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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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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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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 9

DUMMY

“피해상황은?”

“전부··· 불탔습니다.”

동이 틀 무렵, 마충의 보고를 들으며 현무천군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식량창고에 불이 난 것이 두 시진 전의 일이었고 불길이 완전히 잡힌 것은 약 반 시진 전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불길이 잡힌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태울 것이 없어서 스스로 소멸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의도적인 방화라고?”

“창고를 지키던 무사들 전원이 불에 탄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불에 타기 전에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기에 내가 경계에 만전을 기하라고 하지 않았더냐!”

꽝.

현무천군의 주먹에 탁자에 구멍이 뻥 뚫려버렸고, 마충은 고개를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마충의 잘못이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열두 시진 내내 경계를 서는 곳이긴 했지만 식량창고는 다른 곳과 목적부터 다르다. 수장의 처소나 비고 주변이 침입자에 대한 경계가 목적이라면 식량창고는 화재 등 돌발 사고에 대한 경계가 목적이다.

삼엄한 경비를 뚫고 잠입할 만한 고수가 쌀 몇 섬 훔치러 들어온 좀도둑일 리도 없고, 식량창고에 불을 지른다는 개념도 생각하기 힘들었다. 전쟁에서 상대편의 군량미를 불태워버렸다는 말을 들었어도 문파끼리의 싸움에서 상대 문파의 식량을 없앴다는 말은 금시초문이다.

게다가 비고나 수장의 처소 주변을 경계하는 무사와는 달리, 식량창고는 문파 내에서 무공 수준이 가장 떨어지는 자들이 경계를 서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 자들이 험한 지형을 뚫고 아무도 몰래 잠입한 고수를 상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남아있는 식량은?”

“한 끼 분량 정도 밖에는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으음, 식량을 다시 채워 넣으려면 얼마나 걸리겠느냐?”

“일단, 적어도 하루치 식량 분량을 확보한 후 점차적으로 채워 넣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루치라도 확보하는데에도 사흘은 걸릴 것이라 합니다.”

무려 천명에 달하는 인원이다. 쌀 한두 가마니로 해결될 일이 당연히 아니었고, 당장 마을로 달려간다고 해서 당장 오늘 안으로 구해질 수도 없었다.

“그렇다면 사흘 동안 쫄쫄 굶어야한단 소린가?”

“남아있는 쌀이나 기타 곡식들을 일단 죽으로 쑤어서 최소한의 양만 지급하고, 여행용 식량인 건포 등을 모두 소모시킨다면 간신히 버틸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유후천, 이놈! 철혈마제란 별호가 아깝구나. 이 따위 치졸한 수법을 사용하다니.”

방화를 한 범인이 마교에서 보낸 소수의 고수들이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였다.

직접 응징은 못하고 이런 식의 치졸하고 소심한 복수를 하는 것이란 확신을 하고 있는 현무천군이었다. 현무천부에 있는 모든 이들의 생각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당연하지. 지금 당장 천궁에 기별을 넣어. 호남 내에서 마교에서 직접 운영하는 모든 사업체에 대한 정보를 보내달라고 해.”

“알겠습니다. 사부님.”

눈에는 눈이라고, 현무천군은 마교와 연관된 문파에 대한 보복성 응징 대신, 마교에 대한 경제적인 응징을 하기로 마음먹은 듯 했다.

이번에 불에 탄 식량은 거의 반년 치 식량이다. 직접 농사지었을 리는 없고 상인들을 통해 돈을 주고 사들인 것이었다. 그 금액의 최소 열 배 정도는 손해를 입혀야 현무천군은 분이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천궁에 기별을 넣기 위해 나간 마충이 반각도 안 돼 허겁지겁 다시 돌아왔다.

“무슨 일이냐?”

“마교의 병력이 지금 백리 밖에 와 있다고 합니다.”

“뭐야? 백리 밖?”

“그렇습니다.”

“몇 명이나?”

“약 오백 명 가량이라고 하는데, 교주 유후천이 직접 거느리고 왔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반 시진 후, 새로운 보고가 올라왔다.

“약 오십 리 밖까지 접근했습니다. 지금 추세로 봐선 반 시진 후면 본문 입구까지 당도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십리 정도 떨어진 평원을 현무천문에서는 ‘입구’라 칭했다.


