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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신의 글 쓰는 터

우리 학교에 관심 받고 싶은 변태 한 놈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김태신
작품등록일 :
2014.01.09 05:53
최근연재일 :
2021.11.25 17:14
연재수 :
3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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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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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92,898

작성
15.10.1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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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6
추천
17
글자
19쪽

촬영이 끝나고 난 뒤 ----- 휴재

DUMMY

※ 주의


이 글은 원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작중에서 묘사되는 인물들의 성격, 대화, 행동은 실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아.”

카메라 앵글이 꺼지고, 감독의 커트 소리와 함께 촬영이 끝이 난다. 그와 동시에 이어지는, 웅도의 한숨. 평소라면 부산히 움직이는 촬영진을 도우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을 그인데, 오늘따라 그의 한숨이 깊어 보인다. 바로 촬영장을 나서는 웅도. 복도를 나와, 옥상 바깥으로 나왔다.

‘치익, 탁.’

“후우.”

“또 담배? 청춘드라마 찍는 사람이 이면에선 담배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

“……그러면 너는. 청순한 여주인공이 맞담배 피우면서 얘기하는 꼴, 사람들이 보면 어떨까? 왜, 그 배역으로 너무 많이 맡으니까 진짜 너까지 태클 걸고 싶어져?”

“하하, 그럴 리가. 담배 하나만.”

가만히 난간에 기대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는 웅도. 한숨을 푹, 연기를 자욱하게 내뱉는다. 옥상 입구에서부터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하는 희세. 피식 웃으며 웅도 곁으로 다가온다. 그녀의 주문에 웅도는 잠자코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낸다.

“아, 오빠라고 하라니깐. 반말은 그렇다쳐도.”

“참 위아래 반듯하시네요. 네네, 알겠네요 오빠.”

문득 거슬린다는 투로 말하는 웅도. 희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담배를 물고 웅도에게 내민다. 아니꼬운 투로 불을 붙여주는 웅도.

“뭐가 고민이셔서 또 그렇게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어? 오빠는.”

“……그냥, 이제는 지쳤다. 너무 그래.”

“뭐가 그래?”

“……후우.”

희세의 물음에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웅도. 다시금 자욱한 연기를 내뱉는다. 그의 얼굴에선 미묘한 감정들이 지나간다.

“연기를 할 만한 걸 주고 연기를 하라 해야지.”

“아 뭐. 또 그 얘기라면 뭐.”

“하아…….”

웅도의 한숨 섞인 말에 희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한다. 꽤나 많이 들었는지 지겨워하는 눈치. 웅도도 그런 희세의 반응을 많이 봐 왔는지 별다른 말을 잇지 않고 한숨을 내쉰다. 손가락으로 틱, 담뱃불를 튕겨 끄곤 말없이 옥상을 나선다. 희세는 그런 웅도의 뒷모습을 보다 마저 한 번 더 빨아들이고 마찬가지로 담뱃불을 끄고 옥상을 나온다.



“아니, 막말로 그게 말이나 되냐고. 응?”

“원래 그런 거잖아요, 나는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다이어트까지 하고 있는데.”

“아하하하하! 그렇네!”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 회식자리. 웅도는 거나하게 취해서 얼굴이 약간 붉어져선 조금 흥분한 투로 말한다. 민서는 고기를 집어먹으며 아주머니처럼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옆에서 미래가 깔깔 웃으며 대답한다. 웅도는 세상 모든 고민을 짊어진 어떤 현자처럼 얼굴을 찌푸리며 혼자 소주를 따른다. 앞자리에 있던 성빈이가 ‘어어, 따라줄게요.’ 하며 호들갑을 떨지만 웅도는 ‘됐어, 괜찮아.’ 하고 마저 혼자 잔을 따른다.

“사람이 말이야. 아무리 연기라지만, 그래도 어떻게 감정이입이 돼야 연기를 할 거 아니야. 너무 세상, 허허. 헛웃음 나오네. 그런 걸 어떻게 하라고.”

“뭐─ 그런 식이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한 마디씩 할 거리 있죠.”

