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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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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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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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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만남(20)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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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하루 전.


공원 벤치에 생각하는 사람이 놓여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고 온갖 고뇌를 몸으로 표현하는 그는 다름 아닌 거북이었다. 초희는 여전히 깨어나지 않은 채 잠만 자고 있었다. 만약 사람이었다면 찬물이라도 부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딸아이는 이 세상 출신이 아니었다. 그녀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건 전부 자기 잘못이 되고 말 것이다.

‘이건 살인이나 다름없어!’

거북이는 머리를 싸매면서 무슨 좋은 수가 없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끈마법을 쓰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어떤 방법을? 모르겠다. 알 수 없다. 어떡하면 좋지? 이런 생각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통 떠나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 트라우마가 될지도 몰랐다. 두려움이 그의 목을 조르고 또 졸랐다.

바로 그때, 거북이의 엉덩이가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누군가가 벤치에 앉은 게 분명했다. 벤치에서 나는 신음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던 것이다.

거북이는 괜히 못 볼 것 보여줬다는 창피함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면서 시선을 옆으로 가져갔다. 역시 귀신은 아니었다. 그리고 처음 본 사람도 아니었다. 잊을 수 없는 만남의 주인공이 눈앞에 있었다. 그의 초점은 마치 볼록렌즈로 빛을 모아서 종이를 태우는 것처럼 한 곳에만 집중되었다.

“하, 할아버지?”

목소리 조절하는 방법을 잊을 정도로 놀란 거북이의 말을 듣고 인자한 미소로 답한 노인. 몇 년 전 로또를 건네줬던 그 노인이 틀림없었다.

“잘 지냈는가?”

“그…….”

거북이는 말하는 법마저 잊은 듯했으나 노인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다. 그가 짓는 표정은 백 마디 말보다 더 정확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다.

“그때는…….”

자리에서 일어난 거북이는 노인이 보는 앞에서 기역 자로 보일 정도로 깍듯이 인사했다.

“그때는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생활고를 이겨냈고 힘든 사람들도 많이 도울 수 있었습니다.”

“신경 쓰지 말게나.”

노인은 보던 신문을 접으면서 말을 이었다.

“모름지기 세상은 주는 대로 돌아오는 법. 자네가 내게 준 돈의 가치만큼 받은 것뿐이지. 인제 그만 고개를 들게.”

거북이는 다시 벤치에 앉았다.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무슨 말부터 하면 좋을까. 정말 시간 여행자예요? 아니면 혹시 초희를 원래 세계로 되돌려 줄 방법을 알고 있습니까? 물론 그는 후자를 선택했다.

“그건 말이지…….”

“네?”

“아, 아닐세. 얼른 말해보게나.”

노인은 마치 생각도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거북이는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명색이 시간 여행자인데 생각 하나 못 읽겠는가.

거북이는 그동안의 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노인의 귓속으로 집어넣었다. 그의 딱한 사연이 길어질수록 노인의 표정이 빛에서 어둠으로 바뀌고 있었다. 초희가 이대로 죽는다고 해도 살인죄를 쓰지는 않는다. 유령을 죽였다고 감옥에 가지는 않는다. 유일한 벌이라면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뿐. 양심이 없다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거북이에겐 양심이 있었다.

“그래, 그랬군. 참 안 됐어.”

노인은 혀를 끌끌 차며 거북이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거북이는 희망에 찬 눈으로 물었다.

”믿게. 잘 된다고 믿게. 믿음이 가장 중요하니까.”

노인은 믿음이란 단어를 특별히 강조했다. 믿음.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거북이는 생각했다.

만약 우리가 이 세상 출신이 아니라면, 우리는 양자보다 작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영혼이 눈에 보이지 않는 이유는 영혼의 크기가 쿼크보다 작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믿음을 힘으로 분류한다면, 뭔가를 유지하는 강력과 찰떡궁합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즉 믿음이 강력이라고. 이건 단순히 끼워 맞춘 것에 지나지 않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게 사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튀어나왔다

“저도 믿음이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일단 좀 걷지.”

노인이 일어나며 말했다.


