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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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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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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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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탄생의 비밀(29-1)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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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지금은 이것이 있다는 것만 밝혀진 미지의 공간이다. 직접 가본 사람이 없어서 많은 가설이 난무하는 곳이기도 했는데, 지금 거북이의 눈앞에 펼쳐진 블랙홀의 모습은 단순히 황량하고 검기만 한 불모지가 아니었다. 거대한 건축물과 구름을 뚫은 산, 거울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깨끗한 바다가 보이는 대도시였다.

‘혹시 내가 잘못 찾아온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거북이는 분명히 뭔가 착오가 생긴 게 틀림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런데 마음에 걸리는 건 옆에 있는 토끼가 아무런 동요도 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그럼 정말로 이곳이 블랙홀이란 말인가.

“여기가─.”

“맞아요. 제대로 찾아왔어요.”

토끼가 그의 뺨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

“왜 꼬집어요?”

“꿈이라고 생각할까 봐서요.”

“그건 아닌데, 너무 황당하잖아요. 블랙홀이 이런 곳이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요.”

“흥, 못할 것도 없죠.”

토끼는 일단 갈 데가 있다며 거북이의 손을 잡고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었다. 비행기가 있어야 날 수 있었던 현실과는 달리, 여기서는 마음만 먹어도 하늘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더더욱 거북이의 고정관념을 뒤흔들고 있었다. 이곳은 도넛 모양의 도시로, 각각의 구역마다 건축양식도 달랐다. 또 구역이 회전 초밥 테이블처럼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어떤 초밥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과 똑같았다. 딱히 정해진 양식이 없었다. 서양식 건축물만 나오다가 원시 문명이 툭 튀어나오기도 했다. 어떨 때는 영화 세트장을 짓는 곳이 나오기도 했는데, 마치 지옥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었다.

“저기 보이는 저거, 아직 미완성이죠? 저 지옥을 주문한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단 뜻이에요.”

토끼는 이곳이 배경만 따로 만드는 공장이며, 거기에 등장하는 영혼들은 다른 곳에서 모집한다고 덧붙였다. 거북이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굳이 이런 곳에서 만드냐는 것이었다.

“천문학자 때문이에요.”

“천문학자가 왜요?”

“다른 곳은 들킬 염려가 있거든요. 당신 말대로 비밀은 비밀로 있을 때가 가장 좋다는 거죠. 뭐, 옛날부터 여기서 만들긴 했지만 말이에요.”

기가 막힌 일이었다. 눈뜬장님이 되었다는 말이 바로 이 말일 테지. 거북이는 자기가 체험할 천국도 여기에서 만들어지느냐며 물었는데, 그녀의 고개가 세로로 왕복 운동을 하는 걸로 봐서는 틀림없이 여기에 있는 게 분명했다. 더 놀라운 건 목적지가 바로 거북이가 만든 천국이라는 사실이었다.

“초희가 왜 거기에 있는 거죠?”

“가보면 알아요.”

토끼는 그 말을 끝으로 거북이의 입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였다. 어디서 났는지 모를 반창고는 그의 입을 완전히 봉인해 버렸다. 떼려고 들면 들수록 더 강하게 달라붙었다. 거북이는 저항하려는 의지를 거두고 잠자코 따라나섰다. 괜히 화를 돋웠다가 또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서였다.

‘평범한 블랙홀이 아니라고 했어. 여기가 시간의 핵이라도 된단 말인가?’

시간의 핵은 상상이론이 예상한 시간파를 보내주는 방송국이 있는 곳을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시간이 시작된다고 보았는데, 물어보려고 해도 입이 열어지지 않아 가슴만 두드릴 따름이었다.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어떠한 답도 자신 있게 낼 수는 없었다.

“저기, 저기예요.”

토끼가 반창고를 떼주면서 말했다.

거북이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썰렁하기 그지없는 곳이었다. 낡은 집 한 채가 다였으니까. 왜 저런 곳이 자신이 만든 천국이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궁금해요?”

“네, 왜 이곳이 내가 만든 천국인지 모르겠어요.”

“그럴 수밖에요.”

토끼는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잖아요. 천국을 가꾸기는커녕 자기 자신을 낮추기에만 바빴죠. 그 결과가 이거랍니다. 천국은 당신이 만드는 곳이에요. 당신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실천하지는 않았어요.”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네요. 하하, 정말 그랬어요.”

거북이는 순순히 인정하고는 아까부터 묻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시간의 핵에 대해서였다.

“여전하네요. 비밀을 비밀로 즐길 줄도 알아야죠.”

토끼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어깨를 들썩였다.

“궁금한 건 못 참아요.”

“핵은 아니에요. 거긴 우리도 못 들어가거든요.”

“그럼 여긴 대체 어디죠?”

“핵의 변두리랍니다.”

토끼는 어서 들어가 보라고 그의 등을 떠밀었다. 질문할 것이 많았지만, 일단 딸을 봐야 한다는 생각에 거북이는 순순히 그녀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초희는 무사하겠지?’

거북이는 최대한 좋은 생각만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집 안은 휑한 공간이었다. 어떻게 된 게 가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내심 죽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정말로 죽었다면 여기서 지내야 했으니까.

