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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테트라찌니
작품등록일 :
2013.01.19 19:33
최근연재일 :
2013.02.2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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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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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8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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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인류 최초의 마법 수업시간(17)

안녕하세요. 테트라찌니입니다.




DUMMY

이 소설은 그림 파일로도 연재됩니다. 그림 파일로 소설을 읽고 싶으신 독자 여러분께서는 하단 후기 페이지부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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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두 눈이 보물지도라도 발견한 사람처럼 휘둥그레졌고, 그녀가 바른 분홍색 립스틱이 침과 함께 목구멍으로 쏙 들어갔다. 또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한 번 슥 둘러본 다음 조용히 말했다.

“이게 바로 네가 말한 마법의 공식이구나? 그 책하고 그다지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그럴듯하게 들리긴 하네. 아무튼, 물질을 만들기만 하면 끌어당김의 법칙이 작동해서 내가 선택한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거고. 내가 말이 맞지?”

거북이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끈의 힘이 세지면 물질이 돼요. 정확하게는 누나라는 물질이 새롭게 변한다는 말이지만요. 상상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아쉽게도 이것만 가지고는 물질을 만들 수 없어요. 느낌은 짧고 생각은 길기 때문이죠.

일단 원하는 현실을 떠올리자마자 거기로 달려간다는 기분으로 가속하세요. 이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요. 올바로 가속했다면 몸이 부르르 떨리거나 답답한 기분이 들죠. 전기가 통한 것처럼 찌릿찌릿하기도 할 거예요.”

“솔직히 너무 어려워. 좀 더 쉬운 건 없어?”

지혜가 투정부리듯이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거북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로 대답했다.

“부동산으로 가서 아파트를 구경하러 왔다고 말해보세요. 그럼 업자가 무슨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아파트를 산다고 생각하겠지.”

“그래요. 그는 누나를 고객으로 인식했어요. 다시 말해, 누나는 지금 업자에게 아파트를 살 거라는 믿음을 심어줬어요. 힘을 주면 힘을 받아요. 즉 누나가 믿음을 주면 준 만큼의 믿음을 받아요. 이때의 믿음은 단순한 강력이 아니라, 가속한 힘이에요. 이렇게도 생각해보세요. 여분의 차원을 속인다구요.”

“속여?”

지혜가 정말로 가능하냐고 되묻자 거북이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긴 설명을 할 때마다 등장한 광대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


“누나가 금방이라도 아파트를 살 것처럼 하고 다니면, 여분의 차원이 이렇게 말해요.

‘어? 쟤 돈도 없으면서 왜 저러지?’

얘네가 바보는 아니라서 누나 통장도 확인하거든요. 그렇다고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기 싸움은 지금부터예요. 누나가 점점 대담하게 행동하면, 그래서 마치 정말로 살 것처럼 행동하고 다니면 얘네들이 이렇게 소리쳐요.

‘야, 그만 해. 못 봐주겠단 말야.’

웃긴 놈들이죠? 슬슬 입질이 와요. 누나가 이 연기에 심취하면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완벽하게 결과만 남는 세계에 발을 담가요. 이걸 반복하면 더 강한 물질이 만들 수 있죠. 일정 수준 이상의 물질이 완성되면 드디어 여분의 차원이 미쳐버려요.

‘더럽다, 더러워. 그래, 해 줄게, 해 주면 되잖아.’

결국 여분의 차원이 무릎을 꿇어요. 상황 끝이죠.

참, 이렇게도 볼 수 있어요. 질투를 유발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척했다가, 정말로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어 버린 경우를 상상해보세요.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 거죠. 그런데 가만, 사랑이 뭐겠어요? 사랑에는 이유가 없어요.

‘당신은 날 사랑합니까?’라는 질문에 ‘잠깐만요, 지금 그걸 생각하는 중이에요.’라고 말할 수는 없단 말이죠. 이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니까요.

상황을 살짝 바꿔볼까요? 아파트를 사기 위한 조건은 어디에도 없어요. 왜냐하면 이미 아파트를 샀으니까요. 정말로 샀거든요. 어딨냐구요? y축 시간에 있잖아요. 이래서 클리어 1단계가 중요한 거예요. 정말로 그게 있는 걸 아니까, 확신할 수 있다는 거예요. 이 확신이야말로 창조의 열쇠에요. 혹자는 이것을 깨달음이라고 부르기도 해요. 이젠 알겠죠? 느끼라는 말이나 혹은 가속하라는 말이 어렵다면 이런 방법도 써 보세요. 절대로 척하면 안 돼요. 알았죠? 명심하세요.”

