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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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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3.3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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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3

DUMMY

“웬··· 윽!”

불호령과 함께 뭔가 행동을 취하려던 서문철은 말문이 막힘과 동시에 몸까지 얼어붙어버렸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기운이 몸을 옥죄면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둥실.

‘헉!’

서문철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러고는 사내를 향해 천천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허공섭물.

‘이건 꿈이다! 악몽이야!’

서문철의 몸이 사내 앞에서 멈추는가 싶더니 아래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사내의 앞에 있는 의자에 내려앉았다.

서문철 본인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손가락은커녕 혀조차 놀리지 못할 정도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무형진기를 거두겠소. 쓸데없이 소란 같은 거 피우지 맙시다. 서문가주.”

낯선 사내의 음성은 차분했다.

“나는 그대와 대화를 원할 뿐이오. 잘 생각해 보시오. 그대에게 살의(殺意)는 물론이고 악의 같은 것도 없어 보이지 않소?”

살의가 있었다면 이미 죽었겠고, 악의가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대화를 유도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당부하겠소. 쓸데없는 소람 피우지 맙시다. 서문가주.”

비록 말을 못하지만 서문철은 눈빛으로 상대의 뜻에 응하겠음을 밝히고 있었다.

그것을 감지했는지 사내가 내공을 거두었다.

“휴.”

서문철의 몸을 옥죄던 무형의 기운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자유의 몸이 된 그였지만, 몸과 마음을 추스르느라 상대를 향해 입을 여는 대에는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당신은 누군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여기에 온 것인가?”

여전히 경악어린 눈빛이었지만 일파의 수장답게 서문철은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천무맹에서 왔소. 정식으로 인사드리리다. 나는 천무제일존 구양위요.”

“······.”

“왜, 안 믿기시오?”

“천무··· 제일존? 당신이?”

멍한 눈빛으로 묻는 서문철을 향해 구양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내가 천무제일존이오.”

“아니, 천무제일존이 왜 이런 식으로···?”

“내가 서문가주를 만나는 것을 그 누구도 몰라야 하기 때문이오.”

‘누구도 몰라야 한다?’

외부적으로는 물론이고 천무맹 내부적으로도 비밀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일단, 내가 천무제일존이란 사실부터 증명하겠소. 그래야 서로 대화를 나누기가 편해질 테니.”


쿵쾅쿵쾅.

새벽까지 천무맹의 공문에 대한 답변 내용을 작성 중이던 곽무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자신의 처소를 향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너무나 급박했다.

“아니, 가주님?”

“천무맹에서 온 공문서가··· 아, 저기 있군.”

어안이 벙벙한 곽무가 미처 대답도 하기 전에, 때마침 탁자 위에 놓여 있는 천무맹의 공문서가 서문철의 눈에 들어왔다.

서문철은 황급히 탁자로 가서는 난데없이 공문서를 뒤집더니 뭔가를 살피기 시작했다.

뭔가 눈에 들어왔다. 희미하고 작은 점이다.

하지만 내공까지 끌어올려 안력을 돋우니 단순한 점이 아니라 글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설마 했거늘, 역시 정말이었군.”


- 본 맹에서 보낸 공문서 뒤편을 잘 살펴보면 숫자가 적혀 있을 것이오. 하지만 아주 자세히 살펴야 할 것이오. 워낙 작고 희미하게 적어놓은 것이라서.


“가주님,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우리에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 내 방에 구양위가 와 있다네.”

“예? 누··· 누구라고요?”

“구양위.”

“······.”

“천무맹의 실질적인 수장, 천무제일존 구양위가 와 있다는 소리야.”


- 대체 그자가 왜 왔다고 생각하나?

- 어찌 감히 속단하겠습니까. 하지만 좋은 일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최소한 나쁜 일이 아니란 것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 오, 그래?

- 좀 외람된 비유이긴 합니다만, 황제가 어떤 신하를 은밀히 찾을 때, 만약 그 신하가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라면 나쁜 일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만, 거의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그 신하가 별로 권력이 없는 자라면 좋은 일입니다.


서문철이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곽무를 통해 이것저것 들을 말이 많았던 것이다.

“확인하셨소?”

