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상상이론

표지

상상이론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28,997
추천수 :
165
글자수 :
248,137

작성
13.02.12 14:09
조회
545
추천
5
글자
10쪽

천국으로 가는 길(22-2)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바다 안을 비춘 것처럼 깨끗했다.

산 정상에 오른 것처럼 시원했다.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달콤했다.

‘이 목소리는…….’

그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상상이론을 완성한 날에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욱 선명하게 들렸다. 그러니 환청은 아닐 것이다. 대체 어떻게 생긴 여자일까? 거북이는 빛보다 빠르게 뒤로 돌았다. 동시에 심장이 멎을 정도로 강한 충격을 받았다.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신이 직접 조각한 여신상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한 금발 여인이 서 있었다. 하트 모양이 그려진 티셔츠와 다리에 달라붙은 청바지가 황금비율로 만들어진 몸매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는 패션쇼장을 걷는 모델처럼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들리는 구두 소리가 거북이의 심장과 호흡을 맞추었고, 그녀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는 시상식을 앞두고 울리는 북소리가 그의 가슴에서 연주되었다.

두 눈은 이성을 잃고 배경이 흐릿한 아웃포커스 사진만 찍기 시작했다. 뇌 역시 마찬가지였다. 합성 사진이 분명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였으며, 그녀의 환한 미소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웃는 아기를 보는 것 같았으니까. 사람 같지 않았다. UFO에서 내린 외계인을 처음 봤다면 바로 이 느낌이었을 것이다.

“잘 지냈어요?”

그녀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면서 물었다. 찰랑거리는 머릿결이 어떤 보석보다도 빛나 보였다.

“실례지만 누구시죠?”

거북이는 일부러 모른 척했다.

“어머? 우리 초면은 아닌 걸로 아는데요?”

한쪽 눈썹을 치켜세운 그녀를 보고 거북이는 팔짱을 낀 채로 대들듯이 말했다.

“당신을 보는 건 처음인걸요. 그때는 목소리만 들려줬잖아요. 그러니 모르는 게 당연하죠.”

“그랬나요? 난 분명 당신 옆에 있었는데. 하긴, 믿지 않았으니 못 봤겠죠.”

그녀는 거북이를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앞자리에 앉았다. 누가 보면 둘이 친한 사이라고 착각했을 터였다.

“아직 답을 못 들었거든요.”

“그게 그렇게 궁금해요? 뭐, 일단 당신 때문에 바빠진 사람으로 해두죠.”

그녀는 창밖으로 시선을 가져가며 성의 없이 대답했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영문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주변의 공간이었다. 이곳은 역 근처 커피숍인데도 어째서 개미 한 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것일까?

“신경 쓰지 마요. 당분간은 우리 둘뿐이니까.” 그녀가 케이크를 입안에 넣으면서 말했다.

“그거…….”

“남자가 쪼잔하게 이러기에요?”

“그건 아니지만, 저도 배가 고프거든요. 그리고 그거 꽤 비싸게 주고 산 거예요.”

거북이는 솔직하게 말했다.

“어휴, 그래서 어디 연애하겠어요? 자, 입 벌려요.”

그녀는 거북이의 입에다가 케이크를 억지로 한 입 넣어주고는 “됐죠? 이제 불평하기 없기에요?” 하고 싱긋 웃었다. 그러고 나서 자기 앞으로 케이크를 가져가 혼자 먹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한입만 먹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는 케이크가 사라지는 마법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동시에 뱃속에서 분하다는 통곡소리가 크게 들렸다. 꼬르륵 소리를 들은 뇌가 후끈 달아올랐다.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대체 이 여잔 누구지? 마치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말했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지? 잠깐, 지금 이쪽과 저쪽 세계는 서로 연결된 상태일 거야. 그럼 혹시…….’

“말해보세요. 맞추면 상을 줄 게요.”

그녀가 거북이의 발을 툭 차며 말했다.

“혹시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사람인가요?”

“땡. 틀렸어요. 음…… 천국의 비밀을 말해준다면 한 번 생각해보죠.”

‘내가 지금 환각을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

환청이라 생각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지금 눈앞에 있는 것도 신기한데 만나자마자 한 말이 천국의 비밀을 알려달라는 거라니, 수상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게 왜 궁금한 거죠? 아무튼, 당황스럽군요.”

