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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조회수 :
596,898
추천수 :
7,853
글자수 :
731,965

작성
23.01.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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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5- 3

DUMMY

* * *


천마전 안은 유후천 포함 수십 명의 간부들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장내는 침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쥐죽은 듯 고요했고, 내부 공기는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인해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몰려 있다.

중앙에 있는 탁자, 그리고 그 위에 있는 낡은 책자 하나.

그 앞에는 왕충이 서 있다. 그는 이번 작전(?)의 총책임자자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왕충의 음성이 들리자 여기저기에서 침 참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책자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이 나흘 전의 일이었고, 그 결과가 지금 나오는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왕충이 조사를 마쳤다고 말한 것이 불과 반 시진 전이었고, 그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그 누구와도 사적인 접촉을 하지 않은 채, 방금 전 무사들에 둘러싸여 여기까지 온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책자 자체는 진본이지만, 의심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웅성웅성.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조용하라.”

유후천의 외침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졌다.

“자세히 설명해 보라. 의심이 가는 부분이라니?”

유후천의 표정은 호기심과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왕충이 책자를 집어 들어 중간 부분을 펼친 후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바로 이것입니다. 책자는 진본임이 확실한 것으로 판명 났는데, 이 장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었습니다.”

후다닥.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거의 동시에 열 명 가량이 왕충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예전에 책자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대에 참여했던 인물들이었다.

“맙소사! 이건?”

그들은 펼쳐진 부분을 확인하고는 하나같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무슨 내용인가?”

“바로 그 부분입니다. 교주님. 천마조사의 유훈이 적힌 바로 그 장입니다.”

웅성웅성.

장내가 다시 시끄러워졌다.

“그 한 장에서 문제점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간부들 중 누군가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왕충을 향해 소리쳤다.

마교의 집법장로 채순이다.

십여 년 전, 어잠양의 말에 동조를 했던 인물이었고, 그런 인물들 가장 막강한 자리에 있는 자였다. 유훈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가장 인정하기 싫어할 인물이란 의미가 된다.

“이 장은 수백 년 전 그러니까, 이곳 개파조사께서 살아계실 때 작정된 것이 아닙니다. 그분 사후에, 그것도 몇 백 년이 흐른 후에 작성된 것으로 의심 됩니다.”

“뭐라고? 몇 십 년이 아니고 몇 백 년이 흐른 후?”

“그렇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지금으로부터 약 십년에서 삼십 년 전 사이에 새롭게 작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웅성웅성.

다시 한 번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유훈이 새롭게 발견되었던, 바로 그 시기가 아닌가.

“확실한 것인가? 무슨 근거로 그리 말하는 것인가?”

지금 채순의 표정, 확실한 근거를 못 대면 잡아먹을 기세다.

“솔직히 목숨을 걸라면 걸 수는 없습니다.”

“뭐라고? 그러면 확실치는 않다는 뜻이 아닌가?”

“저 역시 아직 확실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아주 귀한 책자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게 확인을 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책을 훼손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왕충이 시선을 돌려 교주 유후천에게 공손히 물었다.

“확인 작업을 위해선 글씨를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얼룩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상관없는지 여쭙겠습니다.”

“책 전체에 말인가?”

“아닙니다. 한 장이면 족합니다.”

“그럼 상관없다. 어서 확인을 해보아라.”

아마 전체라고 했어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물론 그리 되면 채순 포함 그를 따르는 간부들이 결사반대를 했겠지만.

“본격적인 확인 절차를 거치기 전에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만들어진 시기에서 확연히 차이가 나는 종이를 구해다 주십시오. 최근에 만들어진 종이, 몇 십 년 된 종이, 그리고 이곳이 개파 할 당시 만들어진 종이. 이렇게 세 종류면 좋겠습니다. 면적은 손바닥 정도 크기면 됩니다.”

잠시 후, 왕충의 앞에 세 종류의 종이가 가지런히 놓였다.