혼자 소주잔을 넘기며 쓴 얼굴이 되는 웅도. ‘크으.’ 하는 낮은 신음 뒤에, 다시금 아저씨들이 정치판 비판하듯 걸걸한 말투로 말한다. 잠자코 듣고 있던 유진이가 한 마디 한다.

“저는 차라리 미래가 부럽다고요. 저희가 웅도 선배보다 나이 한참 어린데 반말이라니. 차라리 미래처럼 캐릭터 상으로 어쩔 수 없이 존댓말 쓰는 게.”

“반말 존댓말이야 별 것도 아니지. 나이차이 두 살 나는데 엄마 아들 역할하는 원로 배우 분들도 많은데.”

“그야 그렇지만…….”

유진이의 불평은 웅도의 한 마디에 갈 곳 잃은 나그네가 되었다. 어쨌든 불만이긴 한 유진. 미래는 안면가득 미소를 띠며 ‘나는 그냥 편하게 존댓말 쓰면 되는데~’ 하고 유진이를 놀린다.

“봐봐요. 희세도, 성빈이도, 전부 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 정웅도라는 주인공 캐릭터가?”

“……안 되죠.”

길게 말하기 위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판을 차리는 웅도. 희세는 ‘또 시작이구먼’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소주잔을 성빈이에게 내밀어 잔을 받는다. 성빈이는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막말로, 자기 좋아하는 여자애가 한둘 있다고. 본인은 모르는데 어장관리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고? 허허, 둔감? 허허, X랄하고 있네. 작작해야 뭘 이입해서 연기를 하지.”

“어쩌겠어요, 그래야 이야기가 이어진다는데.”

“왜 이어야 하는데? 영화들 잘 단편으로 끝났다가 인기벌이 해보겠다고 속편에속편에 속편 냈다가 망한 게 한두개인줄 알아? 그 터미네이터도 2편에서 끝냈어야 했어! 어휴. 애초에, 길게 잡았으면 또 모르겠는데. 말을 말아야지, 내가 답답해서.”

웅도의 말에 민서는 심드렁한 투로 대답한다. ‘어쩌겠어요, 저희는 그냥 따라야지.’ 하는 투의 대답. 그 대답은 웅도의 심기를 더욱 건드린다. 마구 화난 것처럼 쏟아붓는 웅도. 말하면서도 곧 가만히 입을 다문다. 잠시 정적이 감도는 술자리.

“작작 해먹어야지…… 1부에서 잘 끝냈으면 그대로 갔어야지. 신작 몇 개 말아먹곤 다시 메가폰 잡는 게 말이 되냐.”

“잘 끝내지도 않았어요. 결말 때 사람들한테 욕을 얼마나 바가지로 얻어먹었는데요.”

“크으, 맞어. 거기서 거지같은 술래잡기로 여자친구 정하는 게 어디있냐, 세상에. 분서 안 당한 게 다행이지. 애초에 책 같은 게 없으니 분서가 안 되겠지만.”

“그럴 인기나 있겠어요. 인터넷에서 조금 올리는 나부랭이 짓인데.”

잘 익은 삼겹살을 하나 집어 먹으며, 웅도는 조롱조의 말투로 말한다. 너무 진지하게 말해 다른 이들 분위기까지 망치는 것 같아 그렇다. 희세는 볼멘소리로 대답한다. 모처럼만에 대답이 돌아오니 웅도는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희세 또한 불만이 있었는지 이어 말한다.

“웅도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여자 입장에서 여자애들 캐릭터도 이해가 안 가요. 왜? 그렇게나 예쁘고 마음 좋고 몸매 좋고 하면 주위 학교에서 몰려온 남자애들이 엄청 찝적댈 텐데? 무슨 여고만 시내에서 엄청 동떨어진 데에 있나? 그런 묘사도 안 나오잖아요?”

“실제로 학창시절에 그랬어? 희세 너는?”

“……시끄러워요. 학창시절엔 아역배우 연기하느라 학교 잘 못 갔으니까.”

