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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는 재능빨로 혼자 다 해먹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GPD
작품등록일 :
2023.10.13 17:33
최근연재일 :
2023.11.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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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4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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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8화. 옛이야기를 들었다.

DUMMY

038화.


“죄, 죄송합니다!”

김형수가 무릎을 꿇으며 일은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다.

어차피 마재림도 일을 크게 키울 생각은 없었기에 그냥 웃어넘기기로 했다.

“일어나세요.”

마재림은 피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김형수는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마재림이 곽명우를 흘깃 바라보자 곽명우가 얼른 김형수를 일으켜 세웠다.

“형수야. 일어나, 인마. 얼른!”

곽명우에 의해 억지로 일으켜 세워진 김형수는 덜덜 떨리는 다리를 붙잡았다.

어째선지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저 남자의 눈을 마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괜찮아요.”

문득 심장을 옥죄던 서늘한 기운이 사라졌다. 잠시 눈을 껌뻑이던 김형수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마재림은 눈이 마주친 김형수를 향해 씨익 미소를 지어보였다.

“빨리 고기나 구워주세요. 배고파 죽겠네요.”

“아... 네, 네! 알겠습니다!”

이후 김형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음식을 대접했다.

과연 한우 오마카세는 맛있었다. 살살 녹는 안심 스테이크에 숙성 육회까지 즐기니 마재림은 입이 행복해졌다.

대충 식사가 마무리되자 김형수가 가게 안 깊숙한 곳에서 화려한 나무 상자를 꺼내왔다.

“30년 묵은 술입니다. 나중에 자식 낳으면 물려주려고 했는데, 오늘 까야겠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받아주십시오.”

“와, 30년. 대박이네요. 근데 저 고등학생인데.”

“... 네?”

얼빠진 목소리로 되묻는 김형수의 표정이 우스워 마재림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요. 오늘은 한잔 받지요, 뭐. 어차피 술은 어른들한테 배우는 거라잖아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럼 제가 먼저 한잔 드리겠습니다.”

변장석이 얼른 일어나 술병을 받았다.

쪼르륵. 각자의 잔에 술을 따른 뒤 넷은 잔을 부딪혔다.

“크으. 좋네.”

“이야. 이게 세월의 맛인가.”

독한 술을 들이킨 곽명우와 변장석이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냥 술인데.’

술이 다 술이라고 생각하는 마재림은 그저 잔을 비울 뿐이었다.

“사실 저희 셋은 한때 꽤나 잘 나가는 건달들이었습니다.”

독한 술이 몇 순배 돌고 나자 변장석의 입이 열렸다.

“그때 저희들은 대범파라는, 전국 최대 규모의 조직에 속해있었지요.”

변장석의 이야기는 이랬다.

사상 유래 없이 강하고 커다란 조직을 만든 그들은 그 다음 단계를 내다보았다.

더 이상 공권력을 두려워할 필요 없도록 양지로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사상 최대 규모의 조직으로도 단독으로 성공하기 어려울만큼 복잡하고 위험한 일이었다.

때문에 대범파는 다른 두 조직을 끌어들여 덩치를 키웠고 마침내 목표를 달성하여 양지에 우뚝 서게 되었다.

“그게 바로 지금의 GM그룹인 겁니까?”

“맞습니다.”

씁쓸한 미소를 지은채 변장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정에서 저희 대범파는 많은 손해를 봐야 했습니다. 앞에서 이끄는 자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며 음지의 많은 부분을 잘라냈기 때문이었죠. 물론 그런 큰형님의 남자다움에 반해 저도, 여기 이놈들도 대범파에 몸을 담았던 것이었지만...”

챙. 넷의 잔이 부딪혔다. 잔과 잔을 타넘으며 맑은 술이 흘렀다.

“그래서 그 큰형님께선?”

마재림은 어쩐지 이 질문의 답을 알 것 같았다.

변장석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 곽명우가 대신 입을 열었다.

“실종되셨습니다. 차량 석 대, 수행원 열세 명과 함께.”

“...”

완전히 지워버렸군.

마재림은 말없이 병을 들어 일행의 잔을 채웠다.

