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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연재수 :
1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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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6,924
추천수 :
7,853
글자수 :
731,965

작성
23.02.08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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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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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글자
12쪽

5-17

DUMMY

* * *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대천부에 돌아오자마자 왕무린이 질책하듯 물었고, 구양위는 면목 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제가 잠시 미쳤나 봅니다. 나도 모르게 궁주께 전음을 보냈습니다.”

“참나, 사람하고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었는지 그리 놀라는 기색 없이 왕무린은 피식 실소를 지을 뿐이었다.

“차라리 이참에 그냥 속 시원히 밝히는 건 어떤가? 사대천군 중 한 명도 제거했고, 천무맹이 발족하게 되면 더 이상 신분을 속이고 할 만한 일도 별로 없을 것 같은데.”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그러면 자네가 생각하는 그 때는 언제인가?”

“무림맹에 대한 처리가 끝난 후로 잡고 있습니다.”

“사실상 천하를 일통한 후가 되겠군.”

“그렇게··· 되나요?”

“그렇게 겁나나?”

“예?”

“자신의 숙부와 할아버지를 죽인 자네를 그 아이가 어떻게 대할 지가 말이야.”

“······.”

“나 같으면 먼저 매를 맞겠네. 원래 나중에 맞는 매가 가장 아픈 법이라네. 하하하.”


-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를 믿으세요, 아가씨.


“휴. 진짜 미치겠구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계속 뒤척이던 단우경이 결국 침상에서 일어섰다. 오늘 들었던 환청(?)이 귓가에 계속 맴돌면서 수면을 방해했다. 게다가 몸에선 왜 이리도 열불이 나는 것인지.

훌러덩.

단우경은 입고 있는 옷을 모조리 신경질적으로 벗어던졌다. 그에 따라 그녀의 나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야말로 완벽하다는 말 외에는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눈부시고 황홀한 몸매.

하지만 안타깝게도(?) 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단우경이 성큼성큼 욕실로 걸어갔다.

욕통에 물이 한 가득 있다. 자기 직전 몸을 씻었던 물이다. 그때는 뜨거웠지만 지금은 미지근하다 못해 차갑게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첨벙 뛰어들었다. 찬물에 뛰어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면서 단우경의 뇌리에 십여 전의 일이 떠올랐다.

‘그래. 맞아. 그때 그 목소리였어. 틀림없이 바로 그때 그 목소리.’


“궁주님.”

“예?”

“본궁에서 지난 오백년간이나 내려오던 최고의 악법을 철폐하는 일입니다.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그 순간, 난처한 표정으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소녀의 귓가에 들린 누군가의 전음성.


- 저를 믿으세요. 아가씨.


주르륵.

난데없이 단우경의 양 볼을 타고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구양위, 이 나쁜 자식!”


* * *


다시 한 번 무림천하가 들썩이는 일이 발생했다.

천무신궁의 개파!

얼마 전, 무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대천문이 스스로 봉공문파임을 밝혔던 바로 그 천무신궁이 아니던가.

하지만 무림인들이 느끼는 충격은 의외로 그리 크지 않았다.

천무신궁의 존재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고, 사대천문 중 하나가 마교에 의해 괴멸당한 것이 불과 몇 달 전의 일이다. 게다가 그때 보여준 구혈마존의 충격적인 신위는 천무신궁의 등장에 대한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기에 충분했다.

오히려 개파 자체가 아닌 다른 것이 무림인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일단 천무신궁이 개파한 장소가 놀라웠다.

숭산(嵩山)!

무림의 태산북두 소림사가 버티고 있는 바로 그 숭산에 터를 잡은 것이다.

소림사를 밀어내고 터를 잡은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소림사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은 숭산의 서쪽 기슭이고, 천무신궁은 정 반대되는 동쪽 기슭에 터를 잡았다.

여기까지라면 놀랄만한 일이란 것은 분명하겠지만 충격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소림사가 여느 문파들처럼 상업적인 활동을 하는 문파가 아니었으니 같은 지역에 다른 문파가 존재한다고 해서 크게 거리낄 것은 없다. 게다가 숭산 자체가 워낙 드넓었고 천무신궁이 터를 잡은 동쪽 기슭은 지형이 워낙 험해 일부러 의도하지 않는 이상 두 문파가 마주칠 일도 없다고 봐야 했다.