누가 봐도 바로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만들어진 시기에서 확연이 차이가 나는 종이들이었다.

아마도 어떤 책자에서 한 장씩 뜯은 듯, 최근에 만들어진 것을 제외한 나머지 두 장은 모두 빼곡히 글씨들로 가득 차 있었다.

왕충이 품에서 푸른색 액체가 담겨있는 작은 약통을 하나 꺼내들며 말했다.

“먼저 한 달 전에 만들어졌다는 종이에 시험을 해보겠습니다.”

왕충이 약통 안에 있는 액체를 몇 방울 떨어뜨렸다.

당연히 종이가 푸른색으로 얼룩졌다. 그런데 그 빛깔이 언뜻 보면 잘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아주 옅었다.

“이번에는 이십 년 정도 됐다는 종이 위에 떨어뜨려 보겠습니다.”

역시 푸른색으로 얼룩졌는데 이전 것에 비해 확연히 짙어진 빛을 띠었다.

“마지막으로 개파할 당시 만들어졌다는 종이입니다.”

이전 것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얼룩이 생겨났다. 언뜻 보면 먹물이 떨어져 번진 것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아주 짙은 푸른색이었다.

“다들 차이점을 확실히 아셨을 테니 이제 직접 책자에 대고 시험을 해보겠습니다.”

이때쯤 사람들도 왕충이 의도한 바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유후천조차 숨소리도 아끼며 주시하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잠깐. 그 전에 확인할 것이 있다.”

채순이다.

그는 유후천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누군가에게 조심스럽게 전음을 보냈다.

[혹시 모르니,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

유후천의 얼굴에서는 못마땅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채순이 하는 것을 두고 볼 뿐이었다.

“잠시 좀 살펴도 되겠소?”

“그러십시오.”

사내 한 명이 왕충이 있는 곳으로 가더니 책자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예전에 책자의 진위여부를 직접 확인했던 인물들 중 한 명이었다. 사내는 커다란 돋보기까지 사용해 유훈이 적힌 장을 그야말로 샅샅이 살피는 모습이었다.

왕충이 오기 며칠 전, 본인 스스로도 기우라고 여기면서도 채순은 유훈이 적혀있는 장에 뭔가 조치를 취해놓았다. 지금 돋보기를 들고 있는 자를 시켜, 육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점 세 개를 찍어놓은 것이다.

사람들은 의아해 했지만 왕충은 내심 실소를 지으며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흐흐. 혹시나 했는데, 역시 수백 년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찍힌 점들이 아니었군.’

문서를 위조함에 있어 종이의 재질과 글씨만 위조 하는 것은 초보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자들은 눈에 거의 보이지도 않는 희미한 얼룩이나 종이의 미세한 구겨짐까지도 똑같이 위조한다.

왕충은 그런 최고들 중에서도 최고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시간을 끌어 송구하옵니다.”

유후천을 향해 고개를 한 번 조아린 후, 사내는 원래 있던 자리가 아니라 채순이 있는 곳으로 황급히 걸어갔다.

[어떤가?]

[원래 있던 그 장이 맞습니다.]

둘 만의 전음성이 끝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왕춘이 푸른색 액체를 떨어뜨리고 있었다.

유훈이 적힌 장이 아닌 다른 장이다. 당연히 아주 짙은 얼룩이 순식간에 번졌다.

“이제 의심이 가는 그 장에 시험해 보겠습니다.”

뚝 뚝.

확실히 보여주기 위함이었는지, 이전에 비해 두 배 정도 되는 양을 떨어뜨리는 왕충이었다.

결국, 결과물이 사람들의 눈에 훤히 드러났다.

‘옅은’ 푸른색!

“우하하. 우하하하.”

정말로 미친 자가 터뜨린 것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의 광소(狂笑)!

유후천의 입에서 터져 나온 광소가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 절반의 귀에 천둥이 되어 내리쳤다.

