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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차는 재능빨로 혼자 다 해먹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GPD
작품등록일 :
2023.10.13 17:33
최근연재일 :
2023.11.16 23:4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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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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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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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6화. 기분이 상쾌하다.

DUMMY

006화.


며칠의 시간이 흘렀다.

변학수, 김재원, 이창희의 덩치 삼인방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덕분에 학교에는 모처럼 평화 무드가 가득했다.

마재림의 일상도 점차 안정화 되어갔다. 두시간에 한번씩 이어지는 그의 괴식 시연회도 이제 슬슬 반 친구들에게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재림아, 축구할래? 축구하자! 제발 축구 좀 해주라, 쫌!”

체육시간이나 점심시간만 되면 달라붙는 남자놈들 등살에 난처해지기도 했고.

“이 문제 풀이 제출한 거 누구지? 마재림? 잠깐 앞으로 나와봐.”

그냥 생각 가는 대로 풀었는데 너무나 천재적이라 컨닝으로 의심을 받기도 했었다.

뭐, 어쨌거나 소소하고 즐거운 일상이었다.

오늘이 오기 전까지는.


****


마재림은 오늘도 늘 하던대로 집을 나섰다.

가방은 고단백 고탄수화물 식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미 성장 가도를 제대로 올라탄 육체는 오늘도 탄탄하고 가벼웠다.

상쾌한 발걸음으로 등교를 마친 마재림은 닭가슴살을 뜯으며 1교시를 준비했다.

“즐거운 물리 시간이네.”

콧노래까지 흥얼흥얼거리면서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를 꺼내는 마재림.

요즘 그는 물리에 푹 빠졌다. 힘의 합성과 역학적 상호 작용, 등속 운동과 등가속도 운동 등등 그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시각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아주 매력적이었다.

빨강 파랑 볼펜까지 꺼내고 노트를 펴 필기를 준비하는데 갑자기 드르륵, 쾅 하고 큰소리가 들렸다.

마재림이 고개를 드니 거칠게 열린 교실문 앞에 누군가 서 있었다.

“마... 마재림...”

신음처럼 마재림의 이름을 부른 그는 덩치 삼인방의 리더, 변학수였다.

“...?”

마재림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쟤 얼굴 상태가 왜 저러지? 난 첫날 이후로 건드린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마재림!”

그 사이 변학수는 뛰듯이 성큼성큼 다가왔다.

“도와줘!”

“... 뭐?”

“도와달라고, 씨발!”

“욕하진 말고.”

“어, 알았어...”

마재림은 변학수를 위아래로 살폈다.

아무래도 어디서 큰 고초를 겪긴 했는지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얼굴은 두들겨 맞은 듯 멍과 상처가 가득했고 깔끔하던 옷차림도 온통 구겨지고 얼룩 투성이였다.

“후우.”

엮이지 말라니깐. 아무래도 그놈들과 엮인 모양 같았다.

“일단 반에 가 있어. 수업 시작해야 하니까.”

“어? 어, 그래. 알았어. 이따 올게.”

“그래.”

축 처진 어깨로 변학수가 교실을 떠났다.

교실 안은 적막이 흘렀다.

'도와달라고? 변학수가 마재림한테?'

'뭔가 입장이 바뀐 거 같지 않아? 둘 사이가 말이야.'

아이들이 눈치를 주고 받으며 수군거렸다. 아무래도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가 어려웠다.

한편 마재림은 시큰둥했다. 한창 물리의 재미에 빠질 준비중이었는데 변학수가 초를 치는 바람에 기분이 잡쳤다.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

공부는 수업시간에만 하기로 자신과의 약속을 했으니까.

케플러 법칙과 타원 궤도를 색색깔로 필기하며 마재림은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

텅텅 빈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서니 변학수가 쭈뼛거리며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으, 응."

마재림의 뒤를 따라 변학수가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옮겼다.

나란히 걸으며 변학수가 입을 열었다.

"우, 우리는 진짜 아무 것도 말 안했다... 진짜야..."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꽤나 기특했다.

마재림에게 처맞고 불구가 된 남자는 알고보니 진짜 전국구 조폭이었던 모양이었다.

그의 동료인지 친구인지 하는 작자들이 덩치 삼인방을 급습한 것은 어제 저녁.

납치당하듯 끌려간 덩치 삼인방은 그때부터 밤 새도록 비오는 날 먼지나게 처맞았다고 한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친구를 린치한 게 누구인지 추궁도 당했고.