“네, 교수님. 꼭 명심할게요.”

지혜가 열심히 쓰면서 말했다. 모범생도 이런 모범생이 없었다. 거북이는 조금 더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에 넌지시 떡밥을 던졌다.

“끈의 힘은 어디서 올까요?”

“글쎄?”

지혜가 물었다.

“바로 누나한테서죠.”

거북이는 손가락을 들어 지혜를 가리켰다.

“헤어진 연인들을 떠올려 보세요. 그들은 막상 헤어지고 나서야 그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깨닫죠. 있을 때는 몰라요. 잃고 나서야 알죠. 힘을 주기 전까지는 힘이 있다는 걸 몰라요. 하지만 일단 힘을 주고 나면, 그 힘이 누나 자신에게 있었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연애 한 번 못 해본 애가 말은 잘하네.’

지혜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난 원하는 현실을 간절히 원하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그럼 지구는 예전에 끝장났어요.”

거북이는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며 끈마법의 비밀을 설명해주었다.

“누나는 원하는 현실을 원할 수 없어요. 애초에 원하는 현실을 원한다는 상황 자체가 우스워요. 원하는 현실이 없으니까요. 모든 상황이 다 존재해요.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있게 해달라고 비는 건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어요. 누나는 누나가 원하는 어떤 것도 가질 수 없지만, 누나가 가진 것을 체험할 순 있어요. 좋은 소식은 누나가 모든 걸 다 가졌다는 거예요. 그러니 원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거죠. 누나가 원하는 아파트는 분명히 존재해요. 그러니까 계속 가속하세요.”

거북이는 그렇게 말하고는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슬슬 신랑 신부가 나올 시간이 된 것 같았다. 그는 의자에 몸을 맡긴 채로 기지개를 켠 다음 수업종을 울렸다.

“핵심 내용은 그럭저럭 다 알려준 것 같네요. 모르는 게 있으면 전화해주세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응. 아니지, 수고하셨습니다, 교수님.”

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녹차 한 잔을 타 가지고 돌아왔다. 그녀는 식탁 위에 녹차를 사뿐히 내려놓고는 그의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말하느라 힘들었지?”

“아니에요. 오히려 즐거웠어요.”

거북이는 녹차를 한 모금 마셨다. 꿀맛이 났다. 이렇게 맛있는 녹차는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지혜는 정성껏 마사지해준 다음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필기한 내용을 꼼꼼히 훑어보았다. 그녀는 수첩을 덮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기가 정리한 내용을 검토해보았다.


<끈마법>

끈의 법칙을 이용한 마법. 원하는 현실을 이루게 해준다.


<끈의 법칙>

끈의 제1법칙. 끈은 물질을 만든다.

끈의 제2법칙. 끈은 자기 자신을 물질로 만들지 못한다.

끈의 제3법칙. 물질의 형태는 끈을 관찰한 장소를 따른다.

끈의 제4법칙. 끈은 관찰한 만큼의 힘을 가진다.


<클리어 조건>

1단계: 원하는 현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 것.

2단계: 원하는 현실을 고르고, 찾아갈 것.

3단계: 원하는 현실을 가속할 것.

- 끈의 힘 = 관찰대상 x 가속도(?)


지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수첩을 접고는 가방 깊숙한 곳에 집어넣었다.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싸움이라도 난 것처럼 떠들썩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지혜가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싸움이라도 난 것 같은데요?”

“이런 날에 싸움할 사람이 어딨다고 그러니?”

지혜가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히 자식 이름을 호기심으로 지은 게 아니었다고 거북이는 생각했다. 그때 갑자기 그녀가 허겁지겁 뛰어왔다.

“큰일 났어!”

“무슨 일이에요? 정말로 싸움났어요?”

거북이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녀의 표정과 분위기로 추측건대, 필시 대사건이 터진 듯했다.

“아니, 그건 아닌데…….”

“누나, 빨리 말해보세요.”

거북이의 추궁에 지혜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답했다.

“우수랑 양희가 도망갔대. 비행기 탈 시간에 늦는다고 그냥 막 가버렸다지 뭐야?”

거북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쳤다. 그럼 그렇지, 그는 지혜와는 다르게 냉정함을 바로 되찾을 수 있었다. 신랑 신부의 특기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것임을 예전부터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어쩌지?”

