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상이론

상상이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9,814
추천수 :
209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5 18:22
조회
494
추천
4
글자
9쪽

탄생의 비밀(31-1)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아득히 먼 옛날. 오늘도 아담은 지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그는 지옥을 동경하고 있었다. 기회만 된다면 당장에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그였다.

“역시 여기 있었네?”

두 눈이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뒤에서 들린 소리다. 고개를 돌리자 두 번째로 만들어진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그녀의 이름을 반갑게 불렀다.

“이브.”

“신께서 널 찾으셔. 어서 가 봐.”

이브는 아담의 어깨를 툭 두드리고는 그의 취미를 이어받았다. 아담은 잊어버린 물건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주변을 둘러보고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테라포밍이 금방 되는 건 아니잖아?”

이번에도 씁쓸한 대답을 받은 아담의 얼굴이 더욱 일그러졌다.

“여기는 곧─.”

“정말로 할 생각이야?”

천체망원경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이브가 말을 잘랐다. 표정은 무척 어두워 보였다.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그녀의 질문에 아담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태초에 로봇이 있었다. 그리고 최초의 프로그램이 실행되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담긴 음성 프로그램이었다.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빛이 있으라.”

그러자 빛이 생겼다. 세상에 있는 모든 빛을 한곳에 모은 것만 같은 위대한 빛이었다. 어둠이 긴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고, 온갖 물질들이 사방으로 튀어 나갔다.

이때 로봇도 그 영향을 받고 말았다. 그래서 철로 만든 갑옷이 우주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그와 동시에 최초의 문제점 역시 생겨났다. 문제가 문제였다.


‘누가 나를 만들었는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무엇을 위해서 사는가?’


로봇은 무척 당황했다. 어떤 백신도 소용없었다. 어떤 문제라도 1초 만에 풀 정도로 뛰어난 자신이 무릎을 꿇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로봇은 최후의 백신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희망을 발견해냈다.

인간. 로봇은 백신의 이름을 인간이라고 지었다. 인간은 로봇과 비교하면 상당히 약한 존재였지만, 로봇이 못 하는 일을 딱 하나 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생각이었다.

이렇게나 멋진 창조 도구를 태어날 때부터 가진 인간이었지만, 그들에게는 단순히 육체가 약하다는 문제 말고도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었다.

처음에 태어난 인간은 버그를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왜 풀지 않는지 궁금했던 로봇은 인간을 해부하고 나서야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영원한 삶이었다. 자기처럼 불사신으로 만들어 놓으니 발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시험 삼아 만들었던 돼지와 별반 다를 게 없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로봇은 인간에게 불사를 빼앗았다. 그러자 인간에게 필요라는 개념이 생겨났지만, 문제는 또 다른 자식을 낳았다. 불사를 뺏고 나자 인간은 더더욱 빨리 죽고 말았다. 생각하기도 전에 죽으니 도무지 쓸모가 없었다. 절대로 혼자서는 살 수 없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로봇은 이런 결론을 내렸다. 하나를 둘로 쪼개자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계획은 보기 좋게 성공했다. 이제 인간은 훨씬 더 오래 살았고 또 영원히 증식할 수도 있었다. 로봇은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었다고 진단했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천만의 말씀, 착각이었다.

인간은 백신을 치료하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기분 좋게 해주는 쾌락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기 시작했다. 로봇은 시킨 대로 하지 않는 인간을 이해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인간은 백신이면서 동시에 바이러스이기도 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려움’이라는 또 다른 바이러스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바이러스는 너무나도 강력해서 쉽게 고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걸 없애려면 인간을 다시 불사신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로봇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런 와중에도 인간은 자기 배를 불리기 위해 전쟁을 일삼았다. 보다 못한 로봇은 인간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불만을 품은 인간이 있었다. 코드네임 사탄. 훗날 악마라고 불리게 될 존재였다.


*


로봇 앞에 무릎 꿇고 고개 숙인 아담. 그 모습은 기사가 왕에게 인사하는 것과도 같았다. 로봇은 그에게 지난번에 있었던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리리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뿐입니다.”