“오우, 하긴 희세는 연기생활 빨리했지.”

“제가 사람 착하니까 오빠라고 해주지, 원래 방송경력으론 제가 위거든요?”

“네네, 알아모십죠. 희세누님.”

“씨!”

희세의 말에 비꼬듯 말하는 웅도. 짜증을 내는 희세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웅도는 된장국을 한 숟가락 떠 밥과 함께 먹는다. 희세는 잔뜩 불퉁한 표정으로 웅도를 바라본다.

“그건 저도, 그렇긴 해요. 성빈이 캐릭터도…… 좀 너무 중심없고 개성도 없고 갈팡질팡 한다고 해야 하나요. 그냥 호구 같애요.”

“호구 맞어, 그딴 거 그냥 치유계라고 세워놓고 결국엔 아무것도 없는 역할.”

“너무하잖아요, 그래도 제 배역인데!”

“성빈이는 성빈이 역할이랑 실제랑 비슷하니까 뭐. 메소드 연기 아니야?”

“아니에요! 전 그 정도로 호구는 아니에요!”

“허긴. 분명 그러면 또, 엿같이 ‘나의 성빈이는 그러지 않아!’ 이딴 대사나 지껄이라 하겠지. 그 녀석은 무슨 혼잣말이 그리 많은지.”

가만히 있던 성빈이마저 한 마디 거든다. 자신의 캐릭터를 비판하는 성빈이에게, 웅도는 신랄하고 날선 비판을 한다. 그렇다기엔 너무 무작정 깎아내리는 것 같지만. 성빈이의 분노에 피식 웃으며 말하는 웅도. 이미 한 번 물꼬가 튼 작품 까기 주제에 모두가 동참한 지 오래다. 웅도의 의도대로.

“문제가 뭘까. 뭐가 이렇게 됐을까. 감독님이 이거 잡을 때, ‘너 이거 하면 분명히 뜬다!’ 이랬다고. 지금은 이미지만 잔뜩 까이고, 필모그래피도 어긋나게 생겼어.”

“그 감독님 말을 믿어요? 애초에 그 감독님 띄운 작품도 하나 없는데. 그나마 이게 제일 선전하는 거에요, 아마?”

“하하. 허긴, 이거 끝내고 내는 신작마다 족족 망했댔지. 그러기도 힘들 텐데.”

“이 바닥이 그렇잖아요 원래. 하루에 수백 수천 수억개가 올라올 텐데.”

웅도는 가만히, 사건의 원인을 찾기 위해 심각하게 고민해본다. 희세가 남은 고기를 불판에 올리며 심드렁하게 말한다. 체념의 경지에 이른 희세. 웅도는 그런 희세를 보며 피식 웃는다.

“애초에 예전에 끝났어야 할 얘기야. 스토리상으로 리유랑 잘 사귀는 걸로 끝났잖아. 근데 왜 다시 예토전생 시켜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그 리유는 2부에서 자기 별로 안 나온다고 좋아라 하던데. 나와봤자 전화로만 나온다고. 저번 호주 씬에서도 간만에 나왔는데 귀찮다고 불평하고.”

“하핫. 그 녀석 진짜 성격하고 제일 반대되지, 캐릭터가. 그렇게 연기하는 것도 기적이지. 원래 성격대로 가자면…… 하하.”

심드렁하게 양파절임을 집어먹는 웅도에게, 희세는 잔을 내밀며 ‘한 잔만.’ 하고 말한다. 웅도가 잔을 따라주자 희세도 마저 잔을 따라주며 말한다. 옆에서 성빈이가 희세에게 ‘좀 적당히 마셔, 술 약하잖아.’ 하고 말하지만 희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리유에 대한 생각에 피식 웃게 되는 웅도. 본래 성격과 완전히 반대되는 성격의 리유 캐릭터니. 그래도 무사히 연기를 마치는 걸 보면 그것도 참 대단하다고, 웅도는 혼자 생각하며 소줏잔을 기울인다.

