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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8,994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5 15:04
조회
319
추천
5
글자
9쪽

탄생의 비밀(29-2)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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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거북이의 곁을 떠났다. 물론 초희를 데리고서. 거북이는 고개를 떨구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으니까.

“수고했어요.”

어느새 나타난 토끼. 아마도 일부러 자리를 피한 듯싶었다.

거북이는 토끼로부터 자신이 할 일이 없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참 이상했다. 허무하기도 했다. 뭔가 대단한 모험이라도 하게 될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니. 박사 말대로 영웅놀이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몰랐다.

“잠시 바람 좀 쐬러 갈래요?”

거북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토끼의 손을 잡았다. 둘은 그렇게 밖으로 나갔고, 순식간에 달에 도착했다.

아름다운 지구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고민이 모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겉보기에는 흠잡을 데 없는 지구이건만 왜 그 안에 사는 우리는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걸까.

“궁금해요?”

토끼가 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댔다. 이번에도 거북이의 생각을 읽은 것이다.

“나 아닌 게 없으면 나도 없으니까요. 우리는 항상 옳은 일만 해요. 왜냐하면 이게 바로 우리의 본성이니까요. 우리는 틀릴 수 없어요. 그러니 꼭 적이 있어야 하죠.”

“적은 없어요.”

“그래요, 우리는 모두 하나니까.”

거북이도 그녀의 어깨에 몸을 맡겼다. 눈을 감으니 지금까지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했다.

상상이론을 발표했을 때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결혼식장에서 지혜를 만나 그녀에게 돈을 주고 마법도 가르친 일도 생각났다. 초희를 데려왔을 때는 기절하고도 남을 정도로 놀랐다. 또 토끼를 만났을 땐 세상이 빛으로 보였다. 그녀의 도움으로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 모두가 다 소중한 경험이었고,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진귀한 재산이 되었다. 그럼에도 뭔가 부족했다. 아쉬웠다. 대체 뭐가 아쉬운 걸까?

“김빠지죠? 적을 잔뜩 기대했잖아요.”

“솔직히 말하면 그래요. 난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요.”

초희를 구하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그런데 목표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모험이 끝난 것이다. 이상했다. 기뻐해야 하는데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왜 이렇게 마음 한구석이 휑한 걸까? 이런 생각들은 날카로운 칼날로 변해 거북이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고 또 찢었다.

만약 자신이 소설 속 주인공이었다면 대단한 힘을 얻어 악당을 물리쳤을 것이다. 그러나 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적은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실은 말이죠…….”

반박할 수 없는 결정적인 증거 앞에서는 거짓도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거북이는 속내를 다 털어놓았다. 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겠다는 각오, 영화에 나온 멋진 명장면을 재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 등등. 전부 털어놓으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애도 아니고 참, 왜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래야 재밌으니까요.”

“적을 만드는 게 재밌어요?”

“꼭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일이 잘 풀리는 건 너무 썰렁하잖아요.”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답니다. 당신은 한낱 영혼에 불과해요. 주제 파악을 하셔야죠.”

“알고 있어요. 나도 그냥 해본 말이에요.”

거북이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자 토끼는 그의 뺨을 어루만지며 다정하게 속삭이듯 말했다.

“당신은 삶이 왜 고단한지 알아요?”

“적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 그 적은 누가 만들었을까요?”

“우리가 만들었죠.”

“왜 만들었을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옳기 위해서…….”

그때 갑자기 거북이는 이런 생각을 했다.

‘난 마음속으로 적을 원하고 있었을지 몰라. 그래, 적을 원하고 있었어. 딸을 구하는 체험을 하려고 딸을 납치할 사람을 원하고 있었다니. 난 아빠로서 실격이야.’

“실격까진 아니에요.”

토끼가 그의 생각을 재빨리 읽고는 이렇게 질문했다.

“당신은 적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있어요?”

“아뇨, 없어요.”

“그게 바로 이 땅에 정의가 죽은 이유랍니다. 사람들은 정의를 부르짖어요. 그들은 자신의 적을 손쉽게 찾아내죠. 그리고 그들을 공격해요.”

“왜 공격하죠?”