저벅저벅.

유후천이 태사의에서 내려와 어디론가 걸어갔다.

그가 걸음을 멈춘 곳은 채순이 있는 곳이다.

예전에 어잠양에게 동조했던 간부들이 모두 채순 주위에 몰려있는 형국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유후천이 걷는 동안 장내에는 정적만이 흘렀다.

“그대들에게 묻겠소. 십칠 년 전 잃어버린 내 친딸을 찾을까 하는데 괜찮겠소?”

“······.”

“십칠 년 전 이곳을 떠난 내 수하 한 명을 다시 복귀시키려고 하는데, 괜찮겠소?”

“······.”

“십칠 년 전!”

절대자라는 호칭과는 어울리지 않는 음성이 메아리쳤다.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채 울먹거리는 음성!

“어린 자식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여인의 영혼을 달래주려고 하는데,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질문이 아니라 외침이다. 그야말로 처절한 외침!

털썩.

“저희가 아둔하여 감히 교주님께 씻을 수 없는 불충을 저질렀나이다. 죽여주시옵소서.”

“죽여주시옵소서.”

채순을 시작으로 이곳에 모인 간부들 중 절반이 유후천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는 장면이 펼쳐졌다.


* * *


“아버··· 지?”

“그래. 민경아. 내가 네 아비란다.”

“······.”

“내가 네 아비라니까. 어서 이리 오려무나.”

“아버지.”

“그래. 민경아.”

“아버지!”

와락.

십칠 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부녀는 서로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것을 지켜보던 유겸의 눈이 붉게 물들면서 급기야 한 줄기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 * *


“어제 부로 유겸이 부교주에 임명되었습니다.”

천마조사의 유훈이 조작이란 사실(?)이 밝혀지고 두 달이 흘렀다.

구양위는 자신의 처소에서 왕무린과 함께 사밀전주 맹위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마교 내의 모든 무력부대를 총괄하는 권한을 부여받았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그런데 아직까지도 별 다른 반응은 없나?”

구양위의 질문에 맹위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없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계속 그럴 것 같습니다.”

“그냥 조용히 묻어두겠다?”

“일단 마교 입장에서는 어잠양 회주가 조작에 개입됐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습니다. 게다가 공개적으로 떠들어봤자 누워서 침 뱉기 아니겠습니까? 일종의 집안싸움인데, 자신들의 치부를 스스로 만천하에 공개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당연히 그렇겠군. 그 동안 수고 많았어.”

“예?”

“이제 더 이상 사마우 눈치를 살피면서 이곳에 드나들 필요가 없다는 뜻이야.”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아직 대총사에게 말하지 않은 정보가 하나 더 있습니다.”

왠지 맹위의 표정이 아주 조심스러웠다.

“말해 봐.”

“추가량 회주의 막내딸에 관한 것입니다.”

‘소희에 대한 정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얼마 전부터 호북에 있는 천화표국 본국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난 또 뭐라고. 그냥 모른 체 해.”

“비밀로 하라는 말씀이신지.”

구양위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찾아와. 자네가 생각하기에 나에게 먼저 알리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드는 정보가 생기면 말이야. 바로 지금 경우처럼.”

“아, 예. 알겠습니다.”

‘음, 은근히 골치가 아프겠군.’

맹위는 까다로운 숙제 하나를 떠안은 심정이었다.

맹위가 나가고 나서, 무슨 일인지 구양위가 골치 아픈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왜 그러나?”

“갑자기 고민거리가 생겼습니다.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고요.”

“대체 어떤 고민이기에 그러나?”

“아시다시피, 사인생에 관한 유훈 중에 마교를 멸망에 이르게 할 아이라는 식으로 천마가 예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천마의 예언대로 마교를 멸망에 이르게 해야 할 지, 아니면 예언을 무시해야 될 지, 그게 갑자기 고민스러워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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