“그렇습니다. 이제 여기에 온 이유를 말씀해 보십시오.”

“한 가지 도움을 청하러 왔소. 아니, 거래를 하러 왔소.”

‘역시 곽무의 예상 대로구나.’


- 뭔가 우리에게 요구를 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물론 형식상 일종의 거래가 되겠지만.

- 아니, 사실상 천하를 장악한 것이나 다름없는 자가 뭐가 아쉬워서 나에게 직접?

- 그것까지야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마는, 아마도 천무맹 내부 사정과 연관된 것이 아닐까, 그런 추측이 조심스럽게 들긴 합니다.

- 천무맹 내부 사정?

- 그냥 추측일 뿐입니다. 어쨌든, 어떤 요구를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하지 말고 일단 유보하십시오. 그리고 저와 상의를 거친 후에 결정 내려주십시오.


“아, 그전에 한 가지 물어봅시다. 본 맹의 공문을 받았을 터, 어찌 하기로 결정하셨는지.”

“그거야···.”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서문철은 말끝을 흐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기에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을까.

“설마, 본 맹의 제의를 거부하겠다는 뜻이오?”

“예? 아니, 그럴 리가요? 우리 세가는 이미 천무맹에 소속되기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구양위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한 서문철은 흠칫하며 황급히 대답했다. 그리고 상대의 무위에 확실히 제압당한 여파였는지 찰나지만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그래요?”

“그렇습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천무맹에 소속된다는 공식발표를···.”

“아니, 그러지 마시오.”

“예?”

“내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오.”

“그러면···?”

“내가 원하는 것은······.”

그럴 리가 만무하겠건만, 혹여 누가 들을세라 구양위는 아주 낮은 음성으로 속삭이듯 말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일각 후.

“이제 가주의 선택만이 남았소. 어찌 하시겠소?”

“잠시만,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서문철은 뭔가 혼란스럽다는 표정이었다.

“참, 어찌 보면 그대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 안 했군.”

“······?”

“거래라 함은 당연히 주고받는 대가가 있어야 할 터, 공문의 뒷면에 적힌 숫자가 몇이었소?”

뚱딴지같은 질문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서문철은 일단 대답을 한다.

“십이(十二)··· 였습니다만.”

“그것이 바로 그대가 받을 대가요.”

“그게 무슨···.”

흠칫.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서문철 역시 뭔가 알아차린 눈빛이다.

“설마, 천무···?”

서문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구양위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 * *


천무맹이 사실상 가입을 강요하는 공문서를 각 문파에 전달한 지 며칠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 무림을 진동시킬 만한 일이 발생했다.

그것은 천무맹을 향한 서문세가의 발표문이었다.


<천무맹에 고한다!

달랑 문서 하나 보내서 가입요청을 하다니, 감히 본 세가를 어찌 보고 그리 무례할 수가 있는가?

정말로 본 세가와 함께 무림을 경영하고 싶다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정식으로 사절단을 보내라.

설령 그리 한다고 해도 우리가 천무맹에 무조건 가입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얼마나 성의를 갖추어 하는지 본 연후에 결정할 것이다.

만약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본 세가는 천무맹과의 일전도 불사할 것임을 전 무림 동도 앞에서 천명하노라.>


사람들의 반응은 일단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 사실임을 확인한 후 느끼는 감정은 놀람이 아니라 어이없음이었다. 그것은 천무맹 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열흘이 흐른 지금, 천무맹 입장에서는 제법 심각하다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아니, 어딜 갔다고 이제야 오시는 거예요? 여기는 난리가 났다고요.”

보름 만에 구양위의 얼굴을 본 유민경이 호들갑을 떨었다.

“난리라니?”

“설마 모르고 있는 거예요?”

“뭘?”

“서문세가에서 발표한 내용이요.”

“그거야 당연히 알고 있지. 그런데 난리일 게 뭐가 있다고?”

“천무맹에 가입하겠다고 나선 문파가 거의 없다고요.”

공문을 받은 백오십 개에 달하는 문파들 중 천무맹에 가입하겠다는 발표를 한 문파의 수는 지금까지 고작 오십 개에 불과했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모든 문파가 앞 다투어 천무맹 가입 발표를 해야 했건만.

