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596,925
추천수 :
7,853
글자수 :
731,965

작성
23.02.20 18:09
조회
2,878
추천
41
글자
12쪽

5-21

DUMMY

웬 노승 하나가 천무맹의 정문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다. 정문과의 거리는 약 십장 정도였고, 노승이 걸친 가사는 거의 누더기 수준이었다.

“뭐야, 저 늙은 땡추는? 벌써 이각 가까이 여길 빤히 쳐다보고 있지 않나.”

“왜? 내쫓기라도 하려고?”

“그래야겠어. 왠지 영 기분이 나빠.”

정문을 지키던 경비무사들에게 노승의 모습은 충분히 신경을 거스를 만한 장면이었다.

무사 하나가 노승에게 다가갔다.

“대체 여기서···.”

‘어라?’

다분히 짜증 섞인 말투를 내뱉던 무사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노승이 입고 있는 가사.

누더기나 다름없을 정도로 초라하긴 했지만 가까이서 보니 눈에 익었던 것이다.

‘저건 소림사의?’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림 등을 통해 몇 번 교육받은 적이 있다. 천무맹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문파에서도 소림사의 복색에 대해 무사들에게 교육을 할 정도로 소림사의 위상은 대단한 것이었다.

“어험, 혹시 소림사에서 오신 분입니까?”

목청까지 가다듬으며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는 무사였다.

“그런 셈이지.”

‘그런 셈?’

“우리 천무맹에 용무가 있으신 겁니까?”

“누굴 좀 만나러 왔네.”

“어느 분을 만나러 오셨는지요?”

“천무제일존.”

“······.”

“그자가 이곳의 수장이라고 알고 있는데, 나를 좀 안내해 주겠나?”

‘이런 노망난 늙은 땡추를 보았나!’

“하하, 스님도 참. 무작정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어찌 합니까?”

뭔가 울컥했지만 무사는 가까스로 참아내며 다시 공손히 말문을 열었다. 상대가 소림사의 승려란 것도 있었지만 워낙에 이런 것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받았다.


- 향후 본 맹을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할 때, 상대의 신분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겉모습만으로 판단해 무례하게 굴었을 경우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다. 설령 상대의 신분이 무례하게 굴어도 될 정도로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없으니 유념하도록 하라.


무례하게 굴 때 굴더라도 일단 상대의 신분부터 무조건 확인한 후 무례하게 굴라는 소리였다.

어찌 보면 한 단체의 정문을 지키는 무사들에게 있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원칙에 가깝겠지만 현실적으로 잘 지켜질 리가 없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수행원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즐겨하는 왕무린과 구양위의 영향 탓인지, 천무맹 내에서는 이런 것들에 대한 교육이 철저했고, 어겼을 경우 받는 처벌 역시 다른 문파와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엄했다.

‘이것 봐라?’

노승에게도 무사의 태도는 상당히 뜻밖이었다.

단지 이곳의 수장을 찾은 것뿐 아니라 수장에 대한 호칭도 무례한 편이었건만, 일개 하급 무사에 불과한 자가 한 점 흩어짐 없이 공손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음, 역시 뭐가 달라도 다르단 뜻인가?’

왠지 노승의 심기가 편하지가 않았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밝게 하며 입을 열었다.

“아, 그렇군.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네그려. 당연히 이것저것 나에 대해 밝혀야 할 것이 있을 터, 궁금한 것에 대해 물어보시게나.”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무사는 잠시 머뭇거렸다.

‘어차피 법명을 물어봤자.’

소림사는 다른 문파들처럼 활발하게 외부 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다. 방장 포함 몇 명 외에는 법명 자체가 아예 외부에 알려지지도 않는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눈앞에 있는 노승이 소림사 방장 혜량이 아닌 바에야 법명 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처음 듣는 법명일 가능성도 높았겠고.

무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중요한 것이라 생각되는 부분부터 질문을 던졌다.

“혹시 소림사의 방장께서 보내신 분입니까?”

“보낸 건 아닐세. 굳이 그럴 필요 없다면서 혜량이는 오히려 날 말렸으니.”

“그러면 사적인 일로··· 예? 지금 뭐라고···?”

혜량이라니? 설마 소림사 방장 혜량을 지칭하는 것은 아닐 터, 무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혜량이가 이곳에 와야 마땅하겠지만, 소림사의 방장으로서 많이 바쁜 듯해서 내가 자청해서 온 것이라네.”

“······.”

“하릴없이 밥이나 축내는 사부가 정신없이 바쁜 제자를 대신해서 온 것이지.”



“법광대사라고? 혜량의 사부인 광불 법광대사가 직접 왔단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사부님.”

“법광대사라면 십년 전의 구양위라고 해도 쉽지 않은 존재건만, 호호호. 가서 구경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구나.”

주작천군 포함 삼대천군들은 거의 축제 분위기였다.

대사라는 주작천군의 호칭에서 법광이란 인물의 위상이나 존재감이 어떠한 지를 짐작케 한다.

반면, 단우경과 사마우는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

“천무제일존을 만나러 왔다고 대놓고 밝혔다고요?”