“그날 저희도 큰형님과 함께 있었어야 했는데... 어쩌다보니 저희 셋은 그날 그 자리에 있지 못했습니다. 그게 정말 많이 후회됩니다.”

“후에 대범파에 남은 병력을 총동원해 큰형님을 찾아헤맸지만 정말 실오라기 하나도 나오지 않더군요. 큰형님은 그렇게 완전히 사라져버렸습니다.”

“이후에 그룹은 자연스럽게 그룹내 이인자였던 서문파 보스 박동출에게로 넘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비롯한 대범파 식구들은 대부분이 그룹에서 짤려나가야 했지요. 물론 반항도 해봤지만... 이미 힘의 균형이 상당히 기울고난 뒤라 계란으로 바위치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거칠게 반항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실종되고난 이후에는 그저 목숨 부지한 것에 만족하고 떠나야만 했지요.”

“그 이후는 알고 계신대로입니다. 저와 명우는 작은 흥신소를 운영하며 나름 잘 먹고 잘 살았고 형수는 가진 재주를 살려서 일식 조리사로 꽤 잘 나갑니다. 그렇게 다 잊은 것처럼 잘 살아왔지만... 큰형님의 빈 자리는 아직 하나도 아물지 않았습니다. 큰형님의 원수를 갚는 게 저희 셋의 필생의 염원인 셈이지요.”

변장석이 품에서 작은 노트 하나를 꺼냈다. 상당히 오래되어보이는 낡은 노트를 그는 조심스럽게 다루고 있었다.

“이건 뭐죠?”

노트를 받아든 마재림이 변장석에게 물었다.

“이번에 광철이파를 정리하면서 얻게된 물건입니다. 저희에겐 그것이... 그 금고에 있던 돈과 금괴 전부와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귀한 물건입니다.”

변장석의 말에 마재림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자신이 생각하는 그 물건이라면 과연 그런 가치를 가질 만했다.

마재림은 책갈피가 끼워져있는 페이지를 펼쳤다.

십몇년 전 어느 가을날을 가리키는 날짜 밑으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다이너스티 2. 체어맨 1. 나이지리아 거래 완료.]

“차량 석 대네요.”

“맞습니다. 큰형님이 실종된 바로 다음날입니다. 차종 역시 동일하구요.”

“...”

노트가 시사하는 것은 명확했다. 그룹은 광철이파를 통해 변장석의 큰형님을 제거한 것이었다.

“그놈은 어떻게 됐나요. 입은 열었습니까?”

마재림의 물음에 곽명우가 변장석의 눈치를 살폈다.

변장석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론 그 무엇도 마재림에게 숨기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네. 오래 걸리긴 했지만 도종수의 입을 여는 데 성공했습니다.”

음. 대충 눈치를 보니 도종수는 뱉을 만큼 뱉고서 죽은 모양이었다.

아마 시체는 저기 바닷속처럼 절대 발견되기 어려운 곳에 버려졌겠지.

곽명우의 말꼬리가 흐려지는 걸로 보아 아마도 마재림이 살인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오해라도 한 모양인데, 실상은 전혀 달랐다.

도종수같은 쓰레기 따위 어디서 어떻게 죽든 마재림은 아무 상관도 없었다.

오히려 더 큰 선을 위해서라면 그런 놈들은 하루라도 더 빨리 죽어주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잘하셨습니다.”

마재림의 말에 변장석과 일행은 뭔가가 복받쳐오르는 듯 고개를 떨궜다.

도종수에 의하면 그날 동원된 병력은 거의 백명에 이른다고 했다.

거의 10대1의 압도적인 병력차.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범파는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대범파의 보스였던 권창주는 마치 삼국지의 장비처럼 적수를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고.

“큰형님은 그런 분이셨지요. 언제나 맨 앞에서 등을 보여주는. 그런 남자였습니다.”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마재림의 말에 변장석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큰형님께서도 마재림 씨를 참 좋아하셨을텐데.”

환하게 웃는 변장석은 밝은 웃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마재림은 분위기를 바꿀 겸 잔을 들었다. 넷의 잔이 부딪히자 챙, 하는 경쾌한 소리가 터졌다.

