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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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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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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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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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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천국으로 가는 길(24)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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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해요.”

그녀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

“당신이 찾은 진실이 곧 당신의 진실이에요. 그런데 당신은 그 진실을 내게 설득하려고 하지 않았죠. 그 점이 난 마음에 들어요. 만약 당신이 이것이야말로 유일한 진실이라고 말했더라면 정말로 당신을 벌주었을지도 몰라요. 이제 내가 약속을 지킬 차례군요. 어디 한번 소원을 말해보세요.”

“내 소원은… 그러니까…….”

거북이는 초희 얘기를 꺼내려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 잠시 멈추었다.

‘만약 그녀에게 초희를 구해달라고 부탁한다면 여분의 차원은 내가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할지도 몰라. 그럼 초희의 목숨을 바로 앗아갈지도 모른다. 안 되지, 그럴 순 없어. 더 이상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거북이는 아쉽긴 했지만 초희를 원래 세계로 다시 되돌려 달란 소원은 빌지 않기로 했다. 급할 건 없었다. 굳이 소원이 아니라도 그녀의 호의적인 태도를 보건대 분명 딸을 도와줄 거란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이젠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내 소원은…….”

거북이는 한참 뜸을 들이고서야 소원을 말할 수 있었다.

“당신의 정체나 속 시원히 밝혀주세요.”

뜻밖의 소원이었다는 듯 그녀는 무척 당황한 기색이었다. 그냥 다른 소원을 빌 걸 그랬나 하고 후회도 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요, 떠나간 버스였다.

“네, 솔직히 그쪽이 마음에 들어서요. 아, 오해하지는 마요. 난 그저 당신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그래요. 그게 그러니까, 친구, 친구가 되고 싶어서요. 그것뿐이에요.”

절대로 그것뿐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의 볼이 연지를 바른 것처럼 달콤하게 익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광대뼈를 문지르며 말을 이었다.

“좋아요. 소원을 들어준다고 약속했고, 싫은 소원도 아니니까 들어줄게요. 먼저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게 있어요. 영혼이 최초로 겪는 체험이 천국인 건 맞아요. 하지만 영혼이 마지막으로 겪는 체험은 말하진 않았죠.”

“그거야 죽어야만─.”

그때 거북이의 뇌리에 불꽃이 팍 튀었다. 이번엔 그가 질문할 차례였다.

“당신, 그러고 보니 다른 우주에서 온 사람이 아니라고 했죠? 아까부터 말하고 싶었는데요, 당신은 내 생각을 읽고 있었어요. 독심술 정도가 아녔다구요.”

“이상해요?”

“당연히 이상하죠. 그리고 당신이 마지막으로 한 말, 그건 그냥 빈말이 아니었을 거예요. 내가 알기로 이런 일이 가능한 존재는 딱─.”

순간 거북이는 다음 말을 바로 이을 수 없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딱 뭐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녀가 물었다.

“딱 한 사람, 아니, 사람이 아니죠. 그럴 리가 없죠. 미안해요. 내가 착각했어요. 그는 볼 수 없거든요.”

거북이는 상상이론을 급히 점검해보았다. 그의 이론에 의하면 그는 절대로 볼 수 없다고 나온다. 그러니 그는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남자로 보여요?”

“아뇨, 당신은 어딜 봐도 여자예요. 그것도 완벽한 여자요.”

“그럼 왜 자꾸 ‘그’라고만 하죠?”

“그건…….”

이제 그녀는 찍소리도 못하고 멍하니 땅만 쳐다보는 거북이의 소원을 들어줄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딸이 그렇게도 보고 싶었나 보죠?”

“그걸 어떻게─.”

“알만하니 알죠.”

그녀는 가위로 툭 자르듯이 거북이의 말을 자른 다음 벌처럼 쏘아붙였다.

“대체 얼마나 외로웠길래 그래요? 이거북 씨. 당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요? 다른 우주에 사는 범죄자들이 여기로 넘어오려 했단 말이에요. 내가 그거 막느라고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기나 해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거북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난…… 난 그저 가족을 갖고 싶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보라구요. 다른 가족을 파탄 냈잖아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이미 늦었어요.”

그녀는 이게 다 당신 때문이라며 잡아먹을 듯이 혼쭐을 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상한 말도 늘어놓았다. 소설이나 만화에서나 나오는 드래곤을 퇴치했다던가, 우주 해적단을 모두 괴멸시켰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여기는 현실이에요. 혹시 약을 잘못 먹은 것 아니에요?”

거북이가 미심쩍은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불같이 화를 냈다.

“아직도 모르겠어요? 당신 이론을 잘 생각해 봐요. 그중에서도 오픈 유니버스 항목을 잘 떠올려 보라구요.”

‘오픈 유니버스?’

거북이는 그 말을 어디서 많이 들었던 기억이 났다. 뭐였더라? 그렇게 머릿속을 한참 뒤져보다가 상상이론의 끈마법 파트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그의 안색이 점점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왜 인제야 그게 생각난 거지? 단순히 가설이라고만 생각해서 신경도 쓰지 않았었는데…….’

거북이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분명 이런 내용이었다.


