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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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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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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9,002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08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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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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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차원의 수수께끼(12-2)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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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야!”

거북이가 반갑게 인사했다.

“찍찍, 이제 왔냐? 기다리다 죽는 줄 알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애들도 부르는 건데 잘못 생각했어.”

“정말 미안해.”

거북이는 두 손 모아 사과했다.

“그 버릇 아직도 못 고쳤구나?”

거북이는 마우수가 혀 차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소름이 돋았다. 쥐가 나타났다고 착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한번은 정말로 쥐가 나타났었는데, 이유를 알고 봤더니 마우수가 혀 차는 소리를 듣고 나온 것이었다.

“이게 뭐 어때서 그래? 양희는 내 혀 차는 소리가 듣기 좋다고 그랬어. 마치, 백마 탄 왕자님이 자기를 부르는 것 같았대.”

마우수가 또 자랑스럽게 혀를 찼다. 그 말을 들으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어쩌면 두 사람이 천생연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축하해. 근데 너 걔하고 C.C였다면서?”

거북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마우수는 그 말을 듣고는 어이없어했다.

“그러니까 네가 거북인 거야.”

“연애는 관심이 없어서 그래.”

거북이는 심드렁하게 답했다.

“하긴, 너 모태 솔로였었지. 내가 이해해야지 어쩌겠어. 근데 너 오늘 조심해야 한다.”

“응? 무슨 말이야?”

거북이가 곧바로 되물었다. 마우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목소리를 최대한 낮게 깔았다.

“네놈의 원수가 이곳에 와 있거든.”

“원수?” 거북이는 마우수가 말한 원수의 정체를 곧 알아차렸다. 비록 일방적으로 미움받는 처지지만.

“혹시 나한우 교수님?”

마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교수님이 왜 여기 오셨대?”

“장인어른하고 잘 아는 사이였대. 아무튼 그 인간 인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너 오지 말라고 하는 건데. 미안.”

거북이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괜찮다고 다독거렸다.

“다 지나간 일이야. 그보다 얼른 가야겠다. 뒤에서 널 애타게 찾는 분들이 계시거든.”

마우수가 그 말을 듣자마자 뒤돌았다. 친척들과 식장 직원들이 시간 다 됐다고 소리치며 뛰어왔다. 마우수는 그들의 손에 이끌려 순식간에 거북이의 눈앞에서 사라져버렸다. 그 모습은 고양이에게 물린 생쥐 같았다.

거북이는 재밌게 지켜본 다음 일단 화장실부터 들르기로 했다. 긴장이 풀렸는지 소변이 마려웠다. 그는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화장실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교수님은 지금쯤 어디 있을까?’

거북이는 시원하게 볼일을 마치고 세면대로 가서 손을 씻었다. 그냥 이대로 만나지 않고 넘어가길 바라며 손을 말릴 때쯤, 어떤 중년 남성이 들어왔다. 그는 거북이 옆쪽 세면대로 오더니 거울을 보고 흐트러진 옷을 다듬기 시작했다.

짧은 머리, 처진 눈, 넓은 코, 누런 피부……. 어디서 많이 본 사람이었다. 덩치도 소만큼 큰 것이, 자신이 아는 사람과 완벽히 일치했다. 거북이는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래 가사를 떠올렸다.

“혹시 나한우 교수님 아니세요?”

중년 남성은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마치 벌레라도 본 것처럼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렸다. 분노와 짜증이 확 묻어나오는 표정이었다.

거북이는 나한우 교수가 일부러 이런단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거북이가 졸업할 때까지 항상 이런 식으로 골탕을 먹였다. 아는 척하면 누구냐고 무시했다. 모르는 척을 하면 무시하느냐고 야단쳤다. 그나마 아는 척하는 게 덜 피곤하다는 사실을 기억한 그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거북입니다. 상상이론을 발표한 학생이에요.”

거북이가 또다시 이름을 밝히자 중년 남성은 씩 웃으며 자신의 정체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마침 사람도 안 보여서 그런지 말투에 독기가 한가득했다.

“이거 몰라봐서 어쩌나? 난 기억해야 할 사람과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을 구별해서 살거든. 그래, 자네는 분명 그 쓰레기 이론을 발표한 학생 맞지?”

“상상이론입니다.”

“그러니까 그거.”

나한우 교수는 감히 내 눈앞에 나타나다니 배짱도 두둑하다며 야단치기 시작했다. 정작 눈앞에 나타난 건 자신인데도 말이다. 거북이가 그 사실을 지적하자 나한우 교수는 더욱 사납게 성질을 부렸다.

“나랑 말장난하자는 거야, 뭐야? 너 같은 쓰레기가 있기 때문에 과학이 발전 못 하는 걸 몰라?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퇴학시켜버렸어야 했어. 난 아직도 자네의 이론이 생각난다네. 내가 접한 논문 중에서 가장 쓰레기였지.”

나한우 교수는 누가 좀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듯이 큰 목소리로 떠들었다.

“죄송합니다.”

거북이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알았으면 됐네. 앞으론 절대로 날 아는 척하지 말아줬으면 해. 자네와 나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교수님.”

그의 허리가 좀 더 내려갔다.

“쓰레기 주제에 어디서 아는 척이야 아는 척은.”

나한우 교수는 투덜거리면서 화장실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폭풍이 지나갔다. 남은 건 그의 찢긴 마음뿐이었다.

나한우 교수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대를 굴복시켜야 분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는 또 종교를 무척 싫어했다. 증오하는 수준이었다. 거북이는 나한우 교수를 만날 때마다 설명했다. 관찰자는 신이 아니라고. 그는 단지 책을 지켜보는 독자라고. 그러나 말이 통하지 않았다. 소귀에 경 읽기나 다름없었다.