아직까지 가입 발표를 하지 않은 백 개에 달하는 문파들.

그들은 지금 눈치를 살피는 중이었다. 달랑 문서 쪼가리 하나 받고 무림맹을 탈퇴해 천무맹에 가입하는 것이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겠는가. 정말이지 엄청난 굴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슨 뱃심인지는 몰라도 서문세가에서 스스로 창대를 맨 격이었다.

그들뿐 아니라 전 무림인들에게 과연 서문세가를 천무맹이 어찌 처리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서문세가가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감히 천무맹을 상대로 그런 도발을 벌이지 않았겠는가.

그 결과를 보고나서 행동에 옮겨도 늦지 않다는 것이 그들 백여 개 문파 수뇌부들의 생각이었다.

“오, 그래? 그렇다면 요 며칠 서문세가의 처리를 놓고 천군들이 특히, 백호천군이 골머리 좀 앓았겠군.”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하는 구양위를 보며 유민경은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아저씨? 천무맹의 제일존이 바로 아저씨라고요.”

“누가 뭐래?”

“아니, 그런데···.”

“걱정도 팔자구나. 원래 그렇게 남의 일에 관심을 많이 두는 성격이었나?”

“쳇. 알았어요. 앞으론 아저씨가 어떻게 되든 나 몰라라 할 테니 그런 줄 아세요.”

기껏 걱정해서 말해주었는데 면박(?)이나 주는 구양위에게 유민경은 고개를 휙 돌리며 짐짓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하하.”

“웃겨요?”

“아, 아니다.”

눈을 흘기며 짜증난 표정을 짓고 있는 유민경을 보며 구양위의 표정이 굳어졌다. 물론 정말로 놀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유민경의 표정에 장단을 맞춰주는 행동이었다.

그 모습에 유민경의 표정이 조금 풀리며 새침한 음성을 내뱉었다.

“나, 왜 불렀어요?”

여기는 구양위의 처소 즉, 천무제일전이다. 복귀하자마자 구양위가 유민경부터 찾은 것이었다.

“물어볼 게 있어서 불렀다.”

‘물어볼 게 있다고?’

왜일까? 유민경의 눈빛에 실망감이 스쳐지나간다.

‘하긴, 설마 내 얼굴 보고 싶어서 불렀겠어?’

“뭐죠? 물어보세요.”

“여기 올 때 마교에서 전서구 몇 마리 가지고 왔겠지?”

“그거야··· 당연하죠. 열 마리 정도 가지고 왔어요.”

천무맹에 가입하기 위해 왔으니 그 정도 준비는 기본이나 다름없다.

“다행이군. 혹시나 했는데.”

“아버지께 급한 전갈이라도 있나요?”

“그렇지.”

“무슨···?”

호기심어린 눈빛을 반짝이는 유민경에게 구양위는 서찰 하나를 건네주었다.

“이것 좀 아버지께 보내다오. 그리고 내용을 다른 사람들은 절대 볼 수 없도록 처리해주었으면 한다.”

“아무도 못보고 아버지만이요?”

유민경은 서찰을 받아들며 왠지 묘한 눈길을 보냈다. 그 의미를 알아차린 듯 구양위의 답변이 이어졌다.

“너까지는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개하면 안 되는 내용이다.”

“아, 그렇군요. 호호.”

뭐가 그리 좋은 지 연방 생글거리며 유민경이 서찰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흠칫.

무슨 내용이었는지 유민경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졌다. 그러면서 고개를 한 번 갸우뚱거렸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이라도 있나?”

“대체 왜 이 분을?”

“그건 나중에 설명하면 안 되겠니?”

답변을 거부했지만 이번만은 토라진 표정으로 상대를 닦달하지 못하는 유민경이다. 그러기에는 구양위의 표정이 너무 진지했다.

“아, 예. 알겠어요.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너무 짧은 거 아닌가요?”

“짧아?”

“당연하죠. 대충 방법이라도 알려주셔야지 않나요?”

“마교의 대총관 장현목이라면 알아서 처리해줄 것이라 믿는다. 게다가 적어도 한 달은 여유가 있으니 시간도 충분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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