진정으로 사람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천무신궁의 개파 후 행보였다.

천무맹(天武盟) 결성!

사대천문과 천무신궁, 이 다섯 개 문파가 중심이 되어 무림맹과 너무나 흡사한 단체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장소가 무림맹과는 천리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한 천중산(天中山)이란 곳이었다.

그리고 결성하자마자 전 무림을 향해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


- 그 어떠한 문파라도 천무맹에서는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천무맹을 거역하는 자에게 기다리는 것은 오로지 죽음뿐이 될 것이다.


“뭐라고? 사자(使者)를 보내지 않는다고?”

“예. 사부님. 가입 요청이 적힌 공문서만 달랑 보낸다고 합니다. 이미 어제 밤 공문서를 들고 전령 하나가 마교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주작천군 황서연은 초류향의 보고를 들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천무맹 내에는 사방천부의 인원이 각각 약 백 명씩, 총 사백 명 정도가 머무르고 있었고, 나머지 인원은 안휘, 섬서, 호북으로 다시 돌려보낸 상태였다.

천무맹의 규정 때문이다. 천무맹 내에 상주시킬 수 있는 인원을 백 명으로 제한한 것이다.

물론, 사방천부 중 현무천부는 돌려보내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전체 인원이 모두 이곳에 머무르고 있다. 지금 남은 인원 가지고 호남에 있는 현무천문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일단은 이곳에 남아 재건의 그날을 꿈꾸고 있을 뿐이었다.

사방천부와는 달리 천무신궁 즉, 대천부와 천궁의 인원은 최소한의 인원만 숭산에 남겨둔 채 이곳에 고스란히 와 있었다.

천무맹의 규정상, 천무신궁 역시 일개 소속문파에 불과했지만, 맹주가 소속된 문파는 상주할 수 있는 인원의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사실상, 사방천부의 인원이 사백 명 정도만 이곳에 머무른다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 이름만 천무맹이라고 바뀌었을 뿐 기존에 있던 천무신궁을 통째로 이곳에 옮겨다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예고됐다시피, 단우경이 맹주로 등극한 상태였다.

하지만 즉위식 같은 것은 치르지 않았다. 그리 멀지 않은 훗날, 당연히 전 무림의 수장들을 굽어보면서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었다.

“전령은 어떤 인물이라고 하더냐?”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평무사입니다.”

“이거야 원. 아예 마교를 영입할 의사 자체가 없는 행동으로 보일 지경이구나.”

다른 문파도 아니고 마교다. 당연히 거물급 인사를 사자로 보내 협상을 벌어야 마땅하다. 이런 식으로 전령 하나를 보내 문서 하나 툭 던져주는 행위는 마교 입장에서는 너무나 치욕적일 것이다.

막말로, 열 받고 쪽팔려서라도 마교에서는 천무맹의 요구에 응할 수가 없으리라.

“이렇게 되면, 우리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 아닙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구양위가 혈천단을 이끌고 마교를 공격하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설령 구양위가 멀쩡하다고 해도, 그렇듯 막심한 손해를 보는 짓을 저지를 리가 없다.

뭔가 꼼수를 벌일 것이라 예상했다. 아마도 천무회의 힘을 동원해 온갖 회유와 협박을 벌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됐다. 어차피 한 달 이내에 저절로 알게 될 터, 다른 소식은 없느냐?”

황서연은 고민해 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총관부에서 묘한 말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묘한 말이라니?”

“며칠 내로 부맹주를 발표하지 않습니까?”

요식행위에 불과하겠지만, 며칠 후 정식으로 천무맹의 모든 인물들에 대한 인사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그에 관련된 서류작업을 총관부에서 하는 중이었다.

“그게 뭐 어떻다고? 당연히 구양위가 되겠지.”

“한 명 더 있다고 합니다.”

부맹주에 오를 만한 인물은 아무리 생각해도 구양위와 천군들뿐이다. 하지만 황서연 포함, 천군들은 모두 사양 의사를 확실히 밝힌 후였다. 천군들에게 부맹주란 직책은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고 아주 귀찮은 직함일 뿐이었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황서연의 뇌리에 떠오르는 인물이이 있엇다.

