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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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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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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5- 7

DUMMY

“에잉, 어떤 놈이 내 욕을 하고 있나보군.”

“왜요, 아저씨?”

“갑자기 귀가 미치도록 가렵구나.”

유민경의 침소에서 유민경과 노닥거리던 구양위가 신경질적으로 귀를 후비기 시작했다.

“에휴, 더러워.”

“더럽다니?”

“그게 어디 누가 욕을 해서 그런 거에요? 귀지를 안 파서 그런 거지.”

“그런가?”

“이리 오세요.”

“거긴 왜?”

유민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침상으로 걸어가더니 그 위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침상 머리맡에 있는 작은 함에서 뭔가를 꺼내들며 말했다.

“귀지 파야죠.”

“네가?”

“뭐, 그 정도쯤 못해 드리겠어요?”

“고맙구나. 하하.”

구양위가 성큼성큼 다가가 침상 위에 걸터앉았다.

그러고는 유민경의 허벅지를 목표로(?) 몸을 서서히 눕혔다.

결국, 구양위의 얼굴이 유민경의 푹신하고 탐스런 허벅지에 닿게 되었는데.

“아가씨. 부교주께서 납시셨습니다.”

그때 밖에서 시비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머, 아버지가?”

무슨 죄라도 지은 양, 유민경이 화들짝 놀라며 허벅지에 있는 구양위의 머리통을 세차게 밀어내며 일어섰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구양위는 침상에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구양위가 ‘조금만 이따가 오지.’ 라는 표정으로 인상을 살짝 찌푸릴 무렵, 유겸이 안으로 들어왔다.

“아버지가 웬일로?”

유민경은 여전히 유겸을 아버지라 불렀다.

물론 처음에는 절대 안 된다며 유겸이 펄쩍 뛰었다. 하지만 유민경이 강하게 밀고 나갔고 유후천 역시 그런 호칭을 쾌히 승낙했기에 유후천도 못이기는 척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교주의 딸에 걸맞게 유민경의 처소는 독립된 하나의 별채였기에 유겸은 물론이려니와 유후천도 유민경의 침소를 직접 찾는 일은 드물었다.

유겸이 이곳에 온 이유 역시 유민경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양위를 찾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었다.

“넌 잠깐 나가 있어라.”

“여긴 제 방··· 예. 아버지.”

정말이지 간만에 보는 유겸의 매서운 눈초리에 유민경은 군말 없이 나가야 했다.

그런 눈초리가 감지되었는지 구양위가 한 마디 쏘아붙이듯 내뱉었다.

“내가 여기 있는 것이 굉장히 마땅치 않은 표정 같소만.”

“그럴 리가요? 그리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그저 쓸데없는 걱정 때문이라 여기십시오.”

“쓸데없는 걱정?”

“과년한 딸아이의 침소에 사내가 있는 모습을 보면 아비들은 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법입니다.”

“희한하군. 대설산에서는 그런 감정을 못 느끼셨나 보구려.”

그때는 유민경이 구양위의 방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다.

“그때하고는 상황이 다르지 않겠습니까. 그때야 대천군께서 눈이 안 보이실 때고, 민경이 역시 너무 외로웠을 때라 서로 말벗이 되어준 것이 아닙니까.”

“지금은 서로 말벗이 되면 안 되는 거요?”

“······.”

“하하. 지금 우리가 너무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군. 그런데 어쩐 일이요?”

“어흠, 방금 전, 현무천문에 대한 최종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즉시 대응하진 않고 일단 추이를 관망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예상대로군.”

무림맹의 경우와 판박이 수준이었다.

당연히 적으로 규정짓고 현무천문을 응징해야 마땅했다. 마교를 향한 너무나도 명백한 도전이고 도발이 아닌가.

하지만 현무천문이 강해도 너무 강했다. 그리고 현무천문에서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통한 전투를 벌인 것이 마교에게는 좋은 명분거리가 되었다.

“교주에게 전하시오. 내가 만나기를 청한다고.”


유겸은 곧바로 유후천에게 달려갔다.

“구혈마존께서 뵙기를 청하셨습니다.”

“그래? 아주 반가운 일이로군. 그런데 혹시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인가?”

“이번 사태에 대해 뭔가 도움을 주시려는 것 같습니다.”

“도움이라니? 어떻게 말인가?”