오픈 유니버스 (Open Universe)

…… 우주와 우주 사이에는 거대한 막이 처져있어 서로 간의 왕래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끈마법을 쓰는 것이다. 만약 끈마법으로 다른 우주의 생명체를 소환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과율이 이계에서 찾아온 존재 때문에 붕괴할 위험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 현상은 원인과 결과의 위치를 바꿈으로써 생기는 버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버그를 고치기 전까지는 만화에서나 볼 법한 마법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손에서 불을 내뿜는 일도 가능하며, 아무런 장치도 없이 마음껏 하늘을 날아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원인이 결과보다 뒤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얼핏 보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좋아 보이나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종말을 외치는 사람들은 지구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걱정할 것은 없다. 이것은 단순히 가설에 불과하니까. 하루에도 많은 중2병 환자들이 다중우주에 사는 존재를 소환하려고 하지만 실패로 그친다.

이유는 간단하다. 관찰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주의 질서를 지키는 자로, 영혼이 해탈이라는 특수한 경로로 성불했을 때 탄생한다고 생각된다…….


생각은 여기서 멈췄다. 거북이는 떨리는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초희를 불렀다는 얘기는 인과율을 무시했다는 얘기이며, 그 말은 곧 이 가설이 진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한 번 시험해 보자. 먼저 가장 하고 싶었던 마법인 텔레포트를 써보는 거야.’

거북이는 이건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면서 눈을 감고 집 안에 있는 자신을 선택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다르게 금방이라도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게 아닌가. 이 느낌은 물질이 다 이루어졌을 때의 느낌이었다.

“이제 알겠죠?”

그녀의 인상을 잔뜩 구겨졌다.

“당신이 얼마나 큰 사고를 저질렀는지 느껴지나요? 지금이야 사람들이 마법을 못 쓴다고 믿기 때문에 쓰지 못하지만, 누군가가 쓸 수 있다고 보여준다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마법사가 되고 말 거예요. 콜럼버스의 배 사건처럼 말이죠. 당신은 지금 우주의 법칙을 송두리째 바꿨단 말이에요.”

거북이는 쏟아지는 그녀의 비난을 말없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세상엔 무의식적으로 끈마법을 쓰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럼 그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만약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법을 남용하게 된다면 지구는 한 달도 채 안 돼서 쑥대밭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저기, 창가를 보세요.”

그녀가 팔을 들어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가져가자 원반 형태의 비행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어…….”

“여기선 UFO라고 부르겠지만, 저쪽 세계에선 타임 세이버라고 부르는 무인비행기예요.”

“왜 사람들이 저걸 보지 못하죠? 난 보이는데?”

“당연하죠. 아직 당신들의 인식수준이 낮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예외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저건 시간을 녹화하는 기계라고 보면 돼요.”

“시간을 녹화한다구요? 저들은 대체 누구죠? 혹시 박사가 사는 곳에서 왔나요?”

“그것보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일단 집으로 가서 생각해요.”

“집? 누구 집을 말하는 거죠?”

“당신 집이지 어디긴 어디예요?”

그녀가 불같이 성질 내며 말을 이었다.

“좀 전에 쓰려던 거 텔레포트 맞죠? 지금의 당신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어요. 그럼 먼저 갈 테니까 빨리 뒤따라 와요. 1분 안에 안 오면 평생 후회할 거예요. 알았죠?”

“이, 이봐요!”

거북이가 힘껏 소리를 질렀을 때는 이미 그녀가 사라진 후였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사라지고 나자 주변이 시끌벅적하게 바뀐 것이다. 당장 텔레포트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거북이는 눈을 감고는 조금 전처럼 집 안을 머릿속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선택은 순식간에 그를 회색과 검은색으로 뒤덮인 터널로 데려다 주었다.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현실에서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다니…….’

미로처럼 제멋대로 만들어진 터널은 거북이의 뱃속을 수시로 뒤집어 놓았다. 위로 가다가도 금방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바람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이동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질 뿐이었다.

잠시 후 터널이 일직선으로만 이어지기 시작하더니 저 멀리서 하얀색 빛이 보였다.


*


거북이는 다시 눈을 떴다. 이곳은 틀림없는 자신의 집안이었다. 무엇하나 바뀐 것이 없었다.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녀가 방 안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녀는 무척 슬픈 표정으로 거북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마법을 쓴 소감을 물었지만, 거북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을뿐더러, 지금 상황을 말로 표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한발 늦었네요.”

그녀가 말했다.

“뭐가 없어졌나요?”

거북이가 그 말을 듣고 주변을 샅샅이 훑어보았지만 도둑이 든 흔적을 찾지는 못했다.

“바보. 물건을 말하는 게 아니에요. 초희를 데려갔다구요.”

“하지만 곰비도 여기에 있─”

“조용히 좀 해봐요. 지금 찾고 있으니까요.”

사방을 한번 둘러본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할아버지도 참, 가족이 다 모이는가 싶었더니 이게 뭐람? 아, 걱정하진 마요. 아직은 무사하니까.”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는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북이는 그런 그녀의 행동보다도 그녀의 정체가 더 신경 쓰였다.

“대체 당신은 누구죠?”

“아내도 못 알아봐요?”

그녀는 매우 화난 표정으로 거북이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거북이의 머릿속은 이미 백지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거북이를 꼭 끌어안고는 그의 입에다 입술 도장을 꽉 눌러 찍었다. 도장에서는 딸기향이 났다. 그의 생애 첫 키스였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그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이듯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누군가 내 이름을 묻는다면 나는 토끼라고 답하지요. 먼 훗날, 당신의 아내가 될 여자이기도 하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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