“아, 위무량이겠구나.”

천무신궁을 그대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는 천무맹이었지만 이름 말고 바뀐 것이 딱 하나 있긴 했다. 혈천단 말고 무력부대를 하나 새롭게 편성한 것이다.

천무단(天武團)!

그러나 사실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었다. 기존에 있던 호법전의 무사 삼백 여 명 중, 이백 명 정도를 뚝 떼어다가 정식으로 무력부대로 편성한 것뿐이었다.

‘위무량을 부맹주로 삼고 혈천단과 천무단을 총괄하게 할 모양이군.’

충분히 그럴듯해 보이는 생각이었지만, 초류향이 고개를 흔들며 황서연의 예상이 틀렸음을 말해준다.

“위대주가 아닙니다.”

“그러면 누구란 말이냐? 설마 사공달일 리도 없고.”

총호법 사공달은 일단 위무량에 비해 무공이 떨어졌고, 혈천단을 거느릴 능력도 없는 자다.

“왕무린 회주가 될 것이라 합니다.”

“맙소사! 설마 하고 있었는데, 왕회주라고?”

“그렇습니다.”

“그 양반이 말년에 너무 과한 욕심을 내고 있구나. 수렴청정(垂簾聽政)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섭정(攝政)을 하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의외의 인사발표가 하나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사밀전의 전주가 갈릴 것이 확실하다고 하더군요.”

“맹위가 전주 자리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그렇습니다. 대총사가 맹위의 유임을 거의 결사적으로 반대한다고 합니다.”

“거참, 희한한 일이로구나. 맹위라면 사실상 사마우의 충복이나 다름없는 자인데, 무슨 이유로 그렇다더냐?”

“총관부에서도 확실한 이유는 모른다고 합니다. 그저, 맹전주가 대총사의 눈밖에 단단히 났다는 것만 확실한 뿐.”

바로 이 시각.

구양위의 처소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대총사의 태도가 워낙 강경하니 저도 중간에서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사마우가 왜?”

“둘의 말을 종합해 보니, 얼마 전 둘 사이에 심한 충돌이 있었습니다. 천무맹에 관한 것이 발표된 직후에······.”

위무량의 설명이 끝나자 구양위가 실소를 터뜨렸다.

“하하. 멍청하긴. 맹위를 불러와.”

잠시 후, 위무량과 함께 맹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마우를 제대로 들이박았다며?”

“송구스럽습니다.”

“송구스러운 짓을 왜 해?”

흠칫.

맹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구양위의 얼굴에선 짜증의 기색이 너무나도 역력했다.

‘설마, 사마우가 대천군의 눈 밖에 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자신의 예상을 깨고 사마우에 대한 구양위의 신임이 여전하다면, 향후 무림인으로서의 인생이 끝장날 수도 있다.

넙죽.

맹위가 황급히 구양위를 향해 엎드렸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대천군.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용서는 사마우에게 구해야겠지.”

“······.”

“그러게 왜 쓸데없는 짓을 벌여가지고 나까지 귀찮게 하나? 아직 힘도 없는 주제에 함부로 발톱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는 꼴이라니. 쯧쯔.”

잠깐 절망에 빠졌던 맹위에게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사마우에게 대들었다는 것에 대한 질책이 아니라 그것이 시기상조였다는 것에 대한 질책이 아닌가.

이런 생각은 오히려 옆에서 보고 있던 위무량에게 더욱 강렬하게 들고 있었다.

‘이건, 설마?’

조만간 사마우를 내칠 것이란 의미로까지 들렸다.

“이봐, 위대주.”

“예. 대천군.”

“자네가 맹위와 함께 사마우를 찾아가. 그리고 어떻게든 무마시켜.”

“무조건··· 말입니까?”

“그래. 무조건.”

맹위의 얼굴이 희열로 가득 차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위무량은 표정이 굳으며 구양위를 향해 전음을 보냈다.

[송구하오나, 대총사는 아직 주군의 존재를 모릅니다.]

[그런데?]

구양위 역시 맹위를 의식해 전음으로 답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아무리 설득을 한다 해도, 대총사가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저로서도 딱히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말로 설득이 안 되면 힘으로 눌러버려. 그 세세한 방법까지 일일이 내가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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