“자세한 것은 저도 모릅니다. 다만, 저도 오늘 안 사실인데, 그분께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천무신궁의 존재에 대해 알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솔직히, 그리 느낌이 좋은 인물이 아닙니다.”

구양위를 기다리는 도중, 장현목이 유후천에게 다소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느낌이 안 좋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부교주가 들으면 서운해 할 지도 모르겠지만, 구혈마존에 대한 제 느낌은 무도를 추구하는 기인이 아니라 야망을 지닌 무인입니다.”

“본적조차 없는 인물에게 그런 것이 느껴지나?”

“본적은 없어도 그 사람의 행적은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 무림맹의 무사 수백을 몰살시킨 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하긴, 그 점은 나에게도 역시 왠지 찜찜한 구석은 있네만, 구혈마존이 야망을 지닌 무인이라고 해서 뭔가 문제란 말인가? 그게 뭐가 나쁜 것이라고.”

“나쁠 것이야 당연히 없겠습니다만, 왠지 여기를 찾은 이유가 단순히 부교주의 얼굴을 보러 온 것이 아닌 것 같아서요.”

“설마, 무슨 나쁜 의도라도 가졌단 소린가?”

“제가 어찌 그렇게까지 함부로 말씀 드리겠습니까. 하지만 뭔가 다른 노림수가 있다는 생각은 제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네는 사람을 너무 의심해서 탈이야. 물론 그것도 자네의 일 중 하나겠지만 말이야.”

“저 역시 기우이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일단 만나서 그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판단해도 늦지는 않겠지.”

잠시 후, 구양위가 유겸의 안내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진즉에 찾아뵀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그 점 사과드립니다. 교주님.”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이렇게 찾아주신 것만 해도 저로서는 기쁜 일입니다.”

“이번에 현무천문 즉, 천무신궁에게 굴복하기로 결정을 내리셨다고 들었습니다만.”

의례적인 인사말을 마친 후 구양위가 던진 말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유겸조차 흠칫거리게 할 정도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표현이 조금 과하신 듯 합니다. 대협.”

방안 분위기가 싸늘해지면서 유겸이 황급히 중재에 나섰지만 구양위의 말은 더욱 거침없었다.

“철마검문이라면 마교 입장에서 자식이나 다름없는 문파로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잘못 안 것입니까?”

“제대로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만.”

장현목이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대답했지만, 이어지는 구양위의 발언은 그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밖에 나가 있던 자식 하나가 웬 불한당과 시비가 붙어 맞아죽은 격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부모가 그 불한당을 상대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게 굴복이 아니고 뭐란 말입니까?”

“······.”

“물론 강도에게 당한 것도 아니고 서로 싸우다 그런 것이긴 합니다만, 그것을 핑계로 자식에 대한 복수를 포기한 격이지요. 사실은 그 불한당이 너무 두려워 복수할 엄두도 나지 않는 것이겠지만.”

탕.

“너무 무례한 발언 아닙니까?”

유후천도 함께 있는 자리였건만 장현목이 탁자를 손으로 내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하지만 흥분을 못 이겨서 자신도 모르게 나온 행동이 아니었다. 유후천 보기가 너무 민망해서 의도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죄송합니다. 제 말이 심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두 분께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의외로 구양위가 유후천을 향해 고개를 숙이자 분위기가 조금 진정되었다.

“아닙니다. 대협의 말씀 중에 틀린 구석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

유후천의 자조 섞인 웃음이 오히려 분위기를 더욱 가라앉혔다.

방안에는 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

구양위가 그 정적을 깬다.

“현무천문을 치십시오. 제가 선봉장이 되겠습니다.”

흠칫.

유후천과 장현목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표정으로 잠시 구양위를 바라보았다.

마교에서 굴복이나 다름없는 결정을 내린 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다. 설마 마교의 힘을 총동원하고서도 현무천문을 상대하지 못하겠는가.

하지만 예상되는 희생이 너무 컸다. 게다가 상대해야할 것은 현무천문 하나가 아니다. 다른 세 개 문파 모두 천무신궁 소속이다.

하지만 구혈마존이 가세한다면 큰 희생 없이 현무천문을 응징하는 것이 가능해 보였다.

