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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는 재능빨로 혼자 다 해먹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GPD
작품등록일 :
2023.10.1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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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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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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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화. 축구는 할만하다.

DUMMY

020화.


"세명이 형."

"어, 광용이구나. 오랜만이네. 메달 땄다는 소리 들었다. 축하해."

"에이, 겨우 전국체전인데요, 뭘. 형은 이번에 주짓수 국대 선발전 1등했다면서요.“

“어. 운이 좋았지.”

허허, 하고 동글동글한 얼굴로 장세명은 사람 좋게 웃었다.

강대강 구도 싸움인 레슬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부드러운 이미지라 독특한 느낌이 있었다.

“국대가 운이 어딨어요. 그것도 다 실력이지. 하여튼 대단해. 종목을 바꾸는 것도 엄청난 용기인데 거기서 국대까지 하고. 멋집니다, 형.”

“하하. 고맙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환담을 나눈 두 사람이 마재림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 저희 고등학교 후배에요. 마재림이라고. 야, 와서 인사드려.”

“안녕하십니까. 마재림이라고 합니다.”

“어, 그래. 반갑다. 장세명이야. 근데... 삼석고 레슬링부?”

일반인치고는 꽤나 단단한 몸이지만, 레슬링부라고 하기엔 아직 가냘픈 그를 보며 장세명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얘는 아직 정식 부원은 아니고요. 음... 그게 좀 설명하기가 복잡하긴 한데, 어쨌건 센스는 무지하게 좋은 놈이에요.”

“음... 그래?”

“네. 주짓수에도 관심 있다고 하는데 나중에 형네 도장 놀러가면 잘 좀 가르쳐 주세요.”

“오, 좋지. 아무 때나 와. 광용이 후배면 내가 아주 빡시게 잘 굴려줄게. 하하하.”

장세명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재림은 악수를 하러 마주 손을 내밀었는데 그와 손이 닿은 순간 마재림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대단한데?’

마재림은 빈틈없이 꽉 들어차는 장세명의 손을 느끼며 눈을 빛냈다.

그의 손은 마치 손 모양으로 깎아놓은 소나무 같았다.

두껍고 단단하며 손가락이 길었는데, 특히 손가락 마디마디가 단단하게 굳어 있었고 손바닥 안쪽은 물론손톱 위쪽까지 온통 굳은살로 가득했다.

“하하, 좀 거칠지? 주짓수가 다 좋은데, 이게 안 좋더라고. 손이 멀쩡할 날이 없어. 하하하.”

마재림이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안 놓아주자 장세명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죄송합니다.”

“아니야. 다 이상하게 보더라고. 하하.”

“이상한 게 아니라 멋있는 거죠.”

“그래? 그렇게 봐주면 좋고. 하하하.”

장세명은 마재림이 마음에 들었는지 더 크게 웃었다.

“어, 근데 형. 형도 축구 뛰어요?”

“아니. 나 개발이잖아. 왜?”

“아, 우리 재림이 좋게 보신 거 같길래요. 축구 뛰시면 곧 싫어지실 거 같아서.”

“응? 왜?”

“얘가 형네 학교 개발라버릴 거거든요.”

“...”

순간 부처님 같던 장세명의 얼굴에 스산한 살기가 스쳤다.

“허허. 작년에도 그렇게 설레발치다 폭망했던 것 같은 기억이 나는데?”

“하하. 그랬었죠. 하지만 작년에 그랬다고 이번에도 그럴까?”

“허허. 다 그 밥에 그 나물이지. 겨우 1년만에 바뀌어봐야 뭐가 얼마나 바뀌었겠어?”

“하하. 그건 이따 직접 확인하시죠. 어차피 우리는 다 결과로 말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가자!”

파라락! 바람도 없는데 옷자락을 휘날리며 이광용은 위풍당당하게 걸음을 옮겼다.

혼자 남은 마재림은 뻘쭘하게 허리를 숙였다.

“... 저 형이 원래는 참 좋은 사람인데 말이죠.”

“하하. 나도 알아. 광용이가 다 좋은데 축구만 걸리면 제정신을 놓더라고. 어쨌건 첫 게임이 우리랑 너네 같던데. 서로 잘 해보자.”

둘은 다시 악수를 나눴다.

어쩐지 손아귀를 조이는 힘이 아까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은 착각일 뿐이겠지?


#


분명히 각 대학 레슬링부 연합 훈련인데 시작이 축구 토너먼트라니.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마재림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이것도 다 미친 용이 날아다니면서 분탕질을 친 바람에 생긴 일이겠지, 뭐.