주방을 지나자 안방이 나왔고, 맞은 편에도 방 하나가 있었다. 거북이는 이 방에 초희가 있다고 확신했다. ‘아기방’이라고 적힌 문패가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에 초희가 있겠군요?”

“네, 그럼 나중에 봐요.”

토끼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렸다.

“대체 왜 저러는 거지?”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거북이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그래도 보였다. 박사, 꿈에서 보았던 또 다른 세계의 자신이었다. 박사 역시 영혼 상태였다.

“안녕.”

박사가 먼저 인사했다.

“아, 안녕.”

거북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자신이 저지른 사고가 생각났다. 일단은 사과부터 할 차례였다. 생각은 말이 되고 또 행동이 되는 법. 그의 머리와 다리 사이의 각도는 정확히 90도가 되었다.

“정말 미안해.”

거북이는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어떻게 된 건지 처음부터 끝까지 박사에게 설명하려고 들었다. 그런데 박사는 그의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뭐.”

평소에 자신이 하던 말을 들으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박사는 초희를 안은 채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거북이도 그 앞에 앉았다. 거울에서 툭 튀어나온 자신을 보는 것만 같았다. 박사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렸어.”

혹시 몰라 회사에 연락했는데 그들은 흔쾌히 승낙했다고 한다. 블랙홀에 머물면서 시간을 저장하는 우주선인 유니포터를 타고 여기까지 왔다는 박사의 말에 거북이는 혀를 내두르고야 말았다. 놀라운 과학 기술이었다. 박사는 또 이쪽과 자신이 사는 세계의 기술 차이가 어림잡아 20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듣고 거북이는 딱 그 정도만 더 살았으면 싶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차라리 그때 다시 태어나는 게 더 이득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문제가 좀 생겼지.”

유니포터는 블랙홀 바깥으로는 못 가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오긴 왔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심하던 중 갑자기 주변이 칠흑처럼 어두워졌고, 흑발의 소녀가 자신 앞에 나타났다는 설명으로 이어졌다. 흑발? 거북이는 그의 설명을 계속 귀담아들었다. 일단 나이는 고등학생 또래로 보였고, 자신의 이름을 나유타라고 소개한 그녀는 이 세계의 관찰자 중 한 명이라고.

“나유타라…….”

“그렇게 부르라더군. 그녀 말로는 자기가 한눈파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하던데?”

박사는 껄껄 웃었지만 거북이는 그러지 못했다. 갑자기 한기가 찾아온 것만 같았다. 등골이 시린 게 꼭 누가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혹시 같이 왔어?”

“물론이지. 지금 네 뒤에 있어.”

거북이는 뒤를 돌아봤지만 나유타는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화가 났는지 일부러 숨은 듯했다. 그래도 사과는 해야겠기에 일단 뒤로 돌아 고개를 숙였다. 효과는 좀 있었다. 찬물이 따뜻한 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화가 좀 풀렸대?”

“아니, 일 있다며 나갔어.”

“하하…… 아무튼 정말 미안해.”

“괜찮아. 우리 쪽이 더 미안하지. 회사에서 흥미진진한 시간을 저장하겠다고 장난을 좀 쳤거든.”

이번에는 박사가 고개 숙여 사과했다. 거북이는 그 말을 듣고 TV에 나왔던 사건들을 떠올려보았다. 은행 금고가 털렸다는 것과 사람들이 UFO를 봤다는 소식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역시 이들이 한 짓이었다.

“어떡하지? 나 때문에 돈이 사라졌으니…….”

“걱정하지 마. 다시 복구했으니까.”

거북이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활짝 웃었다. 막혔던 체증이 싹 내려간 기분이었다. 박사는 그가 생각했던 이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충돌 없이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거북이는 박사가 참 부러웠다. 자신은 백수인데 반해 그는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박사였으니.

“은근히 기대하지 않았어?”

“뭘 말이야?”

“영웅놀이를 못하게 돼서 섭섭하진 않아?”

“그럴 리가. 난 모험을 싫어해.”

거북이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부인했다. 확실히 텔레포트를 할 수 있는 진짜 마법사가 된 것은 좋았지만, 모든 사람이 전부 마법사가 된다면 그거야말로 큰일이었다. 세상에는 꼭 좋은 일만 일어나는 법이 없다. 그러니 마법을 악용할 사람을 생각해서라도 마법은 없는 편이 더 나았다.

“아무튼 좋은 경험이었어.”

“벌써 가는 거야?”

박사가 일어나자 거북이도 덩달아 일어났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벌써 가고도 남았어.”

“흠, 그럼 날 만나려고 일부러 안 가고 기다렸구나.”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 싶었거든. 너는 나니까.”

“사고만 치고…….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아니야, 내 딸을 구하려고 이렇게 영혼이 됐잖아? 그 덕분에 여분의 차원이 딸을 지켜줬다고 하더라. 고마워.”

“뭘,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지.”

거북이는 웃는 얼굴로 박사와 악수했다. 참 신기한 체험이었다. 거울하고 악수하는 느낌이었으니까. 영혼끼리는 만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게 마지막 만남이네.”

“굳이 만날 필욘 없잖아? 너와 난 하나니까.”

“그렇지, 잘 지내.”

거북이는 아쉽다는 듯이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우주선까지는 어떻게 갈 거야?”

“간단해.”

박사가 말했다.

“그냥 가면 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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