‘유후천, 대체 무슨 속셈이냐?’

현무천군의 고민은 깊어만 갔다. 일단 마교의 병력 오백 명이 코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우리를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단 말인가? 그것도 고작 오백 명을 가지고?’

마교의 최정예들로 구성된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백리 앞까지 오는 동안 현무천부에서 몰랐다는 것은 천궁에 있는 사밀전의 정보망에도 잡히지 않았다는 뜻이다. 작정을 하고 비밀리에 이동을 했겠지만 평범한 수준의 무사들이라면 결코 가능할 리가 없다.

하지만 제아무리 마교의 정예들만 추렸다고 해도 그렇지 고작 오백 명이다. 그 정도에 당할 현무천부라면 아예 무림에 등장하지도 않았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은 확실해. 뭔가 믿는 구석이.’

찜찜하다.

찜찜해도 너무나 찜찜하다.

이럴 때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서 추이를 관망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가 있다. 바깥에 나가지 않고 방어만 한다면 마교의 정예 오백이 아니라 마교가 통째로 몰려와도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그럴 수가 없었다. 식량창고가 불타 버렸다.

‘식량창고를 일부러 불태웠다는 것은 이곳에 콕 박혀있을 수 없는 상황을 일부러 만든 것인데.’

이렇듯 현무천군의 고민이 끝없이 깊어갈 무렵, 마충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어찌 됐나?”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오백 명 말고 다른 병력은 찾지 못했습니다.”

“달리 수상한 점은 발견 못 했나?”

“예. 없었습니다. 아, 그들 모두 커다란 방패 하나씩 들고 있었습니다.”

전혀 수상할 것이 없는 너무나 당연한 모습이다.

“네 생각을 한 번 말해 보아라.”

현무천군이 결국 제자의 의견을 구했다.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마충이 대답했다.

“저 역시 저들의 행태가 너무나 수상합니다. 하지만 최악의 경우래 봤자, 저들이 우리를 괴멸시킬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그렇다면 더욱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째서?”

“정말 그 정도 전력이라면, 당장은 힘들어도 우리가 배고픔에 지쳐 힘이 떨어진 이후라면 이곳에 대한 총공세가 가능할 테니까요. 다시 말해, 상대의 전력이 우리보다 약하다면 지금 당장 나가 그들을 응징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보다 강하다면 어차피 며칠 못가 이곳이 공격당할 것이란 말씀입니다.”

마충의 말을 잠시 곱씹어보던 현무천군이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남아있는 모든 식량을 풀어 무사들을 배불리 먹인 후, 식사가 완료되는 즉시 전투태세를 완비하라. 전원 출동이다.”


* * *


“그대가 마교의 교주 유후천인가?”

“그렇다. 그대가 현무천문의 문주인가?”

넓은 평원, 약 오십 장의 거리를 두고 현무천문의 병력과 마교의 병력이 대치한 모습이다. 그 상태에서 유후천과 현무천군이 멀리서나마 설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렇다. 그런데 마도 무림의 절대자란 칭호를 받는 자가 너무 치졸한 짓을 벌인 것이 아닌가?”

“우리의 위용에 겁을 먹고 방안에 콕 숨어서 안 나올까봐 그런 것이니 양해를 바라네. 하하.”

일대일 비무였다면 격식을 차렸겠지만, 수하들의 사기를 고려해서인지 상대를 깔보는 듯한 말투가 범람했다.

“그런가? 그렇다면 어디 얼마나 대단한지 내가 시험해 보마.”

현무천군이 유후천을 향해 힘껏 활시위를 당겼다.

물론 오십 장이나 떨어진 거리였으니 그것을 보며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챙.

“어디 한 번 그 대단한 활솜씨를 한 번 구경해 보마.”

유후천이 검을 뽑아들며 대응했다.

거리는 오십 장이나 떨어졌고 상대는 유후천이다. 제 아무리 현무천군의 궁술이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해도 이번 공방에서 어떤 확실한 결과가 나올 리는 만무했다.

일종의 신호나 다름없는 행동이었다. 활을 쏘고 그것을 막아내는 것을 신호로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쇄액.

시위를 떠난 화살이 유후천을 향해 날아갔다. 거리와 상관없이 유후천은 조금의 방심도 없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오십 장을 격하고 날아간 화살은 정확히 유후천을 향해 날아든 것은 물론이고 놀랍게도 포물선이 아닌 직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타앗.”

