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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는 재능빨로 혼자 다 해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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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D
작품등록일 :
2023.10.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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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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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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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8화. 에이스가 어딘가 모자라다.

DUMMY

008화.


다음날.

변학수, 김재원, 이창희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뭐, 어느 정도는 예상한 일이었다. 김재원과 이창희의 부상 정도를 보자면 앞으로 몇 주는 병원 신세를 져야 할테니까.

그래서 마재림은 하교길에 변학수를 마주쳤을 때 살짝 놀랐다. 그를 다시 보려면 며칠은 더 걸리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 병원 안 갔냐?"

마재림의 물음에 변학수는 씁쓸하게 웃으며 깁스한 팔을 들어보였다.

"갔다왔지. 다행히 나는 경미해서 입원까지는 안해도 된다더라."

"어, 다행이네."

"그러게."

"다른 애들은?"

"창희는 갈비뼈랑 팔이랑 해서 너댓군데 정도 골절이라고 하고... 그보다는 화상이 너무 심해서 중환자실로 들어갔어. 담배빵으로 지진 데가 삼십군데가 넘는대..."

"아, 그래."

"응. 그리고 재원이는... 얼굴에만 골절이 여섯 군데래. 긴급으로 수술을 한번 했는데 택도 없나봐. 일단 급한 치료부터 하고 성형외과 수술도 또 받아야 한대."

"..."

많이도 얻어맞았네. 그 돼지들, 더 밟아놨어야 되는데. 너무 깔끔하게 처리해 준 게 후회되네.

마재림이 찝찝한 표정으로 눈쌀을 찌푸리고 있자 변학수가 얼른 손사레를 치며 분위기를 바꿨다.

"그, 그래도 이게 어디냐. 난 그래도 다행이라고 봐. 진심으로."

"그래?"

"응, 당연하지. 거기 조금이라도 더 잡혀있었다가는 진짜 죽었을지도 모르잖아. 걔네들 진짜 전국구 조폭들이었다고. 게다가 거기 cctv도 없고..."

"그건 그렇지."

"그래서... 너한테 고맙단 말 하고 싶어서 찾아왔어."

"..."

마재림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구해준 게 맞긴 한데, 놈들이 얘네들을 찾아간 게 자신의 미숙한 일처리 탓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고, 뭐 그런 얄딱꾸리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게 기분 나쁘다는 표정 같았는지 변학수가 화들짝 놀라며 설레발을 쳤다.

"아, 물론 넌 말로만 그러는 거 싫어하니까... 그, 그래서 일단 작게 성의 표시를 하려고 가져왔어. 나머지는 창희랑 재원이 깨어나면..."

"됐어. 괜찮아."

"어, 어? 왜?"

"돈은 나도 꽤 벌었거든, 이번에."

"... 에?"

"어쨌거나 돈은 됐고. 진짜 고마우면 귀찮은 일 하나 해줄래?"

"어? 어, 그래. 당연하지. 뭔데?"

마재림은 텅 빈 책가방과 함께 메고 있던 럭셔리한 백팩을 변학수에게 던졌다. 생각보다 훨씬 묵직한 무게감에 변학수가 잠시 휘청거렸다.

"뭐, 뭐야, 이거?"

"선물받았어. 어제 새로 사귄 친구들한테."

"..."

꿀꺽. 변학수의 목구멍으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어쩐지 어질어질한 게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참 좋은 친구들이긴 한데... 너무 많아서 좀 버겁네."

스윽. 마재림이 손목을 들어 시계를 드러냈다. 은색의 바디 위로 초록 링이 눈에 띄는 깔끔한 시계였다.

"그렇다고 다 처분하기에는 좀 그렇고. 그래서 그냥 그중에 평범한 거 하나 골랐어."

'미친놈아, 천만원도 훌쩍 넘어가는 롤렉스 서브마리너가 평범하냐?'

변학수는 속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나머지는 니가 현금으로 좀 바꿔다 줘라."

"내, 내가?"

"응."

"내가 무슨 수로...?"

"나야 모르지."

"응?"

"너 아버지가 세무사시라며."

"응."

"잘 부탁해."

"..."

'그게 뭔 상관인데에!'

변학수의 내적 아우성은 아랑곳없이, 마재림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일단 목록부터 깔끔하게 작성하고 시작하자. 난 누가 내꺼 가지고 장난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더라고.“

으스스. 어쩐지 몸을 타고 오르는 한기에 변학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어? 어, 그럼 당연하지. 내가 하나도 빠짐없이 엑셀로 목록 깔끔하게 작성할게. 걱정 마."

"그래. 그럼 수고해라. 내일 보자."

