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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9,000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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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지막 시험(25-2)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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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은 노래가 있는데 들어볼래요?”

거북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토끼는 그의 귀에다 대고 제목부터 말해주었다.

“사랑해요.”

토끼가 지은 노래 제목이었다. 그녀는 그의 귀에다 대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우리가 함께였다는 그녀의 감미로운 노랫소리가 그의 어깨에 놓였던 무거운 짐을 깃털보다 가볍게 만들어주었다.

거북이는 그녀가 거짓말을 한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토끼를 이제 겨우 한 번 봤을 뿐이지만, 수천 년도 넘게 함께 지낸 것만 같은 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꿈만 같았다. 설마 자신에게 이런 감정이 꽃필 줄은 몰랐다.

“당신도 날 사랑해요?”

노래를 마친 토끼가 거북이에게 소감을 물었다.

“나도…… 사랑해요.”

거북이는 수줍게 자신의 감정을 밝혔지만, 토끼는 못 믿겠다며 그의 볼을 인정사정없이 꼬집었다.

“거짓말! 어떻게 한 번 보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죠?”

“말로는 사랑을 설명할 수 없어요. 사랑임을 알 수는 있어도, 사랑임을 말할 수는 없거든요.”

거북이는 상상이론 2부 3장 사랑의 비밀 편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해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사랑이 바로 만물의 핵이라는 것이다. 핵은 결과이며, 어떤 원인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흥. 그놈의 상상이론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요? 좋아요. 일단은 믿어드리죠. 아, 열심히 말을 해서 그런지 또 배고프네요.”

토끼가 그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관찰자도 밥을 먹어요?”

“물론이죠. 참고로 난 딸기를 아주 좋아해요.”

‘그래서 그렇게 먹어댔군.’

거북이는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난 관찰자가 이런 존재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확실히 영혼하고는 달라요. 옛날에는 우리가 천사라 불린 적도 있었죠.”

“천사라, 하긴 그럴 만도 하네요. 궁금해서 묻는 건데 영혼이 성불하게 되면 모두 관찰자가 되는 건가요?”

“그래요. 하지만 대부분은 1년도 안 돼서 그만두려고 하더군요. 하지만 난 관찰자를 선택했죠. 인간으로 사는 게 재미없었거든요. 참, 아까 나보고 어디서 사냐고 그랬죠? 당신이 쓴 이론대로 아주 멀리서 지켜보는 관찰자도 있어요. 하지만 난 달을 참 좋아해요. 첨단 망원경이 발견되지 전까지는 쭉 거기서 살았죠. 요즘엔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관찰해요.”

‘달에 토끼가 산다는 전설이 괜한 말이 아니었구나.’

거북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초희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토끼는 그의 어깨를 주무르며 안심하라고 다독거렸다.

“초희는 무사해요. 여분의 차원이 지켜주고 있으니까.”

“그래도 난 당장 구하러 가고 싶어요.”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그러니 조금만 참아요.”

토끼는 말을 마치자마자 거북이의 입을 봉인해버렸다. 더 이상 귀찮은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표시였다. 둘은 곰비를 사이에 두고 마주 잡은 두 손을 놓지 않았다. 침대 위에서 바라본 둘의 모습은 완벽한 하트 모양이었다.


*


시계는 어느덧 밤 10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거북이는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에 드러누워서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즐기고 있는 토끼를 볼 수 있었다. 관찰자도 인터넷을 하다니, 뭐라 말을 해야 할 지 고민하던 중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잤어요?”

시선은 여전히 모니터에 고정한 채였다.

“미안해요. 배고프죠? 뭐라도 좀 해줄게요.”

거북이는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방으로 걸어갔다. 마침 저번에 사 뒀던 소고기가 아직 남아있었다.

“그것보다…….”

토끼가 눈짓으로 리모컨을 가리켰다.

“TV를 틀어봐요. 지금 한창 난리가 났으니까.”

‘난리? 설마…….’

거북이는 서둘러 TV를 켜고 24번 채널을 눌렀다. YTN 뉴스 앵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로운 소식입니다. 조금 전 시중 은행들이 돈을 도둑맞았다고 보도해드렸는데요, CCTV로 확인해본 결과 놀랍게도 돈이 갑자기 증발해버렸다고 합니다. 또 방금 들어온 속보에 의하면, 이러한 현상이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다고 합니다. 현재 당국은 돈을 지키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누구의 소행인지는 밝혀낼 수 없다고 합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외계인을 목격했다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합니다. NASA에서는 합성사진이라고 판단했지만 사람들은 절대로 아니라고 합니다. 이─”


거북이는 한숨을 쉬며 TV를 껐다.

“사태의 심각성을 좀 깨달았어요? 미래의 낭군님?”

“내가 한 짓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어요. 설마 나 때문에 지구가 멸망한다거나 하지는 않겠죠?”

“잘 아시네요.”

“장난도 심하군요.”

거북이가 농담조로 한 말이었지만 토끼는 장난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내가 관찰자라는 사실을 잊었어요? 난 미래를 볼 수 있어요. 만약 이대로 간다면 정말로 그렇게 돼요. 마야인이 예언한 바로 그날에 지구는 멸망할 거예요.”

‘억지 부리기는…….’

거북이는 토끼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12월 21일은 그저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는 언론의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사실이 아니에요. 그걸 믿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는 그 일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예요. 게다가 당신은 기름에 불을 붙였잖아요. 모든 사람을 마법사로 만들었으니까요.”