깡.

유후천의 검과 부딪친 화살이 멀리 튕겨나갔다.

‘이 정도였다니?’

검을 쥔 손목에서 상당한 통증이 느껴졌다. 무려 오십 장이나 떨어진 거리에서 날아든 화살을 막아낸 것이었건만.

하지만 모양새만 놓고 본다면 너끈히 막아낸 것은 확실했다.

“와!”

마교의 무사들이 그 모습을 보며 환호성에 가까운 함성을 내질렀다.

“공격!”

최종 명령은 유후천이 아닌 유겸의 입을 통해 떨어졌다.

이번에는 함성소리 따윈 없었다. 그저 땅을 박차고 달리는 소리와 함께 오백 명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바람에 주위가 흙먼지로 자욱해질 뿐이었다.

그야말로 미친 듯한 질주가 시작된 것이다.

“저것들이 미쳤나 봅니다.”

그 모습을 보며 마충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현무천군 포함, 현무천문의 무사들 모두 비슷한 생각이었다.

최강의 궁수대를 상대로 뭔가 그럴 듯한 전술이 나올 줄 알았다. 전혀 예기치 못한 기상천외한 전술을 들고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런데 지금, 마교의 무사들 전원이 마치 화살받이를 자처하듯 무작정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모두 방패를 앞세우고 있긴 하지만, 그거야 평범한 궁수들을 상대할 때나 먹히는 전술이다.

현무천문 진영의 맨 선두에 서 있는 이백 여 명의 궁수들. 그들이 쏘는 화살은 작은 바위쯤은 그대로 꿰뚫고도 남는다.

“대오 정렬!”

마충의 명이 끝나기 무섭게 선두에 있던 이백여 명의 궁사들이 대오를 갖추기 시작했다.

일단 재빨리 화살을 시위에 걸면서 약 오십 명 정도로 끊어 총 네 개의 조로 나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조가 몇 걸음 앞으로 나가서 앉은 채 시위를 당겼고, 두 번째 조는 그 뒤로 가서 선 채로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세 번째 네 번째 조는 그 뒤에서 앞선 두 개조와 교체할 채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앞선 백 명이 화살을 쏜 후 재빨리 자리를 이동하고, 뒤에 대기하던 백 명이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화살을 쏜다. 그리고 다시 재빨리 이동을 하고.

이런 식의 행동이 반복될 것이다. 별 다른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잠시 후, 그야말로 미친 듯이 진격해오는 마교의 무사들과 선두에 선 궁수대 이백 명과의 거리는 어느 새 약 삼십 장 정도까지 좁혀졌다.

궁수대는 활시위를 당긴 채 좀 더 가까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경우 보통 십 장에서 이십 장 사이에서 발사명령이 떨어진다. 적들이 궁수대보다 많으면 십오 장 보다 먼 거리에서, 그 수가 적으면 십오 장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발사명령이 떨어지게끔 훈련된 상태였다.

지금 상황이라면 아마 십장 가까이 접근하고서야 발사명령이 떨어질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갑자기 마충이 놀란 눈으로 소리쳤다.

“앗, 사부님? 저기.”

굳이 마충이 말을 하지 않았어도 현무천군 역시 의아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빤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마교의 무리들 사이에서 누군가 툭 튀어나오더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궁수대를 향해 혼자서 진격해오고 있다.

그자는 특이하게도 혼자만 복면을 하고 있었고, 방패도 없다.

복면인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궁수대와의 거리를 이십 장까지 줄여놓고 있었다. 순식간에 동료들과의 거리를 십장 정도 벌려놓았다는 소리다.

전혀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랄 수 있는 장면.

하지만 현무천군은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고 느긋이 바라볼 뿐이다. 이 정도 돌발 상황에 당황해할 수하들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나 조금의 동요도 없이 궁수대가 대처하기 시작했다.

이백 명의 궁수들 중, 활시위를 아직 당기고 있지 않고 있는 궁수 열 명이 나와 활시위를 힘껏 당기며 복면인을 겨누었다. 복면인은 우리가 처리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원래 계획대로 뒤쪽에서 따라오는 자들을 상대하라는 의미.

복면인이 15장 정도 접근했을 무렵.

쌩!

다섯 대의 화살이 시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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