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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승 님의 서재입니다.

천무제일존(天武第一尊)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완결

김한승
작품등록일 :
2022.11.19 12:46
최근연재일 :
2023.05.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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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3.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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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5-25(5권 끝)

DUMMY

천무제일전(天武第一殿).

천무십팔존에 관한 발표가 있은 후부터 구양위의 처소에 대한 명칭이 이렇게 바뀌었다.

조만간 따로 배정될 왕무린의 처소는 천무제이전이란 식으로 불릴 것이다. 순차적으로 청룡천군과 주작천군의 거처도 천무제삼전과 천무제사전으로 불리게 될 터인데, 확실히 ‘제일’이란 단어가 주는 어감이 묘했다.

천무맹의 맹주 단우경의 거처가 천무전이다.

천무제이전이나 제삼전 같은 경우, 천무전에 딸려있다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천무제일전이라고 하니 천무전과 동급 혹은 그 이상의 의미가 부여된 듯 한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

물론, 향후 천무전과 천무제일전, 둘 중의 어느 곳이 천무맹을 통치하게 될 지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는 천무제일전을 ‘천무대전’ 혹은 ‘대전’이라고 부르며, 실질적인 천무맹의 주인이 어느 곳에 기거하고 있는 지를 벌써부터 대변해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방금 전 마교로부터 축하사절단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그래?”

“백 명 가까운 인원인데, 뭔지는 몰라도 두 수레 가득 선물도 싸들고 왔다고 합니다.”

구양위에게 보고를 하는 자는 장만춘이었다. 중요한 보고라면 위무량이나 사밀전주 맹위가 했겠지만 이미 예정된 방문에 관한 내용이었다.

“도착하자마자 맹주님을 접견하러 천무전에 들어갔다고 하는데, 사절단의 대표로 온 자가 의외의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의외? 누군데?”

“마교의 소교주라고 하던데요.”

“뭐? 민경이가 왔다고?”

“예? 누구라고요?”

구양위의 입에서 낯선 이름이 튀어나오자 장만춘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마교의 소교주 이름까지 확실히 알고 있는 무림인은 별로 없다.

“아니, 그러니까, 태상교주 유후천의 딸이 여기 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흐흐. 아주 기막힌 미모의 어린 계집이라고 하더군요.”

“······.”

“왜··· 그러시는지?”

갑자기 싸늘하게 돌변한 구양위의 표정에 장만춘은 영문도 모른 채 겁이 덜컥 났다.

“이 놈 말하는 싸가지 보게나. 계집이라니? 그리고 기가 막히긴 뭐가 막힌다는 거야!”

“헉, 용서해 주십시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장만춘은 영문도 모른 채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조아려야 했다.



“예까지 오시느라 많이 피곤하셨을 테니, 당분간 푹 쉬세요. 저분이 마교에서 오신 분들이 묵을 숙소까지 안내해 드릴 겁니다.”

“그런 배려까지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맹주님.”

단우경과 유민경은 의례적인 몇 마디 인사만 나눈 채 대화를 끝마쳤다. 서로 간에 어색하기만할 뿐 특별히 나눌 대화가 없었다.

단우경 입장에서는 어차피 마교는 왕무린 개인의 능력으로 영입한 문파다. 마교의 대표로 온 유민경이 왕무린과 만나서 뭔가 결정을 내리면, 그 이후에 형식적인 절차에 따라 그 내용 그대로 따르면 되는 상황인 것이다.

“저를 따르십시오. 소교주.”

위무량이 직접 유민경 일행을 숙소까지 안내했다.

백 명에 달하는 유민경 일행이 생활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큰 전각이었는데, 그들이 여장을 푸는 것을 돕기 위해 이미 여러 명의 시비들과 일꾼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아니, 저분들이 예까지?”