토끼가 거북이의 생각을 읽고는 불같이 화를 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힘을 가지게 되면 힘을 쓰고 싶어하는 게 사람의 본성이 아니던가.

‘생각만으로도 텔레포트 마법을 썼다. 그렇다면 생각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거야. 어떡하지? 막말로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어. 어떡하면 좋지?’

“어떡하긴 뭘 어떡해요? 사람들을 마법사로 만들기 전에 빨리 일을 해치워야죠.”

토끼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난 관찰자예요. 그러니 당신이 해야 해요.”

무정한 대답이 이어졌지만 거북이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자코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건 사고 친 건 자신. 그러니 이를 수습하는 것도 당연히 자기 몫이라고 생각했다.

“초희는 지금 어디에 있죠?”

“우, 거기는 너무 멀답니다.”

“내가 못 가는 곳은 없어요. 봤잖아요. 내가 텔레포트 마법을 썼다는 걸!”

거북이가 슈퍼맨처럼 당당하게 가슴을 드러내 보이자 토끼는 입을 가리고는 배시시 웃었다.

“믿지만, 가자마자 죽고 말 거예요.”

“…… 무슨 뜻이죠?”

“초희가 있는 곳이 블랙홀이니까요.”

‘헐, 세상에…….’

그의 가슴이 삽시간에 쪼그라들었고 당당했던 가슴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운이 좋다면 우주선 안으로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고 말 거예요.”

“방법이 없어요?”

“당연히… 있죠.”

토끼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에는 희망만 가득 담겨 있었다.

“어서 말해줘요. 설령 죽는 한이 있더라도 초희를 구해내고야 말겠어요.”

“듬직하군요. 좋아요, 그럼 죽을 준비가 됐나요?”

단지 말만 들었을 뿐인데도 그녀의 손에 칼이라도 쥐어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아, 아뇨, 말이 그렇단 거죠.”

거북이는 꺼냈던 패를 다시 물렸다. 생각보다 말이 먼저 나올 때가 많은데, 그런 말도 본능 앞에서는 꼬리를 감춘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바로 본능이다. 그런데 이런 생존 본능도 꼬리를 감출 때가 있다.

“장난해요?”

토끼가 인상을 팍 쓰더니 거북이의 멱살을 꽉 움켜잡고 세차게 흔들었다. 그러고는 그를 침대 바닥에 들어 눕혔다. 어찌나 힘이 센지 저항 한 번 못한 거북이는 꼼짝없이 그녀의 의지에 온몸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상하게도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입만 뻥긋할 수 있었다.

“농담도 못해요?”

“바보, 장난칠 게 따로 있죠. 아무튼, 이 상태로는 안 되겠어요. 블랙혹에 가자마자 죽을 테니까.”

“그럼 어떡해요? 죽어서 영혼이라도…… 영혼?”

“맞아요. 잘 아시네요.”

호주머니에서 노란색 립스틱을 꺼내 바르는 토끼.

“립스틱은 왜 발라요?”

“모르면 가만히 있어요.”

이 느낌은 키스라기보다는 인공호흡에 가까울 것이다. 립스틱은 가루로 바뀌면서 그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효과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났다. 마취 주사를 맞은 듯했다. 케타민 냄새가 코를 찔렀으니까. 순간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봤죠? 그거랑 똑같아요. 24시간 동안 죽은 사람이 되는 거예요. 아, 이게 얼마나 귀한 건데!”

“왜…….”

“왜냐구요? 단순히 꿈을 꾸는 걸로는 부족하니까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야 지금처럼 생활할 수 있어요. 아, 참고로 거기 가면 시험을 치게 될 거예요.”

“시…… ?”

“그래요, 시험. 육체가 죽고 나서 두 번째로 겪는 체험이 바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는 거예요. 자세한 내용은 거기 사는 영혼이 알려줄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합격하면 달로 오세요.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알겠죠?”

토끼는 거북이가 완전히 잠들 때까지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 그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이불을 덮어주고는 달로 날아갔다.


*


거북이는 하얀빛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었다.

낮에 썼던 텔레포트 마법과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더 아늑하고 편안한 여행이었다. 둥실둥실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터널 주변은 그의 일대기가 담긴 액자로 가득했는데, 모든 액자가 동영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생생하게 그 시절의 상황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좋았던 기억과 나빴던 기억들이 모두 다 한자리에 모여 있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자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기억이 다 소중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여행은 1시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가도 가도 계속 이어지는 터널이었다.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거북이는 슬슬 이 여정이 지겨워졌다. 두렵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짜증이 밀려왔다. 그래서 그만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검은색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끝내고 싶을 때 끝나는 터널이었구나.’

생각도 잠시, 출구에 가까워질수록 정신이 혼미해지더니 결국 기절하고야 말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터널이 아니라 깊고 깊은 심해로 빠져들고 있었다. 바닷속인데도 숨을 쉴 수는 있었다. 엄마 뱃속에 살았던 그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끝내고 싶어도 끝낼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때처럼 1시간이 넘도록 계속 내려가기만 했다.

‘왜 끝나지 않지? 끝? 그래, 이렇게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거북이는 밥상을 뒤집었다. 끝내려는 게 아니라 계속 내려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자 놀랍게도 저 아래에서부터 하얀색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삶이 끝나지 않는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던 걸까?’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기절한 거북이. 이번이 두 번째였다.

그리고 어쩌면 그에게는 이게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거북이는…… 기억을 잃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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