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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597,008
추천수 :
7,853
글자수 :
731,965

작성
23.04.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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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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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글자
11쪽

6-13

DUMMY

복면인들은 천천히 중앙을 향해 즉, 백호천군의 무사들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필사의 각오로 맞서 싸우되, 여의치 않으면 도주도 허락한다!”

백호천군의 입에서 사실상 도주 명령이 떨어졌다.

수하들이 어떻게 싸우는지는 돌볼 겨를도 없이 백호천군은 구혈마존을 바라보며 내공을 끌어올렸다.

상대와 결전을 벌일 마음은 추호도 없다. 일대일 대결이라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대결을 벌이겠지만 지금은 상대가 파놓은 덫에 완전히 걸린 형국이다. 이 덫을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였다.

백호천군은 도를 힘껏 움켜쥔 채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기회를 엿봐 뒤편으로 즉, 수하들과 복면인들이 한바탕 난전을 벌일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아군과 적군이 마구 뒤엉킨 그곳을 향해 궁수들은 물론이고 구혈마존 역시 함부로 공격을 하지는 못할 터, 그렇다면 백호천군의 능력으로 도주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뒤편에서 들리는 수하들의 경악성이 백호천군의 몸을 멈추게 만든다.

“악! 저건 풍천검이 아닌가.”

“맙소사! 비천검의 기수식이다!”

난데없이 소천무삼천검(小天武三天劍)의 무공들이 왜 수하들의 입에서 튀어나온단 말인가.

환청인가 싶어 뒤를 돌아다 보려했지만 백호천군은 그것마저 할 수 없었다.

쇄액.

자신을 향해 구혈마존이 아홉 개의 원반을 모조리 날려 보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 원반들을 향해 도를 휘두를 수조차 없었다.

“발사!”

마치 미리 예행연습이라도 한 듯, 딱 그 순간에 맞춰 백호천군을 향해 날아드는 백 개에 달하는 화살들.

‘이런, 제기랄!’

백호천군은 날아드는 원반은 무시한 채 최대한 몸을 움직여 일단 화살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그의 눈에 보이는 광경.

쇄액.

자기가 있던 곳을 지나쳐 수하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 아홉 개의 원반들.

애초부터 목표는 자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맞서지 말고 ···.”

그야말로 목이 터져라 수하들을 향해 외쳤다. 아니, 그러려고 했다.

‘이럴 수가!’

백호천군은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가까운 거리에 구혈마존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수하들이 있는 곳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수하들을 향해 날아드는 것은 구혈만월뿐이 아니었다.

풍천검(風天劍)!

바람을 타고 수천 개의 검기들이 수하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비천검(飛天劍)!

서문세가의 궁수들이 쏜 화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수백 자루의 검이 한꺼번에 수하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쇄액!

“으악!”

구혈마존의 날린 악마의 원반 아홉 개가 이미 수하들의 목숨을 거둬가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다.

“전원, 무차별 난사 실시!”

수하들을 향해 아니, 수하들이 있는 곳을 향해 궁수들은 그야말로 무턱대고 화살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서로 누가 많이 쏘나 경쟁이라도 하듯 한꺼번에 두세 개의 화살을 시위에 당긴 채 그야말로 계속되는 무차별 난사.

털썩.

온몸에 기운이 쪽 빠지면서 백호천군은 땅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광경!

서로 다른 네 개의 항거하기 힘든 거력이 한꺼번에 수하들을 덮치는 모습이다.

앞쪽에서는 비천검과 풍천검에 의한 검의 폭풍우가 몰아쳤고, 위에서는 화살의 폭풍우가 휘몰아쳤다.

“악!”

“큭!”

들리는 것은 수하들의 비명성이고 보이는 것은 수하들이 뿌리는 붉은 핏방울이다.

쇄액.

“아악!”

그리고 그들의 후미에서는 구혈만월에 의해 이 모든 것을 다 합친 만큼의 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다.



혈천단과 백호천문 무사 삼백여 명의 대결 아니, 일방적인 학살.

결과는 사실상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백호천문의 모든 무사들이 가세한다 해도 혈천단은 버거운 존재건만, 아무리 정예로만 이루어졌다고 해도 전체 인원의 고작 삼분이 일에 불과한 숫자였다.

거기에 서문세가의 정예 백 명이 가세했다. 그리고 악마의 병기, 구혈만월도 힘을 보탰다.

구양위의 입장에서 이번 전투의 관건은 오직 두 가지뿐이었다. 얼마나 적은 희생으로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적들을 전멸시키느냐.

희생은 전무(全無)였고 시간은 이각 정도가 걸렸다.

이제 대연무장 내에는 열 명도 안 되는 사람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백호천문의 무사들은 모두 시체가 되었고 혈천단과 서문세가의 무사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일단 구양위와 사대혈군, 그리고 서문철의 모습이 보인다. 그들은 동문 방향에 구양위를 중심으로 모여 있다.

그리고 정중앙, 시체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바로 그곳.

백호천문의 유일한 생존자의 입에서는 그야말로 미친 듯한 아니, 정말로 미쳐 보이는 광소가 울려 퍼지고 있다.

“흐흐. 우헤헤. 우하하!”

백호천군, 그의 몸 역시 온전치 않았다.

옷은 갈기갈기 찢겨있고 몸은 피로 벅벅이 되었다. 게다가 열 개의 화살이 몸에 박힌 채 고슴도치 형상으로 소량이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수하들이 무기력하게 죽어나가는 장면에 분개하여 검과 활, 그리고 구혈만월이 만들어내는 피의 향연, 그 한복판으로 스스로 뛰어들은 결과였다.