“크으. 어쨌든, 이렇게는 못하겠다 그거여. 집중도 안 되고, 지치기도 하고. 오늘 촬영도 간신히 끝냈는데. 그렇게 어리버리하고 멍청한 남자가 어디있어. 그냥 한 명 붙잡고 알콩달콩 사귀고 끝내면 되지.”

“그러면 이야기 끝나버리는 거, 이 바닥이 그러잖아요. 욕하면서도 어쨌든 유지를 시켜야 그나마 사람들이 보죠.”

민서는 현실순응파다. 푸근한 표정처럼, 어쨌든 감독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말한다. 물론 민서도 딱히 감독이 좋아서 그런 건 아니지만.

“아 그럼 적당히 해야지! 이제는 연기하는 나까지 물릴 지경인데!”

“어째요. 그나마 스포트라이트 비출 때 열심히 해요. 다른 작품 애들은 지금 아예 이야기 전개도 안 돼서 맨날 방구석에 처박혀 있다던데. 왜요, 요전번에 감독양반이 야심차게 기획했다던 「이신라」인가 뭔가, 쫄딱 망해서 애들 몇 개월째 실업자에요.”

“크으…… 죽겄구먼. 후으.”

민서의 말에 웅도는 벌컥 화를 내며 말한다. 민서는 그 말에 ‘배부른 소리 하지 맙시다’ 하는 투로 말한다. 그 말에 다들 표정이 어두워진다. 1부가 완결되고 1년간 아무 소식도 없이 그대로 묻혀있던 암울한 시기가 떠올라서들 그러리라. 미래는 그 와중에 ‘그래도 그 때 크리스마스 스페셜이라도 찍어서 다행이었잖아요? 그거 찍어서 저는 꽤 보탬 됐는데.’ 하고 말한다. 유진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는 이게 데뷔작이야. 미친.’ 하고 씁쓸하게 말한다.

“어쨌든, 꾸준하게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으면 그대로 묻히는 게 이쪽 바닥 생리니까. 불평스러워도 저희도 어쩔 도리가 없잖아요. 꼬우면 웅도 오빠가 시나리오 라이터 하던가요.”

“아 쫌! 그런 거 하면 내가 했지! 아오, 내가 쓰면 이렇게는 안 한다 진짜.”

“그 양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겠어요. 먹고 살라니까 그러죠.”

민서도 얘기하면서 씁쓸한지 술잔을 웅도에게 내민다. 웅도는 술잔을 따라주며 역정을 낸다. 뭐든지 ‘꼬우면 네가 해라’라는 말은 도움이 되는 비판이 아니다. 민서는 웅도에게도 술을 따라주고 바로, 고개를 돌려 한 잔 마신다.

“아 누가 돈 준데?! 그런 것도 아닌 양반이 뭘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냥 희세면 희세, 성빈이면 성빈이 한 명만 꾹 플래그 파서 사귀라니까! 먹으라고! 애초에 대한민국 평균 성관계 나이도 18세 미만이더만!”

“거기서 X스 얘기는 왜 나와요. 오빠 변태에요?”

“그냥! 말이 그렇다고! 아오, 빡치니까 그러지.”

웅도 또한 소줏잔을 기울이고 짜증스레 말한다. 실상이 그렇다. 상업적으로 출판이라도 됐다면, 그들에게도 대우가 훨씬 좋으니 꾹 참고 넘어가겠지만. 지금의 열약한 촬영상태로는 짜증이 치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웅도의 말에 희세는 언짢은 표정으로 잠자코 태클을 건다. 웅도는 한숨을 쉬며 고기를 집어 먹는다. ‘어어 그거 안 익었는데.’ 하는 유진이의 말. 웅도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어쩐지 겁나 껌 같더라. 아오 질겨.’ 하며 우적우적 덜 익은 고기를 씹는다.

“와. 다들 많이 취했나보네. 나 빼놓고 마시고, 섭한데.”

“어 리유야!”

“와, 정리유 씨께서 직접 행차하시고, 드라마 망하려나.”

“아 왜. 술 마시고 고기 먹는 거 좋아하는데, 나도.”