마재림은 따스한 미소만 남긴 채 오후 석양 속으로 사라졌다.

홀로 덩그러니 남은 변학수는 한참이나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석양이 다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할 무렵에야 입을 열었다.

"씨바알!“


****


“재림아, 축구하자. 응? 축구 쫌 하자, 젭알!”

“아, 안한다고. 시시하다고.”

베이글 뜯듯 닭가슴살을 문 마재림에게 반 친구들이 들러붙었다.

“야, 너 도대체 왜 축구를 안해? 내가 너면 진짜 맨날 축구만 하겠다.”

“그래! 쫌 하자! 우리도 쫌 이겨보자고!”

‘응?’

어쩐지 절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에 마재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겨보자니.”

“우리 맨날 3반한테 진다고. 거기 에이스 때문에.”

“에이스?”

“응. 레슬링부 앤데 피지컬이 미쳤어. 아 씨, 완전 반칙이야, 걔.”

“레슬링부?”

마재림의 눈이 반짝였다.

“그렇게 잘해?”

“응. 일단 치달은 거의 국대급일 듯.”

“치달이 뭔데?”

“치고 달리는 거. 말했잖아, 피지컬이 미쳤다고. 거의 윤성빈이라니깐?”

“윤성빈은 또 누구... 아니, 뭐 그건 상관 없고. 흐음.”

레슬링부라. 마재림은 갑자기 흥미가 생기는 걸 느꼈다.

레슬링부 출신 에이스라면 어느 정도일까. 멀리서 얼핏 보기엔 육체의 단련 정도가 아주 만족스런 수준이던데.

부딪혀보면 어떤 느낌일까? 역시 외가고수처럼 단단하려나? 아니면 새외무림의 유술가들처럼 끈적한 느낌?

‘궁금해 미치겠군.’

잠시 턱을 긁으며 고민하던 마재림이 이내 결정을 내렸다.

“오케이. 하자.”

“어예! 우리도 에이스 합류다, 예에!”

“다 디져써! 야, 빨리 가서 시간 잡아! 내기도 걸자고 해! 음료수랑 치킨이랑 올인이다, 시바!”

신이 난 아이들이 복도로 달려나갔다.


****


2반과 3반의 친선 경기는 빠르게 눈앞으로 다가왔다.

보기 드물게 큰 내기가 걸린 터라 학년 내에서 꽤 소문이 돌았는지, 점심시간에 잡힌 경기를 보러 스탠드에 꽤 많은 학생들이 앉아있었다.

“째림, 째림! 이리와, 여기. 여기 앉아.”

어느새 친해졌는지 반 친구들은 마재림을 애칭으로 불렀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마재림도 이제는 그러려니했다.

“물 마셔. 아직 시간 좀 있으니까 더 쉬어도 돼. 아님 몸 풀래? 패스나 돌려볼까?”

무슨 외국인 용병 모시듯 어화둥둥하는 친구들의 모습에 마재림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 됐어. 알아서 할테니까, 신경 꺼. 부담스럽다.”

“그래? 흐흐, 그래, 알았어.”

마재림은 운동화로 갈아신고 운동장으로 나섰다. 흙바닥에 하얀 가루로 라인을 친 열악한 그라운드였지만 그 위를 뛰는 아이들의 열정만은 진짜배기였다.

통, 통. 가볍게 공을 튕겨 리프팅을 시작했다. 발등으로, 발옆으로, 인사이드로, 무릎으로 아무렇게나 차면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리프팅.

‘하다 늙어 죽겠네.’

시시해서 얼른 관뒀다. 한번에 여섯 개 정도는 튕겨 대야 좀 수련이 될까 싶었다.

“째림, 째림! 여기 패쓰으!”

도도도도, 달려가며 반 친구 하나가 마재림을 불렀다.

팡! 인사이드로 감은 공을 높게 띄워 떨궈주자 달리는 친구의 발치 바로 앞으로 공이 툭 떨어졌다.

뻥! 출렁!

“어예! 봤냐? 나의 이 그림 같은 발리슛을!”

무슨 월드컵 4강에서 극장골이라도 넣은 것처럼 몸 전체로 비행기를 만들며 달려오는 친구.

어쩐지 민망해 마재림은 달려와 안기려는 친구를 슥 피해냈다.

“야! 왔다, 왔다!”

“쟤가 걔야? 레슬링부 에이스?”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3반 에이스라는 레슬링부가 등장한 모양이었다.

‘어디 좀 볼까.’

흥미로 눈을 반짝이며 마재림도 고개를 돌렸다.

키는 마재림보다 5센티쯤 큰 175 정도. 그런데 덩치는 사뭇 다르다.