당연히 그것이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백호천군이 있었기에 그나마 백호천문의 무사들이 이각이나 버티는 것이 가능했다. 그가 없었다면 아마도 일각을 넘기지 못하고 전멸 당했을 것이다.

“혹시 정신 상태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듭니다. 대천군.”

“설마, 그 정도까지? 물론 제정신이야 당연히 아니겠지만.”

“벌써 반 각 가까이 흘렀습니다.”

백호천군은 ‘한바탕’ 광소를 터뜨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약 반 각 전, 백호천군 외에 생존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구양위가 공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 나름대로 백호천군에 대한 배려라면 배려였다. 그나마 백호천군의 위명에 걸맞은 최후를 맞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백호천군은 저러고 있다. 반 각 가까운 시간 동안, 그저 미친 사람처럼 웃음만 계속해서 터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구양위와 위무량의 대화를 듣기라도 했을까? 백호천군이 웃음을 뚝 멈추고 구양위가 있는 곳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백호천군과 구양위가 있는 곳과의 거리는 대략 7장 정도다.

“다행히 실성까지는 아닌 모양이군.”

구양위가 백호천군을 향해 몇 걸음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들리는 백호천군의 분노의 일갈!

그런데 그 대상이 구양위가 아니다.

“위무량! 네놈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위무량 포함 사대혈군은 모두 복면을 벗은 상태였고 구양위만이 아직도 복면을 쓰고 있었다.

“왕무린의 지시더냐? 아니, 왕무린과 네놈이 의기투합한 것이겠지. 어리석은 놈! 나와 우리 천군들을 제거하기 위해 왕무린도 모자라 구혈마존까지 끌어들여? 내부 권력다툼에 외세를 끌어들인 단체의 말로가 어떠한 지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거늘!”

백호천군이 위무량을 향해 훈계조의 일장연설을 해대었지만 정작 반응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챙!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외세가 아니니까.”

“지금 뭐라고···?”

검을 뽑아든 구양위를 향해 백호천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한 것은 확실한데 제대로 못 들은 것이다.

구양위는 백호천군의 반문에 묵묵부답, 그저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어 올릴 뿐이다.

흠칫.

백호천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대의 검끝에서 치솟아 오르는 광채.

‘맙소사! 검강이라니?’

물론 검강 자체에 백호천군이 이렇게 놀라는 것은 아니다. 구혈마존이 검법조차 최고의 경지에 오른 고수란 사실 때문이었다.

물론 놀람은 잠깐, 백호천군은 이내 마음을 잡고 도를 움켜쥔 손에 공력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지금 처한 상황이 살기를 바라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그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검강을 구사하는 고수를 상대하기 위한 무인의 본능만이 백호천군을 지배할 뿐이었다.

백호천군의 도에서도 찬란한 광채가 치솟아 올랐다.

‘아! 저것이 말로만 듣던 도강(刀罡)이로구나!’

백호천군을 바라보는 서문철의 눈에는 경이로움마저 엿보였다.

검강 역시 그에게는 처음 접하는 경이로운 경지였지만 그래도 분명히 실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도강이라는 개념은 백호천군의 등장 이전까지는 그저 구전으로나 떠도는 전설에 불과한 경지였다.

게다가 고슴도치 형상으로 온몸에 화살이 박힌 채 시전하는 도강을 보며 서문철은 무인으로서 백호천군에게 존경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 와중에 서문철에게 의구심이 하나 생겨났다.

‘가만, 단순히 겉으로만 보면 백호천군의 경지가 더?’

검강의 높이와 무공의 경지가 거의 비례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물론 같은 검강이 아니라 한쪽은 도강이었지만 치솟아 오른 광채의 높이는 백호천군 쪽이 훨씬 높았다. 설마, 백호천군의 도법 수준이 구양위의 검법보다 높다는 뜻일까?

서문철의 고개를 더욱 갸웃거리게 만드는 장면이 바로 펼쳐졌다.

‘아니, 검강이?’

검강이 일장 정도 높이까지 치솟다가 금세 사그라진 것이다. 그러면서 묘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휘잉.

구양위를 중심으로 바람이 몰려들었다. 정확히 말해 구양위의 검, 천무신검을 중심으로 몰려든 바람이다.

천무신검이 춤추듯 몇 번 움직이자 바람이 백호천군을 향해 불어가기 시작했다.

“풍천검?!”

더 이상 놀랄 일이 없을 것만 같았던 백호천군의 두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풍천검 자체에 놀란 것은 당연히 아니다. 외부인이라고 여기고 있던 구혈마존이 풍천검을 시전한다는 사실에 대한 놀람이다.

“풍천검이 아니야.”

흠칫.

‘설마, 이 목소리는?’

너무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백호천군의 사고를 반쯤 마비시키고 있다.

“태황천무삼천검 중 하나라네.”

백호천군의 머릿속이 완전히 하얗게 변해버린 순간이었다.

태황천무삼천검(太皇天武三天劍)!

하늘 아래 단 한 명만이 익힌, 그리고 백호천군조차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는 바로 그 무공, 태황천무삼천검.

“네. 네 놈은··· 구, 구양···.”

휘잉.

자신을 향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백호천군은 넋 나간 표정으로 웅얼거릴 뿐이었다. 아예 대항 자체를 포기한 모습으로.

구양위의 검에서 시작돼 백호천군을 향해 날아가는 바람.

평범한 바람이 아니다. 무려 아흔 아홉 개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의 검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고 있다.

물론 진짜 검은 아니다. 그런데 풍천검처럼 검의 형체와 흡사한 검기(劍氣)가 아니다.

검강(劍罡)!

바람을 타고 백호천군을 향해 날아드는 것은 무려 아흔아홉 개의 검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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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6-10 23.04.16 1,790 3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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