"그냥 잘 모른다고만 했어... 같은 학교인 거 같다고까지만... 진짜야!"

"알았으니까 진정해."

마재림의 말에 변학수는 울음을 터트렸다. 덩치는 산 만한 놈이 어린애처럼 울기는.

뭐, 주절주절 나불대지 않은 건 기특하긴 하다. 그게 더 큰 공포로 눈앞의 공포를 잊은 것 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너만 보내준 거야? 나 찾아오라고?"

"으, 응. 널 데려오지 않으면 창희랑 재원이를... 커흐흑!"

... 무슨 비련의 여주인공이냐. 입가를 가리며 오열하는 모습이 진짜 한대 치고싶다.

그러는 사이 그들은 신도시 외곽의 재개발 누락 지대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 동네 쓰레기들은 다 여기로 몰리는구나. 수금하기 편해서 좋네."

"수금?"

"그런 게 있어. 저기야?"

"어, 응."

둘은 폐쇄된 목욕탕 건물로 들어섰다. 입구부터 너무나 전형적인 우범지대라 무슨 범죄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안으로 조금 들어서니 큼지막한 음악을 배경으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마재림의 발소리에 시선들이 일제히 그를 향했다.

"뭐야, 저 교복은."

“누가 뭐 시켰냐? 씨빠, 의리 없이 혼자 처먹을라고 지꺼만 시킨 거야?”

각자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늘어져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덩치들. 그들은 마재림을 조금도 신경쓰지 않았다.

하얗고 작고 약해보이는 교복쟁이 하나쯤 아무 때나 어떻게 해버릴 수 있다는 자신감일 터였다.

마재림은 그런 난장판 사이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휘적휘적 걸어 이창희와 김재원 앞에 멈춰섰다.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던 이창희와 김재원은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그러다 멈춰선 자가 아무 움직임도 취하지 않으니 슬그머니 눈을 들어 마재림을 올려다보았다.

“!”

“!”

이창희와 김재원의 눈이 세차게 지진을 일으켰다.

“그러게 내가 뭐랬어. 엮이지 말라니깐.”

“흐흑!”

“으으으...”

마재림을 본 둘의 눈에서 부옇게 눈물이 차올랐다.

마재림은 넝마가 된 둘을 찬찬히 살폈다.

“심하네...”

보기 드물게 그의 미간이 좁아졌다.

둘의 상처는 아주 지독했다.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구타한 흔적이 뚜렷했다.

게다가 장난처럼 괴롭힌 상처가 너무 많았다.

이창희는 담배 꽁초를 비벼 끈 화상 자국이 어깨에서 손등까지 일자로 주욱 이어져 있었고, 나름 잘생긴 얼굴이었던 김재원은 집요하게 얼굴만 얻어맞아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흑도에서도 버려질 놈들...”

새로운 세상에서 다시 깨어난 뒤로 마재림은 처음 분노를 느꼈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서는 즐겁고 재미난 일들만 있었는데 지금 눈앞의 덩어리들이 그 세상에 먹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일어날 수 있어? 일어나. 나가게.”

마재림의 말에 두 덩치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발을 옮기기 시작하자 마재림도 몸을 돌렸다.

“뭐하냐, 니네?”

어느새 다가왔는지 온몸에 문신이 그득한 거대한 덩치가 마재림의 앞을 떡 가리고 섰다.

“비켜.”

휘이익, 툭. 가느다란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툭 닿는 소리가 났다.

“어, 어?”

거대한 덩치가 갑자기 트위스트를 추듯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마재림은 춤 추는 덩치 옆을 자연스레 걸어 지나쳤다. 이창희와 김재원은 잠시 눈치를 살피다가 어느샌가 자신감이 붙은 듯 마재림의 뒤를 바짝 따랐다.

“야. 지금 저게 무슨 시추에이션이냐?”

“그러게. 몰카야? 졸라 재미없는데.”

“이열, 종수 춤 좀 추네? 비트 좀 깔아줘라, 씨바.”

아직 상황 파악을 못한 놈들이 아무렇게나 낄낄거리는 사이 종수라고 불린 덩치는 결국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당탕 넘어져버리고 말았다.

“어, 어... 씨바, 이거 뭐야... 놔봐, 씨발. 씨발!”

“야, 아무도 안 잡았어. 크크크, 저거 왜 저래. 졸라 웃기네.”