“어쩌긴요, 집에 가야죠.”

거북이가 가방을 챙겨 들며 말했다.


*


두 사람은 서둘러 건물 밖으로 빠져나갔다. 참 좋은 날씨였다. 태양이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인지 덥지도 춥지도 않았다.

거북이는 속을 쓸어내렸다. 혹시라도 나한우 교수님과 마주칠까 걱정했는데 기우로 끝나서 천만다행이었다. 만났더라면 보나 마나 쓴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는 오늘 하루만큼은 기분 좋은 상태 그대로이기를 바라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한편 지혜는 거북이의 뒤를 쫄랑쫄랑 따라가고 있었다. 가벼운 발걸음이 “나 지금 기분 좋아요!”라고 대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날개를 잃어버린 천사가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갑자기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지혜의 폰에서 나는 소리였는데 상대는 뜻밖에도 기심이었다. 거북이는 그녀가 기심이와 대화하는 소리를 본의 아니게 엿들을 수 있었다.

기심이는 지혜가 선물 사 가지고 간다는 말에 폴짝폴짝 뛰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어쩜 저렇게 좋을까.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안 봐도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거북이는 가족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아직 연애도 못했고 결혼도 못했는데 자식부터 바라다니 앞서 가도 너무 앞서 갔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 정도까지 외로움을 탈 줄은 몰랐어.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만약 내 이론이 옳다면, 나와 결혼할 여자는 반드시 이 세상에서 살고 있을 테니까…….’

또 이런 생각도 했다.

‘그녀는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나이는 몇 살일까? 그녀는 잘 있겠지?’

마지막에 한 생각은 이랬다.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태어나줘서 고마워, 잘 지내.’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니 뭉게구름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별일이군. 거북이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감사의 기도를 끝마치고 현실로 눈을 돌렸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했어?”

통화를 끝낸 지혜가 넌지시 물었다.

“별것 아니에요. 그냥 좀 외로워서.”

‘……!’

“그게 아니고─.” 이미 늦었다. 지혜의 손바닥이 거북이의 입을 틀어막고는 놓아주지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지혜는 그윽한 눈길로 거북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제 누나 구실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잘 들어, 연애란 말이야…….”

이제 거북이는 교수님이 아니었다. 학생이 되었다. 용산역에서 부천역까지, 그리고 그의 집까지 가는 동안 그는 계속 연애수업을 받았다. 특별히 기억나는 내용은 혈액형 강좌였다. 지혜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O형이니까 나 같은 A형이나 같은 O형이 잘 어울려.”

왜냐고 물으니 그냥 그렇단다. 이유는 없었다. 불변의 진리였을 뿐이었다. 거북이는 혈액형이 미신일 뿐이라고 말하려다 이마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아서 군말 없이 네 하고 받아넘겼다. 그렇게 정신없이 수업을 받던 중, 지혜는 연애의 필수품이 돈과 차라면서 정말로 받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아직 부담을 많이 받는 듯했다. 그녀는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기차 타고 집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거북이는 미소로 답했다.

“저는요, 절 좋아하는 사람을 원하지, 제가 가진 돈을 좋아하는 사람을 원하진 않아요.”

한 대 맞았다.

돈은 최고라는 게 지혜의 지론이었다. 결혼하면 다 이렇게 되는 건가? 거북이는 그녀를 몰아붙였다.

“누나는 사랑해서 결혼했잖아요!”

또 맞았다. 이번에는 진짜로 세게 맞았다.

그렇게 거북이는 주차장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18대나 맞았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거북이는 전혀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기분이 무척 좋아서일 것이다.


*


검은색 자동차 한 대가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아하면서도 날렵한 외관이 제일 먼저 시선에 들어왔다. 그런데 먼지가 뽀얗게 묻어서 빛이 바랬다. 지혜가 보닛에 묻은 먼지를 슥 닦자 광이 날 정도였으니 얼마나 안 타고 다녔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잠시만 기다려요.”

거북이는 트렁크를 열어 급하게 먼지를 닦아냈다. 마침 근처에 수도꼭지가 있어 세차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먼지가 사라졌을 뿐인데도 차는 몰라볼 정도로 달라졌다.