“정의를 지키기 위해서지요. 사람들은 이게 유일한 방식이라고 본답니다. 그런데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요? 정의는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에요. 문제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이게 바로 문제예요.”

“문제가 문제네요.”

“자기가 아는 진실만이 유일한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한, 세상에 정의가 설 곳은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거예요.”

토끼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거북이가 그 뒤를 이었다.

“애초에 옳고 그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죠. 정의는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개념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죠. ‘이게 바로 내 선택이야.’라고 외치면서 말이에요.”

‘정답은 없어. 네가 선택한 답만 있을 뿐이야.’

거북이는 시험지가 했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신을 만났어요?”

“만난 적 없어요.”

“방금 신을 생각했잖아요.”

거북이는 피식 웃으며 손사래 쳤다.

“농담도 심하네요. 시험지가 신일리 없잖아요.”

그러자 토끼가 거북이의 이마에 커다란 혹을 새기고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깟 시험지라뇨. 답은 문제에서 나와요. 모르겠어요? 당신은 문제에서 나온 답이에요.”

“그럼…… 정말로 신이 시험지였단 말인가요?”

“그래요. 당신은 죽을 때까지 신을 못 찾을 거예요. 왜냐하면, 신은 당신이 찾는 답 속에 있지 않고, 당신이 가지고 있던 문제 속에 있기 때문이랍니다.”

‘맙소사…… 난 욕까지 했는데! 나중에 돌아가면 날벼락이라도 맞는 거 아냐? 어떡하지?’

거북이의 생각을 읽은 토끼가 배를 잡고 깔깔 웃더니 급기야 눈물까지 훔치기 시작했다.

“뭐가 그렇게 재밌어요?”

“재밌죠. 재밌고 말고요. 신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한 멍청이가 여기에 있으니까요.”

“자꾸 그러면…….”

거북이는 그녀의 입을 자기 입술로 막았다. 이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이었는데, 그 결과는 참으로 끔찍했다. 토끼는 어딜 감히 손대느냐고 따귀를 후려쳤다. 관찰자는 위대한 존재가 분명했다. 영혼을 때릴 수도 있었으니까. 근데 너무 위대한 것이 탈이었다.

“아이참, 누가 보면 어쩌려고 이래요?”

토끼는 부끄럽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게 누가 놀리래요? 그리고 아우…… 무슨 여자가 그렇게 힘이 세요?”

“그렇게 많이 아팠어요?”

“죽을 것 같아요.”

“흥, 엄살부리긴. 좋아요, 벌 받으면 되잖아요.”

토끼는 순순히 잘못을 시인하고는 그의 손을 잡고 달 뒤편으로 데려갔다.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맛있게 생긴 과자로 만든 집 한 채가 보였다. 그녀는 여기가 바로 자신이 머무는 별장이며, 마침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고 속삭였다.

‘무슨 소리지?’

“바보. 돌 굴러가는 소리죠. 또르르~”

토끼는 눈치가 그렇게도 없느냐며 그의 등을 강하게 때리고는 별장 안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솔직히 정말로 아팠다. 거북이는 바로 뒤따라 들어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게 꼭 산타클로스가 사는 집처럼 보였다. 토끼는 2층에 있었다. 그녀는 어서 오라며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그가 계단을 걸어 올라가자 그녀가 대뜸 이런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사랑이 뭐라고 했었죠?

“그건─.”

“틀렸어요.”

토끼는 거북이의 멱살을 잡아서 하트 모양 침대로 던져버렸다. 벽지는 분홍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옹기종기 모여 사는 인형들이 거북이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방문을 잠그고 그의 몸에 올라탔다. 짧은 입맞춤이 뒤를 따랐고 옷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조명이 얼굴을 붉혔다.

“당신 이론은 질리도록 들었어요.”

“그럼…….”

“내 사랑이론을 들을 차례랍니다.”

거북이는 지구가 반 바퀴를 돌 때까지 그녀로부터 사랑 강의를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습으로 진행된 강의였다. 그 덕분에 거북이는 사랑이 뭔지 알았지만, 그것을 설명하진 못했다. 설명할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랑임을 알 수는 있어도 사랑임을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진짜 비밀이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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