마재림은 집에서 신고 온 운동화를 벗고 조재호가 빌려준 축구화를 신었다.

그러고보니 언제 한번 시간 내서 아버지가 준 돈으로 축구화나 사러 가야겠다. 왠지 앞으로도 축구는 계속 하게 될 것 같으니 신발 정도는 장만해 놔야겠지.

무릎을 돌리며 몸을 풀고 있으니 상대팀 벤치에서 열띤 브리핑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작전도 앞에서 열변을 토하는 장세명이 보였다.

“어? 저 형.”

“어, 세명이 형이야. 저 형이 저 팀 감독이거든.”

“그래요?”

“어. 저 형 아닌 거처럼 굴어도 겁나 축덕이야. 실제로 뛰는 건 워낙 개발이라 잘 안하는데 이론이 졸라 빠삭하대. 듣기로는 에펨 초고수라던데.”

“에펨?”

“게임. 그런 게 있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자, 모여봐봐!”

이광용이 삼석 체육대학 레슬링부를 소집했다. 다들 축구화에 반바지 반팔의 축구 차림이었는데, 어차피 레슬러들이라 축구 느낌보단 그냥 피지컬 훈련하러 나가는 레슬링부 느낌이었다.

“자, 오늘 작전은 352다. 전에 얘기했던 대로 여기 공미 자리에 우리 후배, 마재림이가 설 거야. 골문 앞으로 킬패스가 계속 날아갈 거니까 니들은 잘 주서먹기만 하면 돼. 알겠냐?”

“네에...”

“...”

삼체대 선배들 목소리가 영 매가리가 없다.

당연하다. 어디서 굴러먹던 놈인지 알지도 못하는 고딩놈 위주로 게임을 운영하라니. 근데 또 주장 명령이니 안 따를 수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겠지.

근데 뭐 그런 건 몸 풀러 그라운드로 나가면 금방 해소될 테니 큰 문제 없을 거다.

이광용도 같은 생각인지 후배들의 소극적 자세에도 별 트집을 잡지 않았다.

“새끼들아, 입만 잘 벌리고 있어. 알아서 다 떠먹여 줄 테니까. 수비는 라인만 잘 잡아주고. 그러면 오늘 우승은 우리 꺼다. 내가 약속하지. 우승하면 내가 고기부페, 쏜다, 쏜다, 쏜다!”

“우오오오!”

레슬링부 한정 마법의 단어, ‘고기’의 등장에 팀의 사기가 충천했다!

이광용이 ‘쏜다!’하며 손가락 총을 당기니 우락부락한 삼체대 레슬링부원들이 ‘으악!’하며 쓰러지는 시늉을 한다.

몇 번이나 이어진 그 진풍경에 상대팀 표정이 아주 가관이라, 마재림은 슬쩍 거리를 벌렸다.

참으로 가까이 하기 어려운 선배들이었다.


#


경기가 시작됐다.

선축은 상대팀인 화명대 레슬링부.

삐익! 호각 소리와 함께 상대팀이 짧은 패스를 뒤로 연결했다.

“짧게 연결해, 짧게!”

밖에서 적극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장세명의 목소리를 따라 화명대 선수들은 빌드업을 하며 서서히 라인을 올렸다.

곧 묵직한 덩치의 상대 선수가 공을 몰고 앞으로 달려나왔다.

그는 전방에 상대 선수가 있는 걸 보았지만 그 작고 가냘픈 덩치로 보건데 그냥 공기 저항 정도로 툭 치고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켜라, 꼬마야! 다친다!”

쿵쿵쿵, 덩치에 비해 엄청난 스피드로 화명대 선수가 마재림을 제쳤다.

순간 주변이 엄청 시끄러워졌다.

‘뭐지? 내 드리블이 그렇게 죽여줬나?’

그냥 앞으로 달린 것 뿐인데. 자기 발이 자기도 모르게 마르세유턴이라도 한 건지 의심이 될 정도라 그는 잠시 발을 멈추고 주변을 살폈다.

‘어, 근데 공이 어딨지?’

분명히 공을 몰고 나왔는데 공이 없는 상황.

두리번거리던 그가 등을 돌리자 이미 멀어져버린 작은 등이 보였다. 그가 가지고 있던 공을 발에 착 붙인 상태로.

“뭘 멍때리고 서있어! 빨리 따라붙어!”

그제야 시끄럽던 소리의 내용이 귀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따라붙기엔 이미 거리가 너무 멀었다.