지혜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뒷좌석부터 앉아보았다. 그다음엔 조수석, 마지막으로 운전석에 앉았다. 자리를 옮길 때마다 그녀의 입꼬리가 점점 올라가는 게 눈에 보였다. 거북이도 이 애물단지를 처리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사실 거북이는 차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거금을 손에 쥐자 그도 사람인지라 욕심이 난 나머지 큰마음 먹고 외제 차를 산 것이다. 그런데 막상 쓸 데가 없어 후회가 몰려왔다. 누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허세 가득한 여자를 꾀려는 마음도 없었다.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물건을 소유하는 게 아니라 물건에 소유 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 이렇게 처분하는 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행복이었다.

“너~무 좋다.”

지혜가 황홀한 표정으로 감상평을 남겼다.

“제대로 유지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어. 사고 날까 걱정도 되고 말이야.”

“그럼 조금 타다가 바로 팔면 되죠. 명의 이전하는데도 돈이 꽤 드니까 잘 생각해보세요.”

거북이가 필요한 서류들을 챙기는 동안 지혜는 그동안 잠자고 있던 운전감각을 깨우기 시작했다. 운전하지 않은지 벌써 1년이 넘었지만, 막상 운전대를 잡고 보니 몸이 알아서 움직여주었다. 나쁘지 않았다. 감각은 그대로였다. 신 나게 도로를 달릴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춤추는 듯했다.

지혜는 내비게이션에 집 주소를 입력해 보았다. 6시간이 넘는 대장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대로 훌쩍 떠나자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반찬이라도 해주고 갈게.”

“괜찮아요.”

거북이는 차에서 내리려는 그녀를 다시 자리에 앉혔다.

“부산까지 내려가려면 지금부터 달려야죠. 어서 가세요. 기름은 가득 채워져 있으니까 도중에 멈출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도…….”

“다음에 만날 때 밥이나 한 끼 사주세요.”

“정말 괜찮겠어? 나한테 돈 다 주고 나면 어떻게 살아가려고 그래? 돈은 있어?”

“그럼요, 없으면 어떻게 주겠어요?”

거북이는 지혜를 안심시키고는 문을 닫았다. 그녀는 안전벨트를 맨 다음 창문을 끝까지 내렸다.

“정말 고마워.”

지혜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

“교통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거북이는 급한 마음에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주었다. 자동차는 10분이 넘도록 공회전만 계속했다. 지혜는 참았던 눈물을 모두 쏟아낸 다음에야 엑셀에 발을 옮길 수 있었다.

“나 그럼 정말로 갈게.”

눈이 퉁퉁 부은 지혜가 코를 훌쩍거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너라면 분명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거야. 넌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지만, 그건 해보지 않아서 하는 말이야. 우리 신랑을 만났을 때 난 깨달았어. 운명적인 사랑이 존재한다는 걸 말이지. 그러니 너도 꼭 만날 수 있을 거야. 이제부터라도 연애에 목숨을 걸어. 알았지?”

“네, 명심할게요.”

“그래, 그럼…….”

선루프를 열자마자 바람이 쏙 들어와 지혜의 옆자리에 사뿐히 앉았다. 그녀는 살면서 이렇게 기분 좋은 바람을 본 적이 없었다. 백미러는 손 흔들며 배웅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녀는 은혜를 꼭 갚겠다고 다짐하며 도로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니 괜히 우쭐해졌다. 왜 좋은 차를 타려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걸로 됐어.’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거북이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필요없는 차였지만 막상 없어지니 섭섭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확실히 저 차를 쓴다면 연애가 더 편해질 테니까. 그는 이것도 다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물질보다 자기 자신을 바라봐 줄 여자를 얻으려면 지금 당장은 없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결혼… 가족… 자식… 그래…….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일러. 이왕 태어났으니 내 자식은 꼭 만나고 죽어야겠다.”

“나는…….”

거북이는 마법의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가 이번에 선택한 마법은 최고수준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마법이었다.

“가족을…… 가졌다!”

거북이가 주문을 내뱉는 그 순간,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있던 한 노인이 깜짝 놀라면서 벌떡 일어났다.

거북이는 계단을 뛰어 올라가서 집 안으로 서류를 툭 던져놓은 다음 방문을 잠그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일단 끈마법을 시작하면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 한다. 그는 인형가게로 달렸다. 딸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나는 쭉 혼자 지냈기 때문에 여분의 차원은 날 혼자 살 놈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들을 움직이려면 맨 먼저 가족용품을 사야 해. 아이가 가지고 놀 인형도 사고 아내가 같이 잘 수 있도록 베개도 사자. 적어도 세 사람이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어. 그래야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으니까!’

거북이는 새로 생긴 꿈을 이루기 위해 힘차게 뛰어갔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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