“이제 누군지 알았으니 남은 건 복수만 하면 되네요. 그쵸?”

상대는 전국을 영향권에 두고 있는 역대 최대 규모의 폭력조직이자, 정재계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마재림은 그딴 건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게 복수를 입에 담았다.

더욱 이상한 것은, 그 불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마재림이라면 가능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요. 맞습니다.”

변장석이 환히 웃으며 대답하자 곽명우와 김형수도 함께 웃었다.

“좋아요. 그럼 다음 계획 바로 진행합시다.”

“네? 아, 그게...”

“에이. 뭘 빼고 그러세요. 대표님 성격이면 이미 견적 다 내고 견적서까지 깔끔하게 빼놓으셨을 텐데. 괜히 뜸들이지 말고 빨리 주세요. 할지말지는 제가 마음대로 결정할테니까요.”

꿰뚫어보는 듯한 마재림의 말에 변장석은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당해낼 재주가 없었다.

“명우야.”

“네, 형님.”

변장석의 말에 곽명우가 두툼한 서류를 꺼냈다.

서류를 받아 넘기며 마재림이 물었다.

“이번엔 어딘가요?”

“부산입니다.”

“아. 부산.”

인천에 이어 부산이라.

“어째 끝에서부터 천천히 잘라들어가는 모양새네요.”

“하하. 정확하십니다. 아직 그룹은 우리가 누군지 모르니 괜히 경각심만 커지게 만드는 것보단 가랑비에 옷 젓듯 서서히 말려죽이려 합니다.”

“이쪽이 열세일 때는 그것도 좋은 방법이죠.”

팔락, 팔락. 빠르게 서류를 넘기며 내용을 확인하는 마재림. 이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긴 그가 두툼한 서류를 턱 내려놓았다.

“온라인 도박에 보이스피싱이라. 대기업인 GM그룹이랑은 좀 이미지가 안맞는데요?”

“그게 그룹의 대표적인 위장술입니다.”

“그래요?”

“네. GM그룹은 겉보기에 멀쩡한 기업체 같지만, 실상은 어쩔수 없는 깡패 집단입니다. 세금 한푼 안 내는 음지의 검은 돈을 절대 마다할 리 없지요.”

“맞습니다. 하지만 양지에 몸을 드러낸 이상 그들이 직접 검은 돈을 굴리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들이 고안해낸 것이 바로 이런 방법입니다.”

“일종의 벤처 인큐베이팅이랄까요. 차별화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음지의 사업체들이 빠르게 시스템을 갖추도록 돕고 사후 관리와 이후 사법 당국에 적발되었을 때의 대처방안까지 패키지화 해서 제공합니다. 그 대가로 매출의 일정 비율을 상납금으로 받는 겁니다.”

“와.”

마재림은 진심으로 놀랐다. 이토록 스마트한 깡패들이라니.

“이번에 타겟으로 점찍은 곳은 부산 경남 지역에 자리를 잡은 온라인 도박, 보이스피싱 조직입니다. 부산이라고 말은 했지만 사업은 전국에 걸쳐 벌이고 있고 수금책과 돈세탁은 해외에 그 본거지를 두고 있는, 규모가 장난이 아닌 놈들이지요.”

“흐음. 그렇게 규모가 크면 한번에 정리하기가 쉽지 않겠는데요.”

“네. 그래서 이번엔 정리가 목적이 아닙니다.”

“그럼?”

“이 조직은 매출의 일정 부분을 상, 하반기로 나눠 일년에 두 번, 그룹으로 상납합니다. 그리고 그 상반기 상납일이 바로 이번 주말이지요.”

“아하. 그럼 우리는 중간에서 그 상납금만 쏙 빼먹자?”

“그렇습니다.”

변장석의 표정을 흘깃 본 마재림이 뭔가를 눈치챈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 돈을 가져간 건 우리가 아니겠네요?”

“하하하, 역시 정확하십니다. 하하.”

변장석의 입가에 걸린 짖궂은 미소를 보며 마재림은 마주 웃었다.

“이야, 이번 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재밌네요.”

마재림은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웃었다.

