도하는 형국입니다. 세상에 이런 괴물 같은 단체가 또 다시 나오겠습니까. 게다가···.”

곽무는 왠지 한참을 뜸을 들이며 서문철의 눈치를 살피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소림사까지 굴복시킨 단체이기도 하고요.”

“으음.”

역시나 서문철의 안색이 안 좋아졌다.

서문철의 선친이 어릴 적 법광에게 무공을 사사받았고, 그 인연으로 서문철은 소가주 시절 현 소림사 방장인 혜량에게 잠깐 무공을 사사 받은 적이 있다. 그런 사실을 서문철은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굴복이란 말이 기분 상하셨으면 죄송합니다. 가주님.”

“됐어. 어차피 세상이 다 그리 생각하는 것을.”

“아닙니다, 가주님. 세상에 비치는 모양새가 그래서 저 역시 그런 단어를 선택한 것이었지 저는 굴복이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택?”

“법광대사께서 천무맹을 방문한 직후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천무제일존과의 밀담 등,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겠지요. 그리곤 판단하셨을 겁니다. 천무제일존이나 천무맹이 무림을 통치할 만한 인물과 단체로서 자격은 갖췄다는 판단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무림의 평화를 위한 살신성인 격의 선택일 지도 모르고요.”

“무림의 평화를 위해?”

“자신이 굴복함으로써 쓸데없이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비록 짧은 시간 겪은 천무맹이지만 그 힘의 실체를 충분히 느끼셨을 터, 대항하는 것 자체를 무모하다고 판단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하긴, 상대의 힘에 겁먹고 굴복하실 분이 아니지. 소림사도 마찬가지고.”

“어쨌든, 이제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지금 당장이라도 무림맹 탈퇴를 선언하셔야 합니다.”

“그건 좀 심하지 않겠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렇게 한다는 것은 너무 굴욕적인 것 같아서.”

“나중을 생각하셔야지요.”

“나중이라니?”

“일단 천무맹에서 제시한 보름이라는 기한, 그것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넘기는 순간 우리 세가는 멸문지화를 당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설마? 제의를 거부한 문파를 모조리 피로 물들이기라도 할 것이란 소린가?”

“다른 문파는 몰라도 우리 서문세가라서 그렇습니다. 잊으셨습니까? 백호천문이 천리도 훨씬 안 되는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

“천무맹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제의를 거부하는 문파들 중 몇 개를 골라 본보기를 보이려 할 겁니다. 당연히 대문파라야 파급효과가 클 것이니, 그 위치상으로 보나 뭐로 보나, 우리만큼 적당한 문파가 또 어디 있겠습니까.”

“듣고 보니 확실히 그렇겠군. 휴.”

“가주님. 제가 말한 나중이란 것은 보름 후를 뜻한 것이 아닙니다. 몇 년 후를 내다본 것입니다.”

“······?”

“냉정하게 말씀드려, 천무맹은 반드시 우리가 서야할 줄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서게 될 줄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남들보다 빨리 서는 것이 무조건 유리한 법입니다.”

“그거야 당연히 그렇지만.”

“게다가 쓸데없이 시일을 지체하는 것은 천무맹으로부터 괜한 오해를 사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최대한 빨리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 훗날, 천무맹 내에서 우리 세가의 입지나 발언권을 조금이나마 높이게 될 것입니다.”

서문철은 수긍할 수밖에 없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공식적으로 발표를 하려면 이것저것 세세한 문구 하나까지 신경을 써야지 않겠나? 그러니 자네가 오늘 중으로 잘 문구를 만들어서 내일 아침 발표하는 것으로 하세나.”



‘휴, 결국 이렇게 굴복하고야 마는구나.’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도 서문철은 침상에서 뒤척거리며 쉽게 잠을 청하지 못했다.

결국 침상을 박차고 일어섰다. 불을 밝히고 대충 옷을 챙겨 입은 후 밖으로 나갔다.

휘잉.

때마침 바람이 불어왔다. 상쾌함과 동시에 잠시나마 가슴이 확 트이는 듯 했다.

그렇게 서문철은 약 이각 정도 마당을 서성이다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헉!’

서문철은 심장이 멎을 정도의 충격에 휩싸였다.

방안에 웬 낯선 사내 한 명이 마치 제집 안방인양 앉아있지 않는가. 게다가 탁자 위에 검까지 태연히 내려놓은 채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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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6- 5 23.04.04 1,879 2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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