전각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위무량이 깜짝 놀라며 어디론가 황급히 달려갔다. 왕무린과 구양위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구양위는 얼굴을 가린 모습이었지만 왕무린과 함께 서 있는 것으로 볼 때 장만춘이 아니란 것은 확실했다.

구양위는 뭔가 불편한 기색으로 왕무린과 전음을 주고받는 중이었다.

[굳이 선배께서도 여기까지 오실 필요가?]

[궁금해서.]

[예?]

[어떻게 생겼는지.]

[······.]

[역시 대단한 미녀로군.]

“어흠.”

구양위의 입에서 못마땅하다는 듯 헛기침소리가 들릴 무렵, 위무량이 황급히 구양위 앞으로 뛰어왔고 그 뒤를 종종걸음으로 유민경도 뒤따랐다.

“예까지 직접 납시셨습니까?”

“다른 사람도 아닌 천무제일존의 귀한 손님인데 앉아서 맞이할 수가 있겠나?”

왕무린은 유민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구양위는 고개를 돌린 채 말없이 힐끔거릴 뿐이었고.

상대에 대한 소개가 없으니 유민경은 쭈뼛거리며 아무 행동도 취하지 못했다.

무려 천무제일존과 제이존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이었지만, 유민경의 눈에는 처음 보는 노인네 한 명과 얼굴을 가린 복면괴한(?) 한 명일 뿐이었다.

“네가 민경이구나.”

“예? 아, 그렇습니다.”

마교의 소교주에게 보자마자 친구 손녀딸 대하듯 했지만 유민경에게는 그 어떤 거부감도 들지 않았다.

분위기란 것이 있다. 비록 겉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볼품없는 노인이었지만 자기를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될 만한 인물이란 것을 어찌 예상하지 못 하겠는가.

“역시 예상대로구나. 아니 그 이상이야.”

“예?”

“하하. 아니다. 어쨌든 만나서 반갑구나. 내 이름은 왕무린이란다.”

“아! 천무 제이존이셨요. 처음 뵙겠습니다. 마교의 소교주 유민경입니다.”

유민경이 반색을 하며 허리를 조아렸다.

“그런데 이 분은?”

굽혔던 허리를 다시 펴고 나서 유민경이 구양위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물론 구양위란 것은 예상이 되었다.

“이분이 바로 천무제일존이십니다. 소교주.”

“······.”

“소교주? 이분이 천무제일존이시라니까요.”

위무량이 당황한 표정으로 재차 입을 열었다. 분명히 소개를 했건만 유민경이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멀뚱멀뚱 구양위를 바라보고만 있기 때문이다.

“저···.”

[가만있게. 방해하지 말고.]

다시 한 번 뭔가 말을 하려했지만 왕무린이 전음을 통해 위무량을 제지했다.

그러고 보니, 상대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유민경 혼자가 아니었다. 구양위 역시 그런 모습으로, 전음을 통해 둘 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이 그제야 위무량에게도 감지가 되었다.

[오랜만이구나. 네가 직접 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왜요? 내가 와서 싫어요?]

[싫다고 하면 바로 돌아갈 기세구나.]

[그럴 리가요? 여기에 진드기처럼 눌러 앉을 작정으로 왔는걸요.]

[이런, 골치 아프게 됐구나.]

[그런 건 나중에 골치 아파하시고 일단 안으로 먼저 드세요.]

[먼저? 너는?]

[간만에 제가 실력 발휘를 하려고요.]

[무슨 실력?]

[제가 차려준 음식 잘 드셨잖아요.]

[간만에 포식 한 번 하겠구나.]


“아니,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헐레벌떡 뛰어온 맹위가 숨을 고르며 위무량에게 물었다.

구양위가 이런 시각에 갑자기 부른 것도 그렇고, 장소가 천무제일전이 아닌 마교 일행의 숙소였기에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나 역시 영문을 모르겠소. 잘 드시다가 갑자기 명을 내린 것이라서.”

“예? 잘 드시다니요?”