일단 목 굵기가 비정상적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 귀보다 목이 더 밖으로 나와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아마 귓바퀴가 짓이겨진 만두귀라 더 그렇게 보이는 거겠지.

게다가 허벅지가 아주아주 튼실했다. 쩍쩍 갈라진 것이 가뭄이 피크를 찍은 논바닥 같달까.

“안녕!”

무슨 철강시처럼 생긴 녀석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어, 그래. 안녕.”

“방금 프리킥 죽이던데. 너 원래 축구 했었냐?”

“아니. 그냥 한 건데.”

“그래? 대박. 완전 재능충이네.”

그렇게 말하며 몸을 푸는 레슬링부 에이스. 앞으로 허리를 숙이니 가슴이 허벅지를 그대로 덮을 정도로 내려간다. 강력한 근력에 체조 선수같은 유연성까지 겸비한 것이었다.

“너도 대단한데.”

순수하게 감탄을 담아 마재림이 말했다.

“그래? 고마워, 흐흐.”

씨익 웃은 녀석이 말했다.

“넌 이름이 뭐냐?”

“마재림.”

“어, 그렇구나. 난 조재호야.”

“응.”

데면데면하게 통성명을 나눈 뒤 조재호는 그라운드로 나섰다.

“패~쓰으!”

조재호가 목청 좋게 소리를 지르자 어디선가 뻥, 하고 공이 날아왔다.

퉁, 둔탁한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튕긴 조재호가 이어 투박한 드리블을 시작했다.

“...?”

하지만 이내 발이 살짝 꼬인다 싶자 에라 모르겠다 싶었는지 뻥하고 공을 차버린 다음 질주를 시작했다.

“...”

확실히 질주는 빨랐다. 단거리 육상을 뛰어도 좋을 만큼 속도는 빨라 보였다.

문제는 공이 더 빨랐다는 거.

미처 공을 따라잡기도 전에 공이 골라인을 통과해버렸다.

골라인을 한참이나 벗어난 상태에서 조재호가 공을 뻥 걷어차자 공은 골대 옆면 그물을 거칠게 흔들었다.

“하하하!”

뭐가 좋은지 조재호가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 저게 에이스라고?”

아니, 축구를 못하는데 어떻게 에이스야?


****


경기가 시작됐다.

이미 흥미가 한풀을 넘어 세풀은 꺾인 터라 마재림은 의욕이 1도 없었다.

“그래도 이기긴 해야겠지.”

큰 내기가 걸렸으니까. 재미도 없는데 지기까지 하면 정말 화가 날 것 같거든.

삐익! 호각 소리와 함께 센터 서클에 선 친구가 마재림에게로 백패스를 날렸다.

순간 마재림을 제외한 전원이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것이 바로 2반의 필살 전략, 토탈 싸커!

“뭐, 뭐야, 이놈들! 잔재주를 쓰다니!”

“속지 마! 어차피 공은 하나다! 라인 올려!”

“옵사이드 트랩! 옵사이드 트랩!”

움직임은 동네 축군데 하나같이 말하는 건 국대급이다.

하아. 나오는 한숨을 참으며 마재림은 앞을 살폈다.

뻥! 아웃프론트에 묵직하게 걸린 공이 낮고 길게 뻗어나갔다.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벗어난 공이 질주하던 친구의 발치에 떨어졌다.

“하아압!”

몸을 던진 친구가 무릎이 뽑힐 듯 강력하게 발을 휘둘렀다.

‘... 왜? 그냥 건드리기만 해도 되는-’

뻐엉! 큰 소리와 함께 공이 솟구쳤다. 마치 스페이스X가 팰콘 나인을 쏘아올리듯, 그렇게 공은 저 하늘의 별로 사라져갔다.

“나이스 패쓰! 미안, 미안! 하하하!”

뭐가 그리 좋은지 불가사의한 저하늘 슛을 날린 친구가 호탕하게 웃었다.

“허. 허허.”

마재림도 그냥 친구를 따라 웃었다.

그래. 니가 좋으면 좋은 거지 뭐. 하고 싶은 거 다 해라.

“이열! 역시 에이스는 너구나! 너는 내가 맡는다!”

뻘소리와 함께 철강시가 달려왔다.

단단한 체구의 조재호가 온기까지 느껴질 만큼 달라붙자 마재림은 슬쩍 다시 흥미가 돋았다. 축구야 잘 못하더라도 단련된 육체만큼은 진짜이니까.

어차피 상황 보니 이기고 지는 건 거의 로또나 마찬가지겠고.

이왕 이렇게 된 거 레슬링부가 자랑하는 육체의 성능이나 테스트해볼까.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재림은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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