마재림은 텅 빈 앞 공간을 보며 여유있게 공을 몰고 들어갔다.

마지막 남은 수비수들이 라인을 재정비하며 허겁지겁 따라붙고 있었지만 이미 공간이 너무 파먹혔다. 이 정도면 페널티 라인까지도 여유있게 혼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상대팀 골키퍼도 그걸 눈치챘는지 각을 좁히려 허겁지겁 달려나오는 상황.

마재림은 그걸 보며 가볍게 코발로 공을 툭 띄웠다.

부드럽게 키퍼의 키를 넘긴 공이 통통 튀며 상대편 골문으로 굴러들어갔다.

한쪽 벤치엔 정적이, 한쪽 벤치에선 환호가 터졌다.

마재림은 레슬러답게 묵직하게 태클을 쳐오는 같은 팀 선배들을 가볍게 따돌리며 자기팀 진영으로 복귀했다.


#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형.”

손을 내민 이광용은 마치 배트맨을 함정에 처넣은 조커처럼 환하게 웃고 있었다.

“... 선출을 데려오다니. 비겁한 놈.”

그에 반해 장세명은 두피까지 빨개졌다. 어지간히 분한 모양이었다.

“아, 누가 선출이래요. 그리고 선출이었다고해도 중딩 땐데. 쟤 이제 고2예요, 고2.”

“아, 모르겠고. 너무 잘하잖아, 인간적으로, 어? 조기축구에 손흥민 데려오기 있어? 진짜 이럴 거냐?”

“크크크. 그럼 음바페 데려오시던가.”

“아오오!”

그 부처님 같던 장세명도 빡치게 만드는 이광용의 저력에 마재림은 혀를 내둘렀다.

“잘 뛰었습니다, 형.”

“어, 어, 그래. 흠흠.”

그래도 마재림이 후배라 장세명은 흥분을 조금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누구랑은 달리 상식이 있는 사람이었다.

“너 진짜 잘하더라. 진짜 선출 아니야?”

“아니에요. 그냥 어렸을 때 조금 했어요.”

“어렸을 때 조금 해서 그 정도면 야, 제대로 했으면 지금쯤 라 마시아 같은데 있겠다.”

“어디요?”

“라 마시아. 몰라? 스페인? 라리가? 바르셀로나 유스?”

“아, 제가 축구를 별로 안 좋아해서요.”

“... 이게 뭔 개똥같은 소리야?”

진심으로 놀란 듯 장세명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이광용을 돌아보았다

“얘가 저래요. 지 재능을 몰라. 아니, 신이 주신 발을 달고서 왜 자꾸 레슬링이나 주짓수를 기웃거려? 그냥 축구하고 꽃길만 걸으라고, 쫌.”

이미 해탈한 듯 넋두리를 늘어놓는 이광용.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듯 장세명이 마재림에게 고개를 돌렸다.

“마재림이라고 했지?”

“네, 형.”

“너 시간 되면 이번 주 일요일날 우리 도장 올래?”

“어, 그래도 돼요? 저야 좋죠.”

“어, 와. 내가 주짓수가 뭔지 확실히 가르쳐줄게.”

“진짜요?”

“어. 잠만, 너 옷 몇 입냐. 내가 도복도 준비해 둘 게. 래시가드도 우리 도장 마크 찍힌 거 남는 거 좀 있을 거야. 그거 줄게. 그냥 몸만 와. 오케? 몇시에 올래?”

갑자기 훅 들이대는 게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래시가드에 도복까지 공짜면 완전 개꿀이었다. 마재림은 흔쾌히 시간 약속을 정하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멀어졌다.

그가 사라지자 남겨진 두 남자가 눈을 마주쳤다.

“광용아.”

“네, 형.”

“나한테 맡겨라.”

“믿습니다, 형.”

“저 놈은 축구를 해야 돼.”

“그럼요.”

“어딜 주짓수를 하려고 해.”

“그러게요. 어딜 레슬링을.”

“아주 주짓수에 지읒자도 꼴도 보기 싫게 만들어서 축구판으로 돌려보낼테니 나만 믿어라.”

“믿쑵니다!”

“그래! 믿어라! 될지어다!”

“될지어다!”

우락부락한 두 남자가 손을 맞잡고 빙빙 돌았다.

이미 한참 멀어진 마재림은 둘을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머리 끄댕이 잡을 것처럼 싸우더니 또 갑자기 왜 저래? 도무지 종잡을수가 없는 선배들이네.”

마재림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돌아섰다. 자신을 둘러싼 어두운 협잡 같은 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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