*


오랜만에 바깥바람이나 쐬러 나온 양희는 거북이를 미행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첫사랑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지만 영혼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영혼을 볼 수 있는 그녀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그때 갑자기 양희의 바지 주머니에서 커다란 진동음이 들렸다. 또 점 봐달라는 메시지인가 싶어 확인했더니, 아니었다. 발신자의 이름은 신이었다. 단순히 누군가의 장난으로 볼 수도 있었지만, 양희는 그러지 않았다. 메시지의 내용은 참으로 섬뜩했다. 그녀는 미행을 포기하고 집으로 향했다.


- 우리 거북이에게 접근 금지. –


메시지의 내용을 보건대, 이건 최후의 경고임이 분명했다. 만약 이 이상 접근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랐다. 문득 이렇게까지 거북이를 특별취급하는 이유가 궁금해진 양희는 자신의 스승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나한웁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나한우 교수였다.

“교수님, 저 양희예요.”

“네가 어쩐 일이냐?”

양희는 나한우 교수에게 거북이가 미쳤다고 말했다. 막 혼자서 떠드는 게 심상찮다고.

“내버려 둬. 걔 원래 미친놈이야.”

“하지만…….”

양희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전까지는 전화를 끊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나한우 교수. 그는 의자에 푹 기대고는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말해달라고 했다. 무당집에서 태어난 탓인지 어려서부터 영혼을 볼 수 있었던 그였지만, 제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전혀 뜻밖이었다.

“그렇게 된 거예요.”

육하원칙을 잘 지킨 양희의 설명이 모두 끝나자 나한우 교수는 자기가 생각한 가설을 하나 들려주었다.

“어쩌면 영혼도…….”


*


거북이는 노인과 함께 공원 주변을 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유령이 살아있는 생명체를 지배하는 곳에서 살다가 도망치듯 빠져나왔다는 노인의 설명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지만, 이미 기적을 한번 체험한 그로서는 믿어야 정상이었다. 재미있는 사실도 있었다. 그쪽 세계에서는 끈마법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또 대중적으로 활용되기까지 한다고.

“우린 그냥 마법이라고 부른다네.”

노인이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네요. 원하기만 하면 이루어지니까요.”

거북이는 공감을 표시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살짝 끄덕인 다음 눈앞에 있는 의류 매장에 초점을 맞추었다. 문득 지혜 누나에게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생각나서였다. 왜 그걸 말해주지 않았을까. 끈마법에 대해 더 알려줬어야 하는 건데……. 잘 안 된다고 할 게 뻔했다. 물론 그 방법을 알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높지만, 말하지 못한 게 자꾸 후회로 바뀌면서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가?”

“말하지 않은 게 있거든요.”

그 말을 들은 노인의 얼굴에서 물음표가 생겨나자 거북이는 씩 웃으며 별것 아니라고 말했다. 그냥 끈마법을 쓸 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 팁일 뿐이라고. 그게 다였다.

“어디, 자네의 마법 수준을 한번 점검해볼까?”

“제 수준이요?”

거북이는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그래, 앉아서 얘기하는 게 좋겠군.”

노인이 앞에 보이는 벤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


방독면을 써도 질식할 것만 같은 집이 싫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이러다가는 꿈에서도 나오지 않는, 여자친구라고 불리는 전설의 동물마저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확실히 존재하지. 암, 존재하고 말고.”

노인은 공원 밖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웃었다. 성악가를 해도 좋을 만큼 그의 성량은 대단했다.

“정말로 만날 수 있을까요?”

거북이의 목소리는 노인과는 딴판이었다. 보청기를 껴야 들릴 정도로 점점 작아졌기 때문이다.

“다 때가 있는 법 아니겠는가? 너무 조급해하지 말게. 그보다 빨리 듣고 싶군.”

노인의 얼굴은 배가 고픈 나머지 컵라면이 익기도 전에 먹는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 지식에 굶주린 듯했다. 전부 다 알고 있는 내용일 텐데 왜 저렇게 호들갑일까? 마치 시험을 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일단…….”

거북이는 가볍게 운을 뗐다. 그러나 다음에 나올 말은 노인의 성량만큼이나 깊은 것이었다.