아무리 비즈니스라는 예쁜 포장지로 잘 감싸놨다 하더라도 결국 그들이 하는 짓은 범죄이다.

범죄의 특징이라면 바로 룰이 없다는 것. 그 판에 룰을 부여한 것이 그룹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의 열매나 다름없는 ‘돈’이 사라져버리고 나면, 과연 그 빈 자리에도 룰이라는 게 존재할까.

아니면 의심과 배신이 난무하는 진흙탕이 될까.

마재림은 이 질문의 답이 너무나 궁금했다.


작가의말

hey1090님 후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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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039화. 돈이 되는 역할극. +5 23.11.16 943 39 12쪽
» 038화. 옛이야기를 들었다. +3 23.11.14 1,095 54 12쪽
37 037화. 오늘은 한우다. +4 23.11.13 1,071 50 14쪽
36 036화. 복싱이 아닌 스파링. +4 23.11.12 1,147 54 12쪽
35 035화. 필리핀에서 온 복서. +1 23.11.11 1,216 50 13쪽
34 034화. 해변을 달렸다. +3 23.11.10 1,302 54 12쪽
33 033화. 말년에 로또가 터졌다. +12 23.11.09 1,405 58 12쪽
32 032화. 브이로그를 찍었다. +5 23.11.08 1,382 54 13쪽
31 031화. 시합이 잡혔다. +4 23.11.07 1,439 53 13쪽
30 030화. 헤비급 스파링. +6 23.11.06 1,523 52 13쪽
29 029화. 질 수 없는 내기. +8 23.11.06 1,605 48 13쪽
28 028화. 큰돈을 벌었다. +3 23.11.05 1,726 58 13쪽
27 027화. 뱃머리를 돌렸다. +2 23.11.04 1,743 53 12쪽
26 026화. 배를 탔다. +1 23.11.03 1,824 52 13쪽
25 025화. 무한으로 즐긴다. +7 23.11.02 1,929 62 12쪽
24 024화. 너튜브에 출연했다. +1 23.11.01 1,991 48 13쪽
23 023화. 국대는 국대다. +3 23.10.31 2,034 53 12쪽
22 022화. 주짓수를 배웠다. +2 23.10.30 2,069 53 12쪽
21 021화. 축구도 꽤 재밌다. +1 23.10.30 2,214 54 13쪽
20 020화. 축구는 할만하다. 23.10.29 2,311 54 12쪽
19 019화. 국대를 만났다. 23.10.28 2,341 55 13쪽
18 018화. 쓰레기를 치웠다. +2 23.10.27 2,420 63 12쪽
17 017화. 싫어하는 일은 하지 마라. +6 23.10.26 2,536 64 15쪽
16 016화. 잘하는 건 재밌다. +1 23.10.25 2,611 58 12쪽
15 015화. MMA는 호감이다. +4 23.10.24 2,736 58 12쪽
14 014화. 추천을 받았다. +1 23.10.24 2,772 58 12쪽
13 013화. 간만에 재미있다. +2 23.10.23 2,797 59 12쪽
12 012화. 거부할 수 없는 제안. +1 23.10.22 2,819 61 12쪽
11 011화. 지능캐를 얻었다. +4 23.10.21 2,920 64 13쪽
10 010화. 문제가 생겼다. +1 23.10.20 2,938 56 12쪽
9 009화. 빡셀수록 좋다. 23.10.19 3,051 67 13쪽
8 008화. 에이스가 어딘가 모자라다. +1 23.10.18 3,174 61 12쪽
7 007화. 배가 부르다. +2 23.10.17 3,167 69 12쪽
6 006화. 기분이 상쾌하다. +1 23.10.16 3,220 69 12쪽
5 005화. 고통은 즐겁다. 23.10.15 3,341 64 13쪽
4 004화. 아낌 없이 주는 친구. +4 23.10.14 3,383 71 12쪽
3 003화. 아직 부족하다. 23.10.13 3,496 65 12쪽
2 002화. 친구가 생겼다. +3 23.10.13 3,763 72 12쪽
1 001화. 다시 눈을 떴다. +4 23.10.13 4,879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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