“오히려 내가 할 말이에요. 너무 오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귀에 거슬린다구요.”

“난 그저 내가 아는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

“그게 오만한 게 아니고 뭐죠? 정말 그렇게 자신 있어요? 그럼 어디 한번 설득시켜봐요.”

“내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지 않을 거잖아요. 그러니 말해도 소용없죠.”

거북이는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비밀을 친구들에게 말해준 적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만 했을 뿐이었다.

“안타까워라. 말해두겠는데, 나도 천국의 비밀을 알고 있어요.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을 한다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답니다. 나랑 내기할래요?”

“내기요?”

“그래요, 내기. 당신이 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어떤 소원이라도 들어드리죠.”

“하, 소원이라구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만약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이 그녀가 아는 진실과 다르다면? 그렇다면 틀린 건 어느 쪽일까? 내가 찾은 진실이 다른 이에게도 진실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상상이론에 자부심을 지닌 거북이로서는 그녀의 이런 도발에는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나쁠 건 없었다. 혹시 그녀라면 초희를 원래 세계로 되돌려줄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단 생각에까지 이르자, 한 번 해볼 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좋아요, 대신 조건이 있어요.”

거북이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한 소원이 당신이 싫어하는 거라면, 소원을 들어주지 마세요.”

“…… 왜 그런 말을 하죠?”

그녀가 어깨를 으쓱하며 되물었다.

“당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만약 내가 이긴다면 난 당신이 들어준 소원으로 행복해질 거예요. 하지만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여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당신이 내가 부탁한 소원으로 불행해진다면, 그건 정말 슬픈 일이잖아요.”

“흥, 이상한 사람이야.”

턱을 괴고 앉은 그녀가 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호기심이 듬뿍 담긴 눈빛이었다. 거북이는 시선을 창가로 가져가며 열을 식히기 시작했다.

“근데 내가 지면 어떻게 되죠?”

“당연히 벌 받아야죠.”

“무슨 벌이요?”

겁을 잔뜩 먹은 거북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비밀이에요.”

그녀가 거북이의 입술을 바라보며 공기와 입을 맞추자 소리는 쪽 하고 외치면서 그의 입속으로 들어가버렸다. 귀로 들어가야 할 소리가 입으로 들어갔으니 당연히 탈이 생길 수밖에. 그의 고개가 저절로 내려갔다. 이상했다. 거북이는 눈앞의 그녀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단순히 데자뷔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이런 느낌은 난생 처음이었다.

‘일단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 해.’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푸라기도 잡아야 하는 상황이니 포기한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거북이는 머릿속을 정리할 겸 잠시 눈을 감았다.


*


천국.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죽으면 그걸로 끝이다. 죽음 뒤에 뭔가가 있다고 상상하는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죽고 나서 돌아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러니 품평이 없는 보험상품 따위에 신경 쓰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다.”

종교와 과학이 이빨을 드러내며 싸우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천국의 존재 여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학은 이렇게 말한다.

“과학이야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그저 무지한 사람들을 속이고 있다. 당신들은 사기꾼이다. 그렇지 않은가? 잘 돼도 신의 탓, 못 돼도 신의 탓으로 돌리는 당신들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천국은 없다.”

이 말을 들은 종교는 이렇게 맞선다.

“종교야말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 태양을 보라. 태양은 똑바로 쳐다볼 수 없다. 그런 주제에 감히 신을 부정하다니 가당치도 않다. 당신들 말대로 빅뱅이 있다고 치자. 그럼 그 빅뱅은 누가 만들었겠는가? 우리가 믿는 그분밖에는 없다. 그러니 천국은 있다.”

둘의 싸움은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과학은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고 있다. 종교가 제시하는 증거는 몇천 년 전 그대로이다. 굳이 믿는다면 과학 쪽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과학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다. 신이 없다고 말할 증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내 의견? 솔직히 말하면 난 지쳤다. 싸움구경도 하루 이틀이지 죽기 전까지 보려니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다. 그냥 한쪽이 물러나면 좋겠다.”