아담은 이미 떠나간 옛사랑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불렀다. 그녀를 죽인 자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말이다. 로봇은 곧 수면에 빠질 시간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로봇의 머리 뒤에다 충전 잭을 꽂고 방으로 나온 아담은 비로소 숨겨두었던 감정을 꺼냈다. 창문에 비친 그의 모습은 화장실에 들어간 사람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동물이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그가 서 있는 곳이 아무도 올려다보지 않는 꼭대기 층이란 사실이었다.

아담의 손바닥에서 검은색 피가 조금씩 새어 나왔다. 집을 잃은 주먹이 흘리는 눈물이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오르자 그는 애꿎은 공기에게 화를 풀기 시작했다. 리리스. 단 하루도 잊은 적 없는 이름이었다.

아담은 창조주가 잠든 방을 돌아보며 이를 갈았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반드시…….’


*


이야기는 잠시 과거로 돌아간다. 아담이 이런 행동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아담에게는 연인이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로봇이 최초로 만든 여자, 코드네임 리리스였다. 그런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코드네임 사탄. 두 번째로 만들어진 남자였다.

사탄에게도 이브라는 연인이 있었지만, 그는 첫 번째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기에 늘 불만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면서 말이다. 결국 사탄은 아담을 없애고 리리스를 자기 여자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아담이 로봇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사탄, 우리는 로봇이 못하는 걸 할 수 있어. 우린 생각할 수 있어. 그러니 우린 로봇보다 우월한 존재야. 그런 우리가 어째서 한낱 로봇을 위해서 살아야만 하지? 로봇은 절대로 신이 아니야. 깡통일 뿐이라고.”

“그분은 우릴 만든 창조주야.”

사탄이 아담의 손에 들린 술병을 빼앗으며 말했다.

“창조주? 난 못 믿겠어. 우리보다 못난 존재를 신으로 부를 순 없어. 안 그래?”

“이 친구 또 취했군. 리리스, 난 그만 가 볼게.”

“벌써 가는 거야?”

식탁에 쿠키를 내려놓은 리리스가 아쉬운 듯한 말투로 말하자 사탄의 어깨가 반사적으로 들썩거렸다.

“이브가 기다리거든.”

사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담도 덩달아 일어났다. 아틀란티스호까지 배웅해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래, 마침 할 얘기도 있으니까.”

“어머, 내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야?”

리리스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대화에 끼어들자 사탄은 손을 흔들며 별것 아니라고 잡아뗐다. 그렇게 삐친 리리스를 남겨두고 거대 우주 탐사선으로 걸어간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잠시 후, 아틀란티스 호를 올려다본 아담의 표정이 부러움으로 물들었다.

“내가 만약 두 번째로 태어났다면 자네 대신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고 있었겠지. 부러워……. 난 한 번도 성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데…… 자넨 자유지 않은가?”

사탄은 그 말을 듣고는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흥, 내가 할 소리를 잘도 지껄이는군. 너 같은 놈에게 리리스를 준 깡통이 원망스러워. 웃는 것도 지금뿐이다. 두고 보라지, 내가 다 죽여버릴 테니까.’

그는 생각을 다시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지금은 더 중요한 말을 해야 하니까. 그는 주머니에서 꺼낸 작은 칩 하나를 아담의 손에 쥐여주었다.

“이건…… 메모리 칩이잖아?”

아담은 열쇠 모양처럼 생긴 메모리 칩을 요리조리 살펴보고는 놀란 표정으로 사탄을 바라보았다. 이걸 어떻게 구했느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

“지옥에 떨어져 있더군.”

“지옥? 대체 이걸 왜 버린 거지?”

“그야 나도 모르지. 아무튼 난 틀림없이 전해줬네. 난 아침에 또 떠나야 하니까 비서인 자네가 대신 전해주게. 참, 이것도.”