“끈마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 번째는 체험할 세상을 직접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미 다 만들어진 세상을 끌어당기는 것이죠.”

곧바로 이어지는 거북이의 설명은 이러했다.

그는 우리가 우연히 원하는 세계를 만들던, 의도적으로 만들던 간에 일단 체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지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이 무조건 우리에게로 온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것이 불변의 법칙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데스티네이션>처럼 운명 같은 상황이 하루에도 수없이 일어나는, 평범한 일상에 불과하다면 믿겠는가?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가? 왜 하필 그때 그런 상황이 발생했지? 라며 정말 재수도 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가? 그저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북이는 우연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연은 운명이 쓴 가면에 불과해요.”

거북이는 또 이렇게 말했는데, 이건 끈마법의 정수가 담겨있는 말이었다.

“원하는 세계를 만드는 동안에는 그 세계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 좋아요. 예를 들어, 다이어트에 도전하려고 ‘나는 다이어트 중이다.’라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니는 경우를 생각해보죠. 심리학 용어로 떠벌림 효과라 불리기도 하는데요,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긴 하지만, 이보다 더 효과적인 것도 있어요”

“그게 뭔가?”

노인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침묵이죠. 침묵을 지키는 거예요. 오로지 행동으로써 의사를 증명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더욱 빨리 체험할 수 있어요.”

“웅변은 은이지만 침묵은 금이다.”

“바로 그거예요.”

노인의 혼잣말을 들은 거북이가 손으로 딱 소리를 냈다. 속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어요. 지금 제가 하는 말의 뜻을 단순히 말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달라거나, 행동만을 중요시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다 이유가 있거든요. 그럼 먼저 원하는 세계를 만들려고 할 때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잠깐 살펴볼게요.


~하겠다. ~할 것이다. ~할 예정이다. ~한다. ~했다…….


이건 보통 우리가 세계를 만들 때 즐겨 쓰는 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말이라는 것은 항상, 그 말의 반대말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한다면 언제든지 했던 말을 뒤집을 수 있어요.


~했다 <-> ~하지 않았다.

~이다 <-> 아니다.


전 지금 말을 가르치려는 게 아니에요. 말의 특성상, 언제든지 말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죠. 우리는 어떤 행동을 끝낸 후에 ‘~했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 말 자체는 ‘하지 않았다.’로 바꿀 수 있어요. 즉 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언제나 긍정과 부정의 성격을 동시에 가져요.”

거북이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 말하는 속도가 빠른 탓에 노인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계속하게. 난 신경 쓰지 말고.”

노인은 귀를 활짝 열고 눈을 감은 채로 듣고 있었다. 라디오를 듣는 애청자의 모습이었다. 하긴, 이미 아는 내용을 재확인하는 것이겠지.

“우리가…….”

거북이의 설명이 다시 시작되었다. 초희를 구할 방법을 알지도 모르는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수는 없다. 어느새 벤치는 강의실로 바뀌어 있었다.

“우리가 말을 내뱉는 순간, 반대말에 해당하는 세계가 동시에 만들어져요. 즉 두 개의 세상이 동시에 만들어지는 거죠.”

“이해가 잘 안 가는데?”

노인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자 거북이는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속담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해주었다. 시간에 y축도 있다면 우리는 과거로 갈 수 없고, 과거와 똑같이 생긴 미래로만 갈 수 있다고. 다시 말해 방금 했던 말을 되풀이한다고 해도 그 말이 100% 같은 말이 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아직도 어려워.”

노인이 또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거북이는 다른 예를 들어야만 했다.

“쉬운 예가 하나 있어요. 저기 보이는…… 저 애가…….”

순간 심장이 기절할 뻔했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던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치켜든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에는 양희가 꼭꼭 숨어 있었다. 아직 눈은 마주치지 않았다. 거북이는 재빨리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왠지 지금 아는 척을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말하지 않고 뭐하나?”

노인은 넌지시 대답을 재촉했다.

“아, 네. 그러니까…….”

양희는 나중에 처리하기로 한 거북이는 설명부터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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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7) +6 13.02.08 681 7 18쪽
20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2) +1 13.02.08 562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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