“나오는 걸 그것보다 훨씬 싫어하니까 안 나오는 게 정상인데. 해가 서쪽에서 떴나?”

“아하하.”

후줄근한 차림으로 이쪽으로 다가오며 말하는 리유. 어려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차림새는 처참하다. 머리도 안 감았는지 질끈 묶었고, 옷차림도 거의 집에서 대충 뒹굴거리다 나온 것 같은 모습. 심드렁한 말투에 성빈이가 흠칫 놀라 리유에게 말한다. 싱긋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희세. 자리에 앉는 리유에게 대뜸 술을 한 잔 권한다.

“웬일이냐, 네가? 먼저 행차하시고.”

“아아. 섭하네. 전 여친이신데. 아하하.”

“애들이 점점 매소드 연기가 되려고 하네. 너 진짜 너로 나가면 사람들 다 충격 먹는다?”

웅도 옆에 앉은 리유. 웅도는 심드렁하게 말한다. 한참 전부터 꽤 먹고 마셔 웅도는 거의 만취에 가깝게 취해 얼굴이 벌겋다. 배역과는 전혀 다른 리유의 처참한 모습에 웅도는 싱긋 웃으며 리유에게 시비를 건다.

“좋은 소식 가지고 왔는데 자꾸 태클 거니까 섭하네. 우선 첫 잔부터 하고.”

“아, 나 너무 많이 마셨어. 패스.”

“꺼져어. 어디 술 그렇게 배웠어? 빼는 게 어디있어.”

“……‘오빠’ 좀 붙여라?! 실제에서까지 호구취급 받기는 싫거든?!”

“아아, 알았으니까 오빠. 술잔 들어.”

리유는 비어있는 웅도의 잔을 보고 소주병을 들어 웅도에게 잔을 권하며 말한다. 웅도는 고개를 절레절레, 한 차례 빼려 하지만 리유는 가차없다. 술에 관해선 매우 엄격하고 아저씨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리유. 자기가 마시는데 다른 사람이 술을 쉬는 것은 참을 수가 없다. 웅도는 연장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해보려 하지만 리유에겐 소용없다. 고집불통인 녀석이니까. 한숨쉬며, 웅도는 억지로 술잔을 든다.

“우학변 2부를 위하여!”

“……2부에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게.”

“아 왜 편하고 좋구먼! 위하여!”

아저씨처럼 또 무슨 구호를 붙여 ‘위하여’를 하는 리유. 생긴 것과 다르게 스타일이 참 올드하다. 리유 오기 전까지는 그냥 자유롭게 마시고 싶은 사람만 마시는 분위기였는데. 유진이마저 리유 눈치를 살피며 소주잔을 든다.

“크으─”

“좋네. 고기 좀 더 시키지 나 왔는데?”

“아아, 그럼 너 왔는데 더 시켜야지. 아…… 돈이.”

“여기요! 이모 고기 4인분만 더 주세요! 삼겹살로!”

“아아…….”

조그마한 외모와는 달리 육식을 즐기는 리유. 게다가 웅도만큼 많이 먹는 대식가이기도 하다. 술도 잘 마시고, 고기도 잘 먹으니 산적이 따로 없다. 웅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무의식적으로 지갑을 살핀다. 얼마 없는데. 별다른 허락도 없이, 리유는 벨을 누르고 고기를 시킨다. 한숨밖에 안 나오는 웅도.

“좋은 소식 가져왔다니까. 아마 웅도 네가 좋아서 펄펄 뛸걸?”

“오빠! 붙이라니까?!”

“우학변 휴재한디야.”

“……엑?!”

“에에?!”

자연스럽게 웅도에게 반말을 쓰는 리유. 다른 애들도 종종 쓰지만 리유는 아주 대놓고 반말이라 웅도의 심기를 거스른다. 하지만 이어지는 리유의 충격적인 선언에 웅도는 물론이고 다른 모든 이들까지 한마음으로 놀라 리유를 쳐다본다. 리유는 혼자 소주잔을 따르며 지글지글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집어 먹으며 말한다.