“크킄, 그러게. 야, 근데 쟤네들 나간다.”

“어, 그러면 안돼지. 야! 야, 거기 서, 새끼들아!”

조폭 하나가 문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문 밖에서 숨어있던 변학수가 다급하게 뛰어들어와 김재원을 부축하자 덩치 삼인방의 이동에 속도가 붙었다.

출구를 나서며 변학수가 뒤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마재림은 그를 보며 씨익 웃었다.

“병원으로 바로 가. 신고는 하지 말고.”

“으, 응. 고맙다.”

“말은 됐다니까.”

“...”

“가.”

“응.”

문 너머로 삼인방이 사라지는 걸 확인한 뒤 마재림은 몸을 돌렸다.

돌아보니 눈앞이 시커먼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마재림보다 머리 한두 개 정도는 더 큰 덩치들이 병풍처럼 그를 둘러싼 탓이었다.

“야. 너 뭐냐? 분위기 졸라 맘에 안 드네?”

“아까 걔네들이랑 친구냐? 도와주러 온 거야? 와, 씨바 완전 히어로네?”

“좆도 없는 멸치 새끼가 나대는 거 보니까 너 빽 쫌 빵빵한가보다? 근데 씨바 어쩌냐? 우린 그런 거 좆도 신경 안 쓰는데. 너 좆된 거야. 알어?”

마재림은 고개를 들어 덩치들을 올려다봤다.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내려다보는 각도도, 온기까지 느껴지는 거리도, 비위 상하는 얼굴 생김새들까지도.

아무래도 오늘밤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선을 넘을 것 같은 기분이거든.

마재림은 착 가라앉은 눈으로 상대를 살폈다.

상대는 180 언저리의 근육 돼지 아홉 마리. 몸무게는 평균 100킬로그램씩은 나갈 것 같다.

누가 봐도 60킬로 멸치 하나가 상대하기에는 불가능한 매치업이지만.

마재림에게는 상관 없는 이야기.

아직 성장을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지금 육체 상태로는 조금 애를 먹긴 하겠지만, 결국 시간이 문제일 뿐이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소리다.

“나와봐, 씨빨! 나오라고!”

덩치들의 뒤쪽이 시끄러워졌다. 아까 턱을 살짝 흔들어줬던 종수라는 녀석이 이제야 균형감각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너 뭐 했냐? 이 좆만한 새끼야, 뭐 했냐고!”

종수가 홍해를 가르는 모세처럼 덩치들을 반으로 가르며 마재림에게 다가섰다.

부웅! 체중이 잔뜩 실린 밀어차기가 마재림의 복부를 향했다.

마재림은 뒤로 성큼 걸음을 옮기며 발차기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뚝 떨어지기 시작하는 종수의 발 뒤꿈치를 잡아채며 무릎 옆면을 걷어찼다.

뻐걱. 다소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종수의 무릎이 불가능한 각도로 꺾였다. 오른쪽 발 엄지발가락이 왼쪽 어깨 근처에서 덜렁거렸다.

“끄, 끄아아아악!”

고무로 된 모형처럼 너풀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종수는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

“...”

순식간에 사방이 조용해졌다.

스윽. 마재림은 한걸음 더 물러섰다. 그러자 문 밖의 어둠이 스르륵 그의 몸을 가렸다.

한걸음 밖의 어둠 속에서 마재림은 눈을 빛냈다. 그 눈을 마주친 여덟 명의 덩치들은 본능적인 공포를 느꼈다.

“으아아, 씨발! 다 뭣덜 허냐! 조져, 씨벌!”

공포에 잠식되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던 걸까. 덩치 하나가 침을 잔뜩 튀겨가며 욕설을 뱉었다.

분위기가 확 달아올랐다.

덩치들은 저마다 연장을 꺼내들었다. 양 주먹에 금속제 너클을 낀 놈도 있었고 속칭 나비칼이라 부르는 주머니칼을 꺼내 절그럭거리는 놈도 있었다.

저벅, 저벅. 덩치들이 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마재림은 어둠 속에서 놈들을 기다렸다.

대략 15미터 길이의 복도. 폭은 3미터나 될까. 어쨌건 저기 저 덩치들 둘이 마음놓고 날뛰기에는 폭이 좁다.

‘전장으로는 탁월하군.’

가볍게 몸을 털며 마재림은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몸이 달아오르는 게 상쾌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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