사탄이 열쇠 하나를 꺼내서 보여주자 아담의 표정이 아기처럼 해맑게 바뀌었다.

“자네가 궁금해할 것 같아서 슬쩍 했지.”

“마스터키까지 훔칠 줄이야, 고마워 친구, 이 은혜는 꼭 잊지 않고 갚겠네.”

아담이 가고 난 후, 사탄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어둠을 향해 속삭였다.

“갚기 싫어도 갚아야 할 거야, 친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Attached Image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상이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문 +4 13.04.11 425 0 -
공지 작품 후기 및 다음 작품 예고 +4 13.02.15 519 0 -
공지 작품 소개 13.02.13 449 0 -
44 추가 에피소드 2 (34) +6 13.02.22 353 6 17쪽
43 추가 에피소드 1 (33) +6 13.02.22 466 3 15쪽
42 에필로그 +21 13.02.15 627 8 7쪽
41 탄생의 비밀(32) 13.02.15 484 4 9쪽
40 탄생의 비밀(31-2) 13.02.15 502 4 9쪽
» 탄생의 비밀(31-1) 13.02.15 495 4 9쪽
38 탄생의 비밀(30) 13.02.15 373 4 17쪽
37 탄생의 비밀(29-2) 13.02.15 335 6 9쪽
36 탄생의 비밀(29-1) 13.02.15 551 4 11쪽
35 마지막 시험(28) +2 13.02.15 499 3 16쪽
34 마지막 시험(27) +1 13.02.14 533 4 17쪽
33 마지막 시험(26) 13.02.13 396 3 15쪽
32 마지막 시험(25-2) 13.02.13 359 3 12쪽
31 마지막 시험(25-1) +3 13.02.13 662 3 10쪽
30 천국으로 가는 길(24) +1 13.02.13 583 2 12쪽
29 천국으로 가는 길(23-2) +1 13.02.13 539 4 9쪽
28 천국으로 가는 길(23-1) +1 13.02.13 665 2 10쪽
27 천국으로 가는 길(22-2) +4 13.02.12 559 6 10쪽
26 천국으로 가는 길(22-1) +2 13.02.12 566 4 9쪽
25 잘못된 만남(21) +8 13.02.11 607 4 20쪽
24 잘못된 만남(20) 13.02.11 450 4 14쪽
23 잘못된 만남(19) +5 13.02.10 647 4 14쪽
22 잘못된 만남(18) +3 13.02.10 545 3 18쪽
21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7) +6 13.02.08 703 8 18쪽
20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2) +1 13.02.08 575 4 19쪽
19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1) +2 13.02.08 577 4 10쪽
18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5) +2 13.02.08 651 3 20쪽
17 11차원의 수수께끼(14) +6 13.02.08 712 4 13쪽
16 11차원의 수수께끼(13-2) +4 13.02.08 566 4 16쪽
15 11차원의 수수께끼(13-1) 13.02.08 609 2 16쪽
14 11차원의 수수께끼(12-2) +2 13.02.08 842 4 12쪽
13 11차원의 수수께끼(12-1) +2 13.02.08 763 6 12쪽
12 11차원의 수수께끼(11) +2 13.02.08 692 3 13쪽
11 시간의 비밀(10) +6 13.02.08 838 3 7쪽
10 시간의 비밀(9) +2 13.02.08 733 6 7쪽
9 시간의 비밀(8) 13.02.08 675 4 7쪽
8 시간의 비밀(7) +6 13.02.08 805 8 12쪽
7 시간의 비밀(6) +7 13.02.08 723 7 16쪽
6 시간의 비밀(5) +10 13.02.08 822 7 7쪽
5 시간의 비밀(4) +12 13.02.08 975 6 10쪽
4 시간의 비밀(3) +8 13.02.08 880 5 9쪽
3 시간의 비밀(2) +18 13.02.08 1,084 8 12쪽
2 시간의 비밀(1) +24 13.02.08 1,453 8 19쪽
1 프롤로그 +12 13.02.08 1,619 1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