거북이는 바로 나가지 않고 연거푸 세수했다. 화를 조금이나마 가라앉히기 위해서였다. 차가운 물이 머릿속을 맑게 정화할 때쯤, 생각하기도 싫은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상상이론을 발표한 다음 날, 나한우 교수는 거북이를 교수실로 불렀다. 용건은 간단했다. 그는 상상이론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지 않으면 퇴학당할지도 모른다고 협박했다. 거북이는 태양이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고 주장한 갈릴레오가 된 기분이 들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거북이는 그렇게 하고야 말았다. 시골에 사시는 부모님이 생각나서였다.

이날부터 악몽이었다.

나한우 교수는 거북이가 졸업할 때까지 그를 괴롭히는 걸 인생 목표로 삼았다. 학점을 낮추는 건 기본이었다. 학생들을 불러놓고 거북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이것은 그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신 있어 하는 일이었다. 그래도 거북이는 부처처럼 한쪽 귀로 흘려버렸다.

사실 그는 나한우 교수를 미워하지 않았다. 상상이론에 의하면 나한우 교수는 자신이 원해서 찾아온 천사가 분명했다. 이 세계가 커다란 연극 무대라고 한다면, 그는 지금 자기 인생에서 악역을 연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나한우 교수를 미워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거북이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 용서를 체험하고 싶어서 그를 불렀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곧 기분이 진정되었다. 이론에 심취할수록 보살이 되는 것만 같았다. 이게 과학이론인지 철학이론인지 헷갈릴 때가 바로 지금이다.

이제 거북이는 새로운 마음으로 화장실을 나섰다. 그때 귀에서 익숙한 음악이 들렸다. 아뿔싸, 그새 시간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거북이는 서둘러 식장으로 달려갔다. 주례 소개를 마치고 신랑인 마우수가 입장한 상태였다. 그는 이제부터라도 다 지켜보겠다며 눈을 부릅떴다. 그나저나 다리를 부들부들 떠는 마우수가 정말로 웃겼다. 조금만 건드려도 쓰러질 것만 같아 애처롭기까지 했다.

‘결혼이라…….’

만약 자신이 저 자리에 있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았다. 그런데 친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북이는 긴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상이론을 발표했을 때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었다.

“그럼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

영화 노팅힐 OST 중 하나인 ‘She’가 흘러나왔다. 바이올린과 피아노와 첼로의 환상적인 조합이 무척 아름다운 선율을 그리고 있었다. 그에 맞춰 신부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다른 사람이 대신 서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쟤가 저렇게 예뻤었나?’

양희를 가까이서 보고 나서야 거북이는 안심할 수 있었다. 맞긴 맞았다. 새삼 여자의 화장술이야말로 마법이 아닌가 싶었다.

마우수는 로봇처럼 걸어가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장인어른과 인사를 나눴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 양희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반해 마우수는 얼굴이 굳어버렸다. 앞으로의 결혼생활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간단한 신랑 신부의 맞절이 있었고 주례는 1분도 안 돼서 끝이 났다. 짧아도 너무 짧았다. 그러고 보니 마우수와 양희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축가도 생략했다. 원래라면 가수를 초청하려고 했으나 최대한 빨리 끝내자는 둘의 생각이 일치해 그냥 넘어가기로 한 것이다. 역시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양가 부모님과 하객들에게 인사까지 마치자, 사회자가 대본을 내려놓았다.

“신랑, 신부, 행진!”

사회자의 외침과 동시에 축혼 행진곡이 웅장하게 울려 퍼졌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폭죽이 이쪽저쪽에서 터졌다. 또 천장에서는 불꽃놀이 축제가 한바탕 벌어졌다.

“축하해요!”

“행복하게 사세요!”

축하메시지도 식장 곳곳을 수놓았다.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행복해 보였다. 이 상태가 영원할 것만 같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부럽다.’

지금처럼 신랑 신부가 부러운 적은 처음이었다.

바로 그때 부케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부케는 양희의 친구가 받았는데, 그녀는 금방이라도 결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랑 결혼할 여자가 있기는 할까?’

거북이는 허탈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따라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이마를 통통 두드릴 따름이었다.

이제 사진사가 자신의 실력을 뽐낼 시간이 다가왔다. 너도나도 추억을 남기려고 달려들었지만 거북이는 예외였다. 그는 사진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대신 양희에게 다가가 사과했는데, 그녀는 뭘 그런 걸 가지고 사과까지 하느냐며 웃어넘겼다.

“어쨌든 와줘서 고마워.”

양희가 말했다.

“신혼여행은 하와이라고 했지?”

“일주일은 거기. 그다음엔 유럽. 또… 아무튼 한 달은 외국에 있을 거야.”

그때 사진사가 끼어들었다.

“거기 두 분, 사진 찍을 거면 빨리 포즈 취해주세요.”

“그럼 난 가 볼게.”

그가 후다닥 도망가면서 말했다.

“으이그, 너도 빨리 결혼해라냥.”

양희가 고양이처럼 손을 흔들어대면서 거북이를 불렀지만, 그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이럴 때만 토끼처럼 빨라요.’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추억을 남기느라 정신없는 한때를 보냈다. 그는 단체 사진을 찍을 때만 추억을 남겼다. 마우수와 양희도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어서인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사진을 다 찍고 나자 거북이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러고 보니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했다.

거북이는 곧장 뷔페로 달려갔다. 친척들이 많이 모인 걸 보니 폐백이 끝나려면 한 시간은 걸릴 것만 같았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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