거북이는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시간이 공간과 떨어질 수 없는 사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지지한다. 그래서 시간을 세 개로 만들 수 있었다. 과학과 종교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끈이론이 5개로 나누어져 있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즉 하나의 사실을 다른 곳에서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지금 거북이는 간단한 방식으로 둘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만약 이 방식이 받아들여진다면 과학과 종교가 더 이상 싸울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거북이는 눈을 떴다. 가볍게 윙크하며 어서 시작하라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 감정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슬프게도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봐도 떠오르는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일부러 숨은 건지, 찾긴 했는데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몰랐다.

거북이는 나중에 그녀의 연락처를 꼭 따야 한다는 가슴의 말을 새겨들으면서 목을 풀었다. 가슴이 하는 얘기는 거역할 수 없다. 가슴은 진실만을 말해주니까. 이제 또 한 번 때가 왔다. 시간마저 걸음을 멈출 정도로 솔깃한 이야기가 지금 시작되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의말

Attached Image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상이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사과문 +4 13.04.11 399 0 -
공지 작품 후기 및 다음 작품 예고 +4 13.02.15 498 0 -
공지 작품 소개 13.02.13 432 0 -
44 추가 에피소드 2 (34) +6 13.02.22 336 5 17쪽
43 추가 에피소드 1 (33) +6 13.02.22 451 2 15쪽
42 에필로그 +21 13.02.15 594 7 7쪽
41 탄생의 비밀(32) 13.02.15 469 3 9쪽
40 탄생의 비밀(31-2) 13.02.15 478 3 9쪽
39 탄생의 비밀(31-1) 13.02.15 479 3 9쪽
38 탄생의 비밀(30) 13.02.15 361 3 17쪽
37 탄생의 비밀(29-2) 13.02.15 320 5 9쪽
36 탄생의 비밀(29-1) 13.02.15 528 3 11쪽
35 마지막 시험(28) +2 13.02.15 484 2 16쪽
34 마지막 시험(27) +1 13.02.14 518 3 17쪽
33 마지막 시험(26) 13.02.13 380 2 15쪽
32 마지막 시험(25-2) 13.02.13 341 2 12쪽
31 마지막 시험(25-1) +3 13.02.13 647 2 10쪽
30 천국으로 가는 길(24) +1 13.02.13 560 1 12쪽
29 천국으로 가는 길(23-2) +1 13.02.13 527 3 9쪽
28 천국으로 가는 길(23-1) +1 13.02.13 655 1 10쪽
» 천국으로 가는 길(22-2) +4 13.02.12 546 5 10쪽
26 천국으로 가는 길(22-1) +2 13.02.12 548 3 9쪽
25 잘못된 만남(21) +8 13.02.11 590 3 20쪽
24 잘못된 만남(20) 13.02.11 436 3 14쪽
23 잘못된 만남(19) +5 13.02.10 618 3 14쪽
22 잘못된 만남(18) +3 13.02.10 526 2 18쪽
21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7) +6 13.02.08 681 7 18쪽
20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2) +1 13.02.08 562 3 19쪽
19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6-1) +2 13.02.08 559 3 10쪽
18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5) +2 13.02.08 633 2 20쪽
17 11차원의 수수께끼(14) +6 13.02.08 696 3 13쪽
16 11차원의 수수께끼(13-2) +4 13.02.08 544 3 16쪽
15 11차원의 수수께끼(13-1) 13.02.08 583 1 16쪽
14 11차원의 수수께끼(12-2) +2 13.02.08 821 3 12쪽
13 11차원의 수수께끼(12-1) +2 13.02.08 746 5 12쪽
12 11차원의 수수께끼(11) +2 13.02.08 671 2 13쪽
11 시간의 비밀(10) +6 13.02.08 821 2 7쪽
10 시간의 비밀(9) +2 13.02.08 711 5 7쪽
9 시간의 비밀(8) 13.02.08 663 3 7쪽
8 시간의 비밀(7) +6 13.02.08 792 7 12쪽
7 시간의 비밀(6) +7 13.02.08 707 6 16쪽
6 시간의 비밀(5) +10 13.02.08 803 6 7쪽
5 시간의 비밀(4) +12 13.02.08 955 5 10쪽
4 시간의 비밀(3) +8 13.02.08 858 4 9쪽
3 시간의 비밀(2) +18 13.02.08 1,069 7 12쪽
2 시간의 비밀(1) +24 13.02.08 1,428 7 19쪽
1 프롤로그 +12 13.02.08 1,581 12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테트라찌니'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