“그렇습니다. 맹주님.”

“정말 큰일 아닙니까? 틀림없이 단독 면담을 요구할 텐데.”

웬만한 대문파의 수장이라면 장만춘의 연극 실력으로 대충 넘어가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는 소림사의 최고 어른이란 것을 떠나 무림맹 아니, 전 정파 무림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

그런 인물이 독대를 청해왔을 때는 뭔가 중대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있다는 의미다. 틀림없이 천무맹의 실권자로서 정파무림의 대표 격인 인물과 밀담을 통해 뭔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

그것을 장만춘이 감당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다고 대충 정체만 발각되지 않는 선에서 흐리멍덩하게 대화를 나눴다가는 천무제일존이 천하의 바보천치라는 것만 만천하게 공개되는 꼴이 될 것이다.

“일단 빈객실에 모셔놓고 최대한 시간을 끌고 있는 중입니다만.”

“왕회주라면 법광대사를 단독으로 대작하는 것이 가능하니, 천무제일존이 아닌 제이존과의 만나라는 식으로 유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단우경의 말에 사마우가 고개를 흔들었다.

“왕회주의 신분을 잊으셨습니까? 무림인들에게 살수가 경멸의 대상이라면 소림사에게는 증오의 대상입니다.”

살생을 금하는 것을 중요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림사다. 살수들은 그런 살생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자들이다.

“굳이 살수란 것을 밝히지 않아도 대화는 나눌 수도 있지 않나요?”

“휴, 그건 자신의 신분을 속인다는 말입니다. 왕회주의 자존심에 그리 하겠습니까?”

“으음.”

“게다가, 설령 왕회주가 그리 해준다고 쳐도 뒷감당은 어찌 하려고요? 조만간 왕회주의 신분은 무조건 공개되게 돼 있습니다.”

이렇듯 사마우와 단우경이 난감해 하고 있을 무렵, 구양위는 자신의 처소에서 왕무린을 향해 호기심어린 눈을 반짝였다.

“어떤 인물입니까?”

구양위는 굳이 사밀전을 통해 법광에 대한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었다. 눈앞에 살수들의 신이 있다.

주요인물에 관한 정보력은 살수문을 따라올 문파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소림사 창건 이래 가장 호전적인 방장이자 가장 강한 고수이기도 하지.”


광불(狂佛) 법광.

소림사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힘든 무공광이 바로 법광이다.

젊었을 적 무승(武僧)시절, 불공(佛工)은 완전히 등한시 한 채 오로지 무공에만 빠져있는 모습을 보고 그의 사부인 소림사의 전전대 방장인 각원이 파문까지 운운하며 그에게 엄포를 놓았을 정도였다고 한다.

소림사의 무공은 불문무공(佛門武功)이다. 무공의 성취와 불공(佛工)의 경지는, 처음에는 아니어도 극의에 이르면 이를수록 당연히 비례할 수밖에 없다. 소림사 최고의 무공을 대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불공의 성취가 뒤따라야 했다.

소림사에서 역대로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무공 성취를 보이던 법광도 어느 순간 벽을 느끼며 어쩔 수 없이 스스로 불공에 심취하게 되었는데, 이때가 바로 소림사의 차기 방장을 선출할 시점이었다.

하지만 차기 방장 선출이 연기 되는 일이 발생했다. 각원의 사제들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불공의 성취가 방장에 오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였고, 각원 역시 충분히 타당하다고 여겨 차기 방장 선출을 미루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십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각원이 노쇠해짐에 따라 더 이상 차기 방장 선출을 미룰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무렵, 때마침 정사대전이 터져버렸다.

소림사 입장에서도 강력한 방장의 등장이 필요해졌기에 법광이 결국 소림사의 방장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그때 이미 법광은 소림사 제일고수였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무림은 완연한 평화의 시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소림사 내부에서 알게 모르게 법광에 대한 자질 문제가 대두되었다. 방장으로서는 너무 호전적인 성격인데다가, 불공의 성취가 제자격인 ‘혜’자 항렬의 승려들에 비해서도 많이 부족한 것이 문제였다.

당시 법광의 사부 각원은 세상을 떠난 후였지만 그의 사제들 즉, 법광의 사숙들은 건재한 상태였다.

그들이 보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에 결국 법광은 미련 없이 방장의 자리를 제자인 혜량에게 물려주었다. 그 바람에 혜량은 본의 아니게 역대 최연소 방장에 등극했는데, 그것이 약 삼십 년 전의 일이다.

그러고 나서 법광은 사숙들에게 한 마디 말만 남기고 폐관수련에 들어갔다.


- 대반야신공을 대성하기 전에는 결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 것입니다.


대반야신공(大般若神功)!

명실상부한 소림사 최고의 무공으로서 불공의 성취가 뒤따르지 않는 한, 천하제일의 기재라도 절대 대성할 수 없는 무공이다.

어찌 보면 사숙들을 향한 항변이었다. 대반야신공을 대성할 정도로 불공을 터득한다면 나를 인정해주겠느냐는.