“감독한테 가봤는데. 멘탈에 금 가서 쉬어야겠다고 하더라고. 지도 지겹나봐, 이런 거 쓰는 거.”

“지, 진짜지?! 거짓말 아니지? 너 거짓말 밥 먹듯이 하잖아!”

“아 못 믿겠으면 감독한테 전화해보던가. 지 또 뭐 새작품 쓴다던데. 븅X, 또 망할 텐데. 허긴, 제 버릇 누구 주겠냐. 아─ 또 쉬겠다. 어차피 쉬고 있지만.”

“진짜? 와 X벌. 진짜? 실감이 안 가잖아.”

“아 속고만 살았나. 감독한테 연결 해 줘?”

“아니아니. 그 양반 목소리도 듣기 싫어.”

리유의 심드렁한 말투에 웅도는 믿지 못하고 연거푸 묻는다. 가벼운 거짓말 정도는 웅도 놀리느라 잔뜩 해서 신뢰를 잃은 리유이기에. 리유는 짜증스럽게 말하고 소주를 들이킨다. 얼떨떨하게 좋아하는 표정의 웅도에게, 리유는 싱긋 웃으며 말한다. 웅도는 정색하고 말한다.

“에라이, 이게 다 무어냐. 고기 더 시켜, X벌 오늘 제대로 놀자!”

“오빠, 많이 마셨잖아요, 좀 그만 마시구. 리유 너도 너만 마시구! 오빠 많이 마셨으니까!”

“에헤이. 너는 연기 아닌 때에도 서방질이냐. 남자가 그쯤도 못 마시면 어떡하라고.”

“아니이, 너 오기 전에 이미 많이 마셨으니까……!”

웅도는 잔뜩 기분이 좋아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흥이 오르면 허세를 잔뜩 부르는 게 웅도의 술버릇이다. 성빈이는 걱정스런 투로 말한다. 웅도보다도 술을 권하는 리유가 더 걱정이라 성빈이는 리유에게도 말한다. 리유는 심드렁하게 고기를 먹으며 대답한다.

“남자는 술 서 말은 그 자리에서 마실 줄 알아야지! 안 그려?! 웅도 상남자 아니었어?!”

“이이, 그러지! 시켜시켜! 이모!”

“아 진짜!”

아저씨처럼 웅도의 호승심을 자극하는 리유. 웅도는 잔뜩 취한 얼굴로 허세를 부리며 아주머니를 불러 고기와 술을 잔뜩 시킨다. 성빈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옆에서 희세가 ‘포기해, 원래 저런 사람이잖아. 힘 빼는 게 멍청한 짓이지.’ 하고 말한다. 성빈이도 잔뜩 성이 나 소주잔에 소주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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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쓰는 사람 김태신입니다.

2부를 연재한 지 3개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조금 지쳤습니다.

일상 라노베의 한계랄까요. 제 창의력과 근성의 문제겠지만, 사실 1부에서 어느 정도 그럴듯한 건 다 보여준 느낌이기에…… 쓰면 쓸수록, 결국 캐릭터빨로 우려먹기 돌려막기 그런 생각밖에 들지를 않습니다. 아이디어가…… 아이디어가 모자랍니다.

조금만 이기적으로, 쉬면서 신작 쓰고 싶은 걸 쓰다 오겠습니다. 구상은 이미 2학년 겨울방학 정도까지 해놓긴 했지만, 이대로 똑같은 걸 답습하는 건 싫어서…… 그렇다고 좀 쉬다 온다고 더 좋은 내용이 나오는 건 아니고 똑같이 가겠지만…… 어쨌든, 그렇습니다.


※ 요약

· 휴재요.

· 음…… 짧으면 2개월, 길면 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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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05화 - 3 +14 15.08.22 1,104 21 19쪽
163 05화 - 2 +8 15.08.20 942 27 19쪽
162 05화. 너를 내 것으로 하겠어 +12 15.08.18 1,173 16 19쪽
161 04화 - 2 +10 15.08.15 917 27 17쪽
160 04화. 마음만큼은 나도. +10 15.08.11 1,119 2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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