단지 결과물만 놓고 본다면, 구혈마존이 천하제일 고수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단순하게 수치로만 따져도, 구혈마존 개인의 전력은 적어도 무림맹의 무력부대 오백 명의 전력은 된다고 봐야 한다.

“우리를 위해 그런 수고를 해주시겠다는 말씀입니까?”

하지만 장현목의 눈에는 강한 의혹이 담겨 있다.

제 아무리 천하제일 고수라도 한치 앞을 장담하기 힘든 치열한 전투가 될 것이다. 그런 전투에 자청해서 뛰어들겠다는 의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왜 그런 쓸데없는 수고를 자청하느냐는 말로 들리는군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송구한 말씀이지만, 대협께서 명확한 이유를 밝혀주시지 않는다면 저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입니다.”

‘굳이 저렇게까지 나올 필요가?’

유후천은 내심 불만이 있었지만 일단 그대로 두고 보는 모습이었다.

구양위는 잠시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입을 열었다.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싶진 않았는데, 어쩔 수 없이 해야겠군요. 사실, 제 의도는 마교를 돕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의 경우입니다.”

“반대라니요?”

“마교의 복수를 위해 제가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 복수를 위해 마교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것입니다.”

“······?”

“제 선사(先師)에 대한 복수입니다. 제 사부께서는 십여 년 전에 네 명의 괴한들의 합공에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설마, 그 네 명의 괴한이?”

“그렇습니다. 그들 네 명이 바로 현무천문 포함, 네 개 문파의 수장들입니다.”


- 제 사문은 천무신궁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인전승의 문파입니다. 우리 문파가 천무신궁을 알고 있었듯이 천무신궁 역시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백년 가까이 흘러온 것이지요. 그러다 지하에서만 활동하던 천무신궁이 무림진출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우리 문파의 존재를 말살시키려 했고, 사대천군들이 직접 나서서 제 사부님을 해친 것입니다.


“아직도 그렇게 찜찜한 것인가?”

“솔직히 그렇습니다. 교주님.”

“거참, 나는 도통 알다가다 모르겠군. 대체 이유가 뭔가?”

구혈마존의 제안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수락하기는 애매했을 터, 유후천은 하루 정도 심사숙고 한 후에 결정을 내리겠다며 일단 구혈마존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그날 밤까지도 유후천은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장현목이 반대의사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송구합니다. 저 역시 확실인 근거를 댈 수가 없습니다. 그냥 느낌이 안 좋아서.”

“자네의 감이 얼마다 대단한지는 나도 잘 아네만, 이번 경우는 너무 과민한 것 같아. 일단 자네의 예측대로 구혈마존에겐 확실히 뭔가 노림수가 있었네. 불순하다면 불순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노림수였네. 하지만 그것을 솔직히 다 밝히지 않았나. 더 이상 찜찜할 구석이 뭐가 있단 말인가?”

그 결과가 성공적일 경우 마교에게도 큰 이득이라서 그렇지, 구혈마존이 이곳에 온 목적은 사적인 복수에 마교를 이용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본인의 사연이나 천무신궁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고, 뭐랄까, 다 두루뭉술하다고나 할까요. 뭐 하나 속 시원히 제대로 말해준 것이 없습니다.”


- 저희 사문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천무신궁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그들은 약 오백 년 전에 개파한 문파지만 모종의 사유로 인해 지금에서야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것입니다.

- 모종의 사유라니요?

- 그건 저도 확실히 모릅니다. 그저 추측일 뿐이지요.


“이봐, 대총관. 자네 혹시 구혈마존에게 돈 떼인 적이라도 있나?”

“······.”

“명색이 일인전승의 문파야. 그 존재 자체가 대외비인 문파란 말일세.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의 문파에 대해 낱낱이 까발리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 아니겠나? 게다가 일인전승의 문파에 무슨 대단한 정보력이 있어서 오백 년간 천하를 속여 온 천무신궁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오히려 자네 생각과 정반대야.”


- 천무신궁은 원래 일궁사부 체제였다가 얼마 전에 일궁오부 체제로 바뀌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일궁이란······.


구양위는 본인에 관한 것을 제외하고는 천궁와 사방천부에 대해 제갈손이 알고 있을 정도의 내용까지 다 이야기해 주었다.

게다가 제갈손조차 아직 파악이 덜 됐으리라 예상되는 천무신궁의 내부 사정까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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