그러나 몇 년 전, 그토록 염원하던 대반야신공을 대성한 후 폐관수련을 깨고 나왔지만 그의 사숙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그의 사숙들로 인해 예상치 않은 극강고수 하나를 배출해낸 셈이군요. 제가 알기론, 달마 이래 다섯 명 안팎이라면서요?”

“나도 그렇게 알고 있네.”

“그런데 법광이란 인물이 그토록 호전적입니까?”

“직접 겪은 적이 없으니 나라고 어찌 단정 짓겠나. 하지만 굉장히 호전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거야. 소림사란 울타리 안에서 그토록 억눌렸는데도 불구하고 그 정도였으니, 다른 문파의 인물이었다면 맘껏 발산하지 않았겠나?”

“하긴, 그렇겠군요.”

“다분히 정치적인 인물이기도 해. 물론 소림사의 방장치고는 말이야.”

“정치적이라니요?”

“그의 사숙들이 그토록 법광을 압박했던 이유 중에 그런 이유도 포함 됐을 거야. 당시, 무림맹의 정책에 장로문파로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는 것은 물론이고, 소림사를 비운 채 직접 장로회의에 참석한 적도 많았다네. 물론 거리가 가까우니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호전적인 성격에 불공의 성취는 형편없고 정치적인 성향까지 있었다? 무공 능력을 빼면 소림사 입장에서는 최악의 방장이었겠군요.”

“그러니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방장의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겠지.”

“그런 성격이 지금은 고쳐졌을까요? 대반야신공을 대성했다는 것은 불공의 성취도 거의 극의에 다다랐다 소리가 아닙니까.”

“물론 상당히 고쳐졌으리란 예상은 되지만 본성이 어디 가겠나? 만약 완전히 고쳐졌다면 예까지 직접 왔을 리가 없겠지.”

“그렇다면 아미타불이나 중얼거리는 고루한 땡추는 절대 아니고, 어느 정도는 호전적이고 정치적인 소림사의 최고승이란 소린데. 왠지 아주 말이 잘 통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하하.”

구양위의 웃음이 잦아들 무렵, 밖에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대천군. 금천대주입니다.”

안에 들어온 위무량이 공손히 입을 열었다.

“방금 맹주님으로부터 전갈이 왔습니다.”

당연히 구양위에 대한 전갈이 아니라 장만춘에 대한 지시내용을 뜻하는 것이다.

“뭐라고 왔나?”

“폐관수련중이라고 둘러댈 테니, 별도의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이곳에서 꼼짝도 하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5 6-15(완결) +3 23.05.06 1,946 29 10쪽
144 6-14 23.04.30 1,694 27 11쪽
143 6-13 23.04.25 1,706 28 11쪽
142 6-12 23.04.22 1,635 31 12쪽
141 6-11 23.04.19 1,805 29 11쪽
140 6-10 23.04.16 1,788 30 11쪽
139 6- 9 23.04.14 1,747 33 12쪽
138 6- 8 23.04.11 1,742 32 11쪽
137 6- 7 23.04.08 1,810 26 12쪽
136 6- 6 23.04.07 1,820 30 9쪽
135 6- 5 23.04.04 1,879 28 11쪽
134 6- 4 23.04.02 1,965 31 7쪽
133 6- 3 23.03.31 1,909 32 12쪽
132 6- 2 23.03.29 1,972 33 12쪽
131 6- 1 +1 23.03.27 1,966 31 5쪽
130 5-25(5권 끝) +2 23.03.26 1,987 32 11쪽
129 5-24 23.03.23 1,892 31 11쪽
128 5-23 23.03.22 1,882 32 11쪽
127 5-22 +2 23.03.20 1,899 36 10쪽
» 5-21 +2 23.02.20 2,878 41 12쪽
125 5-20 +2 23.02.18 2,404 35 11쪽
124 5-19 +3 23.02.13 2,585 40 13쪽
123 5-18 +2 23.02.09 2,628 47 13쪽
122 5-17 +2 23.02.08 2,409 45 12쪽
121 5-16 +2 23.02.07 2,432 44 11쪽
120 5-15 +2 23.02.06 2,411 42 7쪽
119 5-14 +2 23.02.05 2,355 38 12쪽
118 5-13 +2 23.02.04 2,429 45 13쪽
117 5-12 +2 23.02.03 2,401 43 13쪽
116 5-11 +2 23.02.02 2,486 41 12쪽
115 5-10 +3 23.01.31 2,630 40 13쪽
114 5- 9 +2 23.01.30 2,465 42 12쪽
113 5- 8 +2 23.01.29 2,557 41 13쪽
112 5- 7 +2 23.01.28 2,481 43 13쪽
111 5- 6 +1 23.01.27 2,537 40 12쪽
110 5- 5 +2 23.01.26 2,620 42 14쪽
109 5- 4 +2 23.01.25 2,634 41 11쪽
108 5- 3 +2 23.01.24 2,723 42 12쪽
107 5- 2 +3 23.01.23 2,692 40 13쪽
106 5- 1 +2 23.01.22 2,764 3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