“대천군께선 지금 술을 드시고 있소. 마교의 소교주와 말이오.”

“이 시각에요? 그리고 설마, 마교의 소교주와 단둘이 말입니까?”

지금은 대낮이고 마교의 소교주는 아리따운 여인이다.

“그렇소.”

“그렇다면 대천군께서 이미 소교주와 예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겁니까?”

“그래 보였소. 그것도 아주 깊은 친분으로 보이더군요.”

“아주 깊은··· 친분이라고요?”

“나도 확실히 모르오. 자, 함께 듭시다.”

방안에 들어가니 푸짐한 주안상이 차려 있었고 서로 바짝 붙은 모습으로 구양위와 유민경이 술을 마시는 중이었다. 유민경이 구양위의 술시중을 든다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대작하는 모습이었다.

“어서 오게, 사밀전주. 일단 앉지. 위대주도.”

“아, 예.”

위무량과 맹위가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자 구양위의 말이 이어졌다.

“마교의 소교주가 나에게 한 말이 있는데, 나로선 바로 판단이 서지 않아서 자네들에게 의견을 묻기 위해 부른 것이야.”

구양위가 눈짓을 주자 유민경이 맹위와 위무량을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 마교에서는 일개 평무사를 전령으로 보내 문서를 전달한 천무맹의 행위에 대해 치욕을 느끼며 지금도 분개하고 있습니다.”

흠칫.

귀를 의심할 정도의 파격적인 말에 맹위와 위무량이 안색을 굳히며 구양위의 눈치를 살폈다. 구양위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그 정도 표현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평온한 얼굴로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호랑이 간이라도 삶아먹은 듯한 유민경의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이에 우리는 정식으로 천무맹에 항의를 하는 바입니다. 물론 천무맹을 거부하겠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단지 그런 치욕스런 행위로 인해 땅에 떨어진 우리 마교의 위신을 다시 올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 해 주신다면 우리 마교는 기꺼이 천무맹의 충실한 동반자가 될 것임을 약속드리는 바입니다.”

위무량이 구양위의 눈치를 한 번 살핀 연후 대답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우리가 했듯이, 천무맹에서도 우리에게 축하사절단 형식으로 사람을 보내주십시오. 단, 인솔자는 적어도 전주 급의 간부는 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생각입니다.”

“만약 우리가 그리 못하겠다면 어찌 하시겠다는 건지 궁금하군요.”

“비록 천무맹의 위용에는 미치지 못할 지라도 우리 마교도 명색이 마도 무림의 지배자입니다. 체면 때문에라도 어찌 순순히 천무맹의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까? 한 번 입장 바꿔 생각해보세요.”

“설마, 그리 못해준다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없단 뜻입니까?”

구양위가 없는 자리였다면 상당히 험악해졌겠지만 위무량은 최대한 예의를 잃지 않고 대응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뜻은 아닙니다.”

“그러면요?”

“이미 알고 계시리라 믿는데, 저나 교주님은 이미 천무맹 사람이나 다름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마교인들은 아니지요. 우리 교주님에게 그들을 설득할 명분을 달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예상하고 계시겠지만, 이대로라면 간부들을 설득하기가 너무나 어려운 상황입니다. 왜 굳이 그런 어려운 상황을 일부러 만들려고 하시는 겁니까?”

“······.”

“저는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고 일어서겠습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유민경은 구양위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눈을 뜨는 구양위다.

“방금 저 아이가 한 말에 대해 어찌 생각하나?”

구양위의 시선은 맹위에게 향해 있었다.

“글쎄요. 일단 대천군께서는 어찌 생각 하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내가 판단이 서지 않으니 자넬 부른 것 아닌가? 그리고 상전의 의중을 미리 알고서 그에 꿰어 맞추면 그게 아첨꾼이지, 책사라고 할 수 있겠나?”

“송구합니다. 제 판단으로는···.”

맹위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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